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경각산(호남04:쑥치~49번국도)

1:25,000지형도=원천

2004년 11월 14일 일요일 맑음(3.2~14.3도)   일출몰07:06~17:25

코스: 월성리11:30<2.0km>쑥치12:00<1.6km>▲옥녀봉578.7m12:30<3.4km>▲경각산659.6m14:00<1.7km>불재749지방도14:40<3.2km>607m봉16:40<1.5km>작은불재17:20<2.0km>49번지방도18:00

[도상15.4km/6시간 반 소요]

지형도    지형도
 

개요: 전라북도 임실군 신덕면을 에워싸고 있는 완주군 상관면과 구이면의 경계선 따라 한 바퀴 휘어도는 이번 코스는, 15.4km에 이르는 장거리이지만 경각산(659.6m)이란 걸출한 산이 있어 흥미롭다.

초반부의 옥녀봉(578.7m)과 경각산 오름길이 조금 힘들지만, 49번지방도가  55번지방도로 넘어가는 종착점을 앞두고는 아기자기한 리지코스로 대미를 장식하는 이번 길은, 완만한 육산의 연속이어서 쉼없이 내달릴 수가 있어 좋다.

오름길에서 본 경각산    오름길에서 본 경각산
 

이번코스의 대표산이랄 수 있는 경각산은, 고래 경(鯨)자에 뿔각(角)자를 써서, 고래등에 난 뿔처럼 생긴 산이라는 뜻으로, 구이면의 광곡마을에서 보면, 건너편의 모악산 방향으로 머리를 향한 고래의 모습으로, 정상부의 바위가 고래 등에 솟아난 뿔을 닮았다고 한다.

모악산(793.5m)도립공원과 마주하고 있으면서도 모악산의 유명세에 가려 찾는 사람은 적지만, 울창한 송림에 둘러쌓인 산 아래로 호수같은 구이저수지가 드리워져, 그림같이 아름다운 산이다.

경각산 이후의 정맥길    경각산 이후의 정맥길
 

임실군과의 경계선상에 있으면서도 전주쪽에서의 교통편이 더 좋아, 완주 경각산으로 더 잘 알려진 이번 코스에서 북쪽의 모든 물들은, 서쪽의 구이저수지에 갇혔던 물들과 함께 전주천으로 흘러들어, 만경강 물길타고 군산앞바다로 흘러든다.

그러나 남쪽 임실군 신덕면의 계곡수는, 일단은 옥정호로 모아져서 섬진강 물줄기따라 남해바다가 있는 광양만으로 흘러간다.

구이저수지    구이저수지
 

가는길: 전주에서 17번국도타고 상관에 도달하면 749번지방도로 월성마을까지 진입해서 쑥치까지는 비포장 임도따라 걸어가야 한다.

찔레꽃 가시밭길을 즈려밟고 올라선 쑥치에서, 서쪽 방면의 날등따라 서서히 올라치는 옥녀봉까지의 오름길은, 초반엔 완만하지만 해발 500m를 넘기면서 힘겹게 올라야 한다. 정상은 정맥길에서 왼쪽으로 살짝 벗어난 지점에 깨어진 삼각점으로 표시하고 있다.

옥녀봉 오름길에서 돌아본 지나온 산하    옥녀봉 오름길에서 돌아본 지나온 산하
 

삼각점 터치하고 구이면과 상관면을 가르는 분기봉(560m)으로 향하면 오른쪽 절벽위로 멋진 전망대가 있어, 지나온 정맥길과 내애리마을이 선명하다.

분기봉에서 북쪽으로 휘어져내린 지능선의 암봉들이 호기심을 부추기기도 하는데, 날등을 살짝 우회하여 분기봉에 서면 조망이 트이는데도, 복분자딸기넝쿨이 점령하고 있어 분기봉을 넘어갈 순 없고, 되내려와서 경각산을 향해야 한다.

경각산 오름길에서 본 옥녀봉과 분기봉   경각산 오름길에서 본 옥녀봉과 분기봉 
 

곤두박질치던 날등길은 잡목으로 시야를 가리다가, 효간치를 전후로 해서 세 번이나 나타나는 편백나무 밀생지역에서 가끔씩 시야가 트인다.

