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대청봉-공룡능선-마등령-소공원

 

<< 개요>>

  

- 2004. 8. 27(토) 03시-14시(휴식시간 총 1시간 정도 포함)

- 혼자갔으나 많은 이들이 동행했으며, 다시 혼자 돌아옴   

- 한계령휴게소 매표소(03:00)-대청봉(06:20)-희운각대피소(08:20)-마등령(11:40)-소공원(14:00)

- 잔뜩 흐림(한계령), 끝청(온통 구름), 대청(사방 박무), 마등령(비 내리실것 같음), 비선대(맑음), 소공원(화창)

  * 손이 시려워 장갑이 요긴했음(2켤레 준비 요함)

  

<< 후기 : 공룡은 구름속에 숨어버리고 인정만 가득하더라..>>

    

추석까지 한달여 남았으니 보름달이 휘영청 할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처음부터 빗나갔다.  칠흑같은 어둠에 간간히 비까지 흩뿌린다. 밤눈이 어둔은 탓에 야간산행에 대한 본능적 두려움이 있으나 추석전후에 시간을 내기 어려울 것이며,  좀더 있으면 단풍객들로 만원일테니 이때다 싶어 결심했것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입구부터 산객만원이다.  누가 시키지도, 서로 알지도 못하는 산객들이지만 제법 질서있는 대오을 만든다. 20여전 군대생활을 떠올리며 그저 묵묵히 앞사람을 따르기 20여분, 그 대오가 서서히 망가지기 시작한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면서 쉬어가는가하면 등산화끈을 다시매는 산객, 사정마다 산객을 붙들어 잡으니 대오는 이제 자연으로 흩어지기 시작한다.

  

그래도 다행히 비가 내리지 않는다.  초입의 비는 수풀에 맺혔던 것들이 바람이 날린 것인가 보다.  하지만 여전히 별빛하나 없이 그저 엄지손가락만한 랜턴에 의지해서 길을 재촉한다.  작아도 성능이 그만이라 운행에 크게 도움이 되었다.  산행을 하는 이유중 빼어놓을 수 없는 것이 산행중 감상하는 대자연의 장쾌함과 노변방로에 무성한 꽃과 나무들이건만 야간산행에는 그런 재미가 없으니 나도 왜하는지 모르겠다.  이런저런 생각중에 어느덧 발길이 닿은 곳이 끝청이란다.  사위로 빛이 퍼지고 발밑으로 피어오르는 구름꽃에 절로 탄성이 터진다.  야간산행에 대해서 이유를 모르겠다던 심중에 변덕이 인다.  그 칠흑을 뚫고 왔기에 저 구름이 더  반기는 것이다, 그 난관을 견디었기에 더 큰 환희가 있는 것이다 .  이제서야 주변에 있는 산객들과 인사와 덕담을  나누고 서로가 서로에게 사진포즈를 권한다. 잠시 주린배를 채우고 배낭을 들쳐 메니 이제부터 본격 산행이다 싶다.  예서부터 1275고지 밑까지 경북 ㅇ시의 산악회원 9분과 동행한다.  50대에서 70대의 청년들로 구성된 이분들은 실로 철각중에 철각으로, 그 산행실력이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으며 여유와 유머로 동행하는 내내 푸근한 고향인심을 느끼게 해주었다. 

  

