(영남알프스) 신불공룡릉- 간월공룡릉 사진산행기


4월 11일


코스 : 등억온천지 산행로 앞 주차장 - 홍류폭포 - 칼바위 능선과 신불공룡릉 - 신불산정상 - 간월재 - 간월산 정상 - (정상에서 되내려와) - 간월공룡릉 - 임도교차점 - 계곡 - 등억온천지 산행로 앞 주차장


시간 : 9시 30분 경 ~ 4시 10분 (계곡까지), : 약 7시간, 익숙한 분은 5시간-6시간 정도


산행자 : 산거북이와 아내


포인트 : 산거북이는 오래 전부터 이 코스를 “주제있는 산행로”로 생각하고 지인들에게 떠벌리고 다녔지만 다들 시큰둥하더군요. 하지만 두개의 정상과 두개의 공룡릉을 원점회귀로 경험하는데다, 조망과 아기자기한 산행의 재미를 아우르는 강추 코스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산거북이 같은 초보자의 뒤늦은 호들갑입니다만.


사족 : 신불산 주능(북릉도 따로 있으니까)과 간월산 암릉을 굳이 "공룡릉"이라고 거창하게 칭하는 것이 과장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지형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통상의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오니 이해 바랍니다.^^


 


(사진 1 : 언양 땅을 배경으로한 신불공룡릉)


오랜만에 산행지가 영남알프스로 회귀한 데는 지난 주 연이틀의 원행(팔영산-천관산)의 피로와 나머지 요일의 과한 업무 때문에 지친 육신을 혹사하지 않으려는 배려 때문입니다.


산행지가 가까우니 자연 출발도 느긋하게 하여집니다. 언양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다시 양산국도 쪽으로 조금만 거슬러 가면 차량을 위한 작천정 입구가 오른 쪽으로 90도로 새 길을 냅니다.(벚꽃 길로 유명한 좁은 옛길도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등억온천 까지는 쉬운 길입니다. 온천개발지 맨 끝으로 가서 조금 위쪽으로 포장도로를 따라가면 산장가게와 산행차량을 위한 주차장이 있습니다.



(사진 2 : 암릉이 시작되는 칼바위)


산행을 시작한 지 얼마지 않아 홍류폭포에 다다릅니다. 바위 사이로 앙징스레 핀 진달래 뒤로 가뭄에 굴하지 않고 제법 물줄기를 이룹니다. 폭포의 모양새 보다 물소리가 더 시원합니다. 여기서부터 계속 가파르게 진행하는 오름길은 두세 군데의 밧줄도 매달려 있습니다.


마지막 밧줄 코스는 50-60도 전후의 경사면에 길이도 약 20미터 남짓합니다. 바위경사와 암릉을 좀 더 지나면 칼바위에 다다릅니다. 밧줄 길이건 암릉이건 적절한 우회로가 있어 망설임 없이 안전한 길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 3 : 뒤돌아본 신불 암릉)



 신불공룡의 아름다움은 다양한 조망으로 그 격을 더합니다. 뒤돌아보면 언양 땅과 멀리 울산시까지 배경이 되는 암릉이 신기롭기도 합니다. 올려다 보면 암릉의 중첩 위로 표용력 넘치는 신불의 정상이 여유롭고, 왼쪽으로 억새의 신불평원이 드넓게 펼쳐집니다.


이 신불평원은 계절적으로 색감을 달리하며 취서산과 한피기, 채이등, 시살등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절경을 이루니 누구나 신불정상에 서면 그 길을 따라 내려서고픈 흡인력에 휩싸이게 됩니다.



(사진 4 : 취서산과 한피기, 채이등, 시살등까지 한 눈에 들어오는 신불평원의 정경)


 


(사진 5 : 정상이 보이는 공룡릉 능선에서)


오른쪽으로는 간월산이 굳건한 모습으로 바위절벽 위로 돋우어져 있고 그 뒤로 운문산이 덕스럽게 둥그러니 배경이 되며 그 좌로 억산이 왕관모양을 이루고 우로 가지산 산릉이 펼쳐집니다.


