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 1일 지리산 단독 종주  
                (2004. 7. 27)

   - 총 종주거리 34.5km 소요시간 12시간  -

성삼재(05:00) - 노고단(05:40) 2.0KM        40분
노고단(05:40) -  삼도봉(07:30) 5.5KM  1시간 50분
삼도봉(07:30) -  연하천(09:00) 5.0KM  1시간 30분
연하천(09:00) -  벽소령(10:30) 3.6KM  1시간 30분
벽소령(10:30) -  세  석(12:50) 6.3KM  2시간 20분
세  석(12:50) -  장터목(14:10) 3.4KM  1시간 20분
장터목(14;10) -  천왕봉(14:45) 1.7KM        35분
천왕봉(14:45) -  중산리(17:00) 7.0KM  2시간 15분

일   정
  광양출발(03:00) → 구례도착 및 차량탑승 (04:20)
  등산(05:00-17:00, 12시간00분) → 진주도착(18:50)
   → 광양출발(22:10)

준비사항
김밥(통김밥) 3줄, 김치, 밥1인분, 김2 참치캔1, 생수2병,
디지털 카메라,초코렛1, 바나나3개, 영양갱1, 여벌옷(윈드
자켓, 쿨 맥스 티1), 분사식 소염제, (바세린은 바르고 갔음) , 펜, 지도,  

소요비용 : 31,100원
교통비 : 18,500원, 부식 및 간식비 : 12,600

  
다시는 이같은 무모한 짓을 하지 않겠다

금년 6월부터 지리산 종주를 꿈꿔 왔는데 주말마다 비가 오거나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아 미뤄 오던 것을 하계휴가 기간중에 다녀오기로
작정하고 산행준비에 들어갔다 교통편을 먼저 알아보고 산행코스 소요시간 당일날씨, 부식등을 꼼꼼히 챙겼다

새벽 세시 자명종 소리에 잠이 깼다 어제저녁 챙겨놓은 배낭을 다시 한번
더 점검을 하고 집을 나섰다 모두가 잠들어 있을 시간이지만 아직까지도 주샌하고 싸우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집앞 호프집에 불이 켜져 있다 차문을 열자 차밑에 있던 고양이가 화들짝 놀라 달아난다    

세시 반 구례 터미널에 도착 하였다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아서인지 광양서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성삼재로 올라가는 첫차가 4시20분 다소의 시간 여유가 있어 차안에 들어누워 라디오를 듣고 있다 4시경 버스에 올랐는데 웬걸 자리가 벌써 만원이 되어 버려 하는수 없이 서서 가야했다

꼬불 꼬불  노고단으로 올라가는 버스안에는 발디딜틈 없이 비좁은데다 어린애가 멀미를 해
악취가 진동을 한다 애 엄마 인 듯한 젊은 아주머니가 당황하여 어쩔줄 몰라 하나 다들 지리산을 올라가는 설레임 때문인지 아니면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질어서 그런지 누구하나 싫은 소리 하는 사람이 없다      

05:00 성삼재 도착
다섯시 성삼재에 도착하였다 버스에서 내리는데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오싹한 한기가 든다
동편 하늘에는 별들이 서서히 빛을 잃어가고  어스럼속 저멀리 지리산 주능선의 웅장한 모습이 자태를 들어낸다 어둑어둑한 길을 따라 이름모를 새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시원한 새벽 공기를 쐬면서 걸으니 절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05:40 노고단
출발한지 40여분정도 걸려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하였다 이른 새벽인데도 산행을 나서기 위해 밥을 짖고 짐을 챙기는라 분주한 모습들이다 잠시 들러 쉬고는 싶지만 당일 종주를 위해서는 밥먹는 시간까지 아껴야 된다  휴가철을 맞아  가족단위 , 직장단체, 학생등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 종주를 위해 큼직 막한 배낭을 짊어지고 힘들게 올라가는 모습들이 눈에 뛴다 길게 늘어진 단체 산행객들 만나면 마음은 급하고 추월해 가는것도 보통 힘든일이 아니다

07:30 삼도봉
서두른 탓에 당초 계획보다 20여분 앞서 삼도봉에 도착하였다 집에서 싸간 통김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바위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아침에 출발하였던 노고단이 운무에 휩싸인채 멀리 보인다 전라남북도 경상남도등 3개 도의 경계점인 삼도봉에는 작은 삼각뿔 형태의 금속 조형물의 표지석이 설치되어 있다

