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일 : 2004년 9월 5일
목적산 : 설악산 서북주능
일행 : 부산 새한솔 산악회 회원 46명
산행코스 : 한계령→ 서북주능→ 귀때기청봉→ 1456봉→ 대승령→ 12선녀탕 계곡→ 남교리(13시간 소요)

모처럼 무박 산행으로 설악산을 찾아가는 길이다.
예약하는 회원이 많았고 예약없이 찾아왔다가 그냥 돌아가신 회원님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부산에서는 설악산이 왕복거리가 1,000Km가 넘어 아침에 갔다 정해진 코스를 산행하고 돌아오기가 힘들어 전날 밤에 출발한다.


2004년 9월 4일 22:00
부산 교대앞에서 예약없이 찾아오신 회원님들을 10여명 되돌려 보내고 46명이 설악산으로 향했다.

오늘은 우리 산악회 전용버스가 오지않고 다른버스가 왔는데 년식이 오래되어 성능이 좋지못해 불편한데다 버스기사가 경주→ 영덕→ 울진→ 삼척→ 동해 쪽으로 해서 가자고 한다.
기사가 편한대로 하라고 했으나 이것이 잘못이었다.

반드시 무박으로 떠나는 차량은 새차로 소음이 적어야하고 고속도로로 편하게 달려야 충분한 휴식(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했다
.

9월 5일 04:50
회원님들의 불평속에 한계령에 도착했다.
오늘은 장거리 코스로 11시간 정도 소요됨으로 자신이 없는 사람은
장수대에서 대승령으로 올라 12선녀탕계곡으로 산행하면서
우리나라 3대폭포(개성 박연폭포, 금강산 구룡폭포, 설악산 대승폭포) 중 하나인 대승폭포를 구경하면서
12선녀탕 계곡으로 하산할 때 쉬어가면서 충분한 구경을 해도 7시간이면 만족하다고
대승폭포에 대한 과대평가를 하여
8명이 B팀으로 선정되어 우리 산악회 김주태 고문이
인솔하도록 하고 04:55/ 38명이 정해진 코스를 올랐다.


어둠속이지만 처음부터 가파른 계단길과 오르막길이라 약간 힘이 들었다.
오늘은 설악산이 최저기온 11℃이고 낮 최고기온이 17℃라고 한다. 등산하기 좋은 날씨다.
하늘은 별들이 초롱초롱하여 주능선에 올라 일출을 구경하자고 하니
가파른 길을 전부가 빨리 오르고 있어 뒷쳐지는 회원이 없다.
항상 제일 뒤에서 낙오자들과 같이 하는 나도 오늘은 진짜 꼴찌가 되어 뒤따라 올랐다.
어둠속이라 한계령의 멋진 바위는 구경할 수가 없었다.


05:35 한계령에서 1Km올라온 1307봉 능선에 도착하니
이제 시원한 바람도 불어오고 전등도 필요없고 주변의 산세가 눈에 들어온다.

왼쪽으로 우뚝솟은 귀때기청봉이 나타나고 눈앞으로는 서북능 주능선의 암봉이 보이기 시작한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날이 밝아오니 주위의 전망도 보이고
암릉을 오르내리는 재미도 있고 가파른 오르막길이 아닌 능선을 타는 새로운 산행의 맛이 난다
.

06:15 서북능 주능선 갈림길에 도착했다.
동쪽(오른쪽)으로는 대청봉으로 향하는 길이고, 우리는 서쪽(왼쪽)으로 코스를 잡아야 했다.
갈림길에서 서북능 건너편 전망을 구경한다.
동쪽으로는 정상인 대청봉은 중청에 가려 보이지 않았고
중청이 정상인양 우뚝 솟아 보이고 있었고
날이 밝아져 해는 솟아 오르는것 같은데 중청이 가로막아 방해하고 있는것 같았다.


