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0월30일~11월1일. 토~월요일.

세 번 째 종주!

 

10월 31일, 일요일 맑음.

02:55 성삼재 출발 - 03:30 노고단 대피소, 휴식 후 03:45 출발 - 03:55 노고단 입구 - 04:49 임걸령, 휴식 후 05:00 출발 - 05:40 삼도봉, 휴식 후 05:50 출발 - 06:35 토끼봉, 휴식 후 06:48 출발 - 07:23 연하천 1km 지점, 휴식 후 07:29 출발 - 07:50 연하천 대피소, 식사 후 09:27 출발 - 10:06 형제봉 - 10:38 벽소령 대피소, 휴식 후 10:55 출발, 선비샘에서 물 마시고 11:25경 잠깐 쉬고 - 11:58 세석 3.2km지점, 휴식 후 12:03 출발 - 12:15 사진 찍고 12:35 출발 - 13:20 세석 대피소, 점심 식사 후 14:50 출발 - 16:15 장터목 대피소, 일박.

 

11월 1일, 월요일 맑음.

04:30 기상, 아침 (라면)식사 후 05:53 출발 - 06:08 천왕봉 0.7km지점 - 06:18 천왕봉 0.5km지점 - 06:30 천왕봉, 일출(06:55 경) 감상과 사진 찍고 07:11 하산 시작 - 08:00 로터리 대피소, 물 마시고 잠깐 휴식 후 08:03 출발 (하산 도중 망바위 지나 맛있는 머리고기 얻어 먹고) - 09:21 중산리 매표소 - 09:41 중산리 버스 종점.

 

첫 째 날

총 산행 시간 : 13시간 20분.

식사 시간 제외한 산행시간 : 10시간 07분.

 

둘 째 날

총 산행 시간 : 3시간 48분.

정상 휴식 시간 제외한 산행 시간 : 3시간 07분.

 

종주 총 산행 시간 : 17시간 08분.

종주 실제 산행 시간 : 13시간 14분.

 

 

30일 밤 9시50분 열차에 몸을 싣고 한숨 자고 나니 언제나 그랬듯이 구례구역이다.   02:20.

바로 짐을 챙겨 혼자 오신 분과 30,000원으로 오른 택시를 타고 성삼재에 몸을 내리니 생각보다 날이 차질 않다.   02:52

성삼재에는 이미 우리보다 일찍 도착해 산행을 시작한 분들이 상당하고, 바로 뒤에도 버스가 도착한다.

바로 베낭을 짊어지고 노고단을 향하는데, 보름이 지난 지 얼마되지 않아 환한 달빛을 받으며 너른 길을 느긋하게 오르다 앞서 오르는 팀의 뒤를 따라 샛길로 들어섰다가 다시 산길로 조금을 치고 오르니 바로 노고단 대피소다.   03:30.

취사장 입구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어떻게 할까 망설이는데 많은 사람들이 바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하고, 중성과 나도 아침을 해 먹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조금 늦더라도 연하천에서 아침을 먹기로 하고 발을 옮긴다.   03:45.

 

약간을 치고 올라 노고단 입구를 지나치고 완만한 산길을 환한 달빛을 받으며 느긋하게, 하지만 늦지않은 속도로 걸으니 어느 새, 임걸령.    04:49.

잠깐 목을 축이고 쉬고 있으려니 어르신 한 분께서 하시는 말씀이, 새벽 01시부터 야간 산행이 시작되었다고 하신다. 어르신께서는 노고단을 향해 가시고 우리도 몸을 들어 장터목을 향해서.....

야간 산행이라 구경 할 것이라곤 하늘에서 우리를 환하게 밝혀주는 달과 반짝이는 무수한 별들 뿐이라서 우리의 걷는 속도가 빠른 것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옆을 바람처럼 스치고 지나는 이들이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지나는 이야기를 들으니 오늘 바로 천왕봉을 지나 중산리로 하산 할 계획이라니, 그들의 강인한 체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반야봉으로 오르는 갈림길인 노루목을 지나 삼도봉 가까이에 가니 새벽 바람이 차지는 않지만 조금씩 불어오니 몸이 긴장이 되는 듯 하다.

