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따라 길따라 : 남강 최종회 (산청-함양), 남덕유산 자락까지

 

2005. 7. 17

 

 

 

 

 

 

...... 혼자만 다니지 말고 같이 갈데 없나 좀 살펴 주시오.

최종적으로 달음산 종주와 영남알프스를 놓고 저울질을 하는데, 난데없는 집사람의 하소연이 옆구리에

박힌다. 윽...... !  아침저녁 산으로 다니는 것도 남편 혼자 다니게 되고, 본의 아니게 산행과 멀어진 신세

가 더욱 처량해졌는지 집사람의 청원에 애절함이 물씬 베였다.

 

 

......모든 계획을 접고, 아내와 같이 남강탐사를 이어가기로 하였다. 막상 결정을 하고 나니 더운 여름

물없는 달음산 종주는 생각만해도 목이 마르고, 영남알프스의 시살등 거쳐감에 헤쳐나가야 할 풀섶을

생각하니 차라리 잘됐다는 간교한 생각도 든다.  

 

 

......오늘은 진주구간에 이어,

산청군 단성면 단성과 신안군 신안 사이의 강에서 시작하여 북상하는 코스.

산청경계 내에서는 주줄기가 "경호강"으로 이름 불리워지고

함양구간에서는 원래대로 "남강", 혹은 금천으로 이름 불리워 진다.

 

 

......왜 같은 줄기인데도  산청에서는 유독 경호강으로 강이름이 바뀌느냐에 대해 안달복달까지 해가며

오랜기간 연유를 캐왔으나, 그것이 그냥 그리되었다는 이해를 끝으로 궁금증의 종지부를 찍기로 하였

다. 언젠가 꼭 필요할 때가 있으면 논의를 할 요량으로 접어두는 것이다. 명칭문제로 혼자 목소리를 높

혀 보았자 공허하다는 것을 몇번 경험하였기 때문이다.

 

 

 

  

 

권혁재 "한국지리 - 각 지방의 자연과 생활" 법문사 1995

 

 

 

서북부 경남지역의 강줄기 중 주요 줄기인 남강을 탐사함에,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1. 주 줄기의 흐름이 남덕유산 남쪽 사면 8부 능선까지 닿는다는 것.

    (자잘한 계곡수들이 많으나 굳이 포인트를 정한다면 "참샘")

2. 지리산 남사면 동부능선-천왕봉-영신봉의 남쪽산수들이 덕천강--> 진양호로 유입되고

3. 지리산 북사면의 뱀사골, 달궁계곡 및 한신, 칠선계곡수들이 임천강으로 모여

    산청군 생초면에서 남강에 합수되며,

4. 백운산-괘관산의 남쪽 계곡수들이 위천으로 흘러, 함양군 수동면에서 남강에 유입된다

 

는 것이다.

남강탐사 2편에서, 이에 관한 개념도를 직접 작성하는 즐거움을 누려 본 바가 있다. 

 

 

 

 

 

1. <산청, 원지에서 읍내까지>

 

 

 

 

단성 IC.

지리산 주요길목이다.

북쪽으로 진행하여 단성에서 신안(원지)으로 건너면 강의 상류쪽에 백마산이 뚜렷하다.

 

 

백마산과 푸른 물그림자.

두터운 초록 입술로 무엇을 말하려는 지.

강루 마을의 끝에 선 외로운 한그루 나무가 귀를 기울이고 있다.

 

 

지금이사 국도로 들어오는 산청의 길목이고, 지리산의 길목이지만

소년시절.

이곳 원지는 덕산과 함께 지리산 골짜기의 머나먼 시골이었다.

 

 

 

 

 

 

둔철산이 바라보여야 할 외송리 지나 범학리로 접어들 무렵

안개와 구름이 한순간 벗겨지면서 둔철산의 모습이 보이는 듯 했으나

힘차게 자라는 초록의 싱그러움만 강조되고 만다.

 

 

강건너 반대편 웅석봉은 아예 가슴부터 가스에 가리웠다.

