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기

(우리 부부 지리산 종주기+포터 1명) 
 

1.종주일정: 2004.10.30(土)~2004.10.31(日): 1박 2일

  1) 목포 → 백무동 (자가용)

  2) 백무동 → 성삼재 (택시)

  3) 종주코스 : 성삼재,노고단대피소(아침),임걸령,삼도봉,화개재,명선봉,연하천대피소(점심)

                형제봉,벽소령대피소,영신봉,세석(저녁, 1박)

                세석,촛대봉,연하봉,장터목대피소,제석봉,천왕봉(일출?),장터목대피소(아침)

                참샘,백무동

  4) 백무동 → 목포 (자가용) 
 

2.종주자 : 본인(40대 초반), 처(30대 중반), 처남(20대 후반) 이상 3명 
 

3.준비물

  1)본인 : 김치,창젖,고추,양파,된장,육포,자유시간3개,초콜렛1과1/2봉,사과3개,가스연료,

           휘발유통(작은 것),칼,압박붕대,무릎아대,발목아대,휴지,수저,젓가락,자바라물통,

           빈물병(小)2개,수건,등산모자,장갑,스틱1개,손전등,우의,고어텍스자켓,윈드자켓

           (겨울용)남여 각1벌,윈드자켓(여름요),등산복상하(여벌),양말(여벌),베낭커버,

           신발깔창,핸드폰,캠코더,신분증2개 이상 약 11kg 
 

  2)처 : 라면9개,김,등산복상하(여벌),양말(여벌),등산모자,스틱1개,윈드자켓(여름용),손전등

         장갑,수건,우의,신문,카메라,핸드폰,핸드폰밧데리2개,빈물병(小)2개 이상 약 3kg 
 

  3)처남 : 버너2개,바람막이,쌀,코펠,장조림2개,자유시간6개,육포,꽁치통조림,윈드자켓

           (겨울용),조끼,등산복상하(여벌),양말(여벌),장갑,등산모자,손전등,스틱,우의

           핸드폰,물병2개,김밥3줄,신분증 이상 약 11kg


 

4.경비 (자가용연료비, 부식류 시장값 제외)

  

  1)택시비 (백무동→성삼재): 35,000

  2)산장사용료: 7,000*3명= 21,000

  3)모포대여료: 1,000*3장*3명= 9,000

  4)단감 1봉지: 2,000    

  소 계 : 67,000 
 

5. 세 부 일 정   

  1)첫 째 날 (10.30 土)

    02:00 기상, 김밥3줄 구입

    02:30 목포 출발

    05:10 백무동 도착

    05:50 성삼재 도착(택시이용)

    05:50 성삼재 출발

    06:40 노고단대피소 도착 (아침)

    07:10 노고단대피소 출발

    08:00 임걸령 도착

    08:50 삼도봉 도착

    09:10 화개재 도착

    10:40 연하천대피소 도착 (점심)

    12:00 연하천대피소 출발

    13:40 벽소령 도착

    14:00 벽소령 출발

    16:40 세석대피소 도착 (저녁, 1박)

  첫 날 山行시간 : 10시간 50분 (휴식,식사 포함) 
 

  2)둘째 날 (10.31 日)

    02:30 기상 및 준비

    03:10 세석대피소 출발

    06:20 천왕봉 도착 (일출맞이)

    07:10 천왕봉 출발

    07:50 장터목대피소 도착 (아침)

    09:40 장터목 출발

    12:20 백무동 도착 (山行 끝)

  둘째 날 山行시간 : 9시간 10분 (휴식,식사 포함) 
 

  총 山行시간 : 20 시간 (휴식, 식사 포함) 
 

6. 종 주 기   

  ( 10월 29일 金 )

  작년에 시 산악회 준회원으로서 지리산 첫 종주(성삼재→천왕봉→중산리) 후 우리 가족     끼리 2박 3일 일정으로 꼭 한번 해 보아야겠구나 싶었지만, 워낙 시간을 맞추기가 힘들고

  대피소 예약도 어려워 우선 1박 2일로 나, 와이프, 처남(포터: 짐꾼) 이렇게 셋이서 종주

  하기로 함.

