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고 해 지는 산 향일암의 금오산

-언제: 2005. 12. 30.

-어디를: 봉황산과 금오산 왕복종주.

-누구와: 나 홀로.


<향일암에서 바라 본 임포마을과 거북머리 형상>

 

2005년 송년산행을 조용히 지리산에서 보내고 싶었지만 어제 저녁 망년회 회식관계로 가까운 금오산을 찾기로 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이곳을 찾는 곳인데도 가까운 곳에 있다는 이유로 산행기를 쓰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이곳을 홍보하는 차원에서라도 그리고 후답자를 위해서라도 산행기를 쓰고 싶다.

 


<정상에 세워진 금오산 향일암의 유래>
 

<금오산에서 바라 본 수직 직벽 바위>

<임포마을과 왼쪽의 율도가 보인다>

 

*금오산(金鰲山)의 개요*

여수 반도의 땅끝 돌산대교로 이어진 남단의 돌산도에는 향일암을 품어 안고 남해의 푸른 바다를 바라 보고 있는 산이 금오산이다. 우리나라 금오산이 대 여섯 군데 되는데 구미와 밀양에 있는 金烏山(금오산)은 까마귀와 관련이 있고 여수의 금오산은 하동의 금오산과 같이 거북이와 관련이 있다. 금오산(金鰲山)은 바위에 새겨진 무늬가 마치 거북이 등처럼 육각형 무늬가 나 있고 동쪽으로 뻗어있는 산줄기가 마치 거북머리 형상을 하고 있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 한다(여수시 문화관광에서 발췌)

 

<산행시작 전의 선소 앞바다를 바라보며>

 

<대웅전 뒤의 기암과 대웅전 앞에서 바라 본 푸른바다>

 

돌산대교를 앞에 두고 좌측에 외로이 홀로 떠 있는 장군도를 바라보며 우측으로는 언제든지 명령만 내리면 출격준비를 하고 있는듯한 거북선을 보게 된다. 이곳부터가 돌산도의 길이다. 확 뚫린듯한 포장도로는 잠시 후 폭 좁은 2차선으로 변경되며 전형적인 해안선을 따라 들어가게 된다. 좌우로 펼쳐진 푸른 바다가 넘실거리고 청정해역의 다도해 가막만 일대가 펼쳐진다. 잠시 달려가면 무술목인 동백골이 나타난다. 이곳은 순신 장군이 무술년때 대첩을 이뤘다 하여 지금의 무술목으로 붙여진 이름이며 이곳 또한 일출장면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해안선을 따라 20여분을 달려오니 고개 아래로 펼쳐지는 방죽포 해수욕장과 죽포마을이 나를 반긴다. 죽포마을은 돌산읍의 행정출장소가 위치해 있으며 돌산 읍 소재지를 경유하는 교통의 삼각지인 마을이다.

 

 
 

<샘터와 소사나무 숲길 그리고 봉황산 오르면서 바라 본 죽포마을>

 

<산행시작>

죽포마을 교회 앞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키고 당산나무의 시멘트 농로를 따라 들머리를 찾아 나선다. 10여분 지나 묘지를 만나면서 본격적인 산행이 이어진다. 올 때마다 다르게 주위의 시그널이 많아지게 된 것은 그만큼 이곳을 찾는 이가 많다는 증거가 아닌가 싶다. 서서히 몸은 달구어지고 잘 다듬어진 약수터에 닿는다. 향일암까지 산행 시 물을 구할 수 없으므로 이곳에서 준비해야 한다. 이윽고 평탄한 길과 이어지면서 헬기장과 마주친다. 이곳부터 고도를 갑자기 치켜 세우며 오르지만 한발 한발 들어 올릴 때마다 가픈 숨을 몰아 쉬지만 보이는 시야는 더욱더 뚜렷해진다. 아마 이곳 산행 중에 가장 힘든 코스임에 틀림없다. 

 

 

<금오산 정상에서 본 기암>

 

<봉황산에 올라>

봉황이 날개를 펴고 나는 형상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인 봉황산에 올랐다.

작년 이맘때 우리 카페회원과 만남이 이뤄졌던 봉황에 올라 나르는 봉황을 찾았더니 먼저 간 솔개가 나를 보고 웃는구나. 날씨가 포근해서일까? 먼 바다 주위로 펼쳐진 개스층 때문에 금오산의 조망은 흐트러지고 죽포마을 만이 내 시야에 차고 들어온다.

 

 

<봉황산에서 내가 가야 할 금오산을 바라보며>

 

키를 넘게 자란 잡목이 지금은 무슨 나무인지 분간을 하기 어렵지만 녹음이 우거진 이 산길을 걸었을 때 분명 소사나무였으니 남도의 겨울 앞에 자신의 옷을 털고 있는 모습이 앙증스럽기도 하구나. 며칠 전처럼 하얀 눈이라도 내렸으면 이 겨울의 서정을 읊고 노래했을 그를 생각하며 이 길을 걷는다. 춘 삼월의 따스한 봄 날 오후를 연상시키는 남도의 산행 길이 여유로움과 떨어져 뒹구는 낙엽더미 속에 지나간 가을의 흔적을 찾을 수 있어 좋았고 아직도 푸르름을 간직한 담쟁이 덩굴 같은 초록빛 향연이 이곳 산행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흔들바위와 율도>

<율도와 소율마을>

<성두마을>

 

<산불감시초소에서>

잠시 후 방화선 역할을 위해 만들어진 임도를 지나 30여분 지나 흔들바위에 닿는다. 흔들어 볼까 싶었으나 금방 넘어갈까 두려워 차마 건드리지 못하고 좌측으로 보이는 대율마을과 밤섬을 감상한다. 산불감시초소에 동네 어르신과 이곳 지형과 마을이름에 대하여 대화를 시작한다. 마을 앞 해상에 섬의 형상이 마치 밤송이를 닮았다 하여 栗島(율도)라는 섬과 소율과 대율마을 앞 해안은 흰자갈이 많아 백포라는 마을이 생겼다는 설과 실제 백포마을 뒤에는 밤나무가 많아 함부로 베지 못했다 한다. 또한 우측의 성두마을은 언제부터 이곳에 城(성)이 있어 지금의 이름이 붙여지지 않았는가 하는 설이 있답니다.