북쪽으로 공룡능선의 멋진 암봉들이 저만큼씩 키자랑을 하듯 솟아있는 모습이 웅장하면서
하늘금을 그리고 있었고 그 앞에는 낮게 깔린 용아장성능이 멋진 암봉을 자랑하고 있었다.


발길을 서쪽으로 옮겨 1356봉을 지나면서 부터 너덜지대가 연속된다.
마을을 놓았다가는 돌틈에 빠지기 쉽상인 너덜지대가 오늘따라 유난히 비경이다.
곳곳에 고사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고사목과 푸른숲, 그리고 바위 등 시원하게 열린 전체가 온통 전망대다.
몇차례 서북능을 찾아왔지만 이렇게 좋은 날시는 처음이다.

어느덧 동쪽으로 대청봉의 모습이 나타나고 그 위로 해가 솟아 올랐다.
공룡능선과 용아장성능과 그 사이 계곡들은 정말 멋진 설악산의 진미를 보여주고 있었다.
왼쪽으로는 가리봉과 주걱봉의 뾰족한 모양도 나타나 좌우로 비경을 다 볼수가 있다.


07:15 귀때기청봉에 도착했다.
먼저온 선발대는 식사를 끝내고 인사하고 출발한다.
뒤늦게 도착한 우리도 아침식사를 했다.
그리고 주변을 관망했다. 오늘처럼 귀때기청봉을 좋게 본적이 없다.
너덜지대에서 부터 계속 전망대라 주변을 구경했지만 너무나 시야가 넓고 멀리까지 잘 볼수가 있다.

설악산 최고의 고사목지대이자, 용아와 공룡 그리고 수렴동 계곡의 멋진 조화가 한폭의 그림같다.

보잘것 없지만 남쪽으로 가리봉과 점봉산이 받쳐주고 있었고 북쪽 백담사쪽으로 운해가 큰바다 같다.

가리봉 뒤로 내리천이 흘러내리는 곳에는
운해가 깔려있어 높이 솟은 봉우리를 제외하고는 온통 넓은 바다와 같다.
귀때기청봉을 뒤로 하고 서북능을 계속 타기 시작한다.


08:25/ 1456봉에 도착했다.
지금까지는 북쪽으로 용아능선과 공룡능선으로 멋져 보였지만
1456봉에서 바라보는 남쪽 상투바위쪽 암릉은 공룡과 용아를 능가하는 암봉들의 수석전시장이다.
상투바위골과 장군바위골 사이의 암봉은 사람들의 도전을 허용하지 않을것 같이 한폭의 그림과 같다.


이렇게 서북능선과 평행선을 그으며 달려온 가리봉산 연봉,
그리고 백운동 계곡과 용아장성 마등령과 황철봉, 그리고 금강산의 마지막 봉이라는
신선봉과 멀리 하늘끝 닿는곳에 금강산이 어렴풋이 보인다
.
너무나 잘 알려져 신비감을 잃어버린 대청봉보다 뒤로 물러앉아 늘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귀때기청봉의 너덜길과 남쪽으로 상투바위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09:30/ 1408봉을 지나니 이제 육산이 되어 산행의 묘미가 덜하고 뒷산을 거니는 맛이다.
1289봉을 지나 내려 막길을 내려서니


11:15 대승령에 도착했다.
백담사쪽의 운해는 큰바다같이 가까이 보인다.
남쪽으로는 가리봉과 주걱봉 그리고 그 뒤로 형제봉이 멋진 모습을 하고 있다.
가리봉과 주걱봉, 형제봉도 이곳 대승령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장관을 이룬다.


대승령에서 마지막 힘을 내어 안산쪽으로 향하여
11:45 안산 갈림길에 도착하여 이제는 오르막은 끝이나고
내리막 뿐이다 하여 잠시 휴식을 취하고 우측(북쪽)으로 돌아서
12선녀탕쪽으로 향하는 내리막 시작하는 곳에 우리 새한솔 산악회 회원 3명이 식사를 하고 있다.
두사람은 부부고 한명은 부인의 여자친구이다.