삼도봉에서 바로 앞에 웅장하게 솟아있는 반야봉을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처음으로 다가서는 급경사의 힘든 코스인 토끼봉을 향해 발을 옮겨 옛날 물물교환이 이루어 졌었다는 화개재를 지나 토끼봉으로 발을 드니, 지난 2002년에 올랐을 때는 경사가 상당했던 것 같은데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가파르지 않다.

중성이 하는 말,

"아니, 별로 가파르지도 않구만 가파르다고 그래요?"

"어~~! 이상하네?? 상당히 고바위 였는데.....?"

할 말이 없어지지만 나쁘지는 않은 것이 경사가 완만할수록 우리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울테니.......

그렇게 토끼봉을 오르니 저 멀리 일출이 시작되려 지평선 위로 낮게 드리워진 구름 위로 발간 노을이 물들기 시작하고 별로 좋지는 않을 듯 싶지만 그래도 그를 보려 우리의 발걸음은 더욱 속도를 내어 토끼봉을 살짝 넘어 베낭을 내려 놓고 태양이 떠 오르기를 기다린다.

역시!

오늘의 일출은 별로다.

바로 몸을 들어 우리의 1차 목적지인 연하천을 향해서.......

2001년에 처음으로 종주를 할 때의 이야기를 중성에게 들려주면서 발을 옮기니 전혀 힘든 줄을 모르고, 어느 새 연하천 1km지점의 계단이 시작되는 부분이다.

처음 종주를 할 때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어떤 분이 지나며 '이 계단이 끝나는 곳이 연하천'이라 해서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나는 곳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발길을 재촉하여 계단을 오르고 산길을 걷다가 다시 내리막의 (이곳부터가 진짜 계단의 끝이 연하천) 계단을 내려서면서 2002년에 첫 눈 왔을 때의 기억을 중성에게 자랑이라도 하듯이 이야기 하면서 내려서니 연하천이 금방이다.   07:50.

 

이미 이곳에는 우리를 앞질러 갔던 많은 사람들이 아침을 들고 있고, 우리가 도착한 지 얼마되지 않아 그들은 다시 길을 재촉하고, 뒤이어 토끼봉에서 만났던 분들이 도착하고 그렇게 산사람들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아침을 느긋하게 그리고 맛있게 먹고나니, 하늘은 구름 한 점없이 맑고  햇볕은 따사로우니 졸음이 살금살금 우리에게로 다가온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러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약간은 내려가는 듯한 길을 따라 가볍게 몸을 움직여 형제봉 바로 전에서 잠깐 쉰 후 형제봉을 가볍게 넘고 저 앞에 보이는 벽소령을 향해서......

하늘은 맑지만 옅게 드리운 안개와 햇볕을 정면으로 받고 가다보니 산 능선의 경치가 그늘이 져 보이질 않으니 아쉽기만 하다. 아마도 12시가 넘어야 능선의 경치를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벽소령에 도착하니 역시 생각했던 것처럼 안테나가 세워져있어 휴대폰이 잘 터진다.

볼일도 보고 전화도 걸고 짧지만 편안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몸을 일으킨다.

 

이제 남은 것은 종주 코스 중 가장 힘든 코스!

화엄사 혹은 성삼재에서부터 계속된 산행으로 지쳐있는 몸으로 세석까지의 6.3km 코스는 장난이 아니고, 또한 칠선봉을 지나 영신봉으로 오르는 마지막의 급경사 계단은 종주자들의 진을 빼 놓기엔 아주 좋은 구간이다.

벽소령을 지나 1km까지는 느긋하고 편안하게 걸으며 저 멀리 보이는 계곡의 아름다운 색을 감상한다.

