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목에 걸린 제석봉일몰」그 머물고싶은 가을지리산이야기

- 일 자 : 2004. 9월 18~20(2박3일)
- 날 씨 : 맑음... 그리고 비
- 인 원 : 저니
- 배경음악 : 행복한사람(이문세)
- 산행코스 및 소요시간
▷의신매표소∼벽소령∼세석-장터목∼천왕봉∼중산리매표소
[산행시간 2박3일 식사/사진촬영시간포함]






:::::산행에 앞서:::::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 폭염과 태풍 그 터널을 지나 가을이 오고있다 7월.. 여름종주 아쉬움에 늘 맘속에 남아있던 지리산... 올해안에 다시 꼭~ 못다한 종주구간을 채울려고 했었는데... 다행히 여름휴가가 남아있어 다시 배낭을 챙긴다. 언제나 나에있어 지리산은 설레임이다. 이번에는 지난 여름종주의 마지막이였던 벽소령부터 가을종주를 시작하기로 했다..





부산출발(13:00)∼쌍계사(16:20)∼의신마을(18:20)


올해... 하나의 징크스가 생겼다.. 산행을 할려고 계획한 날에는 어김없이 비가 내리는것이다. 가덕도 연대봉과 여름지리종주는 우중산행이되었고. 지리삼신봉산행도 오락가락하는 비때문에 일출을 보질못했었다. 그리고 지난달 의욕적으로 추진한 러브산넷 여름 계곡산행 역시 비 때문에 취소할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 가을종주 역시 출발전날까지 기상청을 하루에도 몇번 들락거린다..



☞ 토욜... 출발전 비내리는 사상시외버트 터미널


역시... 주간예보는 믿을것이 못되는 모양이다. 분명 3~4일전만해도 비소식이 없었는데.. 한방울씩 내리던 비가 출발시간이 다가오자 폭우로 변해간다.. 그렇치만 다행히 오늘만 비소식이 있고.. 일욜은 없다고 하니까 예정된 산행을 하기로 했다. 지난번은 오는 비였다면... 이번에는 가는비니까 내일아침이면 더욱더 깨끗한 지리산을 오를수있겠지 하는 맘속 기대감을 가지고 쌍계사행 버스에 오른다.



☞ 넓고 넓은 최참판택 토지위의 허수아비들의 모습


누군가 부르고 싶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이 가을 날에 잠시나마 떠날수있다는것이 참 행복하다.. 문산휴게소를 지나면서 부터 거짓말처럼 하늘이 개이고 파란하늘이 군데군데 열리는것 같다. 섬진강을 따라 하동을 지나자 최참판댁 넓은 토지가 나타나는데 칼라풀한 허수아비들의 모습이 장관을 연출한다.



☞ 고찰의 아름다움을 느낄수있는 쌍계사 일주문


쌍계사.... 몇번의 기회는 있었지만 아직 한번도 경내를 둘러본적이 없었다. 의신마을로 들어가는 차시간 여유도 있고 해서 쌍계사 매표소에 잠시 배낭을 벗어놓고 일주문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계곡은 전날 내린 많은비로 인해 물소리가 우렁차게 들린다.

천년고찰... 조용한 경내에 들어서니 그동안 탐욕스러움과 번잡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잡아본다. 이곳 쌍계사는 문화재까지 갖추어져있어 역사의 무게를 더해주는것 같다.



☞ 조용한 경내를 둘러보고...


화개에서 의신마을까지는 30리(약12키로)이고 차량으로 20분정도 걸린다. 하루에 다섯번 운행을 하는데 쌍계사를 거쳐서 간다. 깊고깊은 의신계곡은 끝없이 이어지는데 세석으로 올라가는 대성골은 정말 엄청난 수량을 토해내고 있다.

10여분후... 어둠이 찾아오는 조용한 의신마을에 도착... 미리예약한 통나무집에 하루 여장을 푼다. 인심좋은 할아버지, 할머니 덕분에 저녁식사까지 해결하고.. 밖에 나오는데 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총총히 빛난다.

