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북한 한가로이 넘나들기


1. 산행일자 : 2004.9.4(토) [흐림]


2. 운행구간 : 회룡역-범골능선 주능선안부-회룡골 주능선안부-송추분소삼거리-
송추폭포-오봉능선-칼바위-우이암-우이령-상장능선-육모정고개-
영봉-하루재고개-도선사


3. 산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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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산행기

<하도 산행기를 안 올려 산행기 쓰는 법 안 잊어먹을려고 올리오니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클클>



낼 조령산, 주흘산을 갈려고 이것 저것 채비를 한다.
상추도 사고 과일도 준비하고 한다.

집에서 새벽 3시정도에 나갈 요량으로 2시정도에 알람을
맞춰놓고 잠에 든다. 죽음보다 깊은 잠. 이 말이 딱 맞으리라..
알람소리는 들은 바 없고 눈을 떠 보니 5시다.

에고. 클났다. 5시면 일행들이 서울엔 없을 시간.
차라리 갈등의 시간이 없어 좋았다. 망쳐도 이리 망쳐논단 말인가.
일행에게 미안해서 도저히 육성 전화는 못하겠다.

문자로 핑계아닌 핑계를 주절주절 늘어놓는다.
살면서 몇번 안되는 실수다.

오늘 산엔 가긴 가야겠는데.. 그럼 어딜 간다?
솔직히 몇주 전부터 주흘산에 가길 맘 먹고 지도도 카피해놓고
도상거리도 재보고 그랬는데 그게 빠그러지니깐 어떤 산에도 맘이 안간다.

가평엘 가? 당장 지도도 없잖은가. 지도없이 갈 산은 많은데
지도를 늘 챙기다보니 지도없이 산행길 나서기가 영 캥긴다.

그럼? 만만한게 모라고 도봉산이 떠올려진다.
저번 주에도 회원 합동산행으로 갔다 왔잖은가.
근데 도봉산만큼 땜방산행에 좋은 게 또 있을까.

그래 오늘은 안 가본 데로 가보자고 나름대로 위안을 삼고
주흘산에 갈려고 준비했던 점심메뉴를 챙겨가지고
늦으막히 9시에 길을 나선다.

역시 회룡역이 들머리다. 회룡역에 내리니 9시40분 정도다.
도봉산쪽으로 나가 주차장을 대각선으로 건너 큰길을 건넌다.

뉴삼익 아파트사이로 나간다. 한 20분을 가 굴다리 바로 지나
좌측 산등성이로 붙는다. 엥? 튼튼한 철망을 쳐놓았다.

전엔 원형철조망이 뭉그러져 있었는데 보다 보다 못해 철조망을
만들어 놓은것 같다. 새 철조망의 으리으리한 은빛이 아침햇살에
눈이 부시다.

미쳐 철망이 완성되지 못하였는지 여기저기 허술하다.
허술한 틈으로..

범골 이쪽으로 올라 한 30분정도 오르면 널다란 바위지대가 있는
좋은 전망대가 있다. 오늘은 캥기지 않은 산을 와서 그런지
그 전망대 올라가기에도 허기가 지고 머리가 핑돈다.

봐라. 매사 기분이니라.
어떤 맘을 갖느냐에 따라 좋아지기도 하고 나빠지기도 한다.

오늘은 지겹게 쉬며 쉬며 가보자.
강렬한 햇살이 안 비추어 바위 위에서 유유자적하기도 좋다.

오르락 내리락하며 다시 범골 주능선 안부로 간다.
사패산은 600m 더 가면 나온다는 그 안부다.

여길 오면 이상하게 사패산을 가기가 잘 안된다.
갔다 다시 돌아나오는 알바는 아니지만
동형 반복이 싫어서 그럴것이다. 도봉산 답게 여기저기 산객들이 보인다.

신선대 쪽으로 간다.
집에 있는거보다 산에 오는게 훠얼씬 낫다고 느낄 즈음
회룡골 주능선 십자 안부 도착이다. 오늘은 여기서 송추쪽으로 가보자.

송추쪽으로 가다가 다시 송추폭포 삼거리에서 오봉쪽으로 가는 거다.
돌 계단 고즈녁한 곳을 지나 나름대로 계곡이라고 물이 흐른다.

가족들이 바위 평평한 곳에서 자리를 깔아놓고 재미있게 이야기들을 나눈다.
좀더 나아가보니 물량은 많지 않은데 물이 참 깨끗한 곳이 보인다.

낙옆 떨어진 것은 전혀 안보이나 떨어지고 흐르는 물에서
문득 가을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전에 가을 어느 날 화악산 큰골로 내려오면서 그 큰골 깨끗한 물위에
노란 솔잎 가득히 둥둥 떠다닌걸 보고 얼마나 소스라치게 놀랐던지..
아.. 가을이 이다지도 진하게 묻어난걸 본적이 또 있는가.

좀만 있으면 가을이다. 어제 벌초다녀오면서 가지런히 정갈히 다듬어 놓은 산소에
여기저기에 낙옆이 진걸보니 느낌이 참 별달랐다.

