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자/일시
2004년 7월 21일(수요일)/오전 9시 15분∼오후 4시 10분

◆ 산행코스
오색-대청봉 5km 2시간
대청봉-봉정암 2.3km 1시간
봉정암-구곡담계곡-수렴동대피소 5.9km 1시간 35분(봉정암 10분 휴식)
수렴동대피소-수렴동계곡-백담사 4.7km 1시간 25분(수렴동대피소 10분/백담사 20분 휴식)
백담사-버스정류장 3km 50분

◆ 산행거리/산행시간
20.9km/총 소요시간 6시간 55분(식사 및 휴식시간 포함)

◆ 산행구간별 거리/시간
◎ 09:15 오색 매표소
   (1.3km)
◎ 09:40 제1쉼터(820m)
   (1km)
◎ 10:05∼10:10 설악폭포(950m)(식수 보충)(제2쉼터(1,300m)는 공사중)
   (2.7km)
◎ 11:20 대청봉(1,708m)(비선대 8km/백담사 12.9km)
   (1.2km)
◎ 11:55 소청봉(1,550m)(소청대피소(1,420m)에서 잠간 휴식)
   (1.1km)
◎ 12:20∼12:30 봉정암
   (0.2km)
◎ 12:36 사자바위(1,180m)(대청봉까지 2.5km/백담사까지 10.4km)
   (0.3km)
◎ 12:43 봉정골 입구(1,050m)
   (1.7km)
◎ 13:03∼13:10 쌍폭포
   (2km)
◎ 13:40 만수담(680m)(대청봉까지 6.5km/백담사까지 6.4km)
   (1.7km)
◎ 13:55∼14:05 수렴동 대피소(오세암까지 2.3km/백담사 4.7km)
   (1.2km)
◎ 14:20 마등령 갈림길(영시암)(오세암까지 2.5km/마등령까지 3.9km)
   (3.5km)
◎ 15:20∼15:40 백담사
   (3km)
◎ 16:10 버스정류장

◆ 산행후기
숙소인 낙산에서 춘천행 시외버스를 타고 오색매표소 입구(버스 정류장이 아님)에서 하차한 시간이 아침 9시 15분이다.
오색마을입구에서 하차하라는 것을 억지를 부리고 때를 쓰니 마지못해 매표소입구에서 내려주긴 했으나 다음에는 절대로 안된다고 한다.
매표소입구에서 4명의 남녀가 산행준비를 하다가 혼자 왔느냐고 묻고는 의아해 하면서 어디까지 가느냐고 또 묻는다.
아침에 망설이다가 나선 걸음이라 공룡능선을 가기에는 늦은 시간이고 매표소에서 비가 온다고 하니 산행코스를 변경해야 될 것 같다고 대답하고 먼저 출발한다.
일단 대청봉에 올라가서 시간이나 날씨의 변화를 보고 다음코스는 결정하기로 한다.
어두운 새벽에 몇 번 오르긴 했으나 밝은 날은 처음인 코스이다.
여름휴가기간이라서 가족들이 많이 온 듯 하다.
제 작년 겨울에 왔을 때에도 공사중이였는데 제2쉼터 부근에는 아직도 공사중이다.
대청봉이 가까워지니 바람도 세차고 안개가 자욱하다.
대청봉에는 바람이 너무 심하여 몸무게가 제법 나가는데도 몸을 지탱하기가 버겁다.
안개가 자욱하긴 해도 바람따라 안개가 이동하고 있으므로 조금만 기다리면 경관을 감상할 수 있으련만 바람이 너무 심해 잠시도 머물 수가 없는 형편이라 대청봉이라고 새겨진 돌을 한번 안아보고는 겨우 몸을 가누고 중청으로 향한다.
중청 대피소에는 관리인외에는 아무도 없다.
소청봉에 도착한 시간이 오전 11시 55분이면 충분히 공룡능선을 갈 수도 있는 시간이긴 하지만 바람과 안개 때문에 경관을 감상하는 즐거움이 없을 것 같아 이틀 후에 다시 오기로 마음먹고 20대에 가본적이 있는 봉정암으로 향한다.
소청에서도 안개가 자욱하여 앞이 잘 보이질 않더니 소청대피소에 도착하니 햇빛이 쨍쨍하게 비치는 맑은 날씨로 변해 있다.
그 옛날 소청에 대피소가 없던 시절에 이곳을 지나긴 했으나 길이 생소하다.
봉정암 역시 너무 많이 변해 있다.
20대 중반 어느 날 눈이 아직 녹지 않은 4월 5일경 한밤중에 왔을 때 군불을 많이 지펴서 방바닥이 너무 뜨거워 잠을 설쳤던 추억의 암자는 그래도 얼른 눈에 들어온다.
그때는 이렇게 긴 세월이 흐른 뒤에 다시 올 것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고 그냥 지나쳤던 것을.......
바쁘게 살아온 지난 세월이 참으로 순간인 듯 하다.
봉정암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발길을 옮긴다.
옛 기억을 더듬으면서 30분을 내려가니 쌍폭이다.
장마 뒤라서 그런지 물줄기가 볼만하다.
쌍폭을 지나면서부터는 물빛이 너무나 맑아서 옥빛이다.
그냥 바라보고만 있어도 머리가 맑아진다.
마음 또한 깨끗해지는 듯 하다.
손바닥에 옥빛을 담고 또 담으면서 혼자서 중얼거린다.
너무나 아름답다고.......
그 옛날에는 이토록 아름다웠다는 기억이 없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감성적이었으련만.......
그렇게 구곡담 계곡에 도취되어 물과 함께 흐르는 동안 수렴동 대피소에 닿는다.
많은 사람들이 휴식하는 사이에 끼어 간단한 간식으로 점심을 대신한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시장기도 느낄 수가 없다.
이런 길이라면 하루종일 걸어도 힘들지 않을 것 같다.
수렴동 계곡을 끼고 1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에 백담사에 도착한다.
백담사 여기저기를 둘러보면서 인생사를 생각해 본다.
마침
「강물」이라는 제목의 「오세영」님의 시가 눈에 들어온다.

「무작정 앞만보고 가지마라  
  절벽에 막힌 강물은 뒤로 돌아 전진한다.
  
  조급히 서두르지 마라
  폭포속의 격류도 소(沼)에선 쉴 줄을 안다.

  무심한 강물이 영원에 이른다.
  텅빈 마음이 충만에 이른다.」
  
서기 2002년 팔월 초순에 근원 김양동의 글씨로 표기된 위의 시가 마음에 와 닿는다.
보낸 시간들과 맞이할 시간들에 대하여 깊은 생각을 하면서 백담사를 뒤로한다.
늦은 시간임에도 백담사를 향해 오르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승용차도 통행이 불가하여 다들 걸어서 가는 것 같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즉시 버스를 탈수 있는 행운이 기다린다.
버스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옥빛 계곡이 가슴에서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