 

<성두 주차장과 금오산>

<금오산 가는 길>

<대율마을과 율도>
 

산불감시초소에서 어르신과 아쉬운 만남을 뒤로하고 좌측의 커다란 바위지대를 건너면서 좌측의 대율마을과 성두마을을 잇는 포장도로가 시야에 들어온다. 해안선을 차량으로 드라이브 하면서 남쪽과 북쪽 주위의 아름다움을 조망 할 수 있으며 봉황산을 거치지 않고 향일암을 오르는 쉼터이기도 하다. 언제부터 놓여진 컨테이너 속에는 우리 산 객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이로운 점도 있다.

 

<깃대봉에서 바라 본 해안선>

<금오도>

<임포와 거북형상의 머리부분>

 

이곳에서 금오산 정상까지는 불과 1시간 남짓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중간 중간에 잘 다듬어진 등로와 벤치는 산 객을 찾는 것 보다 관광객들의 유혹을 뻗치는 경우이고 배려인 듯 하다. 깃대봉인가에 도착하여 주위의 조망을 둘러보니 남쪽으로는 금오도가 보인다. 여수 남면에 위치한 금오도는 조선 고종 때 민비가 사슴목장으로 지정하여 입산은 물론이거니와 벌채를 금지하는 구역으로 최근에 여수시에서 사슴을 방목해 둔 바가 있다 한다.

 

<금오산 정상과 금오도>

<금오산 정상 주위의 거북바위>

<임포마을과 해안선>

 

<금오산정상에서>

금오산 정상에 앉아 내가 걸어 온 길과 또 그곳을 향해 가야 할 봉황산을 바라 본다. 가깝게 다가서는 율도와 대율마을과 소율마을이 정겹게 다가오고 바로 앞 荏浦(임포)마을의 유래를 생각 해 본다. 돌산 마을 유래지에 의하면 임포마을은 장사가 태어날 지형인데 일본 사람들이 그 정기를 끊어 놓고자 거북이가 잘 먹는 콩 荏(임)자를 써서 아래 마을을 지금의 임포라 했다고 하는 유래가 있답니다. 그래서 금오산 주변 정상에는 바위에 새겨진 무늬가 마치 거북이 등처럼 육각형 무늬가 나 있고 동쪽으로 뻗어있는 산줄기가 거북머리 형상을 하고 있어 금오산의 이름이 붙여졌다는 내용이 그럴 듯 하다.

 
 

 

<향일암에서>
 

<향일암(向日庵) 둘러보기>

수직적벽의 바위와 거북바위의 틈 사이를 지나 지금은 잘 정비된 철 사다리를 타고 내려와 오늘의 하이라이트인 향일암에 닿는다. 해를 바라보는 도량이라는 뜻인 향일암(向日庵), 향일암은 알아도 정작 금오산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 만큼 향일암의 경관과 해 뜨고 해 지는 곳으로 유명하다 보니 관광객으로부터 이곳이 명소가 될 것은 자명하지 않겠는가? 특히 해돋이의 명소가 되면서 해마다 신년 해맞이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향일암이다. 최근에 들어서는 제야부터 송구영신을 위한 갖가지 행사를 거창하게 치르고 있으니……내일이면 이곳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게 될 향일암에 벌써 많은 관광객들이 먼저 답사를 하고 있다. 금오산 중턱에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위태롭게 앉혀있는 모습이 마냥 불안하기만 하다. 그러나 어찌하랴 1000년을 넘게 버텨 온 암자가 아닌가.

 

 

 

 

 

<왔던 길 가면서>

그냥 내려설까도 생각 했지만 산행시간도 그렇고 이제는 모든 사념을 버리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자 다시 왔던 길을 떠난다. 사진 찍을 염려도 없으니 시간은 더욱더 단축되리라 확신하며 여유가 된다면 산불감시초소 어르신과 대화도 더 하고 싶었다. 아쉬움 속에 가는 해를 보내고 내일이면 희망의 새해를 맞는다. 어제 뜬 해와 내일 뜨는 해가 다를 리 없지만 사람들은 마지막 날의 해에는 회한과 아쉬움을 실어 보내고 새해 첫날의 해에서 소망과 다짐으로 한 해를 맞이하고 싶은 마음일 게다. 나 역시 예외 일 수 는 없듯이 그렇게 다짐하고 다짐했던 올 한 해였건만 나에게 주워진 책임의식은 마쳤는지 자신에게 물어 보면서 또 정녕 내년에 이루지 못할 희망이겠지만 나의 작은 소망과 꿈을 이루고 싶다는 자신과의 약속을 하면서 이만 산행기를 마친다. 끝으로 저의 산행기를 위해서 많은 도움을 주신 대율마을 어르신께 고맙다는 인사 올립니다.

 

                                                 2006. 1. 3.

                                                     청 산 전 치 옥 씀.

 

 

<왔던길 되 돌아 가면서>

 

<일정정리>

10:20 죽포마을(죽포교회)

10:45 샘터.

11:05 봉황산.

11:15 임도 만남.

11:45 흔들바위.

12:00 산불감시초소.

12:10 율림 주차장.

13:05 금오산(328)

13:15~13:45 향일암.

14:40 율림 주차장.

15:45 봉황산.

16:05 죽포마을(산행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