완만한 덕평봉을 지나 선비샘에서 목을 축이고 지도에도 나와있지않은 봉우리에 올라 청학동으로 이어지는 멋지게 펼쳐진 영신봉 능선을 감상하고 기까와진 천왕봉을 배경으로 추억을 담아본다.

우리보다 먼저 와서 휴식을 취하던 아저씨들이 하시는 말이 화엄사에서 올라와 당일로 종주를 한다는 것 같은데 이분들은 후미에 처져서 세석에서 거림으로 바로 하산 하신단다.

성삼재에서 중산리로 가는 종주 코스도 상당한 체력을 요하는데 화엄사에서부터 당일 종주라니, 참 대단하고 기가 막힐 따름이다. 

하지만 나도 한번은 해보고 싶은 코스이기도 하다.

아직은 아니지만.....

그렇게 추억을 담고 발을 옮겨 내리막 길을 지나 약간의 오르막을 지나니 일곱 개의 커다란 바위봉우리들이 우리를 반기니 이것이 바로 일곱 선녀가 내려왔다는 칠선봉이다.

이곳을 지나 약 20여분을 가니 경사는 점점 심해지고 드디어 나타나는 계단!

2002년에 혼자 왔을 때, 한참 공사 중이었는데 이제는 완전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얼마를 올랐을까?

도저히 힘이 들어 중성을 앞세우고 잠깐 숨을 돌리고 억지로 뒤를 따르니 계단 끝에서 기다리던 중성이 하는 말,

"아~이, 170계단 밖에 안되는구만......!"

'우~~쒸! 170계단이 그냥 계단인가?  단 높이와 경사는 어쩌고....!'

어쨌든 낑낑대며 오르니 이제는 다왔다 싶다.

조금을 더 가 또 하나의 계단이 나오니 이제는 중성이 성격 테스트 하는 거냐고 반문하고, 그렇게 웃으며 약간의 경사를 치고 오르고 돌아서니 "세석 0.6km' 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오니 힘이 솟고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한 달음에 세석 대피소에 내려선다.   13:20.

짐을 풀고 식사 준비를 하며 아까부터 아파온 오른쪽 발목을 보니,

"아~차!"

신발 끈이 풀려있는 것이 아닌가.

신발 끈이 풀린 줄도 모르고 걷다가 바윗길에서 살짝 삐끗한 모양이다.

'벌써 이러면 내일 산행에 지장이 있을텐데 걱정이다.'

 

걱정은 걱정이고, 어쨌든 점심을 맛있게 먹고, 토끼봉에서 만난 분들에게 먹을 것도 나누어주고 주섬주섬 짐을 챙겨 오늘의 마지막 코스에 발을 놓는다.

계단으로 된 길을 올라 촛대봉에 도착하여 잠시 쉬며 사진 한 방 찍고 바로 몸을 돌려 장터목으로......

오늘은 시간을 잘못 맞춰서인지 해를 받으며 걷다보니 지리산의 장쾌한 능선의 묘미를 별로 느끼질 못하며 속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그렇게 걷고있다.

급경사는 아니지만 약간의 경사로를 오르내리며 삼신봉을 지나고 반야봉의 전경이 좋은 연하봉에 서니 이 역시 해가 넘어가 그늘이 지고 옅게 깔린 안개로 여~엉 아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발걸음에 속도를 붙여 걸으니 장터목 대피소가 우리를 반긴다.   16:15.

 

많이 남은 시간 동안 이제는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할까?

물을 떠 오고 중성이의 고향 후배를 우연히 만나고 자리를 배정받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은 잘 가고 많은 사람들로 인하여 우리는 조금 늦은 저녁을 먹는다.

한 잔의 쏘주와 함께..........

모두들 피곤했던지 많은 이들이 저녁 7시가 넘어서면서 부터 일찍 잠자리에 들기 시작한다.

8시가 넘어서 잠깐 밖엘 나와서 하늘을 보니 좌우로 구름이 낮게 드리운 것이 어쩌면 내일의 일출은 오늘의 일출보다 못할 것 같은 안 좋은 예감이 든다. 