  지난 달 9월18일(土) 어렵게 대피소 예약하고 새벽에 차를 달려 백무동에 도착하였으나,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종주 초행자 2명의 장비와 검증안된 체력을 고려하여 노고단대피소

  에서 라면 끓여 빗속의 소주 1잔으로 아쉽게 포기한 기억 있음.

  해서 이번 만큼은 꼭 종주하리라고 다짐하고, 고어텍스자켓도 큰 맘 먹고 구입하여 장비

  점검 후 배낭을 미리 꾸림.

  사실 와이프는 설악산 대청봉, 월출산 종주 2회, 피아골 계곡산행, 반야봉 등정 등 산행을

  잘하는 편이고, 처남은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되었지만, 1박

  2일로 지리산 종주를 한다는 것이 (비록 성삼재 출발일지라도) 상당한 체력소모가 된다는

  것을 알기에 배낭 무게를 최소한으로 줄이다 보니, 집사람이 좋아하는 과일을 거의 못가    져감 (물론, 산행 후 그 한풀이를 하였음)

  아무튼 내일 새벽에 일어나야 하기에 2004 코리안시리즈 7차전 (무승부) 끝나자 마자

  취침( 백무동 택시 기사와 사전 예약 ) 
 

  ( 10월 30일 土 )

  02:00 기상하여 발목아대와 무릎아대를 장착 (며칠전 헬스클럽에서 하체운동을 무리하게

  하다 오른 쪽 허벅지 근육 부상 당함)하였으나, 오른 쪽 허벅지 상태가 너무 안 좋음.

  (아... 오늘 산행 걱정되는구나)

  곤히 자고 있는 집사람을 깨우니 꼭두새벽이라 비몽사몽, 거실에서 자고있는 처남을 깨우    고 배낭 챙기고 식탁위의 단감 먹고 남은 것과 포도를 별도로 챙기어 24시 김밥집에 들    러 3줄 사고 백무동으로 출발(02:30)

  05:00 백무동 매표소 도착(거의 총알택시 수준). 천왕봉으로 출발하는 산행객들 제법 많    이 보임.

  백무동 택시 기사님 약속한 주차장에 먼저 도착해 있었음 (렉스톤 택시라 !!!!)

  기사님 왈 “오늘 새벽 산행객들은 벌써 올라 갔어요. 조금 늦으셨네요. 어디서 1박 하십

  니까?“ 세석이라고 하자 성삼재에서 12~13시간 정도 걸린다며 빠듯하겠다고 함. 잠깐

  조는 사이 어느 새 성삼재 도착(05:50) . 진짜로 산행객이 우리 뿐이었음. 택시에서 내려

  배낭을 메고 산행시작. ‘그런데 왜 이리 밝지?’ 하는 순간 와이프 탄성 “와, 보름달이네!”

  계산해 보니 보름에서 2일정도 된 것 같음. 어쨌건 노고단대피소까지 달빛을 벗삼아

  산책하듯 올라옴 (처남은 새벽 데이트를 방해 안하려는 듯 저만치 앞서감)

  06:40 노고단대피소 도착

  역시 예상대로 취사장이 엄청 붐비는 구나. 간신히 먼저 식사한 팀이 있어 자리잡고

  아침 준비. 남녀가 섞인 단체1팀 너무 시끄러워 슬쩍 보니, 도대체 공통점이라고는 없는

  묘한 단체 (20대~50대 초반까지의 각종 남녀 섞여 있음)

  지난 달 왔을 때는 빗속에 아쉬움만 가지고 하산했지만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 내일

  일출까지 기대해 봄 직하다. (다만, 일행의 상태에 따라 내일 새벽 기상시간을 정하여야

  될 것으로 생각. 만약 오늘 산행 후 부상자 또는 상태가 좋지 않으면 백무동으로 바로

  하산도 고려 중: 물론 혼자 고민)

  두 사람은 내가 이런저런 고민 하던지 말던지 라면에 먹는 김밥과 가져온 포도가 너무

  맛있다며 산행에 들뜬 표정.

  자, 이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해 볼까? ( 노고단대피소 07:10 출발 )

  날씨 쾌청, 뱃속 든든, 일행 상태 양호, 다만 내 오른쪽 허벅지만 약간의 부담.

  평탄한 길에서 속도를 내야 세석까지 해지기 전에 도착한다는 내 말에 처남이 선두에서

  계속 앞선 등산객들을 추월하기 시작. 더불어 나와 와이프도 덩달아 파이팅!!!