 

 

3번 국도는 정곡리-묵곡리에서 대전통영 고속도로와 사이가 벌어져, 강에서 멀어지고

정수산(같은 날 이수영님께서 올랐던 산) 쪽으로 바싹 다가서는 듯하다가 산청읍내의 외곽을 지나

오부리까지 휑하니 지나버린다.

 

 

둔철산의 들날머리에 대해 설명을 하다가 애초 산청읍내로 들어갈 계획을 놓친 것이다.

오부에서 차를 돌려 경호강을 따라 다시 남진을 하여 산청읍내로 들어섰다.    

 

 

                

 

 

 -오부에서 산청읍내로 되내려 오던 중 유속이 빨라지는 상류임을 느끼며 한 컷. 

 

 

 

 

 

-산청 읍내를 휘감아 도는 남강(경호강). 우상단의 (꽃봉산) 정자가 인상적이다.

 

 

 

-생애...... 산청읍내는 처음이군.

  하지만 산청경찰서는 어릴 적 부터 많이 들어 "요새"같이 느껴졌었지.

-요새??

-빨치산 토벌대 본부 쯤 되었지, 아마...... 소설 뿐 아니라 어린 기억에도 남아있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산청경찰서  앞을 지나면서 피식 웃게 된다.

세월 흐른지 얼마인데, 아직도 그 기억의 누런 때가 남아있단 말인가.

산청경찰서는 검소하고 단아한 모습으로 잘 정리된 길 안쪽에 위치하고 있다.

장날이 아니라 시장은 썰렁했다.

시내를 일견하고 다시 되돌아 나오는데,

 

 

-어? 언젠가 와봤던 길이잖아요.

-그럴리가.....

-아니예요. 잘 생각해봐..... 틀림없어. 이곳을 좌회전해서 굴다리 아래를 지나지 말고 직진......

-아하! 두달전 황매산! 차황리 가는 길이구나!! 

 

 

생에 처음이라던 산청읍내는 기실 두번째였다.

이젠 두번째라는 기억조차 믿을 수 없다.

강렬한 인상만이 기억되는 나이가 되어가나 보다.

 

 

 

2.<산청 읍내에서 생초까지>

 

 

 

 

              

   -경호강 생림휴게소 앞에는 남강이라는 표지판이 점잖게 서 있다.

   (강줄기를 채 모를 시절에는 얼마나 혼란스러웠던지..... 지금도 인터넷 지식검색란

    에는 경호강과 남강의 관계를 묻는 질문이 가끔 있다.) 

 

 

 

 

읍내에서 생초로 가는 한적하고 뜨거운 길가에 생림 휴게소가 있다.

나는 강변으로 내려가고, 아내는 휴게소 농부의 아내가 다듬는, 잘 마른 마늘과 양파를 산다.

강변에서 처음으로 솜털 보슬보슬한 참깨꽃을 보았고,

맑은 흰색과 수수한 남색이 어우러진 도라지 꽃밭 속을 거닐었으며

잘 자란 고추밭의 나즈막한 터널 아래로 무수히 달려있는 고추의 요란스러움도 보았다.

 

 

정작

밭으로부터 더 이상 내려설 수 없었던 강은

한여름의 오후처럼 나른하고 밋밋하게 흐르고 있다.

 

 

 

 

 

-참깨 꽃 (난 아직 이런 왕방울만한 꽃 밖에 안보이나 보다. 참깨에 비해 꽃은 되게 크네.^^)

 

 

 

 

 

 

대전-통영 고속도로, 생초 IC.

산에 친근한 이들은 이곳에서 나와,  마천으로 간다.

추성리, 백무동, 삼정리, 실상사 까지.....

 

 

 

생초 IC 를 빠져나와 차분하게 3번 국도를 따라 3.7 Km 정도 북상하여

수유교 갈림길에서 다리로 좌회전하여 1034 번 국도를 따라 가면

임천강을 따라 지리산 북사면의 자락을 가게된다.

 

 

 

위 사진은 생초 IC 를 빠져나와 3번 국도로 진입하는 다리 위에서 찍은 것이다.

대부분의 차량들은 사진의 좌측 둑길(좁은 아스팔트)로 진입한다.

수킬로를 절약하는 것이다.

