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방산 산행기


ㅇ 일시 : 2005. 2. 20(일)
ㅇ 위치 :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홍천군 내면(1,577m)
ㅇ 찾아간 길 : 영동고속도로-속사 I.C -인제방면(좌회전)-운두령
ㅇ 코스 : 운두령-1496고지-정상-1275고지-삼거리주차장(5시간)

 

   계방산을 다녀왔습니다.
   눈이 많이 내렸다기에---
   기대했던 것만큼 눈꽃이 만발하지는 않았지만
   바닥에 쌓인 엄청난 눈과
   응달진 곳의 눈꽃
   정상에서의 시원한 조망만으로도
   가슴속에서 삐걱이는 빗장 하나를 걷어내기에는 충분하였습니다.

   너무 유명하고 코스가 단순한 산이라
   자세한 산행기는 생략하기로 하고
   대신 평소에 적어 놓았던 글로 산행기를 대신하려고 합니다.

  


〈마음의 산 산행기〉

내가 오늘도 산에 오르는 것은
삶이 캄캄하기 때문이다.
나는 분명 살아 있고 시간은 흘러가고 있는데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 것인지
어떠한 자세로 흘러가야 하는 것인지
무엇을 위하여 흘러가야 하는 것인지
흘러간 뒤에는 무엇이 남는 것인지
보이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젊은 날 한 때에는
진정한 삶이란 어떤 삶이라는 정답이 있는 줄 알았는데
그래서 그 삶을 찾아다니느라 갈대처럼 흔들렸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걸어 온 모든 길이 부질없고 허망한 것이었음을
헛된 미망을 쫓는 것만이 인간의 길이었음을 깨닫게 된 순간.
나는 그만 손을 놓아버렸고, 절망 속으로 빠져들었고, 울고 말았는데---

  

그 순간이었지, 산정상에 올라 선 것은
제일 깊은 절망 속에서
갑자기 몸이 가벼워지고, 빛이 쏟아지고
세상의 모든 가치관이 뒤엎어져 버렸지
그리곤 보였어 세상이---
골과 골로 나누어진 인가와
서로 다른 강을 끼고 앉은 벌판
인간의 미망이 만든 어지러운 등산로
그 위에 떠다니는 구름뿐인 세상


한참을 정상에서 서성이다 남은 길을 살펴보았지
세 가지 길이 남아 있더군
그냥 지리산 제석봉 고사목으로 사는 일
그냥 마을로 내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살아가는 일
그냥 산에 올라가 보았자 텅 빈 하늘뿐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일

  

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살아가는 길을 택했지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들을 낳고, 10여년을 살아왔지
세파에 휩쓸리면서---
바람에 흩날리면서---

  

-----그런데,
나는 이제 또다시 산을 오르려 하네
이 길이
나를 어디로 끌고 갈지 알지 못한 채
열정과 반성과
희망과 절망과
분노와 좌절의 눈꽃이 만발한
저 등산로를---


 

  (1496고지 오름길의 설화)


 

 (1496고지 오름길의 설화)


 

(1496고지에서 본 정상과 능선)


 

(1496고지에서 본 홍천방향)


 

(1496고지에서 정상가는 길의 설화)


 

(1496고지에서 정상가는 길의 설화)


 

(1496고지에서 정상가는 길의 설화)



  

(정상에서 본 홍천방향)


 

(주능선길)


 

(하산길에 본 설화)


 

(하산길에 엄청나게 쌓여 있는 눈과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