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만하고 풍후(豊厚)한 봉우리 - 仙女峯


 

2008. 2. 23 (토)

산사모 정기산행  28명


 

갈매기상회 -비둘기바위 -도토리골 갈림길 -585봉 -선녀봉 -갈림길 -급경사 바위 -화랑골 - 임도 (산행시간 6시간 20분 후미기준)


 


 


 

엊그제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가 지나가고 삼라만상, 즉 청정무구의 계절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춘삼월이 다가온다.

봄은 초목의 싹이 트는 따뜻한 계절이지만, 기상이 비교적 안정된 겨울이나 여름에 비하면 날씨 변화가 심하고 점차 따뜻해지기는 하나 때때로 추위가 되돌아오는 등 기상이 상당히 복잡하다.

오늘 우리가 가는 선녀봉은 봄의 소식을 먼저 들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거니와 심산유곡의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기도 하다.

해서 노님에 날을 헤아리지 않고 아름다운 경치를 만나면 머물며, 나를 알아주는 벗과 함께 마음에 맞는 곳을 찾을 수 있는 곳.

그 곳이 바로 선녀봉이 아닌 듯싶다.


 

 

 

<천등산이>

 

 

<넓따란 임도>

 


 

<농어촌공사에서 식수원 댐을 건설하여 주민에게 공급한다고 한다. - 산허리를 잘룩 짤른것이 영 보기가 싫다.>

 

 

<골짜기의 얼음덩이>

 

 

 

 

 

<음양의 이치인가>

 

 

<눈(雪)길이>

 

 

<계속 이어진다>

 

 

<포근하게 다가온다>

 

 

 

 

 

1. 님마중 하러 드넓은 임도를 한참 따라가니 산정이 그리워진다.


 

완주군에서 널리 알려진 이 산의 풍광의 심상(心象)을 대변하듯 선녀봉의 봄마중은 성급한 길손의 발길로 잠을 깨운다. 우수가 지났어도 쌀쌀한데 웬걸 꽃바람까지 더해주니 이 길손의 황급함을 시샘하는 것인지.   

소담한 마을을 지나 앞 개울 너머에 산이 드리운 것은 장쾌하거나 장중함보다는 포근함으로 다가온다.

때론 그늘진 골짜기에 듬성듬성 쌓여있는 눈덩이와 얼음덩어리가 보인다.

봄을 기대했건만 때가 아직 이르기는 한가보다.

 

구불한 임도를 돌아 막 하늘을 쳐다보니 동으로는 구름한 점도 없이 떠오른 고운햇살이 거침없이 퍼져 있지만, 정작 우리가 향해야 할 서북의 선녀봉에는 벌써 구름이 모이기 시작한다.

 

 

<대둔산 산정>

 

 

 

<장중하게 보인다>

 

 

 

 

 

<땡겨봄>

 

<봄이 오는중>

 

<쌈박한 이미지랄까>

 

 

 

<갈길을 가며>

 

<장엄하게 펼쳐진다 - 대둔산>

 

 

임도 중턱에 닿았을 쯤 돌아보니, 육중한 대둔산과 미끈한 천등산이 산의 정기를 응축한 듯 힘찬 기상이 서려있다. 또 그 산자락이 흘러내리는 군데군데 뼈마디의 바위들이 암산(巖山)의 부드러움을 받쳐주고 있다.  


 

대활골을 거쳐 도토리골 갈림길에 이르자 확 트이면서 싱그러운 바람과 수정처럼 맑은 빛이 길손의 심회를 풀어준다. 그리고 앞에는 우리가 가야 될 585봉과 그 옆에의 선녀봉이 노송으로 둘러싸여 운치를 더해준다.

한편 우측으로는 나무사이로 낮은 산들이 겹겹이 포개져 펼쳐지는 산맥의 물결과 아늑한 풍경은 이 산에서 머금는 여백의 미를 추구한다.


2. 자연의 위순(委順)이 마음을 씻어준다.


 

140여분의 중턱의 임도를 굽어오자 해는 중천에 떠있고 더욱더 겨울나무 그림자가 길손의 마음을 잡는다. 휴식을 하면서 만찬으로 접어드니 햇살의 담백한 아름다움이 발하여 진다.

