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 : 2004년 11월 14일 (쾌청)

누구랑 : 달랑 혼자서

 

 

공원입장료 : 1,600원

국         수 : 3,000원(백운산장)

막   걸    리: 1,000원(백운산장)

커         피 : 1,000원(백운산장)

커         피 :    400원(도선사 자판기)

합계 : 7,000원

 

물론 경비를 더 절약 할 수도 있겠지요.

몰래 침투(?)를 하면 1600원이 절약되고 커피는 안 마셔도 되고 1,000원짜리 김밥 두줄이면

점심해결..... 그러면 2,000원이면 되지만 호사(?) 좀 부렸습니다.^^*

 

수유리가 처가여서 아파트단지에서 보면 북한산의 대표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 옵니다.

전날 딸아이에게 칼바위가자고 하니 고민을 하길래 산이 좋은 점을 장황스레 설명을 하고

윤허를 받았습니다. (꼭 이래야만 되나~)

 

우리 산하가족들은 만약 산이 주적이라면 찬양, 고무, 선동죄목으로 보안법에 걸려 중벌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저는 거기에 회유, 협박등이 추가되어 가중처벌을 받겠지요.^^*

 

다음날 아침8시에 깨우니 아무리 어리다지만 약속을 번복하더군요.

춥고 힘들어서 가기 싫다고~

야속하고, 서운하고, 배신감도 느끼고......

 

나중에 시집을 가면 어떨까 잠시 생각 해 봅니다. ( 아직은 먼 미래인데도 말입니다.)

 

재래시장을 지나 백련사입구로 들어 섭니다.

백련사는 전국에 얼마나 많은 지  모르긴 몰라도 사찰명 랭킹 1위가 아닐까 합니다.

진흙에서도 아름답게 피어나기 때문에 불교의 초기경전인 수따니파타야에 등장하고

코뿔소나 뱀에 대한 비유보다 우리의 정서에 잘 맞아서 그런것이 아닐까 유추 해 봅니다.

 

배드민턴 장에는 벌써 부터 열기를 내 뿜으며 경기가 한창입니다.

우리가 산을 찿듯이 그들은 셔틀콕에 매료되어 그들만의 세계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좋아 보이 더군요.

 

주위사람들은 골프를 쳐야지 왜 산에 가냐고 묻습니다.

처음엔 산행의 즐거움을 침이 마르도록 설명 했지만

요즘은 그냥 웃지요..... (이건 어느시인의 싯귀절인데^^*)

 

약수터에서 물을 채우고 예전에 진달래 능선으로 오르는 길을 두고

약간 좌측길을 선택 했는데 대동문까지 훨씬 빠른 길이더군요.

예전에는 못 봤었는데 낙엽이지고 숲이 없어지니 새로운 길이 보였습니다.

 

간발의 차이의 길인데도 전혀 새로운 코스였습니다.

왜 그 길로는 갈 생각을 못해 봤을까?

사람들이 많은 코스만 생각도 없이 따라갔으니....

우리의 인생도 이렇지 않을까요?

 

같은 선상에서 출발을 하여도 선택에 따라 도착하는

속도나 귀착지가 다르지요.

 

아직도 계속해서 선택을 해야하는 평범하고 냉엄한 진리를

다시금 생각 해 봅니다.

 

단풍잎은 벌써 말라붙어 퇴색하기 시작합니다.

다른나무들은 낙옆을 떨구지만 단풍나무는 겨우내내 마른잎을 달고 지냅니다.

미련이 많은 나무인지....    정이 많은 나무인지......

 

중간에 중학생쯤 되어 보이는 여학생 한무리가 보이고

인솔교사인듯한 남자분이 한분 계셨는데 백운대를 보고

저기 까지 간다고 설명하니 여학생들은 한숨을 쉬면서도

백운대가 어디인지 분간을 못합니다.

 

봉우리위에 태극기 휘날리는 곳이라고 설명을 해도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여서 육안으로 식별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제가 망원경을 꺼내 빌려 주었더니 고마워 하더군요.

 

대동문

옛성과 새로복원된 성이 뚜렸히 구분됩니다.

고색이 완연한 아래의 돌들에 비해 새로 복원된 돌은 희고 작습니다.

성벽 양지바른곳에 삼삼오오모여 앉아 식사하는 광경을 보니

계절의 변화를 새삼 느끼게 됩니다.

