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연휴...여름휴가....벼르고 별렀던 아침가리골과 방태산 산행에 나섰다.

내가 사는 경남에서는 강원도 산에 한 번 가는게 쉽지가 않다....거리상....

휴가때나 3일 연휴 정도는 되야 느긋하게 다녀 올 수가 있다.....시간에 쫒기는 산행은 질색이므로...

 

8/3 아침....드디어 아침가리골로 향했다.몇년 전 하류에서 놀다간 기억이 있어 입구를 찾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갈터 쉼터 맞은편으로 그냥 물길 따라 무작정 오르면 된다...흐~

같이 간 친구에게 워낙 자랑을 많이 해 놓아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상황에서

혹시 실망하면 어쩌나 하는 염려는 계곡에 들어서고 약 5분이 경과하자 바로 사라졌다....

찻길과 약 10분 거리에 이런 곳이 있다니....친구도 너무 좋아 어쩔줄 모른다....거의 울것 같은 표정이다....ㅎㅎㅎ

준비해간 계곡화를 신고 바로 물에 풍덩.....아침가리는 달리 길이 없다.그냥 물속으로 첨벙거리며 거슬러 오르면

그만이다.깊거나 물살이 센곳에서는 수영을 하던지 계곡옆 바위로 돌아 가면 된다.

단, 비가 올때나 온 후에는 등반이 위험하므로 자제하는 것이 좋다.여름외 계절에도 물속으로 거슬러 올라 가기가

어려우므로 등반이 어렵다.달리 길이 없으므로...

오르다 좋은 곳에서 밥도 먹고 수영도 해 보고 고기도 잡아 보는데 고기는 한마리도 못잡았다...

우 씨.... 다 튀겨 먹으려 했는데....흠....

한창 휴가 철임에도 우리외에 아침가리를 거슬러 오르는 사람은 딱 2명 뿐이다....

계곡가에서 야영하신 듯한 분이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우리에게 묻는다.그렇게 메고 어디를 가냐고....

때론 잔잔하다가 한구비 돌면 거칠다가 그렇게 약 3-4 시간 오르면 차가 다니는 다리에 닿는다.

여기까지가 아침가리의 하류부이고 사실상 그 상류로는 별 볼만한 것이 없어 대부분 이곳에서

계곡 트래킹을 마친다고 한다.

이곳까지 4륜구동을 갖고 온 몇 팀이 우리를 쳐다본다.....어디서 올라오는 사람들인가 하겠지...

사실 다리 가까이 가서는 경치가 신통치 않다.

편하게 차를 타고 온 저들이 어찌 그 비경을 알랴...후후후....

다리 근처에는 그래도 쓰레기가 많이 쌓인다.....야영객들이 버리고 간 것이리라.....

정말 아침가리 하류부 까지 오염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그곳만은...

다리에서 지나가는 차를 얻어 타고 편히 처음 시작한 곳으로 돌아 왔다.고마우신 분 덕분에 약 3시간을 벌 수 있었다..

내년엔 야영을 해 보리라 마음먹고 아침가리와 작별을 고했다.

 

8/4일 6시 기상하여 등산 준비에 들어 갔다.

계획하고 있는 코스는 개인약수 산장-개인약수-방태산-구룡덕봉-대개인동-개인약수산장으로 이어지는

원점회귀형 코스이다.가지고 간 차때문에 어쩔수 없다.

이때만 해도 대개인동이 그렇게 험한 줄 몰랐다......흑.....사전 정보 부족으로 엄청난 고생을 해야 했다.....

 

개인약수 까지는 거의가 비포장이나 승용차로도 조심조심 가면 갈수 있는 그런 길이다.

산장에 도착하니 벌써 이곳도 별장 같은 건물들이 몇채 들어서 있다....부럽기도 하고 우려되기도 하는 뭐 그런 현상이다.

산장 앞에 차를 세우고 약수 방향으로 산행을 시작했다....약수 까지는 제법 오가는 사람들이 눈에 띠고 서로 인사하며

지나간다.또 우리를 우아래로 훑어 본다.자기들과는 좀 다른 분위기가 나는 모양이다.

어쨌든 약 45분만에 약수터에 이르러 톡쏘면서 비릿한 철냄새가 나는 약수를 한잔 마시고 다시 정상을 햐해 출발....

