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산부터 광교산까지의 종주를 위해 오늘은 역으로 광교산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11월 17일(수요일). 모든 준비를 마치고 간단한 아침 식사후, 9시 10분에 집을 나선다. 사당역 4번 출구로 나오니 10시 15분. 4번 출구 바로 앞에 수원 영통행 직행 좌석버스 정류장이 있고 사람들이 줄을 서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줄을 서자 마자 7000번 좌석버스가 도착한다. 10시 18분 경에 출발한 버스는 정확히 30분 후인 10시 48분에 경기대학교 후문 앞에 도착한다. 경기대 후문에서 교내로 들어가서 오르막길을 올라 10분 만에 정문으로 나온다.

 경기대 정문 우측을 끼고 산행객들이 올라가고 있어서 그 쪽의 들머리로 오르니 이 곳의 명소인 광교저수지와 반딧불이 화장실은 좌측의 나무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나무계단을 내려가서 수원의 청정지역으로서 반딧불이가 살고 있는 지역이라고 하여 반딧불이 화장실이라고 이름을 붙인 화장실에서 일단 볼 일을 보고 차도를 건너 광교저수지를 카메라에 담는다. 그리고 스틱을 펴 짚고 반딧불이 화장실 우측의 들머리인 나무계단을 오르니 벌써 11시 28분이다.

 등로는 경기대 교정을 우측에 끼고 진행된다. 평일인 데도 산행객들이 꽤 많다. 12시 경에 예닐곱 개의 나무벤취가 있는 곳에서 점심 대신 준비해 온 떡과 음료수를 먹는다. 청계산을 간 11월 12일에 비해 바람도 불지 않고 오히려 훨씬 더 따뜻하다. 귀가 후에 TV의 9시 뉴스를 보니 평년에 비해 섭씨 10도가 더 높은 기온이었다고 한다.

 형제봉을 향해 걷다 보니 백년수약수터까지 268 미터라는 이정목이 보인다. 날씨가 더운 탓에 마침 수통의 물도 절반 이상 마셔서 12시 38분에 백년수약수터로 가는 좌측의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체력단련장을 지나 약수터에 도착해서 물맛을 보니 괜챦다. 수통에 물을 가득 담고 다시 이정목이 있는 곳으로 돌아오니 12시 55분. 17분이 경과했다. 갈 길이 머니 시간의 흐름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대 정문 우측의 광교산 들머리.

  


광교저수지.

  


반딧불이 화장실과 그 우측 계단의 광교산 들머리.


울창한 나무 사이의 등로.


백년수약수터.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니 드디어 굵은 밧줄 두 개가 설치된 형제봉이 나타난다. 정확히 말하면 광교산의 유이(唯二)한 암봉(岩峯)인 한 쌍의 형제봉 중에서 형봉에 해당하는 암봉이다. 밧줄 밑에서 일단 면장갑을 꺼내 손에 끼고 자켓을 벗어 배낭에 고정시킨 후에 밧줄을 잡고 암봉에 오른다. 밧줄이 너무 굵어서 손아귀에 힘을 주어 잡기에는 불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암봉에 올라 바위 위에 걸터 앉으니 자신이 올라온 능선의 봉우리들이 눈 앞에 다가온다. 그리고 저 멀리 오늘 가야 할 백운산 부근의 철탑들이 보인다. 형봉에 왔으니 아우봉에도 가지 않을 수 없다. 진행로가 아닌 곳에 외따로 서 있는 암봉이지만 가 보고 싶어서 약간 거치른 암릉길을 올라서 아우봉에 닿으니 정상의 돌탑이 인상적이다. 아우봉에 들른 관계로 16분을 더 소비한다. 다시 형봉으로 가서 가파른 나무계단을 내려가서 양지재에 도착한다. 


형제봉 - 형봉.


형제봉(형봉)의 너무 굵은 밧줄.


형제봉 - 아우봉.


형제봉(아우봉)에서 바라본 비로봉(좌측)과 시루봉(우측).


형제봉(아우봉) 위의 돌탑.


양지재.


내리막의 솔밭길.


 다시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다 보니 이름도 생소한 김 준용 장군 전승비 표지판이 나온다. 이왕 온 김에 가 보자고 생각하고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병자호란 때에 광교산에서 청 태종의 사위이자 장수인 양 고리 등의 목을 베고 대승을 거둔 장군의 전승비가 막다른 곳의 큰 바위에 새겨져 있다. 내려온 길로 되올라가 잠시 진행하니 비로봉과 토끼재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토끼재로 바로 가는 길은 비로봉을 우회하는 길로 추정되어 삼분 만에 팔각정이 있는 비로봉에 오르니 아까 내려온 형제봉이 시원하게 바라보인다. 비로봉에서 내리막길을 내려서니 토끼재에 도착하고 토끼재에서 지릉길을 거쳐서 20분 만에 광교산의 정상인 해발 582 미터의 시루봉에 닿는다.


