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산 (2006.05.20)


ㅇ 산행지 : 만수산 (충남 부여시, 575m)
ㅇ 산행코스 및 시간 : 무량사(10:40) -> 능선 -> 정상(전망대)(12:10) -> 문수봉(12:50) -> 정상(13:15) -> 무량사(14:10) (총 3시간 30분)

직장 팀원들과 함께 대천에 1박 2일로 M.T를 왔다.
하루 저녁을 팀원들과 보내고.. 다음 날은 산행을 하기로 내심 작정을 하고 산행장비를 함께 꾸려 대천으로 향한다.
전날 술을 엄청 먹고.. 잠도 늦게 자고.. 아침에 일어나 라면을 먹는 둥 마는 둥하며 허기를 채우고..
산행 지원자를 급히 찾는다. 최소한 자가용 한대는 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기대가 컷을까..
13명 중에 산행 지원자는 본인 포함해서 딸랑 2명...

하긴 어제 그렇게 술을 마셨으니.. 대부분은 사우나를 한다며 고개를 흔들고.. 4시간 안에 돌아오겠다고 다짐을 하며 산행을 떠난다.


무량사 지나 만수산 들머리


산행은 무량사입구에서 시작한다.
등산로는 무량사를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태조암까지는 포장도로이다.
이제는 봄이 완전히 찾아와서 주변이 온통 싱그러운 초록색이다.
길옆으로는 애기똥풀과 다른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꽃을 피우고..
안개가 잔뜩 끼어 있던 날씨도 어느정도 밝아져서..
산꾼의 마음을 가볍게 해 준다.

일기예보에서는 태풍이 와서 중남부 지방으로 비가 많이 내릴 것이라고 했는데..
이런 날은 일기예보가 틀리는 것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계곡이 끝나고 태조암을 지나서 울창한 수풀의 산행길이 시작된다.
인적이 드문 탓인지.. 거미줄이 기분나쁘게 얼굴을 덮친다.
지나는 곳마다 머리위의 나무에서는 애벌레들이 쉴새없이 거미줄을 타고 내려온다.
벌써 번데기가 되려는 것인지...
40여분을 쉬지않고 능선에 거의 다왔는데.. 길은 비로봉을 위에 두고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전망대 방향으로 향한다.
능선에 도착한다.

탄광이 있었던 곳이라 검은색 돌이 군데 군데 보인다.
능선에서 전망대가 있는 정상으로 향한다.
산에 오를 때는 인적이 없었는데.. 전망대에 오르니 먼저 오른 10여명의 산행객들이 전망대 정자각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능선길


정상(전망대)

정상에서는 북쪽으로 성주산과 동쪽의 만수산 비로봉이 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흐려서 전망이 좋은 편은 아니다.
정상의 정자각에서 구운계란과 찹쌀떡과 쏘세지로 간단한 점심식사를 하고.. 문수봉으로 향한다.
혹시나 했는데.. 문수봉에도 정상표지석은 없다.


정상에서 북쪽으로 성주산


정상에서 동쪽으로 비로봉

문수봉을 지나 능선길에는 군데 군데 주의사항 푯말이 있다.
폐광지역이라 지반침하의 위험이 있으니 산행에 조심하라는 경고문구다.
"설마 산꾼이 지나는 동안에 당이 꺼지랴?" 하며 걱정없이 능선을 따라 걷는데...
능선길 군데 군데 바위 사이 사이가 벌어진 틈이 보인다.
갈라진 틈의 크기도 상당해서.. 스틱을 넣어보니 틈사이로 쑥 들어간다.
생긴지 오래되지는 않은 것 같고.. 땅이 갈라지고는 것인지 가라앉는 것인지 아무튼 땅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제야 경고문구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틈이 생긴 것만 보이지만.. 수년 내에 자연파괴에 의한 영향으로 만수산은 큰 지형변화를 겪을 것 같다.

능선을 따라 하산을 계속하다.. 갈림길에서 왼쪽의 무량사 방향으로 향한다.
계곡으로 내려가는 급경사의 내리막이다.
하산길 중간 중간에 핀 땅비싸리꽃이 아름답다.

급경사를 지나.. 계곡까지 나오는 길에는 수풀이 우거져 있어 스틱을 아래 위로 휘둘러 거미줄 제거작업을 하며 앞으로 나가야 한다.
산행은 끝이나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문수봉


하산길의 땅비싸리꽃

 

산에 오르는 내내 이방원과 정몽주의 시조를 생각하며 주변을 살폈지만 아직 칡넝쿨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혀서 백년까지 누리리라.."

 

"이 몸이 죽고죽어 일백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줄이 있으랴"

  

한 사람은 왕권을 강화하여 새로 세운 나라를 강건하게 만들어 후대의 태평성대를 이끌었고..

한 사람은 망해가는 나라를 붙잡은 끈을 놓지 못해 목숨을 버렸다.

옳고 그름은 후세에서 평가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이렇게 세상이 어지러울 때는 네편/내편 부자/서민 보수/진보 가르지 않고..

차라리 칡넝쿨처럼 서로 얽히고 섥히어 사는 게 보다 인간답지 않을까..


하산후 만수산


무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