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의 전성시대 혹은 알바의 폐해(보납산-계관산)


1. 산행일자 : 2004.11.13(토) [맑음]


2. 운행구간 : 가평터미날-보납산-월두봉 앞-보안리-달개지 계관산1(665m)-계관산2(736m)-싸리재


3.산행자 : A팀(관악산,SOLO) / B팀(바람,산사나이,칼바위)


4. 산행지도




5. 산행기
<올 1월인가 눈 쌓인 몽/가/북/계를 한 적이 있다.
그 때 계관산에서 바라본 춘천시가지와 삼악산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눈 앞에 하나 가득 펼쳐진 춘천과 손에 잡힐듯한 삼악산.
오늘은 그 한가운데를 들어가보고자 한다.

근데 시종일관 알바가 악령같이 따라 붙는다.
이른바 "알바의 전성시대"다>



06:15분 청량리에서 가평행 열차.
06:15분 정각에 역사에 들어온 관악산님 땜에
100m 달리기 하듯 개찰구를 통과한다. 헉헉..

청량리에서 관악산님,칼바위님,SOLO가 타고
금곡에서 산사나이님이 합류한다.

칼바위님은 첨으로 가평행을 하신단다. 불안한 눈치.
묘한 아이러니다. 즐거운 산행이 불안한 느낌으로 다가오다니. 켁켁.. ^^

열차안에서 내 핸펀이 짜르르 울린다. 바람님이다.
예고에 없던 분이다. 청량리에서 06:50분 버스를 탄단다.

우리도 원래는 버스를 타려했으나 시간을 좀더 앞당기고자
기차를 택했던 것이다.

가평에서 흔쾌히 기다려주마 하고 전화를 끊는다.
바람님이 기다려주면 껄죽하게 쏜다 했건만 아직도 감감 무소식이다. ^^..
가평에 기차는 07:40분에 도착하고 버스는 08:20분에 왔다.

보납산. 보납산은 가평 읍내 바로 옆에 있다.
터미날에서도 보인다. 피라밋같은 정삼각형같은 산.

터미날에서 북으로 올라가다 오른쪽 가평천으로 들어서
둑방길을 따라 올라가 다리를 건넌다.

보광사로 올라가는 산길에 좌측으로 이정목이 보이며
등로가 열린다.

...자 그래 오늘도 한번 해보자.
오늘은 무엇이 우리를 기다릴까...

◎ 둑길따라 가다 본 보납산(저 다리를 건넌다) ▼


◎ 보납산 안내판 ▼




가파른 등로를 17분여 올라가니 화강암 정상석이 반긴다.
보납산은 330m되는 애기같은 산이다.
그러나 뾰족한 만큼 조망도 애기같지는 않다.

남서로는 가평읍내 전체가 조망되며
북동쪽으로 보면 북한강이 멋지다.

◎ 보납산 정상에서(좌로부터 칼바위,바람,산사나이) ▼


◎ 북한강으로 운해가 아련하다 ▼


◎ 저 멀리 삼악산을 살짝 곁눈질 한다(갈 수 있을까..) ▼


◎ 멋진 북한강 ▼




보납산 정상에서 보면 북으로 빤빤한 등로가 잘나있다.
달리 길도 안보이고 머 그래서 그리로 간다.
알바①(지도 참조)의 태동이다.

북이 아닌 북동의 길을 찾아야 했던 것.
북쪽으로 암릉길 넘어 가파른 내림길 내려 땅으로 떨어지니

능선이 허리가 뚝 잘리고 웬 마을길이 나타난다.
그리고 저쪽 우측 어깨 너머로 우리를 비웃듯
능선이 도도히 흐른다. 아뿔사!

◎ 가파른 암릉길 내려서며(사서 고생하고 있는 중) ▼


◎ 마을길을 터덜터덜.. ▼




어쨋던 마을길 따라가다 좌측 산사면쪽 중
만만한 곳으로 또 붙는다.
여기서도 알바냐 아니냐의 논란거리인 에피소드 하나.

다른 대원들은 산으로 올라가면서 우측으로
비스듬히 올라 갔는데 반해 난 정면으로 올라간다.

각각 그런 각도로 올라가면 산 능선 다 올라와서는
제법 거리차이가 벌어진다.
난 이게 능선을 가는 오리지날 산행 아니냐고 우기고..