 

동장대에서 나월봉을 보고 용암문 을 거쳐 북한산장을 뒤로하고

위문을 향해갑니다.   너널지대에 물까지 흘러 오름길이 쉽지 않았습니다.

위문너머로 손바닥만하게 수락산과 아파트군이 보입니다.

 

우리가 사는 곳이 손바닥만한데 그곳에서 힘들어 하며 사는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위문을 무사통과한 바람은 내 폐부 깊숙히 들어와

겨울을 느끼게하고 더운 바람으로 변해 순식간에 내몸을 빠져 나갑니다.

 

위문에서 백운대까지는 사지를 이용해야 하는 구간이 있는데

사용치 않던 근육들은 가끔 경련을 일으키긴하지만 그래도 제임무를

충실히 수행 해 주었습니다.

다 주인 잘못만나 격는 고생이지요.    그냥 안전한 길로 가면 될껄......^^*

 

백운대 아래에서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줄지어 정상에 오르려는 사람과 내려오는 사람들이 뒤엉키어 정체가 심하고

관리공단 직원은 올라가도 서있을 자리가 없다고 내려 갈 것을 종용했습니다.

고민끝에 등산화바닥을 점검하고 릿지화는 아니지만 거친 화강암에서는

가능하겠다 싶어 로프의 바깥쪽으로 올라 갔습니다.

 

호랑이굴로 내려서려 했으나 그곳 로프도 올라 오는 사람들이 많아

도저히 내려 설 수가 없었습니다.

백운대에서 보니 릿지하는 사람들의 풍경과 인수봉에 매달려 있는 사람들의

풍경이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집니다.

 

내려 올때도 로프 바깥쪽으로 내려오니 밀리지 않고 빠른속도로 내려 올 수가

있었습니다.      축지법이라고나 할까~ (쎈척은 )

우리 검은 독수리남매들에게 얘기하면 사진이 없으니 무효라고 할 것이 자명합니다.^^*

 

백운산장에 내려오니 앞마당엔 사람으로 가득하고

저도 그 속에 끼어 국수와 막걸리 한사발을 들고 와서 요기를 하였습니다.

땀이 식어 쌀쌀함을 느끼긴했지만 따뜻한 국물과 막걸리 한사발은 몸을 금새

훈훈하게 해주고 마음까지 여유롭게 해 주었습니다.

 

눈을 두리번거려도 산하식구는 안보이고 제 배낭의 산하패찰만

외로움에 떨고 있었습니다.

 

하루재를 너머 도선사로 내려서는 낙옆 쌓인길은 산행을 마무리 하려는

저에게 속도를 늦추게 했습니다.

푹신한 낙옆은 뜨거운여름 그늘로 우리를 시원케 하더니 지금은 융단을

깔아 놓은듯 푹신함을 제공 합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더니........

 

도선사 못미쳐 화장실에서 산하식구를 만났습니다.

제 패찰을 보더니 산행정보를 얻으러 자주 들린다는 비교적 젊은 남자분이었습니다.

왜 구봉산모임에 오지 않았냐고 하니 아직 초보라서라고 말끝을 흐립니다.

산하가족들을 신격화 하시는 것은 아닌지....

저같은 껄렁한 산꾼을 앞에 두고서도 말입니다.^^*

다음 모임에는 꼭 참석하시라는 당부를 잊지않고 헤어 졌습니다.

 

저는 산행 중 참아 온 담배를 한대 피워 보려고 화장실에 들렸었는데

그분을 만나는 바람에 다시 주머니에 집어 넣었습니다.

패찰을 달고 담배피우면 안되겠기에.....

 

패찰떼고 담배 피워도 안됩니다.^^*

 

도선사 주차장을 거쳐 아스팔트길을 내려 왔습니다.

펜스너머 개울엔 버들치로 추정되는 물고기들이 오후의 햇살을 받고

투명한 물속에서 노닙니다.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데  위문근처로

헬기가 한대 날아 갑니다.    망원경으로 보니 환자를 끌어 올리고

다시 황급히 날아 갑니다.

 

작은 사고이기를 바래 봅니다.

 

겨울이 오려다 주춤한 듯한 날씨에 오른 북한산

올 가을 단풍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뒹구는 낙옆에서 치열했던 단풍을

짐작 해 보았습니다.

 

짦은 겨울낮의 한때 7,000원으로 즐겁고도 행복한 하루를 마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