나는 임천강과  경호강의 합수점을 확인하러 가는 것이지만,

이 길이 생초IC 로부터 구형왕릉으로 가는 최단거리임을 깨닫는다.

 

 

 

멀리 보이는 교각은  계속되는 고속도로(경호강1교)다.   

 

 

 

 

 

-임천강(왼쪽)이 우측으로부터 돌아 흐르는 남강에 합수되는 두물머리.

(개인적으로 중요한 곳인지라 한동안 머물렀다.)

 

 

 

 

- 두물머리에서.

(고속도로-경호강1교-가 지나고...... 강의 고요함은 유년시절 남강변의 추억을 되살린다.)

 

 

 

 

               

               -성애교 곁, 고속도로가 지나가는 다리 그늘 널찍한 쉼터에서 강을 바라보다.

               

 

 

 

                -수동면과 대궁리 사이의 성애교 

 

 

 

수동면 소재지를 지난다.

수동이라.....^^ 친근하고 조심스런 이름이지만 "물이 많은 마을" 이라는 아내의 귀뜸에 공감한다.

물이 많은 마을 일 수 밖에......

이곳이 함양 백운산과 계관산 자락에서 흘러내린 위천 이 남강과 합수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위천의 합수점은 건너편 웅평리를 지나 농로에서 관측해야 하는데 강과 길사이가 좀 먼 것 같아서

관측을 생략하였다. 

 

 

 

 

 

3.<함양에 들다.>

 

 

산청과 함양은 원래부터 선비의 땅이다.

그래서, 절개와 지조의 땅이다.

안동의 퇴계와 대비되어 벼슬길에 나가지 않고 학문과 충절을 지킨 남명의 땅이다.  

남명의 제자들이, 그래서 임란의 의병장이 많은 것이다.

 

 

 

이 땅에서 유학온 중고교의 친구들에게

괜한 부러움을, 어린 마음에도 가졌었다.

그래서 철들 무렵부터

40 Km 나 떨어진 지리산 천왕봉을 고향 진주의 지붕이라고 믿으며 살았던 것일까.^^

 

 

 

청계서원과  남계서원을 둘러보고

유전자에 베어 있는 서원의 맥박을 느끼며 그 기운에 젖어본다.

 

 

 

서원은 사찰 못지 않게 나의 고향이다.

언제나 그곳에 가면 말할 수 없는 안락감과 향수를 느낀다.  

 

 

 

 

 

 

-청계서원 안내비

 

 

 

 

 

 

-청계서원의 정갈함

 

 

 

 

 

 

-남계서원의 입구

 

 

 

 

 

 

-하마비를 지난 남계서원 입구, 시골 아낙의 무심한 몰두가 경건하다.

 

 

 

               

 

 

                -남계서원 안내문

 

 

 

 

 

 

 

-남계서원은 고고한 건축미가 격을 한층 더하였다.

 

 

 

4.<안의에서 영각사 까지>

 

 

 

함양에서의 남강줄기는 원래의 이름대로 남강이다. 88올림픽 고속국도가 남강을 지나는 다리의 이름

도 남강교가 된다. 지형지리에 익숙한 안의에 들어섰다. 광풍루는 여전하였으나 안의교에서 안의대교

까지 호안공사가 한창이라 어수선했다.

 

 

남덕유산을 비롯해 거창의 산들을 찾기 위해 들러다 보니 자주 찾는 마을과 길이 되어버렸다.

주변을 거닐다가 경탄찬탄에 입을 다물지 못할 광경을 목도하고 한동안 움직일 줄 몰랐다.

 

 

사진으로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안의를 관통하는 수질을 한번 보라......

상당한 수심을 가졌는데도 강바닥이 수영장보다 깨끗하다.

주변에 수초도 많이 있는데 우중충한 흐름이 전혀 없다.

 

 

안의의 힘인가.

남강의 힘인가.

 

 

 

               

 

                -광풍루와 물맑은 강

 

 

 

               

 

               -강바닥이 드러나는 맑은 물

 

 

 

농월정은 이 부근을 지날 때 간혹 들리는 곳이다.