09:00 연하천 산장
노고단을 출발한지 한시간 반쯤 연하천 산장에 당도하여 샘터에 들러 물을 보충하고
한바가지  퍼서 마시는데 정말 시원하다 이곳은 지리산에서도 물맛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원두커피라고 쓰여진 표지판을 보고 커피한잔 할려고 산장을 기웃거려 보지만 산장지기가
어데가고 보이지 않는다 파아란 하늘에 따가운 햇살이 비추다가도 한치 앞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안개가 자욱히 끼는등 지리산특유의 변덕스런 날씨를 보인다 등산로 주변 곳곳에는 원추리등 야생화가 군락을 이루고 있고 이름모를 새와 곤충들.... 조금전 까지 그 많던 등산객들이 지금은 한명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나 홀로 안개 속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묵묵히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10:30 벽소령 산장
등산로변 곳곳에  국립공원 관리공단에서 심혈을 기울여 자연 생태숲 복원사업을 해놓은 것을 보고 자연을 파괴 하는것은 한 순간이지만 복원 하는데는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야 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알프스 풍경 사진에서나 본듯한 이국적인 건물이 나타난다 바로
벽소령 산장이다 하루저녁 이곳에서 자면서 벽소명월을 감상할수 있으면 좋을 텐데..(다음기회로 미루고) 잠시 의자에 앉아 영양갱과 바나나 하나를 까먹고 등산 안내지도를 보니 세석산장 까지는 6.3km (3시간 30분 소요) 본인 계획표상으로는 2시간 10분 보통사람들보다 거의 두배 이상의 속도로 가야 된다 세석산장으로 가던길에 선비샘에 들러 물을 보충하고 다시 갈길을 재촉하는데 공포의 나무계단이 또 나타난다  한계단 한계단 올라 갈때마다근육이 땡기는듯한 고통과 함께 피로감이 서서히 몰려 온다

12:50 세석산장
영신봉에서 바라다보는 세석산장은 세석평원이 어머니의 품 처럼 포근하게 감싸안은 형태로 주변경치와 어울러져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표지판에서 세석평원을 지상최대의 낙원이라고 적혀 있던데 그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록 아름답다 여기에다 철쭉까지 만개하면
환상적일텐데 다음에 철쭉 필 때 꼭 다시 한번 오리다
세석산장에 들러 김밥 한줄로 점심을 해결 했다 당초에는 아침식사로 김밥 세줄 점심은 밥에다 참치캔, 김치, 김 을 준비해왔으나 땀을 많이 흘려서 그런지 별로 식욕이 땡기지 않아 김밥 한줄로 대신했다

14:10 장터목산장
학교 다닐때 교과서에 무지개를 쫒아 가면 다시 그 자리에 있고 아무리 잡으려도
잡히지 않듯이 천왕봉은 걸어도 걸어도 그 자리에 그대로 우뚝 서있는 것 같다 아침 다섯시에 출발하여 여덟시간이상 걸으니 아무데나 드러누워 쉬고 싶은 충동이 생길정도로 피로감이 몰려 온다 발바닥은 불이나고 무릅관절 부근이 뻐근하니 아파온다 촛대봉을 지나 장터목 산장에 도착하여 마지막 남은 초콜렛과 바나나 하나를 까먹고 다시 천왕봉을 향해 출발 하였다 마지막 사력을 다해 걷고 또 걷고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두명이 바위를 오르면서 손목을 잡고 끌고 하다 뒤에 올라가던 학생이 손목을 놓쳐 뒤로 넘어지려는 것을 본인이 떠 받치는 통에 둘이 동시에 나뒹굴어 졌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다 본인이 아니었으면 큰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14:45 천왕봉 정상
드디어 천왕봉 정상에 올랐다 옆에 사람보고 사진촬영을 부탁하고 가장 멋있는 폼으로 찰칵!  정상정복의 기쁨도 잠시 내려갈 것을 생각하니 막막하다 차가 없는 관계로 진주까지 가서광양가는 버스를 타고 가야 하기 때문에 하산을 서둘러야 했다 천왕봉에서 법계사를 거쳐 중산리로 내려 가는데 정말 곤욕이다 오르막길보다 더 고통스럽다 엉거적 엉거적 게 걸음으로 내려가는데 땀에 젖은 옷에서는 쉰내가 푹푹나고 썬크림을 잔뜩 발라놓은 피부는
끈적끈적 정말 괴롭다

17:00 중산리
드디어 산행시작 12시간 만에  중산리에 도착했다 야영장 인근 도랑에 양말을 벗어 놓고 발을 담궜는데 정말 시원하다  발바닥에는 이미 여기저기 물집이 생겼으나 무박당일 지리산 종주 영광의 훈장처럼 자랑스럽기만 하다 마라톤 풀코스도 뛰어 보았지만 오늘처럼 고통
스럽지는 안했다 상가에 들러 캔맨주 한병 사서 원샷으로 마셔버리고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1.2KM 정도 떨어진 마을까지 걸어서 갔다 진주서 순천을 거쳐 막차를 타고 집에 들어온시간이 10시 10분  다음날 다시 차를 가지러 구례까지 가야 했다

후기
- 이번에 지리산 무박 당일 종주를 통해 체력의 한계를 느꼈고 나름대로 성취감도 맛 보았다 다음에는 여유를 가지고 주변 경치를 즐기면서 1박 2일로 다녀올까 한다 그리고 포켓용 소주 한병을 가지고 갔으나 먹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술이 안땡겨서 노! 그럴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