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산행!

때로는 홀로 느리게  산행할때  문득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주변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곤 한다.


 

11.21(일)6:20

상계 불암공원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동틀 무렵 새벽의 느낌은

언제나  창백함이다.

어제는 내사정으로 항상 같이하던 바위산(김소장)과의  산행을

못하고 오늘은 오랜만에 홀로산행이다.

 

같이 산행할 때도 속도있는 산행은 아니었지만  더욱이 오늘은

홀로산행이니 산책하는 기분이다.

 

1시간여를 오르니 동이 트기 시작하고 부지런한 한무리의 산객들이

정상에서 내려온다. 정상을 오르지 않고 바로 석장봉으로 진행한다.

 

석장봉에서 돌아보니  아침 햇살 속에 붉은 기운 도는  불암산의 암봉이

눈에 다가온다.

석장봉 지나 그리 위험하지 않은 암릉들 그리고 덕릉고개를 향해..

이 길은 이제 내 발에 익숙해져 등로를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길이다.

 

덕릉고개를 지나 길게 이어지는 군부대 철책을. 그리고 도솔봉을 향해

수락산 능선으로 오른다.  이 길은 언제나 한적하다.  잎을 떨군 나무들은

모습을 바꾸었고  등로에는 낙옆이 수북하니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안다.

 

이어가는 산행을 통해 계절이 바뀌고 그 속에서 변화해 가는 자연을 느끼니

이것이 산행의 낙이고 고마움이다.

 

도솔봉 오름길에 보이는 부산ㅇㅇㅇ산악회의 붉은색 표지기.  도솔봉을 

옆으로 하고 편안하게 능선으로 오르는 등로가 있으나 이들은 곧바로

도솔봉을 향해  급경사 지대를 치고갔다.  멀리 부산에서 와 용맹스럽게

산행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도솔봉을 지나고 절터샘갈림길 안부. 그리고 치마바위, 하강바위,

코끼리바위를 지나며 산객들과 마주친다.

 

수락산에 오면 늘 머무는 이곳 나의 장소에 오니 10시경이다.

출발전 간단히 식사를 했지만 서너시간 산행을 해서인지 약간의 시장기가 돈다.

컵라면과 김밥한줄. 바닥의 바위에서는 찬기운이 느껴진다.

 

큰수건한장을 접어 바위위에 펴고 앉아  컵에 산사춘한잔을 따르니

 바위산(김소장)이 생각난다.  이곳은 나에게는 언제나 푸근한 곳이다.

 

자켓을 걸치고 가부좌로 앉아 눈을 감으니 코끝에 스치는 신선한 공기,

간간히 느껴지는 따듯한 햇볕..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이미 없어지고

자연의 일부가 되어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