바깥바람이 제법 쌀쌀하다. 아직 한낮은 더위가 주인 행세를 하지만 아침 저녁 바람은 완연히 소슬하게 닿는다. 내일 새벽(5시)산행을 위해 잠을 자야겠는데 쉽게 잠들지 않은 지리산의 첫날밤이다...



☞ 예쁜 통나무로 만든 의신마을 민박집


설레임때문인지... 잠을 이루지 못해 몇번을 뒤척이다... 휴대폰 모닝콜에 눈을 떠보니 비몽사몽이다. 대충 얼굴만 씻고 민박집을 나서는데 선선한 지리산의 새벽공기가 잠을 깨워준다. 삼정마을까지는 포장도로를 걸어서 30여분이 걸리고 삼정에서 벽소령까지는 2시간30분정도 걸리는 거리이다.




산행시작(05:20)∼삼정마을(06:00)-구.작전도로(07:40)-벽소령산장(09:30)



☞ 아직 어둠속에 묻혀있는 삼정매표소


삼정마을까지는 좁은 비포장도로가 이어지는데 인기척이 없는 조용한 산길이다. 이현상 아지트와 벽소령갈림길에 도착하니 벌써 어둠이 걷힌다. 시간여유만 있다면 한번쯤 이현상 아지트(빗점골)를 둘러보고 싶지만 오늘산행일정이 만만치 않아 곧바로 벽소령오름길로 길을 잡는다.

두가구가 살고있는 삼정마을을 지나자 오름길이 나타나는데 점점 가팔라지는 경사에 숨은 턱에까지 찬다. 30여분을 힘들게 올라서자 옛날 군작전도로 사용되었던 임도가 나타나는데 이제는 형체를 알아볼수없고.. 걷기편한 오솔길이 되어버렸다.

워낙 인적이 드문 곳이라 발소리에 새들도 반가운지 즐겁게 아침노래를 하고 싱싱함을 품어내는 숲은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벽소령 1.2키로를 남겨둔 지점에서 다시 계곡을 끼고 가파른 오름길이 시작되는데 파란하늘이 조금씩 열리는것이 벽소령 주능선에 다가서는것 같다..



☞ 파란하늘과 어울리는 벽소령대피소의 통나무


드디어... 샘터에 도착.. 7월의 아쉬움이 많이 생각난다. 그때는 한치앞도 바라볼수없을 만큼 운무로 가득차있었는데.. 가을 아침햇볕을 쬐고있는 벽소령은 언제봐도 예쁜산장이다. 며칠 새 하늘이 훌쩍 밀려 올라간 느낌이 들만큼 가을이 완연히 느껴지는 지리주능선이다.




벽소령출발(10:06)∼선비샘(11:02)∼칠선봉(11:58)∼세석산장(13:00)



☞ 9월의 따쓰한 햇볕이 비치는 벽소령산장


오늘 아침식사는 미역국이다. 새벽부터 산행을 시작해서 그런지 밥맛이 정말 끝내준다. 식사후 벤치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한뒤 곧바로 선비샘을 향했다. 아침식사준비에 시간이 지체되었는지... 벌써 일정표 하고는 한시간이나 늦은것 같다.



☞ 생태계 보호 공사중인 선비샘터..


한시간을 부지런히 걷다보니 선비샘에 도착.. 그동안 야영등으로 많이 훼손되었는데.. 국립공원측에서 화개재 처럼 생태계보호 공사를 하고있다. 선비샘과 칠선봉을 지나자 천왕봉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 영신봉에서 바라본 장터목산장과 천왕봉


영신봉 바위전망대는 끝없이 이어진 나뭇계단과 철계단을 올라야되는데, 주능선에 있는 봉우리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영신봉은 좌우로 펼쳐진 지리산의 주능선을 한눈에 볼수있는데 노고단을 출발해서 천왕봉까지의 25.5키로의 긴 여정의 중간 전망대같은 곳이다. 오늘 역시 시원스런 조망이 압권이다.