물맛은 나에게는 두번 다시는 먹기 힘든 그런 맛이었다.죽을 병에 걸렸다면 모를까...

이곳부턴 진짜 사람 하나 없다. 우리가 하산 할 때까지 단 한명도 만나지 못했다....불행의 시작이었다.....  ㅠㅠ

점점 가팔라지는 길을 따라 지능선에 오르고 또 점점 가팔라지는 지능선 길을 따라 드디어 방태산 주능선에 이르렀다.

담배를 끊고 술을 줄이고 운동을 시작한 이후 확실히 체력이 좋아졌다.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하긴 워낙 천천히 걸으니 그런거겠지.....우린 보통 지도에 표기된 시간의 1.2배 정도 걸리니까....후후후 느긋하게 즐기면서 가는 산행이 나의 산행 방식이다.걷고 싶을때 걷고 쉬고 싶을때 쉬고 먹고 싶을때 먹는다.얼마나 좋은가.....단지 전체 일정에 차질이 없는 한도에서 말이다.

이곳 주능선 상의 갈림길에는 이정표 하나 없이 여러 산악회의 리본들만 펄럭인다.....에어콘 바람과는 비교가 안되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간단히 휴식을 취한후 방태산 정상으로 출발....방태산까지는 그야말로 나뭇가지와의 전쟁이다.주위 경관은 딱 한군데

전망이 좋은 바위에서 한 번 즐길수 있다.이리저리 긁히고 채이며 방태산 정상에 도착....이곳 부터는 방태산 휴양림에서 관리하는

길이라 그래도 이정표가 있다 .구룡덕봉까지만.....약 1시간이 걸려 구룡덕봉에 도착 했다.이곳까지의 길은 그래도 앞의 능선길 보다는

좀 낫다.....사방으로 탁 트인 구룡덕봉 정상에서 기념 촬영을 마치고 대개인동으로 떨어지는 길을 찾았으나 길이 보이지 않는다.

분명 지도에는 굵은 실선으로 길이  나 있는데....

순간 당황.....하지만 다행히 개인산으로 가는 길을 찾아 개인산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지도에 의하면 개인산 도착전에 대개인동

으로 떨어지는 길이 있었기에 그리로 가기로 했다....정말로 나뭇가지에 채이고 긁히며 갈림길에 다다랐다.잡목때문에 제일 힘든

구간이다.산장부터 거의 6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점점 힘이 드는 상황인데 이제 내리막 갈림길 표지기를  발견하곤 너무 좋아

낄낄거렸다.하지만 기쁨도 잠시....조금 가다보니 길이 히미해 지기 시작했다.....돌이키기엔 너무 늦은 상황.....

나중에 한 생각이지만 이때 구룡덕봉으로 후퇴하여 거기서 그냥 임도를 따라 아침가리로 내려서는 것이 안전한 산행이었다...

구룡덕봉에는 사륜구동차가 정상까지 올라 올수 있어 사륜 동호회 등에서 가끔 오기도 하는 그런 곳이다.

하지만 그때는 정말 다시 돌아가기가 싫었다.힘도 없고,온길이 아깝고 해서.....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어쨌든 우리는 대충 눈으로 길을 더듬어 계곡 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가다가 절벽을 만나 거의 60도에 가까운 길을

돌아 올라 가기도 하고 썩은 나무를 잡아 넘어지고 까지고 넝쿨에 걸려 자빠지고......그러면서  힘은 점점 빠져갔다.

시간은 거의 4시가 되어가는데 길을 못찾고 있으니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뒤를 돌아 친구와 눈이 마주치니 그냥 말없이

웃는다.자기도 걱정이 많이 될텐데....속이 깊은 친구다....어쨋든 우리는 계속 물이 흐를 듯한 계곡쪽으로 발향을 잡아 어렵게

어렵게 내리막을 걸어갔다.아니 이건 거의 정글을 걷는 수준이다.누군가 베어 놓은 나무가지들이 자꾸 걸거치고 짜증이 나게한다.

다행히도 한 2시간을 그렇게 헤메다가 물소리를 듣고 우리는 너무 기뻤다.이때부터는 조금 안심하고 물을따라 걷기로 했다.