애초에 보납산 정상에서 정상적으로 북동쪽으로
가면 완만한 능선길 따라 400m봉에 안착했을텐데 이건 내려서는데 고생,
다시 올라서는데 체력소모. 극명한 알바의 폐해다.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모로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일단 다시 주능선에 합류한다.

◎ 분위기 좋은 수림지대 통과 ▼




조망좋은 전망바위에 도착한다.
월두봉이 보이고 저멀리 화악/응봉이 또렷하다.

◎ 월두봉. 그 너머로 삼악산이 오버랩된다. 우측다리는 춘성대교 ▼
* 큰 사진을 보시려면 사진을 클릭하세요!


◎ 저 멀리 북쪽으로 이 지역의 맹주 화악/응봉 사단 ▼




길을 재촉한다. 계속 북동쪽 항진.
우측으로 90도 꺽여 주을길 이정목이 나타난다. 이 길이다.

근데 묘하게 산중에서 볼 때는
월두봉 쪽 능선이 끊어진 듯 보인다. 함정이다.

여기서 다시 직진인 북동쪽 길은 암릉 오름길이다.
산사나이님도 미심쩍은 듯 미리 암릉길로 정찰을 가본다 한다.
follow me! 사인이 떨어진다.

그런데 올라서 한참을 가봐두 월두봉쪽으로는 능선이 이어지는 곳이 없다.
단지 보이는 것은 개곡리 마을 뿐.
알바②다. 무조건 아까 그 주을길 이정목 90도 꺽임으로 가야했던 것.

여기서 A팀 / B팀이 갈린다.
첨에는 나 혼자 백하여 월두봉쪽으로 간다 그랬고

나머지 대원들은 그냥 개곡리쪽으로 진행한다 그러는 것이다.
다시 백해서 월두봉 가는 길이 만만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지도에서 보듯 직진하는 개곡리,능우동 하산길은
등고선이 무쟈게 촘촘하다. 급경사인 것이다.

나중에 B팀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려설 때 진짜 ULTRA DOG고생했다 그런다.
그렇듯이 언제나 지도는 진실만을 말한다.

A팀으로서 혼자 진행하려는데 저기서 누가 나를 부른다.
관악산님이다. 혼자 가는 게 안스러워 같이 가신다 한다.

...괜찮은데... 길 찾아 혼자 헤매는 것.
이게 여태까지의 나의 본류다.
깊게 생각하시는 관악산님의 맘씀이 넘 고마워졌다.

월두봉쪽 주을길로 내려서는데 낙옆 천지다.
낙옆은 미끄러짐에 있어 눈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든다.
엄청 미끄럽다. 그에 따라 진행도 더디다.

낙옆은 좌우간 원없이 밟는다. 계속되는 낙옆의 부스럭소리.
아직도 귓가에 쟁쟁하다. 저벅 저벅 부시럭 부시럭......

◎ 주을길쪽으로 가다 임도를 만나고 보이는 이정목(가일부락으로 가다 오른쪽 산으로 접어든다) ▼


◎ 낙옆/낙옆/낙옆 ▼




만만치 않은 너울거림 지나 우측으로 월두봉이 뾰족히 보인다.
마지막 경사 오름은 상상을 절한다.
네발로 기어 오르다시피 하는 것.

여기서도 계속 북동쪽 진행.
그 북동쪽 고정관념이 치명적인 알바③를 만들어낸다.

지도를 자세히 보면 월두봉에서부터 계관산길은 도경계가 등산로다.
그런데 거기에서 일단 북서쪽으로 잠깐 삐쳤다가 북동으로 귀환한다.
이걸 놓친것이다. 관악산님도 계속 고개를 갸웃했는데.. 에구..

그런데 왜 잘못된 북동으로도 계속 능선이 이어지는냐 말이다.
능선이 곧 끊어지면 다시 원대 복귀할텐데 말이다.

한동안 오르내리니 급기야는 능선이 끊어진다.
그제서야 알바란 생각이 들었다. 알바③! 시간은 14:00.

엄청난 알바의 폐해다.
알바는 가야할 길 반도 못가게 붙잠는다. 흡사 물귀신 같다.

삼악산이 목표인데 이 시간에 계관산도 못가고
제자리 걸음하는 게 아니던가.
3번에 걸친 대형 알바. 이른바 "알바의 전성시대"다.

