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례봉 환성산 팔공산 가산

 

 

2006년  4월 3일 -4일  날씨 : 흐림, 안개속 비

 

mt주왕님, 와우님. 장3봉님. 백오동. 모스님. 요물

 

신서동철길(22:20)-초래봉(635.7m )-환성산(  811.3m 02:04)-  능성고개-용주사-갓바위-신령재-팔공산(1.192.3m)-파계봉-한티재-가산(901.6m 19:04)-다비암(20:35)

23시간 15분

 

도상거리 : 39.832km   산행거리 :  42.127 Km


 


 

봄은 비밀이라 했습니다.

여러가지 색깔로 피어나는 꽃을 보면서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고

마디마다 파랗게 돋아나는 새잎을 또 보면서 환한 빛을 머금게 하고

생강나무를 보면서 노란색은 태양이 벌집을 지어 단내를 피워 냅니다.

 

 

활짝 핀 개나리가 밤하늘 희미한 눈썹달에  서운함을 보입니다.

별이 똥을 눈 게 별똥별일까, 별들은 죽고 산 길을 향해 어두움을 뚫고

걸어가고 있는 우리들이 하늘을 움직입니다.

하늘을 마음껏 날으는 새가 부럽지만은 않습니다.

 

 

등뒤로 밀어내고 있는 대구시와 경산시의 화려한 다이야몬드가 반짝입니다.

홀쪽하지만 하늘향해 쭉쭉뻗은 소나무가 "도시의 초록우산을 받쳐든 것이라면

대구의 소나무는 mt주왕님께 어떤 솔일까?"

마술에 걸린 듯 어두운 밤하늘에 걸어가는 우리들은 청춘이요 젊음을

가까이 해보려 무진장 애를 써봅니다.

 

어두운 산 길을 동행하는 등불들이 한 토막 예화입니다.

40대의 끝자락에 서있는 우리들이 남들에겐 무모해 보일지 모르지만

아직은 자신들의 고집을 위해 먼 길을 걸어갑니다.

처음으로 뵙는 와우님 장3봉님의 어설픔을 떨구려 요물은 무진장

푼수를 떱니다.

 

 

4일을 알리는 정각 0시에 처음으로 닿은 초례봉 정상석에 내 사랑하는

한폭의 그림을 머리에 담습니다.

제사와 혼례의  뜻을 지닌 데다 고려 태조 왕건이 의관을 수습하고

하늘에 제사를 올렸다는 속전이 제기되고 있는 이 봉우리에 앉아 목축임을

하려니 신방골이란 골짜기가 궁금해집니다.  

 

작곡가들은 선율이 떠오르지 않아 음표를 그리질 못함을 애타우며

시인들은 시의 꽃이 되기 위해 삶, 감동, 웃음, 눈물의 이야기를 전하고

새봄을 맞아 깨어나고 있는 제각각의 잎눈과 꽃눈들이 오염하고

나뭇가지의 표피가 조금씩 윤기가 흐르기 시작하는 걸 보니 봄의 찬가가

부족함이  아쉽습니다.

어두운 밤하늘 아래 낙타꼬리요, 등이요, 머리요하는 낙타봉의 궁금함이

요물 마음을 더 진동케 합니다.

 

환성산 앞에 두고 오르기위해 잠시 머무릅니다.

바로옆에 우뚝솟은 나무에 걸려있는 새미기재의 이름표가 눈에 들어옵니다. 

순간 요물단지를 꺼내여 괜한 호기심에 고도를 확인합니다.

"고도 544-543"를 왔다갔다 찍힙니다.

"지금시각 0시 55분, 고도 544m ,요물입이 gps 입니다" 

장난인줄 알았던 셀파를 자칭한 흑기사님들 모스님 백오동 모두 푸하하하하 ....

mt주왕님이 새미기재 이름표에 작은글씨 고도를 표기합니다.

 


 

거친숨을 몰아치며 오르막 올라보니 환성산입니다.

어두움 속에서도 걸어갈 능선들이 보입니다.

유난히 팔공산 갓바위 둥그런 타원형 불빛이 신비스럽습니다.

대구 포항간 고속도로가 반짝이는 불빛이 대구시의 수많은 꽃들입니다.

 

걸어 가면서 괜한 생각에 고민을 합니다.

삶이 우리에게 허용된 시간의 양은 얼마나 될까,

운이 좋아  우리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산다는 것, 가고 싶은 산들을 이렇게 행복한 사람들과

걸어 가는 길이  혹시 우선 순위가 바뀐 것은 아닐까?