끝청에서 대청까지는 그저 평범한 들길을 걷는 기분이다.  한계령서부터 내내 발목과 무릎을 계롭히던 돌길은 거짓말 처럼 사라지고 보드라운 흙길이다.  길가에는 밤새 이슬을 먹은 이름모를 들꽃들이 부끄러운 자태을 드러내놓고 미인대회라도 하나보다.  거친 풍상을 겪은 나무들은 제멋대로 옆으로 누워 오히려 산객들을 감상한다.  중청대피소를 옆으로 하고 대청으로 오른다.  죽음의 계곡에는 관리소에서 심어놓은 사방수로 무성하니 그 넘어 무서운 죽음의 계곡이 기다린다는 사실을 까맣게 감추고 있다.  대청으로 향하는 중도에 몇몇 아주머니들이 탄성을 지른다.  구름이 몰려왔다 퍼짐에 따라 하늘의 형상이 변하니 그럴만도 하다. 이제 한참이나 오르신 햇님도 구름길에 따라 보였다 숨었다 숨박꼭질이다.  대청 정상, 이제 햇님의 숨박꼭질은 더이상 없다. 뿌연 박무로 사위가 답답하고 안경들마다 이슬이 맺혀 비가 내리는 것 같다.  증명사진을 박고 옆을 보니 정상석과 나란히 행정지명석이 산객들을 맞는다.  정상석만 있어도 될것을  괜한 짓을 했다 싶다.  설악의 정상이 오직 하나요 하나의 정상석으로 만족해야 함을 인간의 욕심이 둘을 나란히 세워 다투게 한다.  아니 혼자는 외로와서 둘이 좋다고 생각했을까?  생각이 이쯤 이르자 별걸 다 허물삼는 내 자신에 실소한다.

  

지루한 내림길끝에 희운각에 닿아 보니 아침 짓는 손길들이 분주하다.  희운각대피소에서 출발하자마자 커다란 입간판이 가던길을 막아선다.  공룡능성은 위험하여 사고가 잦고 많은 산행시간이 요구되니 천불동계곡으로 산행하라는 반 위협이다. 그러나 저러나 갈길을 가리라.  공룡능선 들머리로 들어서니 끝청부터 동행하신  어른께서 "여기까지가 좋았지. 지금부턴 암내 맡을 생각일랑 말아라."고 농이시다.   농이 농으로 그치진 않았다.  숨이 차오르게 가파른 오름을 오르자 신선대, 구름사이로 신선의 모습이 보일듯하다가 이내 구름속으로 숨어버린다. 사위는 구름속에 묻히고 다시 오름과 내림, 깍아지른 낭떠러지와 보기에도 아찔한 절벽이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어느덧 공룡의 척추라는 1275고지 발바닥에 닿는다.  차시간에 쫓긴 나머지 남은 소주로 석별의 잔을 나누고 동행했던 9분의 청년과 헤어진다.   나이를 묻고는 이내 동생처럼 대신주신 청년들에게 새삼 감사드리며 홀로 길을 나선다. 첫번째 중간 목표인 1275고지, 그 오름이 북한산의 청수동암문을 닮았으되 한덩이의 바위요, 절경이 함께하니 숨차오름은 마찬가지되 기분은 한결 상쾌하다.   

 

이제는 마등령이다.  혼자 하니 좀은 지루하되 가속이 붙는다. 돌무덤을 옆으로 밀림숲을 지나 한무리의 단체 산행객을 만나고 이제나 저제나 했던 마득령은 아직은 먼지 이정표상의 남은 길이 멀지 않으나 오름과 내림이 연거푸 반복되니 지루하다 싶다. 그래도 걷다보면 이르는게 목표던가 나한봉 1298고지를 지나고 드디어 마등령 갈림길에 이른다.  마등령정상에서 쉬겠다는 다짐을 실천하려 5분여 오르니 1230고지 마등령 이제 다왔구나하는 안도감과 함께 무릎이 시려온다. 안되는지 알지만 한개피 담배의 유혹을 부리칠 수가 없다.  폐부 깊숙이 니코틴이 퍼지며 무릎의 통증이 덜한 것 같다.  남은 물을 마시고 하산길을 재촉하니 이젠 무릎의 고통으로 인해 속도 내기가 두렵다.  자꾸 쉬게되면서 물도 바닥이 난다.  다행히 최근의 잦은 비로 작은 골마다 물이 흐르니 그물을 다람쥐와 함께 마신다.  비선대를 2.5킬로미터쯤 앞두고 다시 무릎통증이 심하게 느껴진다.  계곡에는 작은 다람쥐샘이 눈에 띄니 그물을 마시고 빈병에 담아 본다.  이정표앞에서 주린배를 채우려 빵을 꺼내자 마침 한 마리 다람쥐가 제 샘물값을 하라고 손짓이다. 작게 한조각을 띠어 던지니 경계를 풀고 다가선다.  덩치가 작으니 입이 작고 입이 작으니 먹는 속도에 비해 먹는 량이 적다.  몇점 더 띠어 놓고 내길을 가려니 다람쥐가 제 친구 배웅하듯 뒷발로 껑충 서서 멀어지는 내모습에 눈길을 박는다.