해 일찍 떨어지는 늦가을에 보납/계관을 해보니
삼악산을 갈려하면
반드시 계관에서 점심을 먹는 진행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어쨋던 일단 내려가고 볼일이다.
가시잡목 헤치고 칡넝쿨에 목 조이고 내려가보니
난데없는 양어장 낚시터다. 아니 이 산중에 낚시터가 웬말.
별일 다본다구 관악산님이랑 쳐다보며 껄껄 웃는다.

양어장 주인이 있어 물어보니 보안리란다.
계관산쪽으로 깊숙히 들어간 보안리 끝단.

어딜가냐길래 계관산을 간다하니
거기가 어딘데 지금 시간에 가냐고 팔쩍 뛴다.

서둘러 양어장 한편에 점심보따리를 풀고 허겁지겁 먹는다(14:20~14:45)
날이 제법 쌀쌀해졌다. 윈드스토퍼를 입는다.

◎ 난데없이 나타나는 양어장 낚씨터 ▼




서둘러 식사후 콘크리트길로 주욱 올라가니
우리가 놓쳤던 계관산가는 능선이 좌측 어깨 위로 흐른다.

어렴풋이 길은 나있다. 여기도 칡넝쿨이 목조르기는 마찬가지.
다시 힘을 내 능선으로 올려부친다.

능선에 이르러 한동안 가니 임도가 있는 달개지가 나타난다.
이 임도는 북쪽 개곡리와 남쪽 당림리를 연결시킨다.
고갯마루의 절개지가 희안하게 생겼다.

◎ 달개지의 절개지(절개지 우측 중간으로 오른다) ▼




계관산이 멀지 않았다.
B팀에게서 전화가 온다. 산사나이님이다.

14:10분경 계관산 정상에서 점심을 먹고
임도로 내려서서 달개지로 오르는중이란다.
아니 벌써?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면서 계관으로 향한다.

계관산은 희안하다. 지도에는 665봉이 계관산으로 표시되어있고
665봉의 북쪽에 있는 북배산쪽으로의 736봉은 무명봉이다.
736봉이 있는데 굳이 665봉을 왜 계관산으로 칭하는지 모르겠다.

더우기 현지의 정상석은 736봉에 있다 그런다.
무슨 소리인지 점점 더 헷갈린다.

몽가북계 주능선에 오른다. 저번의 감동 그대로다.
삼악산이 잡힐 듯이 있고
보자기를 풀어 내용물이 와락 쏟아지듯 춘천이 그렇게 펼쳐진다.

능선상의 억새가 늦가을 정취를 돋우고 있다.
북배산까지는 방화산 벌초가 마무리 된 거 같다.

전에 속리에서 관악산님이 맨날 사진에 자기는 엑스트라(?)라 하셔서
멋지게 독사진으로 박아드린다 ^^...

◎ 삼악산 ▼


◎ 춘천 ▼


◎ 억새속의 관악산님 ▼


◎ 계관산 정상(여기가 736봉인지???) ▼




16:45분경에 계관산에서 서둘러 하산한다.
하산길은 정상석 바로 뒤의 싸리재로 가는 능선길.

싸리재 가는 임도에 떨어져 계곡에서 마무리하니 17:45분.
보납/계관에만 무려 장장 9시간이 소요되었다.
푹 쉰적 한번두 없는데 말이다.

어쨋거나 저쨋거나 삼악산은 또 숙제가 되었다.

나중에 B팀과 합류해 뒤풀이 장소에서 안거지만
B팀은 보납/월두/계관으로 이어지는 오리지날 능선의
북쪽방향 능선을 타고 가던 중(지도 참조)

중간에 스텐리스 계관산 정상표지를 만났다 한다.
그래 몸도 맘도 피곤하고 고단해 그 길로 하산해 임도를 만나
달개지로 올랐단다.

그쪽 길은 등산객들이 잘 안다녀 가시나무며 모며 진짜 DOG고생했단다.
참 희안한 산행도 다 있다 느낄만도 한 거 같다.

애초에 보납/계관/삼악을 목표로 올랐으나 진성 계관(?)은 보지도 못하고
스뎅(?) 계관만 봤으니 말이다.

삼악을 실패했으니 나중에는 삼악에서부터 시작하여
역으로 계관/북배/가덕/몽덕을 기필코 해내야겠다고 옴팡지게 결의를 하며
술잔을 부딪힌다.



산행기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