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설악은 머리엔 백설이
몸통은 봄빛이 완연한체 인간의 출입을 불허 하고
그렇게 지나간 계절과 새 계절이 마지막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봉정암에서 발행한 신도증이 있으면 그 생생한 계절의 다툼을
볼 수 있으련만.....


선운산에 가서 오는 봄을 적극적으로 맞이 하고
풍천장어와 복분자술을 생각하며 단꿈에 젖어 있다가
예상외의 강력한 태클(?)을 당해 신음하고 있었다.

한달 내내 휴일이면 산에 가는 산중독인 남편과 아빠를
그들은 이번만은 호락호락 허락치 않고
강력한 옐로우 카드를 꺼내 들고야 말았다.

무서움 보다는 미안함으로 인해 깨끗이 승복을 하고
선운산에 대한 미련보다는 오히려 앞으로의 원활한 산행을 위해
좋은 기회라는 조금은 교활한 생각과 가장으로서 그동안의 소홀함을
반성하는 시간을 갖기로 하였다.

같이 산행을 하면 이 모든게 해결 될텐데...(약간은 아쉬움.)


"그래 화끈한 이벤트를 마련하는 거야!!
기왕이면 여운이 오래남는 코스로~"

아내도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딸과 나는 그곳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다가 차에 타는 순간
내입에서는 "동해로 갈까? 회도 먹고".. 라는 말이
내의지와는 상의도 없이 나오고 있었고 차는 동해를 향해 서서히 발진.

밤 12시
차량이 없는 영동고속도로에 진입.
그때서야 새벽까지 하는 횟집이 있을까 하는 걱정과
싱싱한 회에 소주한잔 마시는 군침넘어가는 영상이 교차 한다.

차는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고 뒷좌석의 2 여인은
질주하는 나에게 믿음을 보내면서 잠들어 있다.

밤새워 지리종주도 하는데 이정도 쯤이야~

3시간만에 현남에 도착하고 통행료를 내면서
이시간에도 회를 먹을 수 있냐고 물으니
당연하다는 듯이 주문진항부근으로 가란다.

24시간 영업중인 횟집은 우리같은 가족단위의 손님들로
새벽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회에다 매운탕까지 먹고 나니 나른해 지고
따뜻한 방바닥은 자꾸 누워 보라고 권하는데
단호히 거부하고 차를 해변가에 세우고
2 여인에게 눈을 붙이라고 권고하고 나도 느긋하게 앉아 눈감고 있으니
파도소리가 귀를 간지른다.

일출을 보여주기 위해 간간히 차창밖을 확인하고
푸르스름하게 밝아오는 하늘,
수평선 너머에서 부터 붉어질 무렵
방파제쪽으로 차를 옮겨 깨운 다음 방파제로 올라서니
드디어 일출!!!!

동해의 봄맞이 일출은 행복을 우리가족에게 선사하고
아침바다 갈매기와 항구로 돌아오는 고깃배들은 우리를 환영하는 듯 했다.

주문진항의 분주한 아침풍경과 비릿한 항구의 내음을 뒤로하고
설악산을 볼 수 있는 한계령으로 향하다 서비스로
낙산사를 안내하고 딸아이와 해변가 바위에서 홍합과 불가사리를
가지고 놀다가 다시 한계령을 향하여....

오색까지의 길옆엔 진달래가 만발하고 점봉산 꼭대기엔
아직도 흰눈이 선명하다.

오색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고 오색약수를 마신다음
대청봉 최단코스인 오색출입구에 차를 세웠다.

벤치에 앉아 있으니 관리공단직원이 무료함을 달래려는 듯
딸아이에게 말을 건다.

5월말까지 출입통제 기간이지만 근무를 해야하고
걸려오는 전화라곤 출입이 가능하느냐는 전화인데
안된다는 단순업무만 하면 된단다.
딸아이에게 같이 근무하자고 하니 딸아이는 수줍은 웃음만...

초로의 산님은 봉정암 가야하는데라고 아쉬워하시는데
직원은 백담사를 거쳐 신도증을 제시해야한다고 하고
사뭇 냉정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내가 화장실이 너무 깨끗하다고 하니
위에서 부터 얼마나 화장실 환경에 신경을 쓰는지 피곤할 지경 이란다.

