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 ~ 황정산

 

 

수많은 기암과 괴석에게 나를 빼앗겼고 험준한 암릉길에는 아예 흔적까지 묻었다.

 

그 무엇을 바라지도 않았고 어떤것을 얻으려고도 않았지만 그는 소리없이 다가와 있었다.

 

 

5일, 중앙  고속 국도 단양 나들목을 내려선 후 5번 국도를 타고 단양 방향으로 달려 황정산을 찾아간다.

 

당동리 장림 사거리에서 927번 지방도 예천 쪽으로 좌회전, 덕고개를 넘어 사인암 삼거리에서 선암계곡을 오른쪽으로 버리고 3 ~ 400 미터 직진, 황정리에서 오른쪽 황정교를 건너 대흥사 방향으로 달린다.

 

잠시후 인 12시 50분, 남조천에서 한 가지를 뻗어올린 올사천의 맑은 울음소리를 뒤로하고 신축중 인 대흥사를 왼쪽으로 앉힌 후, 계곡을 따라 원통암으로 오른다. (대흥사까지 대형 차량 운행 가능)

 

소낙성 구름 하늘 덮어 후텁지근한 열기 더하고, 맑은 계곡물을 퍼 나르는 이끼 낀 암반은 청아한 매미 소리마저 삼켜 버린다.

 

뜨거운 팔월 햇살은 용케도 구름을 녹여 계곡을 들추고 있다.

 

골짜기는 깊고 넓어 일행들의 모습을 지워버렸으며  암반을 타고 오를때는 무릎 걸음 아니할 수 없다.

 

바람 한 점 아니면, 메아리 한토막에도 쏟아져 내릴것 같은 가슴아린 암벽이 열심히 내려보고 있다.

 

원통암으로 오르는 계곡길을 이리저리 구불거리며 쉴사이없이 오른다.

 

중고개 너머 석화봉은 짙푸른 가운을 두른체 절승으로 미소 짓고 석화바위는 곰바위, 큰궁둥이 바위등을 다독이고 있다.

 

숲속에 갇힌 가슴이 허물어지고 있다.

 

푸른 점액질을 삼킨 끈적한 공기와 투명한 공간이 달려들며 부지런히 허물어뜨린다.

 

흔적은 지워진듯 돌아 볼 눈은 없으며 머리속은 비워져 더 한 기쁨 고르지 못한다.

 

쌓아놓은듯 한 형상의 기암과 어우린 활개 편 노송은 애심을 자아내는 그림이다.

 

원통암을 지키고있는 아름 큰 바위는 두부를 세워 자른듯 여러조각으로 반듯하게 잘려져 있어 눈길을 끌어맨다.

 

13시 45분, 원통암을 오른쪽으로 두고 너덜 계곡길은 쉼없이 이어진다.

 

골짜기 한 면 통째 절벽으로 다듬고 있는 비경에 한량없이 얼굴을 묻는다.

 

황정 기슭 용틀임하는 울림일고 세월의 메아리 되새김하는 노래 소리 들린다.

 

계곡은 폭우에 시달린 흔적이 역력하다.

 

골짜기 꼭지 인 전망대 바위 위에서 810 암봉을 대하는 순간, 눈에 열 두 폭 그림 그려진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들쭉날쭉한 기암들이 눈살을 흩어놓고 가슴을 미어지게하며 한숨 짓게한다.

 

대흥사골을 사이에 두고 황정산 정상에서 흘러내린 기암은 남성다운 근육질이다.

 

기암과 괴목이 살아 숨쉬고있는 그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으니 황홀한 늪에 빠진 몸 가누기 어렵다.

 

보이지않는 힘에 끌림일까 아니면, 일부가 된 자신이 해바라기 심정으로 약해진 탓일까, 아무튼 이 순간 가슴 뜯기기에 팽개치고 있으며, 구르고굴러 흐른 후 아쉬움 찢기전에 핥듯 속속들이 새긴다.

 

그들에게 흠뻑빠진 심정탓에 점심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른 13시 10분, 825 미터 영인봉에 오른다.

