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 2004년 11월 21일 ( 셋째 주 일요일 )

▶누구랑 : 상록 봉사회와 함께 22명

▶어디로 : 전남 장흥 관산읍 천관산도립공원 ( 723 m )

▶교통편 : 천안 ⇨ 광주(고속도로) ⇨ 장흥(국도) ⇨ 천관산 도립공원

▶등산코스 : 장천재 ~ 금강굴 ~ 노승봉 ~ 환희대 ~ 연대봉 ~ 양근암 ~ 장천재 8 km



▶시간표 :


 

07시 30분 천안 출발

11시 50분 장천재 주차장 도착 ( 4시간 20분 소요 )

12시 등반 시작

13시 15분 노승봉

13시 40분 환희대

14시 25분 식사완료 ( 45분 소요 )

15시 연대봉

15시 10분 정원석

16시 주차장 등반 완료 ( 4시간 소요 )

16시 50분 출발

23시 30분 천안 도착 ( 6시간 40분 소요 )


 



저무는 가을이 아쉬워 , 한반도를 떠나기 전에 행여 아직 이 땅에 머물러 있기를 기대하며 머나먼 땅 , 국토의 정남진 장흥 천관산을 찾아 나섰다.




너무나 잘 알려진 곳이기에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치 않겠지만 의외로 처음 이 곳을 찾으신 분들도 눈에 많이 띄곤 한다. 아기자기한 산세가 산꾼(?)들에게는 밋밋한 느낌을 주겠지만 일상에 젖어 화려한 외출을 할 수 밖에 없는 많은 분들에게는 올망졸망한 괴석들과 시원스레 펼쳐진 억새의 능선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풍경이 결코 예사롭지 않은 듯 하다.




◊ 천관산을 그래도 살펴보자... 

천관산하면 우선 연상 되는 것은 억새 , 기암괴석 , 다도해 , ... 아기자기한 풍광 ~

지리산 , 내장산 , 월출산 , 변산 , 천관산을 호남의 5대 명산이라 일컫는데 이중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그만큼 풍광이 뛰어 났기 때문이리라.




천관산은 바위로 된 기봉들이 여기저기 솟아 있는데 그 모양이 천자의 면류관 같다고 하여 천관산이라 불렀다 한다.





봄에는 능선이 온통 진달래로 뒤덮이고 가을이면 정상부근 5만여 평이 온통 은빛 억새꽃으로 눈부시니 장관이 아닐 수 없다.

  

◊ 거리상으로 보면 출발이 좀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이른 아침에 집에 남아있는 반쪽의 식솔들에 대한 미안함을 새겨보면 모두들 이나마도 만족스럽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전날 바람이 세어지고 쌀쌀하여 추워 질 것으로 예상 했었는데 의외로 푸근하다. 미리 이번 산행을 약속 한 바 있어서 어쩔 수 없었지만 한 편으로는 부산에서 열리는 등반대회에 연합회 식구들과 함께 참석 하지 못한 점에 미안한 마음도 앞선다. 이런 저런 상념을 접고 집을 나서서 충무병원 앞에 당도하여 겨울바다님 , 메아리님을 보니 무척 반갑다.

버스에 올라보니 낯익은 얼굴에 웃음꽃이 만발이다. 역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나들이는 즐거운 일이다. 아쉽게도 이번 산행은 다소 참석 인원이 적어서 썰렁하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는데 워낙 열성적으로 활동 하시는 자운영님 , 늘푸른산님, 미나님 , 반지제왕님 등 모든 분들의 밝은 기운이 왕성하여 차가 꽉 찬 느낌이다.

아무래도 등반시간이 촉박 할 것 같아서 시원스레 뚫린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를 거쳐 가는 동안 딱 한번만 휴게소에 들렀다.

남도로 내려 갈수록 여기는 가을의 흔적이 아직 남아있다. 길가의 단풍나무 잎사귀도 제법 예쁜 자태를 자랑하고 햇살도 한결 따스함을 느껴본다.



게다가 늘푸른산님이 준비해온 세송이 버섯이 이렇게 맛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앞자리 앉아서는 야금야금 먹다보니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배탈 날까봐 은근히 걱정이다.
11시 50분 어느새 천관산에 도착했다. 주차장은 관광버스들로 꽉 차있다. 대부분 전북지방이고 간혹 경기도에서 온 일행도 눈에 띈다. 우리가 제일 늦게 도착한 모양이다.

 

  

  

◊ 12시 출발이다 .

장천재로 향하는 길목에는 화려한 단풍의 향연이 아직 가을을 붙들어 두고 있었다. 벌써 동백꽃이 핀 걸 보면 이곳에는 겨울과 가을이 동거하며 저무는 가을의 아쉬움을 달래는 모양이다.







매표소의 표지가 이색적이다.

“양심 매표소” .... 입장객 스스로 인원수를 헤아려 입장료를 지불 한단다.






우측으로 꺾어서 한 십여분 오르면 체육시설을 갖춘 공원에서 우측으로 난 오솔길이 등로이다.







