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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천왕봉!
지리산 천왕봉에 이르는 천상의 계단을 오르며
2012년 11월18일
중산리탐방지원센터 - 로타리대피소 - 천왕봉 - 제석봉 - 장터목대피소 - 백무동탐방지원센터
토요일 모처럼 찾은 고향에서의 일정을 뒤로 지리산 찾아 나 홀로 진주행 버스에 몸을 실습니다. 터미널 가까운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유한 다음 날 중산리행 첫차는 이른 새벽을 가르며 지리산 그 품속으로 빨려들어 갑니다. 이른 아침 산골짜기를 휘감고 도는 쌀쌀한 바람결에 순간 온 몸이 오싹해집니다. 진주에 있는 친구 찾아 부산에서 왔다는 두 친구와 나 이렇게 세사람은 천왕봉 그 천상으로의 여행을 시작합니다.
전날 진주 터미널 도착시 중산리행 마지막 버스(밤 9시10분)가 있어 민박 등 그 쪽 상황을 체크하기 위해 분소로 전화를 했드랬습니다. 중산리 분소의 결론입니다. 굳이 일출 산행이 아니라면 진주에서 유하고 중산리행 첫 차로 들어오시는 게 최선의 방법임을... 그 뿐 만이 아닙니다. 터미널에서 찜질방까지 통화하며 길 안내를 해 주시고 식당 등 주변 상황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도 해 주시니 초행길인 저로서는 너무나 고맙고 감사할 밖에요. 지리산 중산리 분소에 근무하시는 [남 만우] 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다음 날 아침 중산리 도착, 감사의 인사라도 드릴려고 분소를 찾았으나 밤샘 근무로 2층에서 잠을 취한다 하여 주차 안내하는 초소로 다시 내려와 대신 인사를 전하고 법계사행 셔틀버스에 탑승합니다.
법계사행 셔틀버스 종점입니다. 중산리 들머리에서 얼떨결에 버스에 탑승을 하게 됩니다.
쭉쭉 뻗은 전봇대 나무와 산죽 군락지 사이로 등로는 이어집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투명합니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때 쯤 마치 속인들이 사는 세상과 천상의 귀인들이 사는 별유천지 그 경계를 보는 듯... 천왕봉이 가까워 갑니다.
로타리대피소 도착! 오른쪽 맨 끝 잔밥통 가까운 식탁에서 김밥 한 줄에 누룽지를 끓여 허기를 채워봅니다.
베낭커플과 천왕봉까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우리나라 사찰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다는 법계사! 법계사 가람을 안고 남으로 남으로 이어지는 봉우리들이 참으로 장관입니다.
지난 번 설악산에 들었을때도 지리산에 안기는 오늘도 어쩌면 두 산신령님께서 크나 큰 은혜를 제게 주신 둣 합니다 겨울의 문턱에서 이렇듯 청명하기 이를 데 없는 깨끗하고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그리 많지 않음을...
들머리인 중산리 넘어 멀리 광양 백운산까지... 마치 출렁거리는 거센 파도를 연상케 하는 춤추는 산마름의 비경을 한참이나 바라봅니다.
개선문 도착!
올 겨울 지리산 첫 눈입니다.
드디어 지리종주 그 장엄한 능선 한 켠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20대 젊은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멋모르고 올랐던 노고단 반야봉 등 기억조차 가물거리는 지리산을 자칭 불수사도북의 외로운 스라소니가 어언 30여년 만에 가슴 벅찬 희열을 토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갑니다.
중산리행 첫 차로 함께 온 부산에서 왔다는 젊은 친구! 앞서 가는 다른 친구가 많이 걱정을 합니다. 가슴이 갑갑하고 다리가 자꾸 쥐를 잡는다고...
마지막 천상으로의 계단 초입에 이릅니다.
천상의 그 끝! 마침내 하늘과 가장 가까운 천왕봉 그 제단이 눈 앞에 우뚝 다가섭니다.
천국으로 향하는 고난의 행군이 그리 만만해 보이질 않습니다.
자꾸 이 친구가 걱정이 됩니다. 남강의 발원지 천왕샘을 통과!
한계단 한계단 천국으로의 고행은 그렇게 이어집니다.
늦어도 너무 늦게 지리를 찾게 됩니다. 후회와 회한의 눈물이 자꾸만 앞을 가립니다.
천상으로의 마지막 계단을 오릅니다.