 

한 팔 뻗으면 잡힐것 같은 도락산이 설지 않는것은 벌써 정을 나누었음이리라, 근엄한 눈길을 주는 황정산을 보며 꺼져내린 능선 바위길을 타고 오른다.

 

곳곳 떨구는 길목마다 기암을 부둥켜안아야 하며, 한달음 건너 아기자기 솟아놓은 괴석들이 한가한 여름 그늘에서 졸고있다.

 

15시 25분, 전망대 바위길을 오른쪽으로 버리고 정상으로 향한다.

 

뒤돌아 본 영인봉 병풍바위 석벽에 뭉게구름 그려져있어 가히 절경이다.

 

눈 속에, 두 눈속에 당신이 살아 달음박질 친다.

 

걸음마다 흘린 미태가 이왕 빠진 가슴을 헤날 수 없는 나약한 자신을, 탓 할 기력조차 찾지못한 체 하염없이 끌고 들어 간다.

 

잊지못할 아픔때문에 몸을 뒤챌지라도 그 모습 언제나 열어볼 수 있는 끌림이라면 마다치 않으리다.

 

한 팔을 잃은것같은 반쪽 기암 능선길을 탄복과 질려버린 얼굴을 하고서 너럭바위로 오른다.

 

지쳐버릴것 같은데 마음은 들뜨 의식하지 못하며 일행들의 감탄섞인 함성 들리지 않는것은 눈물 꽃이 핀 때문 아니겠는가, 스스로를 이녁 품에 묻어 버린다.

 

너럭바위가 내려놓은 밧줄을 잡고 힘차게 오른 16시 10분, 누운 소나무 곁을 지난다.

 

몸은 뉘여있으나 팔은 하늘향해 흔들고 있다.

 

계속되는 암릉길을 16시 15분, 959 미터 정상에 올랐다.

 

충북 단양군 대강면에 위치한 이 이는 월악산 국립 공원내에 있으며 영인, 석화, 수리봉 등 여러개의 기암 봉들을 아우르고 있다.

 

도락산을 곁에 두어 벗으로 속삭이며 올사천을 발치께로 흘려 충주호를 맑게  살찌운다.

 

주위에 솟은 문수봉과 도솔봉 등, 형들의 위세에 주눅들지 않는것은 애살스런 자태로서 사랑받기 때문이리라.

 

내림길은 수리봉 방향의 길목 인 남봉으로 향하다가 빗재로 잡는다.

 

올사천과 직티천이 깎아낸 육중한 기차바위를 지나 쉼없이 내린다.

 

안부에서 200 미터 쯤 남봉으로 오르다보면 정상을 50 여 미터 두고 오른쪽의 빗재 방향으로 뚫린 길을 만난다.

 

남봉을 경유 수리봉으로 향하는 황정산 종주길을 예정 했으나 늦은 오후다.

 

빗재로 내리는 길은 상수리와 소나무 숲에 갇혀있어 너머가는 햇살을 거의 잃고 있다.

 

묵묵히 걸으면서 가슴속에 앙금 돼 버린 이 이를 혼자 힘으론 떨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있기에 체념하듯 삭인다.

 

전망대 바위에서 건너 본 황정산 기암 석벽에 바람은 없다.

 

두 눈에 담겨진 모든것이 움직일 줄 모른다.

 

잿빛 미소를 잃지않는 기암도, 흐르는 시간을 즐기는 천년 괴목도 모두 굳어 있다.

 

그들의 순결한 자태에 보는 이의 마음까지 얼어 붙는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무엇을 주려 함인지도 모른체 곁으로 간 가슴은 바보가 돼 버렸다.

 

그러나 해어날 수도 없이 여려진 마음 한 구석에 그 바보라는 이름으로 응석부린다.

 

훗날, 아는 체 찾아질 수 있다면 옛 정 위에 또다른 정을 쌓으리다.

 

 

 

                 - 안 녕 -

 

                          - 2004, 08, 05. -

 

 

 

                              - eaolaj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