☞ 영신봉에서 바라본 반야봉과 노고단


날씨가 맑아서 그런지 파란 가을하늘과 맞닿은 주능선이 뚜렸하다. 노고단과 반야봉이 손에 닿을만큼 가까이있고 제석봉밑에 위치한 장터목산장이 자그마하게 보인다. 정말 구름한점이라도 걸쳤어면 하는 아쉬움까지 느끼게 한다.


세석출발(13:40)∼촛대봉(14:03)∼연하봉(15:30)∼장터목(13:50)



☞ 가을이 찾아오는 세석평전


영신봉을 지나자 촛대봉 밑으로 펼쳐진 광활한 세석평전이 보이는데 벌써 가을 색채감을 느끼게 한다. 세석에 도착하니 겨울나기 산장보수 공사가 한창이다. 일욜이라 산악회에서 온듯한 많은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 연하선경이라 불리는 연하봉을향햐여


라면으로 간단히 점심을 먹은뒤 샘터에서 물을 보충하고 세석자연관찰로를 오르는데 이제부터 조금씩 피로가 느껴진다. 촛대봉에 올라서니 지난달에 다녀온 삼신봉까지 남부능선이 길게 이어진다.

온갖 형태의 기묘한 바위들이 솟구쳐 있는 연하봉.. 이번 산행에서 가장 힘들게 느껴지는 구간이다. 연하선경이라 지리10경에도 나와있지만 바로앞에 보이는 연하봉은 좀채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아주 잘생긴(?) 고사목과 일출봉도 보인다.




☞ 오늘하루는 여기에서... 장터목 산장


장터목에 도착하니.. 오후3시50분을 가르키고있다. 예정된 시간보다 20분이 늦었지만 천왕봉까지 다녀올수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2년전에는 새벽 일출때문에 제석봉과 천왕봉을 보질못했는데 오늘은 힘들지만 오르기로했다. 돌아오는길에는 제석봉 일몰도 놓칠수없는 포인트다. 산장내 중앙홀에 무거운 배낭을 잠시 내려놓고 디카와 물한병만 들고 제석봉을 오르기 시작한다.




장터목출발(16:00)∼제석봉(16:20)∼천왕봉(17:00)∼장터목(18:30)



☞ 파란가을 하늘과 제석봉 고사목


제석봉은 군데군데 고사목만이 자리를 지킬뿐 나무하나없는 벌거숭이 산이다. 도벌의 흔적을 없애기 위해 불을 태웠다는데, 몇그루의 고사목만이 자리를 지키며 지난날의 아픔을 대변해준다. 자연생태계 자생능력 역시 고산지대다보니 쉽지 않은 모양이다.



☞ 드디어! 지리최고봉인 천왕봉


통천문을 지나 가파른 철계단을 몇개 오르니... 드디어 지리산 최고봉인 천왕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두번의 종주끝에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장쾌한 지리주능선이 한눈에 들어오고 거침없이 펼쳐진 조망이 감탄을 자아낸다.



☞ 고사목에 걸린 아름다운 제석봉 일몰


하산길... 이제는 제석봉 일몰을 즐길시간이다. 가을저녁 제석봉에 앉아 일몰을 기다리는 시간... 이번 지리종주의 가장 머물고 싶은 시간이다. 잠시후... 고사목에 걸친채 반야봉 주위를 온통 붉은 물감으로 색칠한듯한 일몰이 이어진다. 한동안 넋을 잃을 정도이다. 정말 이 아름다운 자연의 연출을 가슴에 꼬옥 꼭옥 담아가고싶다.

장터목에 도착하니 벌써 어둠이 내리고 조금 춥다는 생각이 들만큼 쌀쌀하다. 먼저 예약 확인하고 방 배정을 받은뒤 취사장에서 저녁밥을 짓는데 하루종일 걸었더니 다리가 풀려서 서 있기조차 힘들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밖에 나오니 연하봉에 걸린 초승달이 혼자 산행하는 등산객의 쓸쓸함을 위로해준다.





