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3.6(토)에 나는 단독으로 석남사 뒷산인 가지산(1240m)을
등산하였다. 금년 겨울에 눈등산을 태백산 소백산 민주지산
등을 하여 재미를 보았지만 마음에 덜 찼다. 기회만 있으면

지리산 덕유산의 눈구경도 실컷하고 싶었다. 작년에는 1월
말에 지리산 종주에 나서 폭설을 만나 벽소령에서 하산하였으나
눈구경을 멋지게 한 것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출발을

몇번 마스리다 이럭저럭하니 1월이 다 가고 2월에 들어서는
겨울인지 봄인지 모를 정도로 따뜻한 날씨가 계속되니 가 봤자
옳은 눈구경은 안될 것같아 미루다 보니 겨울이 다 지나간 3월에

이르렀다. 그런데 며칠 전 4일 밤에 우리 지방에서도 눈이 좀
내렸고 그 다음 날부터 날씨가 영하권으로 떨어졌다. 그래서 지금
가지산 정상 부근에는 눈꽃이 멋지게 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지산이야 마음만 먹으면 어렵잖게 갔다 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주로 다녀 본 산이다. 부산에서 당일 등산으로 다리가
뻐근하게 해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곳이다. 아침 8시에 집을 나와

노포동 시외버스 주차장에서 버스로 10:10에 언양에 도착하였다.
일기예보에는 맑다고 하였으나 짙은 구름이 깔려 약간의 눈개비까지
날리고 있는 흐린 날씨였다. 시내버스로 석남사 입구에 도착하니

10:45이었다. 산행은 석남사 입구의 개울을 건너 산속의 석남사 밑
마을을 지나 귀바위 쪽을 바라 보며 약간 오른 쪽으로 올라가
운문재에서 올라 오는 임도와 만나서 쌀바위, 정상, 미량재,

석남사로 이어졌다. 흐리던 날씨가 능선에 올라서니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을 내 보였다. 능선에 올라 확 트인 산줄기를 바라 보니
허연 눈을 둘러쓴 산봉우리와 줄기들이 용틀임을 치면서 환상적인

파노라마를 이루었다. 옷을 발가 벗은 나무들이 햐얀 눈밭에서
열병처럼 서 있는 모습은 숙연하고 멋있었다. 쌀바위에 도착하니
오고 가는 사람이 많이 있고 여기저기 둘러 앉아 점심을 먹고

있었다. 나도 거기서 점심을 먹고 시간적 여유가 있어 느긋하게
정상을 향하여 오르기 시작했다. 거기서부터 정상까지 오르면서
눈꽃에 대한 나의 기대감이 적중하였을을 확인하고 저으기

만족하였다. 가히 환상적인 아름다움이었다. 너무나 멋져서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면서 사진을 찍어댔다. 손이 너무나 시려
작동하기도 힘들었다. 손을 두꺼운 장갑속에 넣어 녹여가면서 계속

찍었다. 조금 높은 곳에서 정상쪽을 바라 보니 북쪽 면에는 온통
눈꽃의 물결로 출렁이고 있었다. 이윽고 정상에 올라 주위에 있는
눈꽃을 보는 순간 너무나 큰 환희의 감격을 맛보았다. 바람은

너무나 세었고 또 시렸다. 정상의 태극기는 바람에 힘차게
펄럭이고 있었다. 나는 될 수 있으면 오랜 동안 여기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었다. 빨리 내려 가는 것은 이렇게 펼쳐 놓은

아름다움에 대한 모독이며 배반이란 생각까지 들었다. 나는 거기서
발가 벗은 나신의 영남 알프스의 전 능선과 계곡들을 확인하여
보았다. 금방 지나온 쌀바위 쪽으로의 능선과 그 넘어 고헌산,

그 왼쪽의 문복산(?) 줄기 그리고 서쪽으로 눈을 돌려 바로
앞에서부터 오른쪽으로 뻗어 나가 운문산,억산,구만산으로 이러지는
능선과 정상에서 서쪽으로 능선을 이루어 가면서 밀양재를 지나

능동산을 이루고 거기서 계속 오른쪽으로 뻗어 나가 천황산, 재약산에
이르는 줄기와 또 능동산에서 배내재로 내려가 다시 간월산 줄기로
올라서 간월산과 간월재에 이르러 다시 신불산으로 올라가 계속해서

