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에 억새구경 갔다가 죽을 고생한 이야기 1부 (영남알프스)

 

산행지 : 영남알프스(간월산-신불산-영취산)

일   시 : 2004. 09. 12(일)흐리고 비

산행자 : 꼭지(아내)와 둘이서

교   통 : 자가운전

             05:15 대구출발

             06:30 언양 시외버스터미널(배내고개행 첫차 놓침)

             07:20 배내고개

 

           참고 : 언양에서 배내고개 버스시간

                   06:10  09:50  16:20 (하루3회운행)

           지산-언양(시내버스 자주있음 780원)

           언양-배내고개(언양 호출택시 052-263-6000, 15,000원 )

  

제1부

1. 죽을 고생한 서두 이야기 ...................................................... 

2. 억새는 한줌 바람되어 ..........................................................

3. 제발 하늘아 열리어다오 ....................................................... 

 

제2부

4. 억새여! 가을의 전설이여! .................................................... 

5. 악몽 같은 알바 3시간의 서곡 ................................................ 

6. 조난 직전에 내린 결단 ........................................................ 

7. 다시 영취산에 올라 ............................................................ 

8. 진퇴양난 ......................................................................... 

9. 행운의 여신은 어디에? ........................................................

 

 

 

07:30 배내고개 -산행시작-

08:20 배내봉(966m)

10:10 간월산

10:50 간월재

11:40-12:00 신불산

13:30 영취산(영축산,취서산)

15:00 다시 백

16:30 영취산

19:00 지산리 통도환타지아 -산행 끝-

19:30 35번국도변 시외버스정류장

  

총 산행시간 : 11시간 30분(16km+알바3km 총 19km 정도)


 

1. 죽을 고생한 서두 이야기

 

비오는 날의 억새는 어떤 모습일까?

우중에도 불구하고 물기 머금은 청초한 모습의 억새가 보고 싶어 집을 나섭니다.

해병대부부는 오후에 이런 저런 일로 바쁘다며 쏙(?)빠지게 되니 설악에 이어

또 둘이서만 죽을 고생을 하게 됩니다.

  

언양에 도착하니 06:30

혹시나 배내고개가는 버스를 탈 수 있을까 싶어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하니

에구~@  20분전에 이미 첫차는 떠나고 없습니다.

 

오늘은 처음부터 일이 이상하게 꼬이기 시작하네요. 그렇다고 다음차인 9시50분까지

기다릴 수도 없고 하여 오후 4시20분에 있다는 막차를 타고 차량을 회수하기로 하고

차를 끌고 투덜투덜 배내고개로 향합니다.

 

비 내리는 운무속의 꼬불꼬불 석남 고갯길을 자동차도 힘겹게 오릅니다.

비구름에 가려 조망은 전혀 없습니다.

고개에 도착하니 벌써 산님 두 분은 무릎 위까지 덥히는 롱펫츠를 착용하고

우의를 입고 산행준비를 하고 있네요.

 

꼭지가 물끄러미 바라보며

“비오는 날 저거 참 좋겠다. 바지도 안 버리고 신발에 물도 들어가지 않겠고..”

하며 중얼거립니다. 아마도 저런 준비를 하지 않은 사랑방을 나무라는 말투 같습니다.

 

하지만 사랑방도 비상수단은 있지요.

비닐팩 끝을 잘라서 발을 집어넣어 양말위에 끼워 뒤집으면 신발이 덥힙니다.

그러면 빗물이 비닐을 타고 바깥으로 흐르니 신발 안으로 물이 스며들지 않지요.

일단 그렇게 하여 우의를 입고 초입에 이릅니다.

 

▼배내고개 등산안내도인데 일단 백련암 저 끝까지 가기로 합니다. 


 

▼초입인데.. 이 빗속으로..? 어째 으스스합니다.

   꼭지(아내)는 우의입고 그것도 모자라 우산 쓰고, 이정도면 준비는 완벽하지 않나요?


 

등로는 싸리나무와 잡나무가 뒤엉켜 터널을 이루고 있으니 물기가 온몸을 때립니다.

비는 요란한소리를 내며 오다 말다를 반복하고

10m 앞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운무는 시야를 방해합니다.

 

“비 오는 날은 산행을 하지 않는다.” 1500산.김정길님의 스능정답(?) 입니다.

“글쎄요, 까짓것 비오면 우의입고 우산쓰고 가면 되지..” 우리부부의 생각입니다.

ㅋㅋ.. 산초보인 우리가 뭘 압니까?

 

결국 고수(?)의 그 한 말씀이 평범하면서도 <명언>이라는 것을 오늘 피부로 체험하게 되니

배움이란 항상 값 비산 대가를 요구하나 봅니다. “우리가 미쳤지 미쳤어 이 비오는 날..”

중얼거리며 경사 길을 치고 오르니 전신이 땀에 젖어듭니다.