물길 양옆에는 잡목이 무성하여 헤쳐 나가기가 힘이 들었고 혹시나 물길을 놓칠수도 있다는 걱정에 그냥 등산화를 신은 채로

물속으로 걸었다.어제에 이어 계곡 트래킹만은 정말 확실하게 한다며 낄낄대는 여유까지 부렸다.....마침내 대개인동 본계곡과

만나고 낡은 표지기를 볼수 있었다.얼마나 반갑던지.....

표지기에는 '제천 악돌이' 라고 쓰여 있었다.....혹 이 글 보시면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정말로....

이젠 한시름 놓자 배가 고파오고 힘이 들기 시작한다.적당한 곳에서 배를 채우고 남은 길을 가기 시작했는데 이건 길이

장난이 아니다.꼭 응봉산 용소골을 가는 듯한 느낌....물을 건너고 바위를 올라타고 계곡을 따라 걷다가 표지기를 찾지 못하여 다시 표지기가 있는 곳까지 거슬러 올라가 찬찬히 되짚어 오기도 했다.계곡길이 끝나고 숲길이 나타나면 안도의 한숨을 쉬다가 길이 다시 계곡으로 향하면 가슴이 덜컹하기를 몇차례....겨우 겨우 민가가 보이는 곳에 이르렀다.

대개인동의 경치는 너무도 좋고 물은 정말로 깨끗했다.하지만 지치고 시간이 없어 맘껏 즐기지 못한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만약 이리로 처음 올라가기 시작했으면 아마도 길이 히미해지는 곳까지만 가서 신나게 놀고 방태산과 구룡덕봉은 오르지

못했으리라....민가가 있는 곳에서 약수 이후 처음으로 사람들을 만났다....어찌나 반갑던지......하긴 길을 잃고 헤메다가 발견한

쓰레기 조차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으니...다들 우리를 쳐다 본다...신발은 흙투성이에 꼴은 거의 거지꼴이니.....

여기까지 꼭 10시간을 우리는 산에서 헤맸다.계획은 7시간 정도 였는데....하지만 무사히 돌아와서 천만 다행이었다.

하산하여 무사귀환을 자축하는 캔맥주를 일캔씩하고 숙소에 돌아 왔다.샤워를 하고 저녁을 준비하는데 이건 또 뭐람....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산에서나 계곡에서 이 비를 만났다면 아마 우리는 강원도 신문 한 귀퉁이에 사고기사 거리를

제공했을것이다....정말 일찍 서둘러 산행 하길 열번백번 잘했다고 둘이서 가슴을 쓸어 내렸다.

아무리 맑은 날이라도 역시 장시간 산악지방 산행시에는 완벽하게 우천시까지 그리고 야간시까지 준비해 가는것이 정석이라는걸

다시한번 깨달았다.

 

이번 산행에서 그래도 헤맸지만 무사히 내려 올수 있었던건 미리 지도를 보고 머리 속에 대략의 지형이 들어 있었기에

엉뚱한 방향으로 가지 않고 올수 있었다는 점...그리고 비상 장비의 중요성 (식량,약품,랜턴,여벌옷 등) 등을 뼈저리게

깨달았다.만약 비박이라도 해야 했다면 어떻게 됐겠나 생각하니 섬찟하며 자신이 없어졌다.

가기전 인터넷에서 대개인동에 관한 산행기를 찾지 못해 고생을 했기에 혹시 도움이 될까해서 글을 올린다.

대개인동은 하류뷰터 거슬러 가는 것이 좋고 상류로 갈수록 길이 히미해 진다.계곡의 경치와 물은 그야말로 최고라 할 수있다.

다음에 가시는 분들 참고하시길....그리고 표지기를 갖고 가시는 분들은 여름철 나무가 우거지면 길을 찾기 어려우니

좀 촘촘히 달아주시길 부탁드린다. 

 

이상이 나의 올여름 휴가였다. 같이 멋모르고 나만 믿고 따라와 고생한 친구에게 미안함을 전하며 길을 잃고 헤맬때도

끝까지 불평 없이 날 믿고 따라와 준데 대해 감사를 드린다.물론 다 내려와서는 안죽을 만큼 맞았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