충양공 김 준용 장군의 전승지 기념비.


비로봉의 팔각정.


비로봉에서 바라본 형제봉.


토끼재.


 14시 54분에 시루봉에 도착하니 높이 솟은 철탑 뒤로 백운산이 바라보인다. 그리고 백운산의 우측에 바라산이 솟아 있다. 광교산은 원래 광악산이라고 불리우던 것을, 서기 928년 왕 건이 후백제의 견훤을 친히 정벌하고 광악산에서 광채가 하늘로 솟아 오르는 것을 보고 부처의 가르침을 주는 산이라고 하여 산 이름을 광교산(光敎山)이라고 고쳤다고 한다. 시루봉에서 십분 쯤 머무르다가 백운산을 향해 발길을 재촉한다. 노루목 대피소에 닿고 나서 2분 후에 노루목에 닿는다.


시루봉에서 바라본 백운산.


시루봉에서 바라본 바라산.


광교산 정상인 시루봉 - 해발 582 미터.


노루목 대피소.


노루목.


 노루목에서 아늑한 분위기의 지릉길을 지나서 두 개의 큰 철탑을 지나 13분 만에 억새밭에 닿는다. 한 구석에 쌓아 놓은 돌탑이 인상적이다. 다시 6분 만에 큰 바위 밑에 여기가 통신대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는 곳에 닿는다. 그리고 5분을 더 걸으니 좌측의 지지대고개와 우측의 백운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가 나온다. 백운산 쪽으로 향하니 부대의 철조망을 좌측으로 끼고 비좁은 등로를 지나게 돼 있다. 그 길을 지나서 다시 오르니 해발 567 미터의 백운산 정상표시석이 나를 반긴다. 백운산의 이정목에는 고분재까지 1710 미터, 바라산까지 2400 미터라고 표기돼 있다.


노루목에서 억새밭으로 가는 지릉길.


억새밭.


통신대.


지지대고개와 백운산으로 갈라지는 삼거리.


철조망을 낀 비좁은 등로.


백운산 - 해발 567 미터.


백운산의 이정목.


 백운산에서 낙엽이 깔린 지릉길을 15분 정도 걸으니 헬리포트가 나타난다.헬리포트에서 다시 지릉길을 지나니 낙엽을 청소한 흔적이 없는 등로가 전개되고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가니 26분 만에 고분재에 닿는다. 그런데 어느 산악회에서 사적으로 만든 방향표지판에만 이 곳이 고분재라고 표기돼 있다. 고분재는 백운호수까지 2270 미터라는 좌측의 하산로와 바라산까지 730 미터라는 직진로, 그리고 우측의 고기리로 갈라지는 사거리이다. 바라산으로 향한다.


헬리포트.


낙엽이 수북히 깔린 지릉길.


어느 산악회가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고분재의 방향표지판.


고분재의 이정목.


 고분재에서 삼십분 정도 오르니 바라산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나타난다. 소나무에 걸린 석양의 모습이 아름다워 카메라에 담고 내려다 보이는 백운호수의 정경도 카메라에 담는다. 솔잎이 두텁게 깔린 지릉길 옆의 소나무와 바위가 멋지다. 어느 산악회에서 설치한, 나뭇가지에 걸린 바라산 정상표지판에는 해발 428 미터라고 적혀 있다. 바라산에서 7분 정도 나아가니 이정목이 나타나는데 돌아가면 바라산이고 직진하면 고기리라는 표시 밖에 없다. 그런데 어느 산악회에서 나무 줄기에 붙여 놓은 고마운 표지판에는 좌측의 급격한 내리막길이 청계산으로 가는 길이라고 적혀 있고 리본도 그 길에 여러 개 보인다. 등산지도를 꺼내 보며 수분간 망설이다가 좌측의 급격한 내리막길로 내려선다. 원래의 산행계획은 하오고개의 지하로를 건너 인덕원 쪽에 있는 마을에서 버스를 타고 인덕원역으로 가는 것이었는데 이미 일몰시각이 가까워져서 바라산재에서 학의동으로 하산하기로 한다. 지금 시각이 17시 6분. 일몰시각까지 14분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나 대체로 일몰후 30분까지는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으니 조심스럽게 급경사를 내려간 후에 서둘러 하산하면 된다.


