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초보 시누이와 지리산 종주

 


산 행 지 : 지리산종주〈성삼재 ∼ 천왕봉(1915m)〉25.5km
산 행 일 : 2004. 9. 4 ∼ 9. 6
산행인원 : 시누이내외(57세, 50세) 와 우리내외(55세, 51세)
산행구간별시간
제1일 : 성삼재(14:30)→노고단대피소(15:20)→노고단(15:30∼15:40)→돼지평전(16:40)→임걸령샘터(17:00∼17:10)→
삼도봉(18:20)→뱀사골대피소(19:00)

  

제2일 : 뱀사골대피소(08:15)→토끼봉(09:15)→명선봉(10:40)→연하천대피소(11:05∼11:40) →삼각고지(12:05)→형제봉(12:45)→벽소령대피소(14:10∼15:30)〈점심〉→선비샘(16:40) →  칠선봉(18:15)→세석대피소(19:30)

 

제3일 : 세석대피소(04:30)→연하봉(07:00)→장터목대피소(07:30∼09:00)〈아침식사〉→제석봉(09:30)→천왕봉(10:30∼11:00)→개선문(12:00)→로타리대피소(13:20∼13:45)〈점심참〉증산리버스정류장(17:30)

 

산행기
작년(2003. 7. 24∼26)직원 산악회에서 지리산 종주를 할때 너무 많이 고생을 하여 다시는 지리산은 찾지 않으리라 다짐을 하였으나 증산리에 다 내려온 순간 남편과 다시한번 와봐야지했던 생각이 결실이 되어 이번산행을  하게되었다.
남편도 산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지역 주변의 이산저산을 주일마다 헤집고다니는 편인데 지리산은 처음이라 많이  기대하고 설레이는 듯 하다.

  

함께 산행할 사람으로 시누이네를 꼽은 것은 평소에 가장 가까이 지내고 나이도 비슷하여 자주 만나고 정을 나누기 때문이다. 시누네는 서로 다정하여 5년이 넘게 매일 아파트 주변을 1시간씩 산책을 함께해온터이라 비록 배낭메고 산에 한번도 오른적이  없어도 무난하리라 생각했었다.

  

아침(06:16)에 춘천을 출발한 무궁화호기차는 서울(08:00)에 도착했다. 용산(09:41)KTX출발하여 평택에서 출발한 시누이네랑은 익산(11:56)무궁화호에서 합류하였다. 기차에서 시누이네가 미리준비하여온 김밥으로 점심을 먹고 구레구역에 도착하니 오후1시37분이다.

삼만원의 택시비로 성삼재까지 오르니 예정시간보다 30분이 이른14:30이다.

  

작년에는 등산일행으로 따라왔는데 이번은 한번 다녀온 경험자로 안내자역을 맏으니 은근히 걱정이 된다. 미리 이것저것 계획도 세워보고 주변사람들에게 자문도 구해보고 산행기도 읽어 메모도 하였으나 두렵기는 마찬가지다. 등산이 처음이라는 시누에게 배낭이랑 등산용품을 빌려주며 미리 연습좀 많이하라고 하였으나 보름만에 감행하는 산행인지라 준비가 부족하였으리라 짐작된다. 정 힘들면 중간에서 하산하리라는 최악의 경우도 미리 염두에 두고 산행을 감행했다.

  

성삼재매표소앞에 서니 걱정은 모두 바람결에 사라지고 즐겁기만하다. 날씨는 화창하고 푸른 하늘에 흰구름이 산의 초록색과 너무아름답게 조화되어 마음을 두둥실 뜨게만든다.

  

이메일로 준비물품을 알려주었으나 워낙 찬찬하고 완벽한 시누이 남편이 꼼꼼히 챙겼을 배낭이 무거워보인다. 양주는 병째로 가져와야 맛이난다고하여 병째로 가져온 양주는 내가 받아 배낭에 넣었으나 작년의 절반무게밖에 되지 않는다. 내 배낭의 무게를 줄여주려는 남편의 배려로 이쯤이면 날아갈것같은 기분이다. 작년에 14kg이였으나 지금은 8kg도 되지 않는 것 같다. 남편의 배낭은 뒤에서 머리가 보이지도 않게 솟아있다. 내가 조금 덜어주려해도 막무가내로 자기가 진다고 걱정말라고한다.