관리공단직원의 무료한 봄날을 뒤로 하고 간다고 인사를 하니
차옆까지와서 우리딸에게 잘 가라하고 생각있으면 같이 근무하자고 한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철없는 딸아이는 일요일에만 와서 일을 할까 목하 고민 중 이다.

본격적으로 한계령이 시작되고
차는 오르느라 용을 쓰고 내 눈은 눈덮인 대청봉을 보느라 분주하다.

한계령 휴게소에 내려 계단을 통해 정자에 오르니
이길로 오르면 바로 중청인데 하는 생각에 입맛만 다신다.

저 봉우리의 눈과 응달 폭포의 얼음만 녹으면 ...

설악과의 반가운 해후를 기다리며 장수대를 거쳐
평범한 일상이 기다리는 서울로...

눈꺼풀이 무거운 나는 지리종주때의 참을성을 생각하며 안전운전에 신경을 쓰고
룸미러로 보이는 2 여인은 반나절의 짧은 봄나들이에 취해
봄꿈을 꾸고 있나 보다.

"나의 수고로 우리가족이 행복 할 수 있다면 나는 언제나 수고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잠들어 있는 모녀를 향해 소리없이 외친다!!!"


- 제대로 된 산행기가 아님을 알지만 설악의 품에 살짝 안겼다는 알량한 이유로
이 글을 씁니다. -


▣ 산초스 - 산꾼들이 산에 안가면 못견디지만 다른 식구들은 무척 싫어하니 다음을 위하여 가족을 위해 한번 봉사하면 편해지지요.
▣ 빵과버터 - 산행기가 아니면 안되나요? 이렇게 가족들과 끈끈한 애정을 나누는게 사람사는 이야기 아닌가요? 꼴딱! 저도 회 깨나 밝힙니다....
▣ 운해 -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다음 산행 때 멋진 글 기대합니다.때로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미래를 위해선 ........좋은 추억으로 간직 바랍니다.
▣ 김정길 - 2보전진을 위한 1보후퇴 하는 임 덕분에 5월 말까지 설악산등산로 전면통제임을 알았으니 감사합니다.
▣ 김찬영 - 나도 가끔은 개구리전법을 씁니다 잘했습니다 약발이 어느정도는 가겠지요 그러나 님의 마음은 진정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일겁입니다
▣ san001 - 모처럼 즐거운 여행을 하셨네요. 가족에게 봉사도 산행에 못지 않은 행복이겠죠.
▣ 윤도균 - 자알 하셨습니다 내 욕심만을 채우기위하여 눈치코치보며 빠져나오는 산행길은 왠지 좀 찜찜하죠 이쯤되면 다음번 님이 계획하신 산행의 꿈은 이미 이루어진 것이라 믿어도 될것입니다 정말 자알 하사랑하는 아내와 따님을 위하여 봉사하시는 그 자비 의 마음에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 물안개 - 부부가 취미가 같으면 좋지만 나이들어갈수록 함께할수 있음에 감사하지요.그런데 노력하면 될텐데,저의 경우는 원래 저도 산을 싫어했었지요.힘드니까..처음에는 일단 경치가좋은곳을 택해 아내의 컨디션에 맞추워 산행을 시작하고 산행후에는 주변 장터나 관광지도 한번 둘러보세요.그리고 산행은 아주 천천히 해야되요.건강을 생각할 나이가 되면 무슨 운동이든 해야하니 그때 적극 산으로 인도하세요.부드럽게.... 제경우예요.지금은 우리부부 산때문에 인생의활력을 찾은것 같아요
▣ 수객 - ㅎㅎ 저도 님과 똑같은 계기로 방태산휴양림-한계령-하조대 코스 밟았었죠.따듯하게 읽었습니다..
▣ 이수영 - 마음은 콩밭에 있는데, 두 여인을 위해 본인의 의지를 철회하고 봄나들이에 나선 경선님이 오히려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들(두 여인)에게는 좋은 추억이 되었을 겁니다. 물안개님 말씀대로 한번 해 보시죠. 저 같은 경우는 아내 바람에 스포츠맨이 된 사람입니다.--옛날에는 주로 정적인 바둑(아마3단)만 두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