소나무에 걸린 석양.


백운호수.


솔잎이 두텁게 깔린 지릉길의 소나무와 바위.


바라산 정상 - 해발 428 미터.


바라산에서 바라산재로 가는, 좌측으로 꺾어지는 급격한 내리막길 입구.


 청계산과 바라산의, 하오고개에 가까워지는 길은 능선 종주자들 외에는 밟지 않는 곳이라서 그런지 사람의 발자취도 별로 보이지 않고 길도 험하고 이정목도 부실하게 설치돼 있다. 백운산에서 내려오는 가파른 내리막길보다 훨씬 더 가파른 내리막길을 조심스럽게 내려가서 가는 로프를 잡고 내려가니 백운호수까지 2000 미터라는 이정목이 나타난다. 바라산의 내리막길 초입부터 23분이 걸렸다. 그리고 현위치가 바라산재인데 발화산이라고 표기된, 수정이 필요한 방향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백운산 정상을 지나서 바라산재까지는 수정, 보완해야 할 이정목이 여러 개소가 있다. 바라산재에서 좌측으로 꺾어져 백운호수가 있는 학의동 쪽으로 향한다. 능선길을 벗어나서 닉엽이 두텁게 깔린 등로를 밟는다.


바라산재의 이정목.


수정이 필요한, 바라산재의 방향표지판.


누군가가 설치한 방향표지판.


바라산재로 내려서는, 너무 가는로프.


바라산재에서 백운호수와 학의동 쪽으로 가는 길로...


 낙엽이 두텁게 깔린 등로는 바닥에 돌들이 울퉁불퉁 튀어 나와 있어서 조심스럽게 디뎌야 한다. 오늘의 종주길 중에 처음으로 계류의 흐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좌측으로 계곡을 낀 계곡길의 등로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일몰시각이 지났지만 아직 후래쉬를 켜지 않아도 될 만큼 희미한 빛이 남아 있다. 이윽고 바라산재를 떠난지 17분 만에 바라산 날머리의 이정목에 닿는다. 비포장의 임도에는 이미 어둠이 짙게 깔려 있고 십여 마리는 돼 보이는 개들의 합창이 오늘의 탈 없는 산행을 환영이라도 하는 듯 나를 반긴다. 안도감을 느끼며 날머리에서 2분 정도 걷고 있는데 민가의 흰 로프를 친 곳에서 다 큰 진돗개 만한 크기의 흰둥이개가 짖으면서 물려고 다가온다. 줄에 묶여 있지 않은 개다. 놀라고 당황스러웠지만 소리를 지르고 스틱을 쳐 드니 돌아서는데 이번에는 역시 묶여 있지 않은 비슷한 덩치의 검둥이개가 물려고 다가와서 똑같은 방법으로 퇴치하고 걸음을 빨리 하여 그 곳을 벗어난다.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포장도로까지 걸어가니 18시가 넘는다. 근처의 음식점에 길을 물어서 십분 정도 더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서 삼거리가 있는 의일마을의 버스 정류장에 닿는다. 5분 정도 기다리니 마을버스가 도착해서 약 15분 후에 인덕원역에 닿는다. 역 부근의 음식점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귀가하니 20시 30분이 가까운 시각이다.


낙엽이 두텁게 깔린 계곡길의 등로.


바라산 날머리의 이정목.


날머리를 지난 임도의 정경.


오늘의 산행로.

  

  

 후기: 개주인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상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의왕시청 환경녹지과(031-345-2341)에 문의하니 인덕원파출소(031-423-0112)에 신고하라고 하여 인덕원파출소에 신고하니 일단 가서 경고조치하고(본인이 직접 파출소로 왔으면 개주인에게 범칙금 과태료 스티커를 발부하고 만일 물렸다면 개주인을 형사입건 조치한다고 함. 그러나 등산로나 탈출로로 이용이 빈번하고 인적도 없는 길목에 자신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개를 풀어 놓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반사회적인 위험한 행위가 스티커 한 장 발부로 끝난다는 것에는 의문이 듬.) 개를 묶어 놓게 하겠다는데 차후 이런 일이 재발생하는 경우에는 후답자분들께서는 조금 수고스러우시더라도 인덕원파출소나 과천경찰서(02-507-1101)에 엄중히 항의하시고 인터넷에도 올려서 올바르고 안전한 산행문화를 확립하는 데에 이바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