  08:00 임걸령 도착, 역시 맛있는 물. 수통에 각자 물 채우고 삼도봉을 향해 출발!

  (반야봉은 시간상 무리이다 싶어 포기). 08:50 삼도봉 도착 (당초, 09:30 도착예정이었으    나 40분 단축. 좋고 !!!)

  여기서부터는 와이프도 초행길. 사진1컷,가져온 캠코더로 주변 촬영. 사방에 펼쳐진 지리    의 장쾌한 능선들. ( 처남 구름과자 먹고 있음 )

  자, 또 가보자. 이 정도 속도라면 17:30~18:00면  세석에 도착 무난할 듯함.

  09:09 화개재로 내려섬. 언제가 지리산 사이트에서 이 계단들을 세어 본 사람들이 있던데

  무던히도 긴 계단들이었음. 작년 종주때 여기서 점심 먹던 생각이 잠깐 남.(그때, 친구

  민수가 내 점심까지 짊어 지느라고 고생했었지)

  토끼봉 가는 길에 학교 정주사가 내일 회의 연락 다 되었다는 전화 옴 (우선 안심, 하마    터면 이 회의 때문에 산행을 취소할 뻔 했었음 )

  물 많고 분위기 좋은 (화장실만 빼고) 연하천대피소 도착 (10:40)

  개인적으로 지리산대피소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다. 가장 지리산 다운 것도 같고...

  시간이 많이 단축되어 내친 김에 벽소령까지 가서 점심을 먹을까 생각했지만, ‘무리는

  금물, 계획대로 하자.’ 마침 식사 끝내는 자리를 잽싼 처남이 선점 (오늘 산행에서 산행

  초보인 처남의 임무 150% 수행 중: 짐꾼+자리잡기)

  오곡밥을 지어보니 콩과 잡곡들이 잘 안익음 (다음부터는 쌀만 가져와야지)

  그래도 역시 꿀맛같은 점심. 산아래에서야 김치,장조림,라면이 뭐 대수롭겠냐지만 여기

  서는 진수성찬! 연하천의 시원한 물줄기를 맞고있는 캔맥주가 유혹했지만 팀장이 자칫

  컨디션 조절에 실패하면 안되기에 세석대피소에의 한잔을 기약하며 참기로 함. 식후

  디저트로 항상 과일을 찾는 우아한 우리 각시를 위해 가져온 사과 3개 중 드디어 1개를

  점심 후식으로 처리. 맛이야 일러 무엇하리 기가 막히지요.

  갑작스런 산장지기의 흥분한 목소리 “ 아저씨, 뭐 하시는 거예요? 그 물 그대로 아랫동네    식수예요.”  잠깐 보니 잘 모르고 한 것 같은데, 어떤 젊은 남자 분이 치약 듬뿍 묻혀

  양치질 중. (알았다면 숨어서라도 했을 건데,콘도처럼 산장 바로 앞에서 양치질하다 망신)    그런데 그 젊은 분도 한술 더 뜬다. 대답 왈  “잘 몰랐습니다. 먹어 버리면 괜챦죠?”

  산장지기 어이가 없어 “예 예 ...   그건 상관없습니다.”  (한참 웃음)

  여기 산장은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라서 상품들을 지게로 옮긴단다. 상품값에 운반비가

  포함된 것은 당연한 이치.  왠만하면 참았다가 벽소령가서 화장실 이용하라고 했는데

  와이프가 급한 지 화장실 문을 열어 보고는 결국은 포기. 그래도 막상 출발전에는 기어이

  처리.(엄청 급했나 보다) 이레저레 너무 많이 지체한 것 같아 장비 챙김. 한참 전부터

  발목이 아파 등산화를 풀어보니 발목아대가 너무 꽉 죄어 오히려 역효과. 무릎아대까지

  한꺼번에 풀어 배낭에 넣으니 훨씬 발목이 가뿐하고 컨디션이 좋음.