  

노고단으로 오르는 완만한 경사의 돌길에 시누이는 시동걸기가 힘들다며 얼굴이 벌개진다.
몇 년전에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왕복5시간이 걸렸다는 말을 설마설마했는데 어째 심상치가 않다. 쉬엄쉬엄 노고단대피소에 오르니 50분이 소요되었다. 예상보다 10분빠른 시간이다.


노고단 언덕에 올라서 지난여름 안개비로 능선한번 제대로 보지못했던 한이라도 풀 듯 이리저리 능선을 바라보았다. 시눈네가 덕을 많이 베풀고 복을 많이 지어 화창한 날씨를 택했다고 덕담을 하며 기분좋게 산행을 한다.

  

이제부터 능선길의 숲속길로 들어서니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고향 엄마품에 안긴 듯 정겹고 안온하고 푸근하다. 곁에 남편과 시누네가 있어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지난 해을 더듬어 길을 걷는다. 지리산에서 가장 물맛이 좋다는 임걸령샘터를 지나칠까 조심하며 왼쪽길을 살핀다. 이제와 보니 초보자도 지나치지 않을만큼 길이확연하다. 비가 오지 않아서인지 작년보다 수량이 적어보인다. 내배낭보다 3배나 커보이는 배낭을 지고온 두사람이 쉬고 있다. 요즘은 휴가철이 아니라 대피소 예약이 수월한데 저 커보이는 배낭안에서 뭐가 들었을까 궁금하다.

  

날이  어둡기 전에 대피소에 도착해야하니 걱정이된다. 시누이는 예상보다 잘가고 있다. 부지런히 길가는 부부가 있어 어딜가냐고 물으니 반야봉낙조를 보러간단다. 부부의 뒷모습이 아름다워보인다. 앞에 산봉우리가 보인다. 저길 넘어가야한다고하니 모두들 질려한다. 내가친 첫 번째 뻥이다. 후에 그게 반야봉이고 우리는 반야봉 삼거리 옆길을 돌아서 전라남북도와 경상남도가 한면씩 새겨진 꼭지점이 반들반들 닳은 삼도봉에 도착했다. 이후부터 우리 일행은 "작년하고 다른네" 라는 꼬리표를 붙여줬다. 따라가는 길과 안내하는 길은 다르게 보이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헬기장을 세곳이나 지나 통나무로 잘정돈된 화개재 삼거리에서 왼쪽아래로 내려가는 뱀사골 대피소를 향하는 계단을 내려간다.
먼저온 등산객들이 저녁을 준비하느라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시계를 보니 19:00분이다. 예정한 시간과 일치한다. 예정시간보다 늦어질까 공연히 염려한 셈이다. 이층구석자리로 배정을 받고 침낭도 받았다. 휴가철이 지난후라 생각보다 붐비지 않는다.

저녁밥을 먹으며 양주한잔을 곁들이니 부러운게 없다. 하늘의 별들은 어찌나 초롱초롱한지 어린아이의 눈망울 같다.


내직장 산악회 등반때마다 따라다니던 비가 오늘은 참아주어서 너무나 다행이다. 오늘밤은 잠자기가 너무아까운 것 같은데 밤10시에 완전 소등이라고 방송을 한다. 휴대용 전지로 불밝히고 두런두런 얘기꽃을 피우다 내일을 위해 밤11시에 잠자리에 든다.

밤사이 무거운 구름이 내려앉았는지 안개비가 오락가락한다. 아침을 지어먹고 늦으막히 08:15분에 뱀사골산장을 뒤로하고 길나선다. 밤사이 쉬었다고 급경사 언덕인 토끼봉을 오른다.