드디어 지리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30여년 전 기억조차 희미한 그 천국의 계단 끝 천왕봉에 오늘은 확실하게 올라섰습니다.
중산리 넘어 남으로 남으로...
산불강조기간 중 통제되는 중봉입니다.
천왕봉 정상석 뒤로 지리종주 그 장엄한 풍경을 담아봅니다.
중봉 쪽에서 촬영 후 정상석에 이르자 인증샷을 찍기 위해 줄 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장터목대피소가 있는 제석봉 넘어 마치 잘 생긴 아기 엉덩이 같은 반야봉과 왼쪽으로 노고단과 오른쪽 만복대가 손에 잡힐 듯 선명합니다.
저 아래 마당 끝에서 간단하게 제를 올린 후 감사의 곡주 한 잔을 따릅니다.
꿈같은 천왕봉 별유천지의 벅찬 감동과 회한을 뒤로 장터목대피소를 향해 제석봉으로 내려갑니다.
지리산 반야봉이야말로 캄캄한 사막에서 샛별과 같은 존재가 아닐런지...
지리산 북쪽 백무동 방향인가요?
끝없이 이어지는 지리종주길을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솟구치는 장면입니다.
오른쪽은 촛대봉인 듯...
이어지는 장터목까지 지리산 눈꽃의 비경을 감상하며 황홀경 속으로 빠져듭니다.
반야봉을 조금 땡겨봅니다.
지리산 반달곰인 줄 알고...
제석봉 도착!
제석봉에서 뒤돌아 보니 천왕봉이 마치 설악산 중청봉 사면에서 보는 대청봉과 흡사하여 유유상종이랄까...
장터목대피소에 이릅니다.
서울행 버스를 타야하는 날머리인 백무동 방향은 왼쪽방향입니다.
옛날 이곳에서 봇짐에 가득 물건을 지고 올라와 물물교환을 했다지요? 요즘 사람들에겐 실감이 잘 되질 않은 얘기들입니다.
산불강조기간(11.14~12.15)으로 인해 더 이상 갈 수 없는 지리종주입니다. 올 여름엔 꼭 지리종주를 할 계획으로 열심히 불수사도북에서 근력을 연마하겠습니다.
장터목대피소 전경!
백무동으로 내려섭니다.
마지막으로 반야봉 노고단 그리고 만복대를 보며 다음을 기약합니다.
장터목 앞 마당 북사면은 온통 눈꽃세상입니다.
참샘도착! 참샘에 이르는 긴 바위 너덜길을 내려옵니다.
하동바위!
백무동계곡의 가을 풍경!
현재 시각 오후 4시 3분! 장터목 지나 이곳 백무동까지 꽤나 긴 바위 너덜길을 반 축지법으로 빠르게도 하산한 듯 합니다. 동서울행 마지막 차 시간 18:00 늦어도 17:50까지는 이곳 백무동에 도착해야 하는 꼬리표를 떼어내는 순간입니다.
5분 간격으로 4시 동서울행 버스를 놓친 후 오히려 시간적 여유가 있어 산행으로 지친 고단한 육신을 곡주 한 잔으로 달래봅니다. 실로 30여년 만에 지리 품에 안긴 꿈같은 여정을 반추해 봅니다. 순간 순간이 한없이 행복했던 오늘이었습니다. 가슴 벅찬 감동과 회한의 눈물도 흘려드랬습니다. 천상으로의 계단을 오르며 자만에 빠지는 나를 채찍질 해 봅니다. 포스팅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리산 그 천상에서의 벅찬 감동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 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 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벌 받은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시라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시라
툭 하면 자살을 꿈꾸는 임아 반성하러 오시라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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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계단을 한걸음씩 오를때마다 가슴 벅찬 감동의
그 기분을 충분히 이해 합니다.
지리 정상에서서 일망무제 조망을 바라 보노라면 감동과 희열을 느끼며
아쉽고 안타까운 하산의 발걸음이 떨어지질 않지요.
구상나무에 쌓인 흰 눈이 녹아 코를 질질 흘리는듯한 고드름도 예술이고요.....
자신을 되돌아보며 힘들게 오른 지리의 천왕봉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며
장터목을 지나 백무동으로 하산 하는 발걸음은 무척이나 가벼웠을 테지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 지리 산행에 감축 드리며 ......
잠시나마 그 옛날 아내와 세석의 해맑은 철쭉꽃을 바라보며 걷든 행복한 추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덕분에 지리의 겨울모습 즐감합니다.
수고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