농월정자 없는 농월정 유원지 일대를 땀흘리며 다시 둘러보고

황석산의 소리에도 귀를 귀울여 보았다.

 

 

농월정 계곡, 동호정, 거연정 거쳐가니 왼켠에 괘관산의 위세가 줄곧 힘을 잃지 않는다.

남강 상류의 아름다움은 이곳에서 가장 빛난다.

 

 

서상면에서 부터 새로난 26번 국도로 시원하게 달려

육십령 가는 26번 도로와 영각사 방향의 37번 도로의 분기점에 선다.

남강 줄기 따르기가 막바지에 다다른 것이다.

 

 

 

 

               

 

               - 늘 느끼지만, 계곡의 물놀이에서 어른들은 더이상 아이들에게 보여줄 것이 없

              다. 씁쓸하지만 그들도 그냥 아이가 되는 수 밖에 없는 듯하다.(농월정 유원지)

 

 

 

 

 

 

-농월정 유원지에서

 

 

 

 

 

 

-농월정 상류

 

 

 

 

 

 

-거연정

 

 

 

 

 

 

-거연정 하류

 

 

 

 

 

 

-새 26번 4차선도로를 달리며. 구름에 잠긴 남덕유와 우측의 월봉산

 

 

 

 

 

 

-육십령 가는 길과 영각사 방향 길목 갈림길에서.

남덕유와 할미봉의 남동사면에서 흘러내린 남강의 시원(始源)은 이런 모습으로

힘찬 흐름을 이어간다.

 

 

 

 

 

 

-영각사 가는 길에서 바라본 할미봉.

남덕유 정상에서 보면 육십령-할미봉-남덕유능선의 이음새가 또렷한데

아래서 보니 할미봉과 남덕유 서봉의 능선이음이 매끄럽지 않게 보인다. 

 

 

 

 

 

 

-영각사 입구에서 본 할미봉 방향1

 

 

-영각사 입구에서 본 할미봉 방향2

 

 

 

거의 비슷한 위치에서 기억을 더듬어 다시 찍어 보았다.

겨울 사진의 오른쪽 나무들은 이번 여름사진의 오른 쪽 수림들과 일치한다.

이파리를 떨구니 드러난 뼈대가 사뭇 뜻밖이다.

 

 

 

이파리를 떨구고 드러난 모습이 꼭 본래 모습이랄 수 없지만

그래도 이파리를 떨구고도.....

강하고 굳센 절개와 지조. 

 

 

그런 것들을 잃지 않는 삶의 모습을 소망한다.

 

 

선비의 땅, 산청 함양을 지나 남강의 끝에서 그런 이미지와 강렬히 만났다. 

 

 

 

 

 

 

 

<후기>

 

남강의 발원지 참샘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마무리할려 하였으나

그렇게 되면 남덕유 산행을 일부러 숙제처럼 하여야 하기에 강은 여기서 일단 끝을 맺기로 합니다.

 

 

그간 남강주변의 산행도 하였으나

그것도 낙남정맥의 줄기 탐색 차원으로 따로 정리하였으니

자주 오르는 남덕유산을 참샘 찾기로 일부러 오르는 이벤트가 머쓱하기 때문입니다.

 

 

안그래도 일찌기 성철스님께서 밝혀 놓으신 바가 있거든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ㅎㅎㅎ(부디 경망을 용서하시옵고)   

 

 

애초에 여러 사람의 당혹감 속에 시작한 강따라 길따라.(낙동강 중류이하 세편, 남강 세편)

낙동강과 남강.

지리산과 덕유산.

낙남과 낙동.

진주에서 태어나 부산 땅에 이어 살면서

나고 자란 삶의 터를 다시한번 이해해보고자 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치기로 시작한  보고서

인 셈이었습니다.

 

 

산행기 틈 속에 뻔뻔스레 올려대는 만용을 너그럽게 이해해주신 산하식구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젠 다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겠습니다.^^

매편마다 쓰고 싶은 내용은 10 배나 많았지만, 그나마 절제를 하여 업보를 10 분의 1로 줄인 것

이 오히려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더운 여름산행에 행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