장터목출발(04:40)∼천왕일출(06:15)∼법계사(08:40)∼중산리매표소(13:00)



☞ 세번도전끝에 이룬 천왕일출의 꿈


일출이 6시20분이니까 4시넘어서 일어나도 충분한데... 산장내는 3시부터 부산하게 움직인다. 눈을 조금더 붙일려고해도 시끄러워서 도저히 잠도 오질않고해서 밖으로 나오니 예상돼로 새벽바람에 기온이 밤사이 많이 떨어져있다.

제석봉으로 오르며 바라본 지리산의 새벽하늘은 금방이라도 별이 쏟아질것 같은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그 하늘과 땅사이에 내가 걷고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천왕봉정상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바람이 불지않는 쪽을 골라서 옹기종기 앉아있다. 세석에서 새벽1시에 출발해서 오신분들도 있고, 중산리에서도 많은분들이 올라온다.

잠시후... 구름이 얕게 깔린 동쪽 지평선위로 붉게 타오르는 빛이 조금씩 비치더니 드디어... 찬란한 빛줄기가 온 산하를 감싸 안으며 일출이 시작된다... 말로 현할수없는 감격... 세번째 도전끝에 이룬 천왕일출의 꿈... 영원히 가슴에 안고싶다.



☞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의 장쾌한 지리주능선


일출이 끝나자 예상되로 정상석을 차지하기위한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다. 그럴줄 알고 난 미리 어제 와서 사진 찍었지롱~~ㅋㅋㅋ. 중산리 하산길은 가파른 경사가 끝없이 이어진다. 천왕샘을 지나 뒤돌아본 천왕봉은 파란하늘과 맞닿아 있는듯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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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왕샘부근에서 바라본 천왕봉


로타리산장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법계사를 둘러보았다. 법계사가 흥하면 일본이 망하고 법계사가 없어야 일본이 흥한다는 설에 그동안 많은 소실로 현재의 건물은 81년도에 복원되었다고 되어있다. 경내를 둘러보데 스님이 극락전뒤 바위를 가르키며 거북바위라 귀뜸하는데.. 정말 그러보니 거북이 형상과 똑 같다



☞ 울 나라에서 가장높은곳에 만들어진 절집 법계사


법계사를 뒤로하고 망바위를 지나 지리지리한 하산길을 내려오자 장터목산장으로 올라가는 삼거리에 닿는다. 여기서부터는 중산리계곡을 오른편에 낀 시원하고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계곡물에 발을 씻어며 3일간의 피로를 잠시 풀어보는데... 빗방울이 한 두 방울 떨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빗줄기로 변한다.

준비한 우산을 쓰고 포장도로를 내려오며 즐겨부르는 이문세 노래를 흥을거리며 걷다보니 어느새 눈에 익은 중산리 주차장이다. 주차장에서 뒤돌아보니 천왕봉은 희뿌연 안개 속에서 휩싸여 보이질 않는다.




중산리출발(15:00)∼산청(15:40)∼진주(16:50)∼부산도착(18:30)



☞ 2박3일동안 함께 동고동락한 동반자인 배낭


주차장옆 식당에서 김치찌게로 점심을 먹고 3시에 출발하는 차에 오른다. 3일간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온다. 꾸벅꾸벅 졸면서도 의신마을에서 시작한 가을종주가 하나씩 하나씩... 오래된 영화 필름처럼 지나간다.


한국의산하 가족님...
7월의 아쉬웠던 여름종주를 완성하기 위해 가을로 접어드는 9월에 다시 지리산에 다녀왔습니다. 이번에는 정말 날씨의 축복속에 파란 가을하늘과 제석봉일몰, 그리고 천왕봉 일출까지 무한감동의 순간순간들을 가슴에 꼬옥 안고 왔습니다. 그러고 보면 전 참 행복한 사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