 

 

활짝핀 진달래가 웃습니다.

간절히 바라는 무엇인가를 이루지 못하고 요절한 원혼이 화신으로 나타나

꽃을  피우기라도 한 듯 푸른잎도 나지 않은 빈 가지에 처연한 꽃 색깔이 일렁이는

꽃잎의 모습이 쓸쓸해 보입니다.  능성고개의 새벽을 여는 "꼬끼요".하는

닭울음  소리가 귀를 간지럽힙니다.

 


 

동대구역에 마중나와 들머리까지 바라다주며 잘가라 인사했던 친절한 금자씨가

능선고개의 산벚꽃이 되었습니다. 

아스팔트가 식탁이되고 휘날리는 푸랑카드가 바람막이가 되고 비닐포대의 모랫

자루가 방석되어  따끈한 떡만두국이 지금 왜 아름다운지를 알게 했습니다.

그대는 진정 산벚꽃이 아닌 속세의 하얀 목련이라 부르고 싶었습니다.


 

작은 풀꽃으로 피어오르는 양지꽃, 제비꽃이 걸어가는 요물눈에 자석을 달아줍니다,

그 잘난 장군바위가  너무나 궁금했는데 바로 요물앞에서 하늘로 치솟고 있습니다.

흔들거리는 둥그런 기암이 또한 신기합니다. 

팔공산의  삼각형 사각형 바위들이 하늘에 꼭지점 두고 있습니다. 

백오동은  모스님의 주문에 흔들어 보는 걸 보면 아직도 울언니도 덜 자란 아줌마에

틀림이 없습니다.

 

 

 

많이도 참았읍니다.  이젠 하늘도 비를 뿌리겠다고 반란을 시작합니다.

동봉의 정상석이 너무도 움크려 떨고 있습니다.

팔공산의 갓바위에 기도하는 모습이 절절합니다.

여래 불교조각 불상 보살 아라한 신장 사천왕상 석탑 석등 용주암의 거대함에 놀라고

약사암 선본암들의 아기자기한 풍광에 한번더 뒤를 돌아보게 합니다,

관봉, 노적봉, 인봉의 모습이 제 나름대로 살아가는 이치를 알고 있는 듯 합니다.

노란산괴불주머니,현호색, 개별꽃이 숨어서 팔공산의 독특한 속 내음을 은밀하게

비칩니다.

 

 


 

하늘의 반란이 몸부림치듯 너무 심합니다.  

능성고개에서 속세로 내려가 일보고 오겠노라고 안녕했던 와우님이 팔공산으로

다시 오겠다는데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걸어가지 않으면 너무나 추워서 기다리기엔 벅찹니다.  서봉에서 만나기로 장3봉님

과 약속을 하면서 천천히 걸어갑니다.  파계재까지 가려면 아직도 5km남짓남은

이정표를 보면서 수태골로 그냥 내려갈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뒤따라 오시던 mt주왕님과 모스님은 어떻게 된 걸까,

와우님과 장3봉님은 동봉과 서봉의 갈림 길에서 만났을까?,

쏟아지는 빗줄기 반란이 화가 난 모양입니다.

숨이 막힐 정도로 비바람, 추위에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봄이 부드러운 색감으로 새잎을 내는  색깔과 소리로 보고 들어야 합니다.

 

서봉에서 궁금증은 걱정했던 것보다는 회원님들의 고마움을 먼저 알게 됩니다.

앞으로 남은 길을 가기 위해 찰떡밥, 와우님이 가지고 달려온 뜨끈한 만두가

희망을 줍니다.   내 마음의 정원에 피어있는 들꽃들을 여기다 옮겨놓은

같이 걸어가는 이들의 사랑날개를 서로 달아줍니다.

격려의 메세지와 카페의  생중계 소식에 민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어제밤 10가 넘어서부터 오른쪽은 경상북도의 경산시, 영천시를 두었고

왼쪽은 대구광역시를 고집하면서 지금까지 걸어가고 있지만 어두움과

비와 안개에 밟아가고 있는 구름이 원망스럽습니다.

이러저런 궁금한 것들이 너무 많은데 말끔한 모습으로 방긋 웃을 팔공산

시야가 너무도 부럽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가 팔짜 쎈 요물탓으로 돌리기엔 너무나 얄밉습니다.

 

파계봉의 꽃망울을 틔운 생강나무가 비바람 길에 활짝 웃어줍니다. 

겨울을 이겨내고 잎새도 내기 전에  첫 번째 봄꽃 소식을 가져와 팔공산

을 걸어가는 힘든 우리들에게 따스함과 밝음을 선사합니다.