그나저나 세석을 지나오면서 아파오기 시작한 왼쪽 무릎이 걱정이다.

내일은 괜찮아야 할텐데.....

 

눈을 뜨니 새벽 4시30분.

밖을 나가보니 어제 밤과는 달리 낮게 드리웠던 구름이 많이 없어졌다.

나의 입가엔 잔잔한 미소가......

누군가의 휴대폰에서 나오는 '올챙이 송'이 모든 사람들을 깊은 잠에서 깨움과 동시에 웃음짓게 하고....

서둘러 짐을 챙겨 천왕봉으로 향하는 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나와 중성은 느긋하게 라면을 끓여 맛있게 먹고 짐을 챙겨 장터목을 벗어나니 05:53! 

 

처음부터 시작되는 급경사의 계단길은 역시 힘이 들지만 오늘따라 무척이나 힘이 든다.

너무 힘이 들어 중성을 앞세우고 잠시 호흡을 고르고 오르니 한결 나아지고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져 이제는 앞서 가던 분들을 추월해 나아가니 저 멀리서 여명이 서서히 밝아오고 제석봉의 고사목들이 한 눈에 들어오니 일출에 대한 일말의 기대감에 이내 가슴이 벅차오기 시작한다.

'완전하자는 않지만 그런대로 볼만은 할 것이다.'

천왕봉 0.7km지점을 지나니 06:08.

이상하다. 1km를 15분 만에 오다니......

아주 급경사는 아니지만 그래도 경사가 꽤 있는 곳인데......

제석봉을 넘고 천왕봉 0.5km지점에 서니 06:18.

200m를 10분 동안 오다니.....    뭔가 오류가 있는 듯 하다.

'이제 남은 통천문만 지나 약간만 오르면 천왕봉이다.' 생각하니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지고 무릎과 발목의 통증도 잊은 채 열심히 걷는다.

통천문을 지나 바윗길을 요리조리 편한 곳을 찾아 오르니 드디어 '천왕봉!'   06:30.

 

의외로 바람이 차다.

여명은 계속 밝아오지만 일출은 아직 더 있어야 한다.

이미 많은 사람들은 지리산에서의 추억을 담기에 바쁘고......

한참을 기다려 06:50여 분이 되자 빠알간 태양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어~~!  온다! 온다! 와!"

나의 한마디는 많은 사람들의 눈을 동쪽으로 돌리게 하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탄성!

완전한 일출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꽤 괜찮은 일출이었다.

우리도 이곳의 추억을 담고 07시 11분에 몸을 돌려 하산을 시작한다.

 

처음부터 시작되는 급경사의 비탈길은 나의 무릎과 발목의 통증을 더욱 심하게 하지만 절룩거리면서도 잘 내려간다. 이를 '악' 물고서.....

먼저 내려간 중성의 고향 후배를 지나치고 계속 길을 잡아 법계사를 지나자마자 있는 로터리 대피소에서 잠깐 물을 마시고 바로 출발.

아래로 내려 갈수록 가을의 색은 더욱 짙어지고 간간히 나타나는 단풍은 고운 색을 뽐내며 서 있다.

아쉬움이 있다면 이 코스에는 단풍이 많지 않고 간간이 하나, 둘 있다는 것.

망바위를 지나 어느 정도를 내려가니 아주머니 한 분이 우리를 불러 세우고 함께 오신 할머니께서는 싸 가지고 오신 머리고기를 상추에 싸서 연신 우리에게 내미니 그 맛이 꿀 맛이다.

한참을 서서 얻어먹고 인사를 드리고 조금을 내려서니 칼바위 삼거리.

'후~~~! 이제는 다 왔다.'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는 듯하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길이 가볍기 그지없다.

그렇게 내려서니 어느 새, 중산리 매표소.   09:41.

이 곳 매표소도 새로이 단장 중이다.

 

약 20분 정도를 더 내려와 버스 종점.

힘들었지만 좋았던 산행이 막을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