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포항 전경>

 

 

 

 

남으로 드는 봄볕은 - 거제 望山小記


송탄그린 45명


2008. 3. 13 (목)



남부주유소⇒ 269봉⇒ 315봉⇒ 359봉(내봉산)⇒ 315봉(소나무 그늘지대)⇒ 무명봉 전망대⇒ 망산 정상⇒ 전망바위⇒ 명사초교 (산행시간 4시간10분)

 

 

<안내도>

 

<이정표>

 

 

아늑하고 고요한 사랑채 같은 깊은 뜰(바다)의 사방은 적막하기만 하다. 환한 눈부신 햇살 속에서 꽃잎이 섬들 위로 조용히 내려앉는다. 경쾌하게 시작된 발품은 어느덧 처연한 지대로 바뀌어 진다.


아직까지는 이르도다!!  화사한 봄소식은...


서글픈 감정을 가눌 길 없는가 싶더니, 다시 감정을 추슬러 아련한 곡조로 넘어간다.

그 이유는 애련하게 피어있는 한 떨기 노루귀의 갖가지 색양의 모습과 이른 참꽃의 화사한 자태로 인해서.


골똘히 생각에 잠긴 듯 각자 삼매경에 빠져든 표정들이다. 


자연이 빚은 아름다운 작품은 그 전체로서 표하여 질 때 가장 감탄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드러나지 않는 그 사물의 핵심을 꿰뚫어 보는 삼촌의 안목이 부럽다.

 

 

<봄은 이르도다>

 

 

<아마득한 내봉산 - 무명봉에서>

 

 

 

 

 

조금 더 기다려 보자!


전체적인 흐름의 윤곽은 없어 보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미세하게나마 서서히 차분하게 그들만의 독특한 액션을 펼쳐 놓기 시작한다.


그래, 서두르지 말자! 때가되면 보여주나니! 흐름을 지켜보자!

하지만 꼭 바라고 싶은 한 가지는 안개가 걷히고 이 바다의 음울한 기운을 걷어내어 본연의 모습인 창파(滄波)로 돌아오는 것뿐이로다.

 

 

<다포마을 전경>

 

 

<내봉산에서>

 

 


<내봉산에서>

 

 

오르고 오를수록, 그 곳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한 걸음 한 걸음 내 딛을수록, 기관(奇觀)이 펼쳐진다.

내봉산 꼭대기이다.

그 곳은 온갖 기암괴석이 서로 엉켜 기대어 있고 맞물려서 신비로운 모습으로 대두된다. 그리고 가파른 바위에서 돌아보면 이 한려수도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며, 특히 섬에서 솟아난 위용은 어느 명산 못지않게 주변을 끌어 모으고 시야를 펼쳐주는 위엄 있는 산이라 할 수 있다. 또 푸른 물결 넘실거리는 이곳의 크고 작거나 물에 잠기고 뜬 섬을 배경으로 펼쳐진 한 폭 청록의 산수는 먼 길 떠나온 길손에게 심신을 황홀하게 하여준다. 

 

 

<무명봉 전경>

 

 

 

 

산길을 몇 구비나 돌았을까. 한 군데에 이르러 커다란 봉이 나타난다. 그리고 곡조에 변화가 없이 길에 늘어지는 망산(望山)의 가요가 바람결에 날려 온다. 주위는 자욱한 수목뿐인데 청해(淸海)의 봄바람이 우렁차게 울며나면서.


가파른 등로를 지나 전망바위에 다다르자,

산세가 들먹이며 우뚝 솟아 눈앞에 깔린 대해에 별처럼 뜬 섬들을 굽어보는 느낌은 무엇으로 어떻게 표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할까? 


이처럼 천해(天海)와 맞닿아 있음을 상상의 기운으로 존재함을 깨달게 하렴인가.

 

 

<망산 정상>


 

망산 정상이다.

이곳에 서서 굽어보는 느낌은,


여울에 부딪치는 애잔한 물결소리가 들려오기도 하고, 지나온 내봉산과 315봉을 보노라니 아마득한 길이 되어버렸다. 바른편으로는 창파를 음미하면서 불어오는 해풍에 가슴을 헤치고 화살처럼 그 곳으로 달려가고픈 마음은 흥겨움이 아니 될 수가 없다. 


섬은 멀리 혹은 가까이 늘어서 있고 외로운 선척(船隻)은 수평선 즈음에 출몰하여 물결이 하얀 눈(雪)같이 일어났다가 난파에 부딪쳐 옥같이 부서지는 해안의 아름다움도 좋고, 그러한 해안에 두어 집 혹은 예닐곱 집씩 모여 있는 어촌의 한가로운 생활도 좋아 그림속인가 싶다.  


다시 걸음을 옮겨 하산길로 접어들고 잠시후에, 한 조각의 검은 구름이 내장봉의 서북쪽에서 일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주위를 뒤덮고 수면의 전체를 덮는 비를 몰고 온다. 주위를 살필 겨를도 없어 황망(慌忙)히 내려가며 간신히 옷 메무새만 가다듬었다.


계속된 비로 산상에 머물기가 곤란하여 하산에 몰두한다. 이로 인하여 안개가 짙어지기 시작하고 파문(波紋)이 약동하여 답답하게 가로막힘이 길게 이어진다. 중턱에 닿자 비가 그치고 날씨가 다시 회복되어지는 듯 하더니 그 상태가 하산 끝 등로에 다다를때까지 이어져 약간은 소원해지는 느낌이 들더라.  


안개, 비의 왕래가 무상하며, 흐리고 어두움이 서로 오고 가나니 푸른 하늘, 푸른 물이 모래처럼 빛나서 상서로운 기운이 넘쳐남도 잠시이며, 검은 구름이 뒤덮어 수면이 컴컴하여 어두운 그림자가 가득 들어차는 것도 한때이다. 이는 오전, 오후 네시간 동안에 경험한 바이다.

이것은 하늘의 이치요, 음양의 조화로움이니 그르칠 수가 없도다.

잔잔한 바람이 이마의 땀을 식혀줄 즈음 한 모퉁이에 자리한 고결한 매화에 넋을 잃는다.(16:10) 

 

 


◈◈ 마치고.


여기를 찾는 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산이랄까. 역시나 그 이유는,

그것은 아마 평범함을 잃지 않아서일까 생각 든다. 있는 그대로.

막상 산기슭에 다다른즉 그저 평범하고 평탄한 길이었으며, 종일 걷되 피로는 몰랐으며, 별로 새로운 것이 없고 순한대로 보여주고, 부드러우며 순탄한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라 하겠다. 급기야 절정에 다다라서는 비로소 그 장엄함을 알겠으니 이것이 진정 웅대한 것이 아니고서는 그 무엇이랴. 

    

금번 산행중 시종 만족하게 마치게 됨은 주최자의 노고가 컸다고 할 것이다. <끝>


2008. 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