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멍의 본향  탐라 - 제주 한라를 찾아 -

 

어머님이 제주 고씨라 제주도는 내 본향의 그 절반을 차지하고
있어서 언제나 내 사고 저변, 그리움의 갈증을 안은 땅이었다.
머리 짧던 시절의 첫 만남이후, 그 그리움이 울삭은 시간을

훌쩍 넘은 두번째 만남,,,,

8시20분, 한라산 등산코스의 하나인 관음사 입구에 닿는다.
입구매표소에 가니 필요한 물건을 건너편에서 사고 올라가라고
하신다. 다시 도로를 건너 상점에서 정상주를 대신할 "보리수"와
계란 세알을 산다. 북한산과 같은 돈을 지불하고 크게 그려진
한라산 등산로를 본 후 신발끈을 다시 맨 후 홀로 오르는 한라산
등반을 시작한다.

잘 정리된 안내선을 따라 그 많은 이들이 다녔을 등산로에 들어서니
좌우로 내 키를 덮는 수목이 나를 반긴다. 관음사코스의 자랑이라는
계곡사이 사이를 곳곳 건너며 비록 물이 없어 말랐지만 여름날,
소나기에 물이 넘쳐 흘러 용현으로 빠졌을 그 기세를 떠 올린다.

9시 20분, “붕괴될 위험이 있어 들어가지 말라”는 푯말이 있는
탐라계곡대피소에 다다른다. 아직까지 인기척이 앞뒤로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 대피소를 한참 지나 오르니 수녀 두분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계신다. 가벼운 눈인사를 하고 계속 걷는다.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비가 조금씩 강해져 준비한 1회용 우의를
입고 개미릉을 오른다. 한참을 오르니 왕관릉이 보이는 언덕공사를 하는지
자재들이 널부려져 있고 눈안에 돌무더기 위로 새한마리가 들어온다.
지나쳐 오르니 삼각봉을 알리는 표지판이 있다. 웅장한 삼각봉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난다.

 

 



 

삼각봉을 오른편에 두고 마련된 아름다운 다리를 따라
왼편 눈 앞에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한라산 계곡의 또 다른 풍광을 즐긴다.
내리막길이 거의 끝나는 지점, 저앞에 용진각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가느다란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곳이 있다. 잠깐 발길을 돌려 작은
폭포수에 거의 비운 플라스틱 음료통을 들이댄다. 자연 그 자체의 물!

11시30분경, 임진각에 다다른다. 관리인이 있는 대피소인줄 알았는데
관리사무소인듯한 문은 굳게 닫혀 있다. 다만 등산객 두분만이 따스한
국물냄새를 풍기는 라면등을 먹고 있다. 우선, 우비를 내려놓고 돌침상(?)
에 걸쳐 앉는다. 가장 난코스라는 용진각에서 동릉을 가기 위해 영양보충,
제주에 사신다는 두분과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며 준비한 떡과 요쿠르트,
사과를 먹고 있자니 등산객들이 한명 두명 우의를 쓰고 대피소 앞으로
모여든다.

내려오는 등산객들과 인사를 나누며 동릉정상을 향해 걷는다. 기울기가
있어서인지 숨이 가파르지만 군데 군데 서서 주위를 조망할 수 있는
공터가 있어 감사하다. 고사목과 고채목을 양옆에 두고 천천히 걸으니
구상나무 사이로 폐타이어를 깐 길이 융단처럼 휘감아 깔려있다.
긴 융단의 끝에 다다르니 안개에 휩싸여 글자도 잘 보이지 않는 동릉정상
비가 서 있다. 세찬 바람이 온 몸을 할키고 백록은 그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다.
바람을 막을 곳을 찾아 바로 아래 보이는 관리사무소로 가니 관리인이 뜨건
국에 식사를 하고 있다. 넘 부러운 그 모습…12시 10분이었다.

콘테이너 반 크기의 사무소 옆, 평상 같은 곳에 잠시 바람을 피하며 한라정상을 느낀후

12시 20분 성판악휴게소라고 적인 방향 표지판을 따라 하산을 시작했다.


현무암이 여기 저기 징검다리처럼 놓여진 길을 따라 따라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하니

입산통제를 하시는 분이 “마지막 오르시는 분을 몇시쯤 보셨어여?”하고 묻는다.

시계를 보니 오후 1시,,, “ 20- 30여분 된 듯한데여” 대답을 하고 왼쪽에 난 길을 따라

 조금 안에 들어 가 자리잡은 진달래밭 대피소로 향한다.

일단은 젖은 우의를 벗어 넣고 돌침상으로 오르다 머리를 한번 부딪치고는 얼른 고개를 숙여

베낭을 벗어 놓는다.  다행이 매점이 있어 따스한 국물을 맛볼 수 있다.
육개장을 하나 사서 따스한 국물과 함께 계란, 떡등을 먹으며 지나온 길을

젖어버린 등산로 지도에서 천천히 살핀다.

오후 1시 40분, 진달래밭 대피소를 나와 동릉향하는 입구쪽을 흘낏 보니

“12시30분 이후 입산통제”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바리케이트와 함께…

안개비가 아닌 가는 빗줄기로 바뀌면서 내려가는 마음이 바뻐진다.

숲속을 5월의 지리산, 우중산행때처럼 유선형 물고기마냥 빠른 걸음으로 내려간다.
현무암 돌을 밟다가 어릴적, 교실복도에 놓인 마루가 세로가 아닌 가로로 된 돌위 마루길을

 바꿔 밟으며 1300M, 1100M 라고 적힌 고지를 일리는 표지석을 바라보며 주위의

수종이 바뀌는 풍경을 맘껏 즐긴다.

 

 

사라악약수터가 부끄럽듯 빗속에 나를 반겨준다. 걸려있는 손잡이가

긴 표주박을 들어 대나무통 사이로 흐르는 물을 담아 목을 추인다.
조금을 내려오니 다소 넓은 평지를 앞에 두고 화장실이 있는 곳이 나타난다.

사라악대피소인가, 대피할 곳이 안보인다. 화장실 밖에,,,

왼쪽 무릎이 한걸음마다 욱씬거려온다. 너무 급하게 내려 가는가보다…
군데 군데 서 있던 등산로 안내 표지판을 스치며 위치를 확인하고
내려 오자니 속밭을 지나 젖어있는 성판악휴게소가 눈에 들어온다.



2004년 10월 25일, 오후 3시 20분, 관음사에서 동릉, 성판악까지의 
첫 한라산 단독산행을 마쳤다. 빗줄기는 더 굵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