급준하게 치오른 경각산 전위봉의 널따란 절벽위에 서면, 지나온 옥녀봉과 분기봉이 소월저수지로 흘러드는 계곡을 깊게 파 놓아서, 마치 두다리 쭉 뻗고 퍼질러 앉은 옥녀를 연상케 한다. 진행방향의 듬직한 경각산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다.

경각산 옆으로 구이저수지와 모악산    경각산 옆으로 구이저수지와 모악산
 

널찍한 헬기장의 정상에서 그 보담 조금 높아보이는 삼각점 옆의 바위로 올라서면 맞은편에 모악산 정수리의 철탑이 보인다.

정상 바로 아래의 산불감시탑을 계단타고 올라 유리창 열면, 전주시가지는 물론 구이저수지위를 날아다니는 기러기떼 같은 패러글라이더들의 모습들이 뚜렷하고, 동서남북 어느 방향으로든 거침이 없다.

불재    불재
 

불재로의 하산길엔 마치 일부러 조성해 놓은 듯한 잘생긴 소나무들이 쿳션 좋은 오솔길을 제공하고, 내리막길 직전엔 경관좋은 전망바위가 있다. 구이저수지를 둘러싼 모악산의 전모와 가야할 정맥길을 내려다 보기엔 더없이 좋은 장소다.

이차선이 오가는 불재엔 [불재 뫔 도예원]이 있어 식수보충장소로 알맞고, 날등길 따라 가는길엔 활공장이 자리잡고 있어 그 곳을 밟고가야 하는데 자칫, 직진하면 지능선으로 내려서기 쉽다.

가야할 경각산 이후의 607m봉    가야할 경각산 이후의 607m봉
 

활공장길 따라가다가 능선길로 올라서면 무성한 소나무숲길은 여기까지 따라와 있다. 널찍한 봉분 한 기 지나쳐서 서서히 올라친 607m봉 고스락의 허물어진 옛 봉수대터엔, 축대만이 남아서 백제시대 흔적을 남기고 있다.

정맥길은 정상을 피해서 서남쪽으로 살짝 휘어져 내려가는데, 바로 아래엔 해묵은 헬기장이 자리잡고 있다.

607m봉의 허물어진 옛 봉수대터   607m봉의 허물어진 옛 봉수대터 
 

참나무수종이 빽빽한 하산길에선 좀처럼 조망이 트이질 않다가, 작은불재에 당도하면 임실군쪽의 방길연못을 비롯한 49번 지방도와 촌락들이 보여서 이제 거의 다 왔구나 싶어도, 남진하는 정맥길엔 첩첩산이 포개져 있다.

여섯 개의 봉우릴 더 넘어서야 마지막 520m봉에 도달할 수가 있는데, 가는길엔 조망이 없어 지루한 감이 들지만, 수북히 쌓인 낙엽이 산행의 피로를 덜어준다.

마지막 520m봉    마지막 520m봉
 

520m봉에 서면 완주군쪽의 구절양장같은 지방도가 가풀막을 향해 지그재그로 올라와서 임실군쪽으로 넘어가는데, 정작 고갯마루는 정맥길로 숨어들어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종착점을 향한 하산길은 마치 절개지를 타고 내리는 듯 엎어질 듯 암릉길로 이어져서, 잘못하면 엉덩방아를 찧거나 정강이 부닥칠 우려가 있으므로, 조심해서 내려서야 한다.

종착점 49번지방도    종착점 49번지방도
 

산행후기: 추색이 짙어서일까! 보름전에 하산했던 내애리마을은 제법 풍요로워 보였는데, 오늘의 산행깃점인 월성마을은 웬지 가난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임도변의 허물어진 집터가 그렇고, 쑥재 아래 외딴집에선 쓸쓸함을 느끼겠다.

이따금씩 들려오는 사냥총소리가 가슴을 움츠러들게 하는 정맥길엔, 낙엽만이 수북히 쌓여서 적막감을 더해주고 있다.

낙엽길에 화사한 지느러미 엉겅퀴    낙엽길에 화사한 지느러미 엉겅퀴
 

나목 앙상한 산길에 외롭게 피어난 엉겅퀴 한송이는 그래서 더욱 소중해 보인다. 옥녀봉 오름길엔 발길 더딘 분이 앞을 막아 선두 후미 할 것없이 모두가 뭉쳐서 꼭지점에 올라, 담봇짐 풀어제끼고 휴식겸 더위를 식혀내고 있다.