 

차라리 우의를 벗고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걷고 싶은 마음입니다.

40여분 올랐을까 이제 지 능선에 도착합니다.

날씨만 받혀준다면 환상적인 능선의 조망일 텐데 아쉽게도 보이는 건 운무뿐입니다.

 

▼조망없는 운무속의 배내봉입니다.


  

▼꼭지가 억새 숲을 헤치니 풀잎에 이는 빗방울이 사방으로 튀어 달아납니다.


 


2. 억새는 한줌 바람되어..

 

좌측은 절벽이고 우측은 꽃보다 아름다운 억새의 동산입니다. 하지만 조망이 없습니다.

온몸이 저려 서러움이 가슴속을 파고듭니다. 영남알프스를 종주하며

“혼자서는 외로워 못 걷겠다.”는 어느 산님의 독백처럼

오늘은 둘이서도 외로워 걷기 힘든 능선 길입니다.

 

▼숙연한 억새들의 속삭임..


  

아직 피지 않은 가녀린 억새라 더욱 가슴을 찡하게 합니다.

세차게 내리던 비도 잠시 멈추니 바람을 타고 안개구름은 능선을 휘감으며 지나갑니다.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 한줌 바람 되어 파도를 탑니다.

 

▼간월산 가는 길.. 비바람이 온몸을 휘감고 지나갑니다.


 

꼭지는 우의도 모자라 우산까지 받쳐 들고 억새 숲을 바라봅니다.

하지만 마음은 우산도 팽개치고 온몸으로 비를 맞고 있습니다.

진정 오늘은 억새가 되고 싶은가 봅니다.

 

▼간월산

 

▼간월산 암능위에서 무엇이 보이나 싶어 내려다보지만

   아무것도 보이는 건 없고, 깊고 하얀 하늘의 문만 열려있습니다.


  

간월산(1,083m)

보이지 않는 억새능선을 향해 마음도 바람 되어 훠이훠이 날아봅니다.

간월산장(등억 온천지구) 하산길 옆엔 돌탑이 나신으로 비바람을 맞으며

여름 내내 뙤약볕에 찌들었던 고뇌를 씻어내고 있습니다.

 

▼등억온천지구 하산길 옆 돌탑


  

▼우산 쓰고 억새 숲을 지나는 어설픈(?) 여인  “진정 그대도 억새인가?”


  

▼이리로 갈까 저리로 갈까 안개 속을 헤맵니다.


 

 

3. 제발 하늘아 열리어다오

 

여기저기 길이 헷갈려 나침판을 들여다보며 방향을 가늠합니다.

우쉬~@ 여긴 절벽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이 열리며 조망이 트입니다.

여기가 간월재 바로 위 암벽이군요. 갑자기 억새도 환한 웃음으로 다가옵니다.

 

▼잠시 몇 초동안 하늘이 열리고..


  

▼잠시 간월재가 조망되어 운무에 가리기전에 얼른 사진에 담아봅니다.

 

▼다시 안개비가 숨막히게 덮쳐옵니다.


  

그것도 잠시뿐 또 운무가 온 대지를 삼켜버립니다.

간월재에 내려섰으나 조망이 없습니다. 빗물에 도랑이 되어 넘쳐흐르는 길을

잘 다음어진 나무 난간대에 의지해 20여분 힘겹게 치고 오릅니다.

 

▼간월재에서 신불산 오름길을 꼭지가 스틱에 의지해 힘겹게 오릅니다. 

 

▼벌개미치도 오늘만큼은 서러움에 못이겨 울고 있습니다.

 

▼억새숲에 가려 진한 외로움을 달래고 있는 야생화.. 산국(?)인가요?


 

조망도 없고 싸리나무와 잡나무가 뒤엉켜 또 진행을 방해합니다.

계속 은은한 오름길이 이어지니 아마도 신불산 정상이 가까워지나 봅니다.

세찬 비바람이 온몸을 날려 버릴 듯이 우의 속을 파고듭니다.

 

▼신불산. 여기서 다시 돌아갈까 계속 갈까 갈등을 합니다.

  신불평원으로 내려서니 드디어 운명(?)의 장난이 시작됩니다.


 

신불산(1,208.9m)

소백산 칼바람을 무색케 하는 세찬 바람에 돌탑도 쓰러져 버렸군요.

초겨울처럼 엄청 춥습니다. 오늘은 간이매점도 휴무라 그 비좁은 공간을

주인 대신 꼭지와 쪼그리고 앉아 점심을 먹습니다.

 

여기서 잠시 갈등을 합니다. 이 우중에 이쯤에서 산행을 접고 배내고개로 원점

회귀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것을.. 종주 좋아하는 우리 부부 그냥 백 할 수 있나요.

끝까지 통도사로 하산하기로 하고 억새가 춤을 추는 신불평원으로 내려섭니다.

 

- 1부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