  (염려했던 두 사람은 거뜬한 데, 팀장이 걱정되는구나.) 12:00 연하천대피소 출발

  12:40 봉우리 한곳에 올랐는데 이름을 모른단다. 13:40에 벽소령 도착. 체력 좋은 처남은

  벌써 한참 전에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었음 (아마도 구름과자 먹을려는 심사도 있는 듯)

  와이프는 힘이 들어 하면서도 지리의 품이 생각보다 너무 좋다며 감탄사 연발. 그림같은

  벽소령대피소의 모습에 스위스 별장같다고 아우성.(스위스 가보지 않음) 물 한모금, 사과

  1쪽, 쵸콜렛 1개씩 먹고 다시 출발 (14:00)

  작년 종주때는 여기 벽소령에서 1박 했었는데, 우리는 오늘 세석까지 가야 한다. (애고     힘들어) 그런데 작년에 여기서 잘 때는 식수 있는 곳까지 그리 멀지 않았던 것 같은        데,       700m 아래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100m를 누군가 장난으로    700m라고   고쳐 놓은 것이란다. 산에서 물은 생명수나 다름없을 건데 하지 않아도 될     장난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오늘 산행에서 가장 힘이 들 것으로 생각한 구간이 벽소령에서 세석까지일 것으로 예상했

  었는데, 역시나 힘도 들고 생전 아프지 않던 발바닥이 따끔거리고,오른 쪽 허벅지는 계속

  압박이 오고 상당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다행히 와이프는 비싼 신발깔창을 깔아 주어    서 인지 괜찮다고 했다. 다만 무릎이 좀 아파온다고 해서 ‘아프지 않는 게 이상한 거야’

  라고 하면서 내일이면 좋아질 것이라고 위로 (사실 내일이면 더 힘들텐데, 내일 천왕봉

  일출 시도가 무리가 아닐까 생각함) 선비샘에서 수통의 물 교체하고 선비샘 전설을

  집사람에게 얘기해 줌 (다 아는 얘기일텐데 항상 내 얘기를 잘 들어 주는 와이프가 너무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함) 처남은 이미 한참 앞서가서 보이지도 않음. 애라 촬영이나 하고

  사진이나 찍자. 14:35 봉우리(?) 하나에 올라 사진 찍고 주변 촬영하면서 지리 능선을

  돌아 보니 멀리 노고단부터 여기까지 .... “ 와, 많이 왔네 ” (내 인생도 이처럼 이미 많이

  와 버린 게 아닐까?) 여기까지 잘 따라 온 와이프가 대견스럽고 새삼 놀랐다. 와이프 왈

  “나처럼 건강한 부인 만난 걸 행운으로 알아야 해” 나역시 적극 동감한다고 맞장구.

  15:30 또 한봉우리 겨우겨우 올라옴. 무슨 봉우린지 반대편 쪽에서 올라오는 등산객에게

  물어보니 잘 모른단다. 세석대피소 가는 마지막 계단 코스는 상당한 인내력을 필요로 함.    중간에 벤취가 있어 쉬어 가는 데, 젊은 총각 혼자 쉬고 있다가 지친 목소리로 묻는다.     “세석 아직 멀었어요?”  ‘거의 다 왔다’고 하자 이내 출발. 그러나 얼마 못가 또 쉬고 있    길레 보아하니 면바지에 면티셔츠에 준비가 거의 없이 온 초보인 듯. ( 아무래도 그렇지

  동네 야산도 아니고 저런 차림으로 여기까지 온 것만도 대단하다). 영신봉을 거처 드디어

  세석대피소에 도착(16:40).사실 작년 종주때는 이 코스를 야간에 왔기 때문에 얼떨결에     한 듯함. 또한 오늘 산행은 저번 보다 3시간이나 길기도 해서인지 유난히 힘들었음.

  이미 16:00경 도착했다며 여유있게 자리까지 잡아 놓고 있는 처남이 반기며 손짓. 그래..

  반갑다. (대단한 젊음. 산행 초보가 벽소령에서 세석까지 2시간에)

  오늘 지리산 오신 분들 전부 세석산장에 모인 듯, 엄청 사람이 많았다. 예약확인 후 꼭두

  새벽에 예약한 뿌듯함을 스스로 느끼면서 식수장으로 물 받으러 처남과 내려감.