삭막한 숲속의 나뭇가지들이 쓸쓸해 보이지만 푸르러있는 소나무가 제법

그윽한 향내를 뿌려 줍니다.

꽃망울 떠뜨릴 준비가 다되어 가나 봅니다.   진달래가 붉으스름하게 내밉니다.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한티재가 내 가난한을 모두 빼앗아 갔습니다.

오늘 이곳에서 먹은 잔치국수는 인삼, 녹용과 안 바꾸는 귀족 밥상이었습니다.

그렇잖아도 궁금했는데 우리보다 하루 일찍나선 산러브짱님의 모습이 반가움과

고마움 사랑이었습니다. 

 



"지나가 버린 어린 시절은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도 꾸었지

노란 풍선이 하늘을 날면 내 마음에도 아름다운 기억들이 생각나~~~"

요술같은 우주 풍선이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모진 비바람타고 가산까지 날아가 걸어온 길이 고달프더라도 행복한

시간이 되었노라고 고하고 싶어집니다.

 

 

중장거리 빙이들어 한심스러운듯 처다보는 mt주왕님의 애초로운 눈빛에

미안함을 느낍니다.   걸어가는 발걸음이 사뿐하지 못하기에 죄송스럽고

아직 완쾌하지 못한 이내 몸이 발걸음을 더디게 합니다.

나무도 바람따라 눕는다는데 요물도 산행은 의지만으로 안되는 일임을 

압니다.  

 

"그래도 비바람 뿌려준 하늘이 도와 주셔서 오늘같은 날이 왔구나~"

가산 정상석앞에 섭니다.  와우님과 백오동언니가 먼저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 마음속 깊은 이곳에 산을 사랑한 이유가 있습니다.

돌아서면 언제 올지 모르는 가산에서 방위표시와 고도를 요물단지와 확인

해 보니 얼마 차이나지 않는 기가막힌 옛날 조상님들의 지혜가 우러러 보입니다.

백오동 요물 다녀 갔다고 고하고파 작은 디카앞에 생쥐된 모습 주문합니다.

 


 

내려오는 길이 무척 미끄럽고 시야가 보이질 않아 고통스럽고 다 모여있지 않은

장3봉님  산러브짱님의 궁금함이 불안합니다.   

궁금했던 모스님의 모습도 이젠 한자리가 됩니다

바위라고 하기엔 너무 큰 평수를 이루고 있는 가산바위의 거대함이 놀랍니다.

 

구름을 밟으며  산 길을 걸으면서 자연에  겸손해 지고 자연앞에서 다시

가르침으로 돌아가는 진리를 알게 합니다.

다비암으로 걸어가는 내리막 길이 유난히 급경사에 신갈나무 나뭇잎에 발목을

덮습니다.

신발에 진흙이 떡칠을 합니다.   일찍 내려가서 장3봉님과 산러브짱님을 기다

리게 된다면 차라리 천천히 내려가라는 주문을 받습니다.  

아주 천천히 갈 수밖에 없습니다.  얼마전 이곳부터 시작했다는 가팔환초

완주자분들의 존경심을 느끼게 합니다. 

 

 

긴 23시간을 넘게 같이한 분들에게 들꽃이름을 선사합니다.

 

 

           


 

새봄의 기운이 채 퍼지기도 전에 샛노란 꽃망울을 터트리는 개나리는 mt주왕님

입니다.

산 능선 허리에 피어나는 잎눈 중에서 가장 날씬한 모습을 하고 있는것 같은

장3봉님은 생강나무 꽃이라 하고 싶습니다.

봄비를 맞고 싱싱한 기운을 더하며 일렁이는 연분홍빛 진달래를 와우님이라

생각합니다.

 

작지만 길가를 화려하고 오늘 산행에 모든것을 바쳤던 모스님을 현호색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우리 고유의 하얀색이 너무나 아름답고 우아해 보이는 목련을 이젠 친절한

금자씨를 사랑합게 됩니다.

백오동언니 우린 무슨꽃이었을까요?

 

 

산행내내 마음졸이며 사랑의 메세지를 보내주시고 격려해 주신 모든분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합니다.
sky bell님 장태관님 신현철님
대구의 참된 사랑이 넘 과분하여 어깨가  무거워집니다.

초례봉 환성산 팔공산 가산을 누볐던 아름다움 만큼이나 고마움 비례해 집니다.

기차에 오를때까지 넘 행복했습니다.

 

 

출처 : 요물나라 원문보기 글쓴이 : 요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