송추폭포로 가는 삼거리에서 폭포쪽으로 나아간다.
무성한 여름에 물이 철철 넘쳐있었을 그 폭포자리에 쫄쫄 물이 흐른다.
도봉산이 아무리 좋다하나 물은 그렇질 못하다.

너무 기교에 치우친 나머지 산의 깊이와 폭이 못따라 주어 산에 물이 귀하다.
기교도 정밀하고 폭 마져 컸으면 도봉산은 진짜 왕갶일 것이다.

송추폭포를 지나 오봉과 칼바위 삼거리.
오봉은 좁은 공간에 사람들이 넘 북적댈 것이다.
점심도 먹을 때니 만큼 칼비위 어디 좋은 자리에서 먹기로 한다.

칼바위에 가보니 웬걸 요소요소에 사람들이 그득 그득이다.
할수 없지 좀 비탈진 곳이지만 바위에 그늘이져 시원한 곳을 찾는다.

저 앞에 인수봉 측면이 보이고 우측으로 오봉이 보이는 곳이다.
점심은 상추, 깻잎과 쌈장 그리고 햄 비슷한 종류, 밥.

이만큼 갖고온 상추를 다 먹는다.
요즘 보기드물게 멋지게 개발한 점심 메뉴다. 모방이기는 하지만..

밥을 먹고 시간을 보니 1시가 좀 넘었다. 지금 내려가 집엘 가면 모하나.
와이프도 어디 모임엘 갔다는데.. 에라 한잠자고 가자.

어디 그늘지고 바위 평평한 곳에서 눈을 좀 붙힌다.
그러나 깔자리도 안가져가 밑이 서늘한데 잠이 올리는 만무하다.
그냥 눈감고 자는둥 마는 둥 한동안을 누워있는다.

계속 산객들은 두런두런한다. 이것도 지겨워서 못누워 있겠다.
다시 어기적 어기적 길 떠나 우이암이다.

오늘은 시간도 남고 해서 우이령지나 북한산으로 가보기로 맘먹는다.
첨가보는 코스다.  전에 부터 늘 흥미를 갖고는 있었지만

머 가보면 전경들이 막고 머한다 그래 귀찮아 시도 할 생각도 없었는데
오늘 한번 해본다.

칼바위에서 멀리 보니깐 능선이 정확히 북한산 상장능선에 이어져 있다.
척보니깐 우이암에서 갈린 거 같아 우이암에서 부터 우이암 위험구간이라는 곳
우측으로 뒤져본다.

수풀이 가려 잘은 모르겠는데 이건 아닌거 같다.
서너번 여기저기 내려가보니깐 밑으로 떨어진다.
연결이 안되는 것이다. 그럼 우이암이 아니라 조금 위쪽일 것이다.

신선대쪽에서 우이암으로 오다보면 우이암 다와서 개구멍 바위를 지난다.
그 개구멍에서 다시 신선대쪽으로 조금 위쪽에 가보면 약간 봉우리가 도드라진 곳이 있다.
여기다. 여기서 좌측을 보니 한북정맥 표지기가 2개가 팔랑인다.

이리로 들어가니 아주 호젓하다. 거미줄이 여기저기 쳐져 있다.
이 밖에는 얼마나 인파로 들끓는 도봉산이랴.
근데 여기는 거미줄까지 있을 정도로 산객들이 뜸하다.

참 희안한 느낌이다.
흡사 과장되게 표현하면 인파 들끓는 종로속에서 한적한 시골로 빠지는
시공초월 통로라고나 할까.

이리로 들어선 시간은 15시 30분정도. 이쪽에서 보는 오봉도 색다르다.
5개의 정면에서 보는 커다란 봉우리가 아주 우뚝하다.

그닥 전혀 힘들이지 않는 오름길, 호젓한 길 20분정도 가니
벌써 예의 그 개가 짖어댄다. 초소가 보인다.

다가가니깐 전경인지 의경인지 한명이 웬 장부를 들고 다가온다.
모져? 아 이쪽은 군사지역이라 출입이 통제됩니다. 그럼 얼루가요?

온쪽으로 다시 우이암으로 가시던지 아니면 송추로 가야 합니다.
넹? 송추요? 아니 왜 못가죠?   출입통제지역 운운...

참 희안한 일이다. 시민의 산, 국민의 산인 북한산 한가운데에
떡하니 지들 맘대로 부대 만들어 놓고(더우기 군부대도 아니고 경찰중대다)
그 우리의 영산인 도봉/북한의 맥을 끊어 놓을 수 있단 말인가..

전략적 요충지로 얼마나 가치가 있을지는 몰라도 참 해도 너무한 거 같다.
요즘이 옛날처럼 산에 성 쌓아놓고 외적을 물리치는 시대도 아니잖은가.

그게 그렇게 사수할 요충지면 우리 시민들 북한산성으로 1년에 한번
방공대피훈련 해야할 거 같다.

전방의 산들이 군사 통제구역이란건 조금 생각해보면 수긍이 간다.
근데 북한산 정중앙에 경찰중대라.. 수긍이 전혀 안가는 사실이다.