  해가 지기 시작하여 제법 추위가 느껴져 가져온 자켓을 와이프에게 주고 나는 고어텍스

  자켓 시범착복. 다시 한번 장비의 우수성을 온몸으로 실감 ( 따뜻 따뜻... )

  휘발유와 가스버너 2개 동원하여 오곡밥 짓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꽁치통조림을 까서

  김치, 양파, 고추와 함께 넣고 지글지글... 가져온 소주 1잔씩 따라 지리산 종주 첫날을

  자축!!!  꽁치찌게가 끓으면서 나오는 모락모락 김과 세석산장 해질녘의 한기, 그리고

  깊은 가을 지리산의 정취,, 사랑스런 마나님...“ 건배..쨍..”  이 맛에 오는 걸까?

  100번을 와도 알 수 있을지???

  마음씨 고운 우리 각시 옆자리에 동석한 서울 아주머님들에게 꽁치찌게, 젓갈, 오곡밥을

  나누어 주니 감개무량한 표정, 한 아주머니 “역시 이웃을 잘 만나야 돼!” 아마 여자들

  뿐이라서 음식을 인스탄트 외에는 못 가져 온 듯함. 아쉽지만 내일 산행을 위해 조금

  일찍 식탁을 정리한 후, 내일 아침 밥 코펠에 따로 담아 준비하고 침상 배정받고, 모포

  3장씩 빌려 각자 잠자리로 이동..집사람은 2층, 처남과 나는 나란히 1층.

  현재 상태로 보아 나만 괜찮으면 내일 새벽 산행은 큰 무리가 없을 듯함.

  주위도 시끄럽고... 코고는 소리, 2층올라가는 소리...애민한 처남은 잠이 들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도 피곤한지 곧 잠이 든 눈치. ‘그래 피곤할 것이다. 푹 자라’  2층 와이프 침    상 확인하고 소등 전까지 신문 좀 보다가 다리를 쭉 펴고 누우니 전신으로 밀려드는 기분    좋은 노곤함... 내일 천왕봉 일출을 꿈꾸며.....


 

  ( 10월 31일 日 )

  02:30에 핸드폰 알람을 맞추어 놓았는데 처남이 02:10에 일어나 나를 깨운다. 아마도 잠    을 설쳤나 보다. 화장실을 가려고 밖에 나오니 달빛이 너무 좋다. 이 정도면 일출을 볼     수 있을까? ‘꼭 보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시도해 보는 것만이라도 훌륭한 것 아니겠어?’     라고 자족해 본다. 와이프 깨우러 가기 전에 아직도 따끔거리는 발바닥에 1회용 밴드2~3

  개씩 붙이고 양말을 1겹 더 신으니 훨씬 낫다. ( 팀장 체면이 말이 아니군... )

  어쨌건 조심조심 여자들 숙소로 가서 2층 끝에 자고 있는 와이프 깨움. 어제 저녁에 이미

  오늘 일출보러 간다고 얘기했는지 옆 아주머님이 ‘일출 꼭 보세요’ 한다. 산에 오면 잠깐

  있어도 친구가 되나 보다.

  03:10 세석대피소 출발. 손전등이 필요없을 정도로 달빛이 너무 좋다. ( 지금도 와이프는

  그때 그 달빛속 산행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 촛대봉에 오르니 먼저 출발하신 분들       3~4명 휴식 중. 다행이다.  동행이 있어서.... 내심 야간 산행 걱정했었는데... 처남에게     너무 앞서 가지 말라고 했다. 일찍 천왕봉 가봐야 추위에 떨 일밖에 없다고 하면서. 일출

  시각이 06:50경이니 대강 맞추어 가자고 했다.  쉬엄쉬엄 손전등 비추어 가면서 장터목

  산장에 도착. 잠깐 쉬면서 커피 한잔.  후....김이 모락모락, 이게 바로 모닝커피!

  오늘 일출 보러 가는 사람들이 제법 많다. 이미 출발하는 사람도 있고. 자, 우리도 가보자

  천왕봉을 향해.... 제석봉과 통천문을 지나고,, 오를수록 사람들이 더 많다. 06:20 천왕봉

  도착. 와..... 사람들이 너무 많다. 일단 자리부터 잡고 초콜렛 1개씩 먹으면서 일출을

  기다린다. 바람이 많이는 불지 않아 다행이지만, 그래도 구름은 약간 있어보인다. 과연

  일출을 허락할지.... ? ‘다음에는 커피를 끓여 보온병에 담아 와야지’ 생각해 본다.