 

 

<처음 접하는 오름등로>

 

<계곡을 따라>

 

<산죽길을 거쳐>

 

<후미조>

 

 

마지막 임도에 닿자 왼편으로 이 산에서 처음 접하는 625봉 오르는 급경사 오름길이다. 30여분 남짓 오르자 잘록한 안부에 닿는다. 바로 선녀봉의 흐름을 살피기 위해 서쪽을 향해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인 선녀봉의 절정을 기대하며 조금씩 나아가 숨을 몰아쉬면서 625봉에 올랐다.

 

 

<천등산과 대둔산정>

 

<산골마을의 아늑한 풍경>

 

<산그리메의 장>

 

<저기 선녀봉이>

 

<선녀봉에서 -  회장님>

 

<다시 보고픈 대둔산정>

 

 

 

<하산중 - 다시보고픈 대둔산>

 

 

좌측으로 천등산의 장엄한 형세가 펼쳐지고, 우측으로 선녀봉을 비롯하여 대둔산, 운암산, 그리고 운장산 준령과 봉수대산이 아스라이 드러난다.

특히 영험한 인상의 대둔산이 하늘과의 융화를 보여주니 이 장엄할 수밖에...

깎아지른 단애와 칼바위들이 세월의 깊이를 더해주며 그 모습이 마치 자연이 빚어낸 한 폭의 묘화(描畵)로 연상되는 이미지이다.

 

수려한 풍광을 살펴본 후 조금 뒤 이 산 주봉인 선녀봉에 이르니 빼곡히 들어서 있는 잡목들이 병풍친 모습인양 둘러치어 있으니 전망을 볼 수가 없다. 그리고 정상석이 없고 누군가 같다 놓은 조그만 돌 표면에 새겨진 선녀봉이라는 표시에 웃음이 날 뿐.

 

 

<돌아봄>

 

<돌아보니 선녀봉이라>

 

 

 

<운장산 줄기>

 

<다시>

  

 

 

 

 

<가까이 손에 잡힐 듯>

 

<조심하면서>

 

 

 

 

 

3. 산세가 포근하긴 하나 단조로운 느낌을 느끼며 - 하산


 

정상에서 585봉으로 이어간다. 그 봉을 에워싼 수려한 송림과 참목의 도열, 그 뒤로 활화산처럼 피어오른 벼랑의 진용(陣容)이 나의 가슴을 마구 뛰게 한다.


 

『 저 단애 아래에는 필시 계곡이 있고, 그 진경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 』


 

아련한 영상을 스치는데, 마침 불어드는 바람에 깜짝 놀라 그 순간이 허공속으로 날아간다.

아주 가파른 산길을 따라 내려서자 활엽수가 군락을 이루고 훈풍에 나부끼며 은은한 향기로 길손을 맞는다.

자연암반의 산길이 고즈넉하고 싱그러운데 참목과 송목, 바위의 조화로움이 더욱 빛나는 길을 따라가니 그 시간은 정녕 세간의 축복이라 할 수 있다.


 

한참을 마른나무만 가득한 숲 지대를 지나서 가다가 갑자기 길이 없어 보인다. 그렇지 아니하여도 있는 둥 마는 둥하던 길이 그것마저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우리는 우왕좌왕 하지 않고 길이다 싶으면 그 곳으로 내려 40여분 쯤 이어왔을까, 반갑게도 먼저 내려간 일행들이 쉬고 있다. 또 그 앞은 무리를 이룬 산죽이 바람결에 머리를 풀고 내뱉는 향취가 심신을 평온하게 가라 앉혀준다.

 

 

<화랑골>


 

우측으로 방향을 틀고 계곡 등로로 이어가자 화랑골이라는 거대한 계곡이 눈앞에 나타난다. 수량이 없어 계곡다운 면목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깊은 골(谷)만은 어느 골에 뒤지지 않는다.


 

계곡과 맞닿는 임도에 닿아 바람속에서 흐르는 저 멀리의 구름을 쳐다본다.  (15:50)


 

◈◈ 마치고.


 

그리 알려지지 않은 산이었기에 자연의 비경이 조금은 빛 날수가 있겠구나 하고 내심 기대를 하였으나 그저 평범한 산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산의 산세가 웅장하거나 장엄하진 않지만 어머니의 마음처럼 온화하고 포근함, 북을 향해 껴안은 듯한 곱고 수려함이 비쳐주어 그나마 나의 마음에 위안이 되어 줄 수가 있었다.

아쉬운 맘은,

 

" 다시 찾을 기약은 두지를 못하는 것이 어찌 마음에 걸린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