가지산릉을 따라 눈길을 계속 이어주면 운문령이 짐작되는 오른편 멀리 문복산이 우뚝하고 이어 오른편으로 다시 고헌산이 가까이서 다가옵니다.


 


(사진 6 : 윗글 설명)


신불공룡릉의 마지막 부위에서 산행을 한동안 멈추고 아예 자리를 깔고 조망을 즐깁니다. 지금쯤은 밥보다 과일이 맛있어 근기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아예 과일이 식사의 주류를 이룹니다. 심설산행 때는 추워서 꺼내 먹기도 싫던 과일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하는 시절입니다.


노란 벨벳같은 신불평원과 간월산 사면의 질감이 너무 좋습니다. 이제 곧 유월이 오면 갈대의 초록은 푸릇한 보리빛깔 만큼 생기 넘치는 색깔로 변할 것입니다. 거기다 새벽의 촉촉함과 안개까지 더해지면 신불평원의 해뜨기 전 아침은 그야말로 연초록의 꿈결입니다.


인파로 뒤덮힌 신불산 정상부는 쉼없이 그냥 진행합니다. 간월재 방향 1킬로 남짓 정상부를 거닐면 삼거리가 나타나고 여기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간월재가 아래로 보이는데 정면에 재약산의 수미봉과 사자봉이 쌍봉으로 어울려 보입니다.


간월재는 지난 가을보다 더 정비가 되었습니다. 어지럽던 상인들의 차량도 임도 구석으로 숨어 관청 관리의 흔적도 엿보입니다.


간월재를 지나 간월산의 중턱 오른쪽 사면 절벽에 산악인 추모비가 있고 위로 조금 더 올라가면 돌탑이 있는 평지가 나옵니다. ‘간월산장, 등억온천길 (험로)’라는 희미한 입간판이 대충 걸린 듯이 삐딱하게 있습니다. 이곳이 간월공룡으로 내려서는 곳입니다.



(사진 7 : 간월재와 간월산)


<옛 이야기>


 산거북이가 처음으로 영남알프스를 지도와 책자를 들고 헤매고 다니던 5년전 때이야깁니다. 신불산을 처음으로 가 볼려고 예의 임도로 계획하였습니다. 초보의 두려움 때문이었죠. 임도로 가면 간월재가 나오고 거기서 신불-간월을 학습하면 되겠다고 생각하였던 것이지요.


홍류 폭포 쪽으로 향하지 않고 간월산장 옆 담으로 계곡을 가로 지르니 한참만에 과연 임도가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임도는 지그재그로 올라가니 반드시 가로지르는 길들이 있을 것이라며 두리번 거리니 바로 눈 앞에 보이는 형형색색의 리본들이 눈에 쏘옥 들어오는 것입니다. 저거닷!! 등산하는 사람들이 임도로 다녀서야 되겠냐며 거침없이 소나무 숲으로 올라 섰답니다. 초여름의 무성한 숲 속이라 장차의 일이 숨겨져 있는 줄도 모르고.


그런데 아무리 가도 곧 나와야 할 임도는 보이지 않고 솔밭 길이 끝나고 엄청난 암벽이 가로 막는가하며 암릉이 계속되어 간덩이가 조마조마.... 이미 길이 틀려먹은 형국을 알아챈 아내는 여기 어디쯤 풍광 좋은데서 쉬다가 돌아가자며 제안을 하니 더욱 상한 자존심. 오가는 등산객이라도 만나면 좋은데 이르디 이른 아침이니 사람의 흔적도 없고.



