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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등산방 우유가 쓴 지리산 산행기입니다.

30대 기혼 등산, 달리기, 인라인, 소풍 등 자연과 어울리는 아웃도어 모임입니다..무작정 놀고 마시는 모임이 아니고 수준있는 분들과

함께 산행으로 우정을 다집니다. 친구들간의 끈끈한 정을 중요시합니다. 땀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소중히 합니다.

관심있는 많은분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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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든 게 크면,, 글을 쓰기가 어려워... 그거 알지??

사랑이 크면,,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이 아주 작은 것처럼 말야.

***


지리산에 갔다왔어.

백두대간의 저 밑에서,,, 용처럼 훨훨 일어나 있는,,, 3개도 5개군에 걸쳐있고,

그 크기가 얼마나 큰지... 지금도 호랑이가 살고있다는 말이 나온다는 산말야.

남한에서는 가장 높은 산이요, 빨치산의 최후응집지였으며, 아무에게나 쉽게

그 품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영험한 산이지.


갑자기 산에 미치기 시작해서,, 왠일인지 지리산에 가고싶은 마음을 어쩔 수가 없어서,

하고싶은 건 반드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어서..

무작정 우기고 우겨서,, '난 반드시 갈꺼니까' 라고,, 선언을 해버렸어.


떠나는 날,, 내 키의 반을 넘는 배낭을 메고 회사까지 오는데..

쪽팔린 건 둘째로 치고,,

무게가 무거워서,, 실은 좀 신경이쓰였어.

늘 가볍게만 산행을 했었는데, 이 정도 무게를 지고,, 지리산을 오를 수 있을까 하고.

이러다,,,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오면,, 어쩌나...

***

7시에 용산역에서 환영해주러 나온 식구들을 만나고,

엄청 추울거라고 갖은 염려를 마다않는 대중오빠와,

가고싶은 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는 현규오빠,

잘 다녀오라고 인사해준 피오나 언니,

우리의 왕언니 미정언니랑,, 영옥언니.

그리고,, 그 자리엔 없었지만, 맘으로 잘 갔다오라고 인사해 준 모든 사람들..


가장 큰 염려는 장터목에서 1박할때,, 너무 춥지나 않을까 하는거야.

추위와 잠에 약한 나로서는 그게 가장 걸렸어.

그것만 괜찮다면,, 나머진 그다지 문제없는데 하고 말야.


****


지리산에 다녀왔어.

아주 강하고 멋진 남성을 만난 기분이야. 말이 없고, 진중하고,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나를 잘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그런 남자를 말야.


백무동에서 한신계곡을 거쳐, 세석산장,,장터목,, 천왕봉,, 하동바위, 다시 백무동 코스였어.

한신계곡은 참 이쁘더라...

강하고, 넓으면서,, 이쁘더라.

진호 형 말대로 북한산 하고는 '와꾸'가 틀려.



장터목에서는 다행히 산장 안에 있는 식당에서 잠을 잘수 있었어.

삼겹살 냄새랑 김치 냄새가 나는 식당에서 잔다고 생각하니..

하지만,, 바람을 막을 수 있는 튼튼한 벽이 얼마나 고마운지..

정말,, 더 이상은 바라지도 않게되었어.

기분좋게 소주를 마셨어..

옷을 두껍게 여러벌 껴입고,, 바닥에는 돗자리 몇장을 깐거 뿐이었지만,

같이 소주한잔을 하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니까,,

그 어디보다 좋더라.

바로 그런 맛이 아니겠니...


새벽 3시쯤인가??

산장에 짐을 맡기고 천왕봉에 올랐어.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라는 그림을 아니??

그 그림속에서 나오는 별을 고흐가 왜 그렇게 그렸는지,,, 알겠더라.

별이 너무나 이뻐서,,,,,

.....................

말이 나오지 않는다.


바람이 불고, 하얀고사목은 외로운 유령처럼 서있어.

까만 밤위로,, 별들이 있어.

저 별들 중에는 이미 사라진 별들도 있을거야.

그들이 보낸 저 빛은 실은 몇 십만년 전일 수도 있지.

그리고,, 나는 지금 여기서 저 별들을 보는거야.

시간과 공간과,, 모든것을 가로지르는 경험을 갖는거야.

내가 별을 볼때마다 느끼는 황홀함이란 바로 이런것들에 기인하지 않을까.

별을 보는 그순간,, 나는 시간의 장대한 법칙을 고스란히 따르면서도,

인간사의 시간이란 것을 하잘 것 없는 것처럼 바로, 초월할 수 있는 거야.

내가 보는 저 별은 몇 십만년 전 것일 수도 있으니까 말야.


***


천왕봉 일출은...

그래.......

기다리고 기다리니까,,

빨간 금선이 찌익 하고 갈라지더라.

마치... 저 땅속에서 태양이 나올려고,,, 지퍼를 찌익하고 여는 것처럼.

그리고는 깍아놓은 엄지손톱같은 것이,,, 빨갛게 나오더라구.

지구가 완벽히 자전을 마치는 순간.

일출은,,, 지구가 돌고 있다는 완벽한 설명.

그리고,,, 그 지구위에 내가 살고 있다는 완벽한 증거.


***


하행길이 더 힘들었어.

특히 하동바위의 너덜길은 무릎이 아프더라.

당분간 계단 내리막길... 모 이런건 생각하고싶지도 않아.

지리산은 준 만큼 요구하는거야... 멋진 남자애가 싸구려로 놀지 않듯이 말야.


***




함께 지리산에 갔어.

그 사람들의 생의 한 순간을 나는 잡을 수 있었지.

나는 그들과 함께 한,, 나의 그 순간들을 잊지 않을거야.


우아하고 부드러워서, 타인을 잘 배려해주는 리샤언니.

여전히 말이 없지만, 조금 그 유모어를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은 준형오빠,

투덜대긴 하지만 귀엽고,, 알게 모르게 다른사람을 잘 배려해주는 진호 형.

이 사람에게는 따로 감사하고 싶을만큼,, 정말 잘 해주었던 진규 옵.


당신들과 함께 산행하게 되어서,, 영광이라고 생각해.

이렇게 멋진 경험을 당신들과 나눌수 있어서,,,, 정말 영광이야..

잊지 않을께.

함께 별을 보고, 일출을 보고, 땀흘리며 산에 올라가고,, 지쳐서 내려오고..

그 모든 것들을 당신들과 나누었음을,,

잊지 않을께.


***



내가 있는 이 곳엔 별이 보이지 않는다.

지리산에는 별빛이 빛나겠지.

그 별들이 거기 있다면,,, 나는 여기서도 별을 바라볼 수가 있다.

나는 그것들이 거기 있다는 걸 아니까.



완벽한 지리산 산행이었어.

넌 감동이었다니까.. 헤헤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