그들이 배 불리는동안 한걸음 앞서가기 시작한다. 그래봤자 토끼사냥하듯이 몰아오는 선두팀에게 경각산도 못짚어보고 붙잡혔지만...!

분기봉의 복분자딸기나무    분기봉의 복분자딸기나무
 

가는길엔 세군데나 편백나무 밀생지역이 나타난다. 선답자들은 전나무라 기록했지만 잎이 다르고 나무껍질이 전혀 다른 늘푸른 바늘잎나무아래론, 강하게 뿜어져나오는 피톤치트향으로 인해서 다른 수종들은 빌붙어 살기가 힘들다.

편백나무 군락지는 작은불재 이후의 지쳐가는 능선길에도 한무더기 더 있어, 누런색 일변도의 숲속에서 푸른색의 싱그러움으로 피로를 달래주기도 했다.

경각산 가는길의 편백나무    경각산 가는길의 편백나무
 

조망이 좋은 경각산 정상엔 희안하게도 오늘따라 선두팀이 기다려주고 있다가 내가 도착하자 하산하기 시작한다. 그들의 꽁무니에 붙어가다가 산불감시탑에 올라본다. 사방으로 유리창 열어제끼고 조망을 즐기는데, 창공을 나는 페러글라이더들의 모습이 보인다.

산에는 우리만 오는 것이 아니었다. 초입에서 만난 사냥꾼과 사냥개가 그렇고, 지금 하늘을 비상하는 저들도 산을 찾기는 마찬가지다.

산을 찾는 사람들    산을 찾는 사람들
 

비좁은 활공장엔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린다. 공중의 이삼십명과 땅위의 오륙십명! 추위에 떨며 차례를 기다리는 그들은 우리를 흥미로운 눈으로 쳐다보고, 우리는 그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그들과 우리, 누가 더 행복할까? 땀 뻘뻘 흘리며 육중한 몸매의 한분이 늦은 시각에 올라오고 있어 배낭무게를 물어보니까, 삼십키로쯤 된다고 한다.

 맥문동        맥문동
 

그들 틈새를 비집고 날등길에 올라선 무덤 주위로, 또다시 선두팀이 휴식을 취하고 있어 웬일이냐 물었더니, 일행중 한 분이 딴길로 새서 수소문중이란다.

백두 대간을 했다는 분이 나침반도 없이 정맥길에서 낙오됐다는 게 의아스럽긴 하지만, 아직도 뒷사람의 발꿈치만 보고 다니는 사람들이 더러 있기는 한 모양이어서, 일행을 놓치면 숲속의 미아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결국 그 분은 더 이상의 진행을 접어야만 했다.

키작은 오엽송(잣나무)    키작은 오엽송(잣나무)
 

두런 두런 607m봉으로 올라섰다. 오래된 석축이 정상을 차지했지만 성터라고 볼 순 없어서 봉화대터로 단정짓고는 바로 아래의 헬기장 억새터에서 고개를 갸웃둥 해 본다.

607m봉에서 남동쪽으로 갈레쳐 나간 능선상에 있는 568m의 치마산(馳馬山)이라는 독립된 이름의 산명과, 그 아래의 노적봉(露積峰), 상사봉(想思峰)을, 축대가 남아있는 607m봉과 연계한 전설 하나쯤은 있을 법 한데, 제대로 그림이 그려지질 않는다.

자주 띄는 백선    자주 띄는 백선
 

작은불재에서 작은 동산 하나 올라 좌측으로 남진하면서, 방갈못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을 향하여 치닫지만 서서히 지쳐가기 시작한다. 뭐 볼거린 없나 하고 숲속을 기웃거려 보지만 한약재로 쓰이는 백선만이 자주 눈에 띌 뿐이다.

회나무 한그루 아직 잔엽을 달고 석양에 발갛게 달아올라 지친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한다. 어둡기 전에 520m봉 아래 급경사 너덜지역을 미끄럼 타듯 쏟아지는데, 뒤편에서 한 분이 어이쿠야! 돌아보니 엉덩방아를 찧었다는데, 상처는 없을라나...?

황혼의 회나무    황혼의 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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