(사진 8 : 간월공룡릉에서 내려다본 등억-간월재 임도)


조금만 더 가서 확인하자는 오기가 더욱 호흡을 가쁘게 하고 돌길을 기어 오르느라 여기저기 찧이고 멍들고 긁히며 훤히 사방이 보이는 암봉에 올라서니 웬걸.. 임도는 천길 아래 떨어져 있고 사람들의 모습도 개미처럼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그 길로 밧줄에 떨고, 암릉에 불안해하며 간월산 중턱에 올랐으니 지나온 길이 바로 간월공룡이었던 것입니다. 초여름의 아침햇살에 녹초가 되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사진 9 : 간월재에서 바라본 간월공룡릉)


간월산 정상은 아내가 먼저 올라섰습니다. 간월재에서 간월산 오르는 길은 워낙 갈래가 많으니(사람들은 등산객에 의한 산의 훼손이라고 합니다만) 산거북이는 간월공룡 입구를 다시 확인하고 사진 찍느라 시간을 지체하였더니 아내와 헤어져 한참 후 정상에서야 만났습니다. 무척 반가웠습니다.



(사진 10 : 내려다 본 간월릉의 일부)


정상에서는 제법 바람이 세게 불었습니다. 이곳은 신불정상 보다 분명히 바람이 세긴 셉니다. 겨울에 이곳에 서면 감당하기 힘든 때도 많았습니다. 부드러운 간월-배내 능선을 바라보다가 다시 내려서 간월공룡으로 내려서기 시작합니다. 시작부터 90도 직벽으로 경사집니다. 암릉의 경사가 급해 안그래도 느린 걸음이 더욱 더딥니다. 우측으로 신불 공룡릉의 실루엣이 한 폭 그림이 됩니다.



(사진 11 : 간월공룡릉에서 바라본 신불공룡릉)


좌측으로 간월-배내 잇는 능선이 여전히 정겹습니다. 더딘 하산 길에 그래도 진달래가 많이 피어있어서 피로를 덜어 줍니다. 신불공룡릉에는 진달래 꽃망울만 맺혀 있었는데 같은 높이에도 만개를 하니 간월 공룡능은 바람이 막아지고 따스한 모양입니다.


더딘 하산이라도 마침내 추억의 임도에 맞닥뜨리고, 계곡으로 내려서서 탁족으로 산행을 피로를 풀었습니다. 계곡은 이미 물오른 연두색의 잎사귀를 매단 가지로 드리워져 물조차 마치 녹차 빛이었습니다.



(사진 12 : 언양읍에 둘러 늘 가는 곳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니 낙동강에 이미 낙조가 드리웠습니다.)





▣ 언제나산 - 우리도 같은 날 산행을 했네요. 신불공룡에서 북능으로 내려와야 원점회기 하는 줄 알았는데 좋은코스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전산행 하세요.

▣ 이수영 - 산거북이님의 사진은 언제봐도 그림처럼 아름답군요. 내 생각에 님의 학창 시절 일반 학과도 우수 하셨겠지만 특히 미술에 조예가 있지 않았나 싶네요. 가만 그리고 보니 글솜씨도 녹록치 않은 걸로 봐서는 문학에도?? ㅎㅎ 아무튼 예술성 있는 사진과 박식한 해설과 시적인 문장 잘 음미하고 갑니다. 여러 산행기가 올라오지만 산 거북이님의 산행기..고급 입니다.^^

▣ 산거북이 - 언제나산 님! 북릉하산 코스는 이번에 월간산 지에서 다루었더군요. 북릉하산코스는 사진 11번 에 주릉과 함께 잘 나와있는데 제겐 아직 미답 코스입니다. 감사합니다. ▣ 산거북이 - 이수영님! 고교후배라고 잘 봐주시니 늘 감사합니다. 기왕지사 내친 김에 부탁드리건데, 늘 제 산행기에 오셔서 글을 남겨 주세요.^^ 선배님글이 있으면 마치 전화온 것 처럼 반갑습더이다. 칭찬만 하지마시고요.