  

이제 비선대까지는 바위산과 돌무덤길이 수직으로 다가 선다. 어느덧 하늘도 맑게 개어오니 눈을 들어 보는 그 풍광마다 감탄의 대상이다. 비록 무릎은 시리지만 눈앞의 자태에 취하니 한결 걸음이 가볍게 느껴진다.  이 험한 곳에 답사로를 개발한 선답자는 참으로 위대한 분이시다.  깍아지른 절벽틈에 나름대로 조화있는 계단과 쉼터를 만들었으니 이렇듯 후답자가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선답자에 감사하며, 자연은 후손의 것을 잠시 빌려 쓰는 것이니 잘 쓰고 돌려주어야 한다는 구호가 새삼 맞는 말이란 생각을 해본다.  멀지 않은 곳에서 아이들의 재갈거림이 들리는가 십더니 청춘남여의 진바지며 운동화가 눈에 띈다. 반갑게 그들에게 눈길을 주며 내려서니 비선대..   이제 소공원까지는 포장길 2킬로여..

손에 담은 물이 간지럽다.  발목에 찰랑이는 물이 차갑다.  얼굴과 목에 땀을 훔치고 발을 씻으니 오늘의 산행을 여기서 마친다..   

  

 

* 설악산관리소장님께 :  이정표 증설등 야간 산행객들을 위한 안전장치 보완요청

  

주5일제 실시로 산객들은 기아급수적으로 늘어 날 것입니다.  야간 산행이 아무리 불법이라고 금지하고 있지만, 현실은 관리공단측에는 입장료를 징수하며 야간산행을 실질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정표의 증설 및 야간 식별 가능한 산행안내판을 증설하여 안전한 산행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경북 ㅇ시 요산회 청년철각 9분께 : 공룡은 제대로 못봤으나 인정을 보았습니다.

  

70순 고령의 청년산악회장을 비롯한 9분 형님, 아버님!  감사합니다.  즐거웠습니다.  비록 반나절에 지나지 않는 짧은 시간이지만 요산회의 철각 9인은 저의 산행 선배로서 많은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백두대간 종주 무사히 완주 하시고 늘 건강하십시오.  늘 유머와 해학이 함께하는 산행을 ..  다만, 안전산행을 위해 술은  쬐금만 줄이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김밥도 맥소폭탄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

  

  

*** C에게 : 비록 혼자의 산행이지만 가슴만은 함께 했다

  

산행약속을 잡아놓고 배낭을 새로산다,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며 들떠하던 네가 갑자스런 우환으로 약속된 산행은 물론 당분간 그 좋아하는 산행을 못하게 되었구나.  난 네 염려와 네가 선물한 랜턴 덕분에 의미있는 산행을 마쳤다.  이번 산행에서도 새삼 느꼈지만 인생이란게 다 그런게 아닌가 싶다.  온몸이 땀에 젖어 숨이 목젖까지 차오는 고비가 있는가하면, 시원한 맞바람에 편안하게 몸을 맡기고 돌아서 지나온 길을 음미하는 상쾌함이 있고  평탄하고 포근한 흙길이 있는가하면 발끝마다 돌부리가 채이는 험한 길도  있는것이 인생 아닐까 싶다. 

우리 힘내자!  비록 현실은 어렵지만 그 어려움을 견뎌내야만 돌아서 온길이 아름답지 않을까? 

끝청과 대청에서 1275봉과 그리고 이름모를 능선의 기원탑에서 하나씩의 돌을 쌓고 기원드렸다.   

우리 함께 멋진 산행을 다시 할날이 멀지 않았을 거야..  너의 그 지칠줄 모르는 철각이 새삼 그립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