  집사람의 모습도 제법 숙연해 보인다(사진 1컷). 처남은 반드시 일출을 볼 것이라고 호들    갑. 그러나... 아직은 덕을 더 쌓아야 한다고....아쉽게도 해가 살짝 붉게 물들인가 싶더니

  이내 구름속에 숨기를 몇차레... 결국은 아쉬움속에 사진 몇컷 찍고, 캠코더에 지리능선을

  담고 난 후 하산 (07:10). 내려 오면서 아까는 보지 못한 벌목꾼들에 의해 폐허가 된 고    사목들을 보면서 권력에 끼어사는 기생충같은 인간들이 지금도 많이 있다는 씁쓸한 생각    을 해 보면서 한마디 했다가 와이프가 ‘아침부터 남 욕하는 말을 하느냐’ 며 핀잔. 딴은

  그 말이 맞네, 내 자신부터도 반성할 점이 많을 건데....  장터목대피소 도착(07:50)하여

  모처럼 여유있게 아침식사(가져온 부식 모조리 뱃속으로 청소). 사진도 몇컷찍고, 촬영도

  하면서 하산길 준비. 제법 쉰 것같아 시계를 보니 어느새 09:40 오늘 학교 회의시간을

  감안하면 출발시간이 좀 늦은 듯하여 서둘러 내려 옴. 승용차가 백무동에 있어서 선택의

  여지없이 하동바위 백무동코스로 내려옴 (한신지계곡이 개방이 되었으면 하는 인간의

  부질없는 욕심을 가져 봄). 내려오는 길에 만난 한 무리의 군 부대원들. 완전군장에,통신

  장비에, 군복에, 땀을 비오듯이 흘리면서 올라간다. 어디까지 가느냐는 질문에 “천왕봉이    오” 하는 대답소리가 어쩐지 측은하게 들린다. 마지막 사과를 먹고있던 와이프가 불쌍하    다고 사과를 감추면서(군인들에게 미안하다고: 착한 아내) 가지고 있는 초콜렛과 커피를

  제공하니 상당히 고마워한다.

  통일이 되어 의무병제도가 없어질 날이 올수 있을지....  하동바위 하산길, 과연 지루하구    나 볼 것도 없고, 결국 어제 무리한 와이프, 절뚝절뚝 다리 절기 시작. 내 스틱 1개 마저

  주고, 배낭은 포터(처남)가 메고, 애고애고....갈 길은 먼데....

  그래도 내려가면서 보는 늦은 단풍에 감탄이 절로, 사진도 몇장 찍어 본다.

  참샘에서 목을 축이니 힘이 또 난다. 자, 또 가 보자.  끝이 없이 계속되던 돌길도 어느새

  끝나고 드디어 백무동지구에 도착 (12:20)

  카메라 필름은 이미 떨어져 캠코더에 서로 얼굴을 대고 “아자 아자...” 서로 격려 해본다.

  대단한 내 각시, 그리고 거의 첫 산행을 지리산 종주로 맛을 본 강인한 처남, 앤드 그 두    사람을 데리고 무사히 종주를 마친 팀장, 나...  이렇게 우리의 종주는 끝을 맺음.

  ( 어쩌면 이제 시작일지도 모르지만.... )

  내려오다가 집사람은 가게에서 파는 단감 1봉지를 기어이 사겠다고 함. 내가 집에 1박스    채 있는 단감을 생각하며 만류했지만 어찌 吳氏 집안 고집을 이기리...

  다음에는 무겁더라도 꼭 과일을 더 챙겨오마고 약속함. 
 

7. 後 記   

  거의 1년간 준비했고, 몇 번의 취소와, 또한 우천으로 인한 포기 등 긴 기다림 끝에 마친

  아내와의 지리산 종주.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으로 생각하며, 곹 우리 애들하고도

  꼭 한번 오리라 다짐해 본다. 
 

  아울러 좋은 날씨를 주시고 종주를 허락하여 주신 지리 신령님들께 감사 드리고, 이렇게

  좋은산을 건강하게 다닐 수 있도록 태어나게 해 주신 부모님과 장인,장모께 새삼 감사

  드립니다. 
 

2004.  11.  17  늘 지리산을 꿈꾸는 어린 백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