영취산으로 뻗어간 줄기와 봉우리들을 확인해 보았다. 저 산의
줄기줄기에는 나의 발걸음과 땀으로 많은 사연들이 맺어진 곳이라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하며 따뜻한 정마저 느껴진다. 아름다운 감격에

벅찬 가슴과 이런저런 상념을 안고 밀양재로 내려와 석남사 주차장에
17:00에 도착하였다. 총 산행시간이 6시간쯤 되는 셈이다. 언양으로
나와 부산의 집에 도착하니 저녁 때가 알맞은 19:30이었다. 떠나

가는 겨울을 아쉬워 했었는데 오늘의 등산으로 그 갈쯩을 조금은
면한 것 같다. 앞으로의 날씨에 따라서는 지리산과 덕유산도
가 봐야겠다는 미련이 계속 남아 있다.

자세한 시간은 사진의 시간기록을 참조하십시오.




운문재 위 가지산으로 오르는 방화로.




가지산 정상으로 오르다 되돌아 본 눈을 덮어 쓴 고헌산.




울산애서 아이를 데리고 일찍 갔다 오는 부부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한 사이 눈을 만지며
놀고 있는 두 어린이.




앞으로 올라 가야할 가지산 능선.
가운데 짙은 구름 밑에 있는 봉우리가 정상




운문재에서 쌀바위로 오를 때 남쪽으로 펼쳐지는 영남 알프스의 연봉들의
파노라마. 1시 방향의 부드러운 높은 봉우리가 능동산,
그 왼쪽으로 내려가 하얀 눈이 보이는 곳이 배내재. 거기에서 왼쪽으로 올라
오른 쪽으로 조금 전진하면 간월산 거시서 11시 방향의 둥그스름한
봉우리가 신불산, 거기서 제일 끝으로 흐르는 능선에 조금 솟은
곳이 통도사 뒤에 있는 영취산 그리고 가까운 12시 방향의
허연 곳이 울주에서 밀양으로 넘어 가는 석남터널.




쌀바위 가까이에서 바라 본 가지산 정상.
오른쪽이 쌀바위 왼쪽이 가지산 정상




쌀바위의 의자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등산객.
정면은 신불산 영취산 방향




쌀바위에서 정상으로 설화가 핀 길을 오르고 있다.




눈꽃을 뒤집어 쓴 소나무와 흰 구름.




쌀바위에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에 핀 설화.




정상 바로 밑에서 바라 본 정상 근방에 핀 눈꽃 바다.




정상 가까이에 피어 있는 설화.




푸른 하늘의 바탕 종이에 아름답게 핀 설화.




구름과 하늘과 설화의 조화.




정상 부근의 설화 터널.




정상 바로 밑 철쭉에 핀 아름다운 설화.




정상의 태극기가 설화 궁전에서 힘차게 펄럭이고 있다.




태극기와 설화와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살을 에는 칼바람 속에서도 설화의 깊은
감동을 안고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객.




세찬 바람에 힘차게 펄럭이고 있는 정상의 태극기.




태극기와 철쭉에 핀 설화.




정상에서 바라 본 영남 알프스의 보우리들.
중간 능선은 능동산에서 천황산으로 이어지는 줄기이고
제일 먼 능선은 간월산 신불산 영취산으로 이어지는 줄기.




정상에서 바라 본 운문산 쪽 능선.
바로 앞 바위에서 아랫재로 내려가 제일 큰 운문산으로
올라 오른쪽의 억산과 구만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정상 바위 틈의 철쭉에 핀 설화.




정상에서 멀리 굽어 보고 있는 등산객.




정상에서 올라 온 방향으로 돌아 본 쌀바위쪽 능선.
가운데 검게 보이는 덩어리가 쌀바위.




석남사 주차장의 상점들.




석남사 일주문.







▣ 손인익 - 설화 잘 구경햇습니다. 저도 영남알프스를 종종 가곤 합니다. 이렇게 눈내린 가지산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 이윤자 - 저희도그날 가지산에갔었습니다정상에서선생님의 사진도 찍어드렸구요 정상을 오르는 등산객이 저희들입니다 이렇게 뵈니까 또반갑네요 앞으로도 멋진 산행하세요 다
▣ 산악회 -
▣ 連峰 - 참으로 멋진 우연입니다. 똑똑히 기억합니다.
두 쌍의 부부라고 생각되는데....하여튼 이 사진을 보게되고 분인인 줄 알았다는 것은 너무나 뜻밖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