  

노고단에서 숲길을 들어서면서부터 지천으로 널려있던 조리대위로 바위돌을 헛디딘 시누이가 그대로 쓰러진다. 와싸삭 소리가 어찌나 큰지 대형사고구나하는 직감으로 달려간다. 애처가인 시누남편을 어쩔줄 몰라한다.
왼쪽 정강이가 15cm긁히고 내출혈로 다리가 부풀어오른다. 응급치료와 함께 압박붕대를 감고 이리저리 살펴보니 다행히 그 외에는 다른 부상이 없다. 자신이 장애가되어 종주에 지장을 줄세라 마음 착한시누이는 연신 "괜찮아, 괜찮아"를 연발한다.

  

명선봉을 지나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하니 11:05분이다. 지리산 샘터중 가장 수량이 많다는 연하천이지만 흐르는 수량이 작년만 못하다. 그래도 물은 어찌나 시린지 1분이상 발담그지 못하겠다. 잘 쉬었다는 고마운 마음에 물값으로 4,000원주고 꽁치통조림을 하나사고 또다시 길 떠난다.

  

20분쯤 걸어 삼각고지를 지나 바위산인 형제봉을 오르고 내리기를 몇 번이던가 저만치 아래에 벽소령산장의 지붕이 이쁜 모습으로 보인다. 작년에도 경험하였지만 금방 도착할 것 같았는데도 한참을 걸었었다. 돌산 걷기에 취약한 시누이는 몇 번이고 쉬어야했다. 둘째날은 여유있게 계획했었는데 바위길이 예상에 차질을 준다.

  

간밤에 대피소에서 한잠도 못잣다는 시누남편의 컨디션이 엉망인 것 같다. 벽소령산장에 도착하니 14:10분이다. 길옆에 빨간 우체통이 있는 예쁜 대피소이다. 100m쯤 아래에 있는 샘터가 험이라면 험이다.
햇볕은 따가운데 골짜기 아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너무 시원하다. 입맛을 돋우는 인스탄트 미역국으로 점심을 지어먹고 15:10에 기념사진을 찍고 길나선다.

  

뱀사골대피소에서 일박했다는 장씨네 가족과 연하천부터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길걷는다.
부부와 8살짜리 여자아이 그리고 6살짜리 사내아이가 어찌나 생글생글 웃으며 투정없이 산길을 잘 걷는지 보는사람마다 칭찬을 해주어 아이들이 금새 영웅이 되었다.
꼬마들도 해내는데 어른이 못하랴하고 시누이네 내외는 그 아이들이 상당히 위안이 되었다고한다.

  

한시간쯤 왔을까 선비샘에 다달은다. 너른 바위중간에 물 파이프가 꼳혀있다. 물보충하고 산길걸어 칠선봉에 오른다. 잠시 쉬며 호흡가다듬고 길떠난다. 이내 고층건물 오르듯 계단이 앞에 선다. 경사도 70도가 넘을 듯 싶다. 이 계단에서 뒤에오는 아내가 잘 오나 돌아보던 시누이 남편이 고소공포증으로 얼굴이 노래지고 두통이 오기 시작했다한다.


시누이가 넘어진 이후로 맨앞에 가이드격인 내가서고 그다음이 시누이남편 그리고 시누이 맨뒤에 내 남편이 서서 길을 걸었다.

세석대피소에 도착할 무렵은 제법 땅거미가 지고있었다. 지리산장중 제일큰 세석인데도 증축으로인해 어수선해보인다.
둘째날 산행은 예상보다 3시간이나 초과하였다. 저녁을 지어먹고 잠을 설치고 고소공포증으로 기분이 엉망인 시누이 남편과 부상과 힘든 산행으로 지친 시누이를 먼저 자라고 들어보내고 우리내외는 남은 양주반병을 모두비우고 뒷정리를 한다음 배정받은 방으로 향했다.

  

말은 하지 않았으나 내일 산행은 취소하고 하산을 해야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일요일 밤이고 220석이 넘는 세석의 대피소는 여유공간이 많았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자다깨다를 몇 번이던가 어렴풋이 잠결에 남편이 길떠나자고 와서 깨운다. 시누남편이 잘 주무셨냐는 것부터 물어본다. 코를 어찌나 골면서 자던지 자신이 도리어 잠을 설쳣다한다. 그러면 종주는 강행이다라는 결정을 했다. 주섬주섬 준비하여 길떠나니 04:30분이다.