▣ 한울타리 - 안녕하세요? 공룡능선이라면 무서워 지나쳐왔기만 했는데 조만간 산거북님부부께서 가신 그 루트를 따라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져 옵니다. 좋은 사진, 글 ... 감사드립니다. 산거북이 - 제가 님의 우포 기행을 다시 찬찬히 보았더니 자운영에 관한 언급은 사족이었더군요^^ 님의 사진도 평화로운 우포의 느낌을 잘 전해주더군요. 다음을 기대하겠습니다.

▣ 미시령 - 영남알프스3차 산행을 마치고 이제야 홀가분해졌다고 감히 생각하였었습니다. 그러나 산거북이님의 유려한 글과 사진, '주제가.....'를 접하고 보니 또다시 제 맘속에 갈등의 불씨가 일어나려는 걸 느낍니다. 으~~ 큰일났다~~ 가고 싶어지는데~~~. 두분의 아름다운 산행을 축하드립니다. 산거북이 - 영남알프스는 계절에 따라 너무 느낌이 다르고, 시간대와 날씨에 따라서도 그 아름다움을 달리 하더이다. 가까이 계시는 동안 님의 느낌도 잘 새겨 남겨주시옵소서. 제게는 또다른 공부가 될 것이옵니다.

▣ 산사랑방 - 작년 억새가 한창일 때 님이 가신 등억리로해서 칼바위 공룡능선에서 꼭지와 달달떨며 지났지요 신불산에서 영취산까지 그때의 황금물결 억새평원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즐산하시고 건강하소서. 산거북이 - 사모님께서는 달달 떨었지만 저의 집사람은 집에와서까지 끙끙 앓았답니다.^^

▣ 이두영 - 좋은코스 산행하시고 가셨읍니다 산행기와 사진 잘보았읍니다 영남 알프스는 나도 좋아 하는코스라 자주 찾고 있읍니다 숨어 있는 좋은 곳이 많읍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즐산하십시요 산거북이 - 숨어 있는 좋은 곳이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과문한 탓에 그 앎과 체득이 느려 아직 영남알프스는 제겐 신비입니다. 많은 지도 바랍니다.

▣ 브르스황 - 영남알프스를 타셨군요. 사모님과 같이 행복한 산행을 하셨습니다. 멋진 공룡능선도 보고 멋진 산행기도 잘 보고 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즐산하십시요. 산거북이 - 순천 국도에서 속도위반사진이 날라왔습니다.^^ 그 보리밥이 왠지 맛에 비해 싸더라했죠.ㅠㅠ . 산하 초기부터 브르스황님의 산행기는 늘 제 참고서였지요. (근데 왜 저는 자꾸 부루스황님 이라고 적는지 모르겠어요.^^ 브르스와 부루스는 어떻게 다릅니까?)


▣ 수객 - 올해초 살짝 맛보고온곳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산거북이 - 와.. 하여간 서울 경기 이쪽 지역에서 영남알프스를 즐기러 오시는 분들은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라 여깁니다. 님의 산행기(신불산 운문산)를 다시 보니 그 열정의 뜨거움이 원거리의 피로와 추위를 녹이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 푸르뫼 - 산거북이님의 신불공룡기를 보니 저의 초라한 산입문 시기가 생각납니다. 산에 대해 첫 핸들을 잡는 시기에 멋모르고 신불공룡이란 이름조차 모르고 올랐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 댓가는 혹독했었고 지금도 정강이에 흔적이 남았습니다. 물론 산에, 특히 영남알프스를 섭렵하게 하는 동기가 되기는 했지만요. 이번 여름 다시 한 번 신불,간월공룡을 돌아 볼 작정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즐산하십시오.
▣ 산거북이 - 푸르뫼님이 다시보는 신불, 간월공룡의 느낌이 어떨지 기다려집니다. 사실 저는 주력이 없어 산에는 늘 초보 같은 느낌입니다. 아쉬워도 할수없죠... 대신 장거리 산행은 푸르뫼님 산행기나 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