지금까지 아무도 낙오자 없이 잘왔구나 하고 있는데
부인의 친구분이 "회장님 다리가 좀 안좋은것 같은데~"하며 먼저 가시지 말고 같이 가자고 한다.

맨솔레담로션을 발라주고 스프레이를 뿌려주니 진통이 덜했는지 제법 잘 내려가신다.
계곡으로 내려서는 길은 가파랐고 안산이 왼쪽으로 뾰쪽한 모습으로 자랑하고 있다.
같이 식사하던 친구부부는 부인의 걸음이 늦어지니 먼저 가겠다면서 앞으로 빠진다.
물론 우리는 제일 늦기 때문에 한사람이라도 빨리 가야한다.


15시까지 하산완료해야 함으로 서둘러야 한다.

이제는 내리막길이라 제일 뒤에 몇명이 따라왔지만 능력껏 걸음을 서둘렀다.
마지막으로 다리 아픈 여성회원과 후미대장인 나만 남았다.
여성회원은 왼쪽다리에 근육통을 호소한다.
압박붕대로 감아본다. 진통제를 먹도록 했다.
계속 스프레이도 뿌려본다. 그래도 소용이 없는지 걸음이 차츰 늦어진다
.

12선녀탕 계곡길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멀고 험한지 모르겠다.
여성회원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면서 하산하다보니

15:00 두문폭포에 도착했다.

물줄기는 약했지만 이곳이 두문폭포고 지금부터 12선녀탕의 연속이고
복숭탕이라는 멋진 곳이 있다고 설명하지만
여성회원은 모든것을 보는것도 싫어하는 듯 했다.

비탈길에 어깨동무를 해보아도 등에 업어보아도 그냥 걸어가는 것 보다 더 늦다.

무전기도 통화가 안된다.
핸드폰도 서비스 이탈지역이라 안된다.
119를 불러달라면서 여성회원은 못가겠다고 호소한다.
연락길이 막연하다.

지나가는 다른 산악회 사람들에게 새한솔 산악회나 119에 연락을 부탁했지만 함흥차사다.

물론 내려갔다 올라오는 시간이 있으니 잘 안되겠지만 왠지 일부러 통보가 없는것 같다.

복숭아탕에 오니 우리 산악회 대장 1명이 기다리고 있다.
무척 반가웠다. 그러나 험한길을 어떻게할 도리가 없어
무전기를 주면서 빨리 내려가 119를 불러달라 했다.

못가겠다는 여성회원은 눈물을 흘린다.
그래도 길이 너무 험해 쉬면서 천천히 하산할 수 밖에 없다.
곧 길이 좋아진다고 했는데 왜 길이 계속 나쁘냐며 119 연락은 누가 하느냐 하고,
여성회원은 걱정이 태산이다.
하산하는 다른 팀들은 안타까워 하지만 도울수가 없다.
이렇게 반복하면서 하산을 하니 이제 주차장까지 3.0Km 남았다.

복숭아탕에서 무전기를 가지고 먼저 하산한 대장의 연락을 받은
새한솔 산악회 선발대장 3명이 달려왔다.
양쪽에서 부축하면서 하산하니 걸음이 빨라졌다.
119는 인제 소방서에서 오기때문에 늦다고 한다.
이제 내마음은 약간의 여유가 생긴다. 계속해 전화는 안되지만 그래도 일행이 많아졌다
.

16:50/ 119대원 4명과 공원관리 사무소직원 2명, 총 6명이 왔다.
119대원들은 길이 좀 좋아졌지만 사람을 업는 실력이 있어 한사람이 50m씩 교대로 업고 달리는데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렇게 119대원들의 도움을 받으며
18:50 하산을 완료했다.

12선녀탕 계곡 구경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고, 고통과 괴로움속에 산행한 설악산 서북능선 길이었다.

먼저 와 기다려준 회원들에게 미안하고 협조해준 119대원들에게 감사한다.
아울러 다리아픈 여성회원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