  

헤드랜턴을 끼고 안개비 내리는 어둠속을 조심조심 걷는다. 작년과는 달리 새벽길 떠나는 사람이 없다. 어두워 세석의 아름다운 모습과 잘 가꾸어 놓은 식물들의 안내판을 보여주지  못함이 아쉽다.

10여분쯤 올랐을까 내리막길이다. 어둠속에 해드랜턴과 손전등으로 길을 잘 살폈는데 하산길로 접어든 것은 안닌가 걱정이된다. 리더의 어려움을 새삼느낀다. 주변이 보여야 판단이 서지 도무지 알수가 없다. 지도를 펴보지만 불안한 내색을 할 수도 없고 난처한 일이다. 갈래길이 없었노라고 남편이 안심을 시킨다.

  

후에 시누이 남편이 깜깜한 밤에 무슨 훈련도 아니고 이게 무슨 짓인가 했노라고했다.
한시간쯤 지나 산의 형체가 어슴프리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은 안심이 된다. 볼수 없음이 두려움을 준다는 사실도 알게됐다.
촛대봉을 지나 연하봉을 오르고 출발한지 3시간 걸려 장터목대피소 마당에 도착했다.
시누이 남편은 이곳이 제일 관리인도 부지런하고 관리가 잘되어 있노라고 칭찬한다.

  

아침을 지어먹고 09:30분에 천왕봉을 향하여 산을 오른다. 시누이 남편의 걸음걸이가 어째 뻣뻣해 보인다. 산에 오르지 말고 남아 있으라고하니 무슨 소리냐고 괜찮다고 한다.
남편의 얼굴은 종주포기란 생각조차 안하는 얼굴이다. 짐은 모두 자신이 지겠다고 힘 자랑이다. 후에 허리가 아파 절절 맷지만 아내와 처음 산행에 따라나선 여동생을 위한 미련한 사랑이기도하다.

  

첫날 오면서 산능선을 바라볼 때 흰길이 확연히 나있던 제석봉의 돌길을 오른다. 길옆에는 죽은 앙상한 나무가 서있다. 죽엇지만 기품있던 모습을 아직도 간직한 죽어천연이라는 주목인줄 알았는데 주목이 아니라 구상나무임을 알게 되었다.
통천문 앞 바위사이에 한구루의 가문비 나무에 눈길이 머문다. 어쩜 바위틈사이에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수 있을지 신기하다.

드디어 천왕봉에 올랐다. 안개비와 비바람이 멈출줄 모른다. 일출은 아니더라도 푸른 하늘이라도 보면 좋으련만 좀처럼 안개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다리의 상처도 잊은채 종주에 성공했음에 시누이는 너무 감격해 한다. 함께 만세삼창을 외친다. 이곳에 오기위해 얼마나 많이 여러날을 설레이고 걱정하고 애썻던가!!!!!
시누이 만세!!! 만만세!!! 남매는 용감했다.

  

기념사진을 찍고 또 찍고 로타리대피소를 향하여 하산하기 시작한다. 자갈 내리막길이 장난이 아니다. 조심조심 걷는다. 다리에 힘이 풀릴까 걱정되어 정상주도 포기하고 하산하는데도 장님길가기다. 무릎관절이 나쁜 시누이 남편은 두 개의 스틱에 많이 의지하여 내려오고 하산길이 가장 취약하고 삼일동안의 산행으로 다리에 알이 밴 시누이는 아예 엉금엉금긴다. 로타리산장까지 1시간 30분길을 우리일행은 2시간 20분이나 걸렸다.

  

증산리에 내려와 점심먹으려던 계획은 포기하고 대피소 매점에서 컵라면으로 참을 한다.
칼바위까지 또다시 2시간 소요하고 증산리 매표소에 도착하니 17:30이다.
어찌되었든 우리 일행은 모두 지리산 종주에 성공했다.

  


2004.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