당연한 듯 생각해보지만 하나도 안 당연한게 세상엔 널려있다.
니들이 몬죄가 있겠냐 하며 이것저것 말을 붙여본다.

물도 모자라 500미리병에 한병 얻어 채운다.
보리차가 아주 시원하다. 요즘 군대 호강하네.

저 쪽 송추쪽을 보니 3사람의 산객이 너덜너덜 걸어온다.
어디서 오냐고 물었더니 오봉쪽에서 내려온다고 한다.

이들을 본 전경들이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을 반복한다.
아니 우이동 쪽으로 산으로는 가고 이 도로로는 못가는거예요? 라고
일행중 한명이 묻는다.  이 도로는 송추와 우이동을 관통하는 도로다.

녜! 못갑니다. 저희 중대본부가 있습니다. 아니 중대본부가 그렇게 기밀이야..
실갱이 하는 거 옆에서 보는 것도 재미나다.

더 보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 나는 자리를 뜰려는데
일행중 1명이 어디로 가시냐고 묻는다. 북한산으로 가는데요.

아니 북한산이 어딘데 여기서 가요? 시간 무척걸려요.
지금 시간은 4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내 경험으로 이 계절에 4시면 대낮 아니던가. 그냥 가보는거죠 머.
웃으면서 대답하고 길을 떠난다.

자 어디로 가는걸까.. 일단 송추쪽으로 내려가서 그 전경 초소가 안보이는 즈음에서
무조건 좌측 산으로 붙는다.

이 산 꼭대기까지 길이 있건 말건 간에 헤치며 올라간다.
그래야 상장능선에 붙기 때문이다. 여기 저기 교통호를 뛰어 넘은 후
공간이 보이길래 올라가보니 아까 전경들 막사 뒤편이다.

몇명이 왔다갔다 한다. 에라 모르겠다. 휘리릭 뛰어 수풀속으로 몸을 숨긴다.
그 막사를 뒤로하니 뚜렷한 길이 나온다.

자 이제 이길 따라 남서쪽으로 가다가 상장능선을 만나 남쪽으로만 빼면 되는것이다.
조금 오름길.. 송추로 빠질걸 생각하면 이 정도면 호사다.

상장능선이 이어진다. 우측은 솔고개, 좌측으로 간다. 참 재미나다.
조망이 언뜻언뜻 보이는데 삐죽이 높다랗게 보이는 바위산이 보이고

그 뒤로 영봉 전위봉, 영봉, 인수봉이 듬직하게 버티고 있다.
늘 시내에서 바라볼때 인수봉 옆으로 푸욱 꺼지고 도드라진 봉우리. 영봉이다.

거길 오늘 가볼걸 생각하니 가슴이 셀레인다.
늘상 우리 곁에 있지만 통제구역으로 묶여 늘 금단의 산으로 치부된 곳이다.

아까 그 그 바위산에 당도하니 직등으로 올라서도 될듯해보이지만
오늘은 거기에 의미가 있는건 아니기땜에 우회한다.

저 밑으로 철탑이보이고 도로가 보이는 듯하다. 선운사로 가는 육모정고개인 거 같다.
비로서 그 즈음엘 가니깐 말소리가 두런두런하다. 산객들이 보인다.

영봉으로 길을 재촉한다. 영봉 못미쳐 넓다랗고 편평한 바위지대.
또 다른 북한산에서의 독특한 조망이다.

아까 앞선 두명의 산객은 그 넓다란 바위의 호객행위에 굴복, 벌렁 누워 휴식을 즐긴다.
참 여유롭다. 넘 좋다.

그 치열하고 준엄한 산 북한산에도 이런 넓데데하고 평평한 바위가 있다니.
영봉엘 올라선다. 6시다. 여기저기에 추모비가 보인다.

인수에서 바위하다 유명을 달리한 여러 젊은 혼백들이다.
여기가 인수봉 조망이 젤 좋으니깐 여기에 많이들 그 비를 쓴듯하다.

이름도 영봉아니던가 영혼을 달래는 봉우리.  영봉.
정말 인수봉의 그 커다란 돌뎅이가 정면에 한아름 다가오는 곳이다.

마지막 남은 사과를 까먹고 하루재로 내려선다. 곧곧에 추모비다.
바닥에 심어놓은 사방 40센티미터 정도되는 비석이 보인다.
궁금해서 앞으로 가서 읽어본다.

"이 선 희" 1961.0.0 ~1986.0.0, "우리 그대랑 계속 같이 하진 못하더라도
우리가 늘 그대를 사랑하고 늘 곁에 있다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는 요지의 묘비명이다.

작성자는 이화여대 문리대 산악부 일동 이라 되어 있다.
그 꽂다운 25살에 유명을 달리한 젊은 여인의 묘비다.

괜히 가슴 한편이 쾡했다. 나랑 거의 동년배다.
난 살고 그녀는 죽었다. 살아있는 내가 축복일까.

하루재 고개에 당도하니 인수산장 지나 도선사로 가는 너덜지대로 빠진다.
고개 너머 돌을 밟고 도선사로 내려온다.

오늘은 근교산이지만 제법 산에 갔다온 느낌이 든 하루였다.


산행기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