누구 누구하구 똑 같네?
초입부터 오르막길이긴 하지만 30여분만 오르고나면 좌우로 시원스레 시야가 트인 길이고 드문드문 바위를 타며 오르는 길이라 그리 힘들진 않다.





어느 산이나 그렇지만 능선까지 오르기까지가 힘든 이유가 오르막이 가파른 탓보다도 시야가 막혀 있는 답답함이 더 할 것 같다. 천관산의 경우 , 시종 탁 트인 배경이 지루함을 느낄 여유를 주지 않는 점에서 좋은 등반코스로 꼽고 싶다.



반지의 제왕님


테리우스님

이제 구정봉도 눈에 들어오고 여기저기 삐죽 삐죽 바위덩어리들이 자태를 뽐내건만 거창하게 무슨봉 , 무슨봉 사전에 공부했던 많은 이름들은 하나도 모르겠다.

허긴 이름이 뭔 소용일까? 난체하기 좋아하는 인간들이 붙여준 명찰인 것을 ...지금 그대로 누가 보아도 수려하면 되었지 .



유명한 산 일수록 꼭 이웃을 만나게 되는데 멀리 산행을 나와서 아는 분들과 마주칠 때 반가움은 더욱 클 수 밖에....
오름산악회에서 자주 뵙던 분을 여기서 만났다.

부부가 항상 함께 산행을 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다. 너무 미남 미녀라서 행여 산에 빼앗길 까봐서 꼭 함께 다니시는 건 아닌지?






◊ 한 시간여 오르면 금강굴이 보인다.

등산로 곁에 금강굴이 자리 잡고 있지만 이름만 거창하지 사실 굴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멋쩍다. 샘물도 없건만 누가 구색을 갖추려고 그랬는지 바가지까지 놓여있다.




이후 30여분 내에 종봉 , 노승봉 등 이름깨나 알려진 바위들이 등로를 끼고 자리 잡고는 있지만 바위 그 자체로는 큰 매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천관산은 규모가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산세 또한 험준하지 않으므로 아기자기한 전체의 짜임새가 여러 기암괴석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것 같다. 굳이 표현 하자면 조화의 미 라고나 할까?


짱짱 @@









 

  

◊ 환희대에 오르니 억새의 평원이다.

13시 40분 드디어 억새의 평원에 올랐다.





아하~~ 기대했던 은빛 물결은 간데없고 떨어져버린 억새꽃이 의지하고 있었던 누런 줄기만 가득 할 뿐이다. 한 달여 전에는 온통 은빛 물결로 출렁이고 있었을 텐데 이제는 축제를 마감하고 그 여운만 잔잔히 흐르고 있다








그러나 저기 아래 보성만 위로 부서지는 햇살은 산산이 부서지며 반짝거려 눈이 부셔 똑바로 내려다보기조차 힘들다. 남도의 산행은 여누 산행과는 또 다른 감동을 이렇게 안겨준다.

비록 억새꽃은 지고 없지만 멀리 보성만의 부서지는 햇살과 여기 저기 조화를 이룬 기암괴석 , 시원스레 펼쳐진 산정의 평원은 그 자체만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여행객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 산정에서의 식사는 세상 제일의 보약이다.

각자의 무거운 배낭을 펼쳐서 풀어 놓고 보면 집집마다 음식문화도 다르고 맛도 각색이다.


라면부터 김밥까지 , 그사이에 숱한 반찬의 종류란.....

쌀밥부터 보리밥까지 , 또 그사이에 숱한 밥의 종류란 .... 다양하다. 그래서 산에서는 밥을 평상시의 두 배는 먹는 것 같다. 구슬 같은 땀을 흠뻑 흘린 후에 시원한 경관에 마음을 씻어내고 온갖 종류의 다양한 밥과 반찬으로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신선한 과일로 후식까지... 이정도면 세상 제일의 보약이 아니겠는가?


쉬엄쉬엄 능선을 안고 연대봉으로 향한다. 뒤로 돌아보면 환희대와 기암괴석들 , 좌우를 내려다보면 반짝이는 은빛바다 , 푸르른 쪽빛바다에 점점이 박힌 섬들 , 앞으로는 구불구불 하산 길의 원색물결 ...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진다. 소르르~~ 잠이 쏟아진다.













 

◊ 정원석 방향으로 연대봉을 뒤로 하며 하산길이다.







그냥 편안한 길로 10여분 내려서면 기묘한 형상의 바위 두개가 있다. 정원석과 양근암 희한한 형상이다.






그~참... 실하게 생겼네

한 시간여 동안의 하산 길은 특별한 느낌이 없었다. 항상 그렇듯이 오를 때와 내려올 때의 감회가 다른 이유는 왜 일까?

특히 천관산에 깊은 계곡을 흐르는 물줄기가 없음이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하산을 완료 하고는 주차장에서 간단히 뒤풀이를 가진 후에 서둘러 천안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