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첫주의 스케줄이 엉망이 되고

떡본김에 제사지내는 심정으로 고향땅을 돌아보기로 한다

고향이래야 태어난 곳도 아니고 집안 형님들 몇분이 살고계시는 수 많은 다도해속의 섬

작년에 최선호님이 다녀오시어 멋진 산행기를 올려놓으셨던 바로 그 섬. 약산도를 간다

 

낚시 하는분들이 자주 찾는 마량항

밤늦게 도착한 항구는 어둠속에 묻혀있고 '은방울'의 노래처럼 강건너~ 불빛만 깜빡~

그 어둠속에서 건너오는 배를 타고 밤바다를 건넌다

49년전 이 길을 풍선을 타고 건넜었지...

 

늦은 시간이라 교통편도 마땅치 않은데 그럭저럭 도움을 받아 형님댁에는 밤 10시 도착

강진에서 헤어진 버스는 이미 서울에 도착했을 시간에 나는 겨우 40여키로를 왔을 뿐인데..

고금도와 약산도를 이어주는 연도교를 걸어서 건너지 못한것이 조금 마음에 걸리고

 

아침 일찍 최선호님의 뒤를 따라가 보기로 한다

삼문산 이곳에서는 '상가마니'라고 하는 산. 대개의 섬은 가운데에 산이 있고 자락은 해변을 이루며

그 자락에 옹기종기 삶의 터를 일구며 살아가는 곳. 약산도의 중앙에 자리잡은 삼문산을 오른다

 

임도를 잘 설치해놓아 콘크리트와 흙길을 번갈아 가며 오르는 길은 정겨운 바다를 등뒤에 두고

따뜻한 햇볕이 내리는 그래서 조금은 덥다는 느낌을 들게하지만 이내 시원한 바람이 기분좋은 산길이 되게한다

구비구비 돌아가는 임도를 따라 한시간여.. 조금있으면 진달래 축제를 이곳에서 한다는 삼문산 중턱의 평원에서

모처럼의 조망을 즐겨보고 오른편 망봉을 향하여 오름길을 간다

 

이렇게 외진곳 까지 헬리포트가 설치되어 있다

아마도 산불이 나면 쓰임이 있는것인지.. 헬기는 있는것인지.. 앞에 보이는 망봉은 잠시의 헐떡임으로 오를 수 있었다

399m 사량도 지리망산하고 높이가 똑 같다. 새 봄의 그곳은 인산인해를 이루지만 푸른 하늘과 쪽빛 바다가 어우러져

다도해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이곳은 멀기도 하고 교통도 좋지못하여 찾는이들이 없어 고즈넉 하기만 하다

 

정상석을 만들어 놓기위한 작업인가..

돌무더기를 잘 쌓아놓은 정상에서 한적하게 떠 있는 섬들을 바라본다

북쪽으로는 강진과 장흥의 끝자락이 천관산 아래로 보이고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회진'항으로 가는 뱃길도 보인다

녹동쪽을 향하는 뱃길도 있고 그 끝에는 금일읍과 금산도가 아스라히 보인다

 

조금 더 고개를 돌려보면 생일도가 바로 코앞에 있고

햇볕에 반짝거리는 바다를 지나보면 신지도의 끝자락 동고리 선착장이 보인다

신지도를 따라 시선을 옮기면 멀리 완도의 상황봉과 백운봉이 멋진 자태를 뽐내고 있고 물안개에 쌓인 해남땅도 보인다

푸르른 바다는 이곳 사람들의 또 다른 '농토' 한적하게 떠 있는 스티로폼 부표 아래로 미역이나 전복등

깨끗한 우리의 수산물들이 자라고 있고..군데군데 수확을 하고있는 작은배들도 보인다

 

한시간여를 졍겨운 마음으로 사진을 담고 능선을 따라 최선호님의 길을 따라가 본다 장룡산을 향하여

아기자기한 바위 무더기들도 지나며 진달래와 이름모를 꽃들을 조심스래 지나며 양창순님이 함께였다면 더욱 좋은 사진과

천상의 화원인 이 꽃들을 이름도 모르는 채 지나지는 않았을것을 하는 생각을 해 본다

 

40여분의 능선길을 지나 여동 갈림길 왼편으로 내려간는 산길이 뚜렷하다

바로가는 장룡산 방향은 길이 희미한데 그래도 찔래와 가시나무를 비켜가며 장룡산을 오른다

모처럼 보는 삼각점. 그런데 이게 웬일! 1993제설 신지! 어처구니가 없다 왜 일까?

씁쓸한 마음으로 약수터, 황룡사 방향으로 내림길을 간다

 

길의 흔적은 점점 희미해지고 어쩌면 금년에 내가 처음으로 이 길을 가는것 처럼

찔래와 가시나무는 바지자락을 잡아끌고 이십여분 가시나무와 한판승부 끝에 약수터에 내려선다

우리의 산줄기를 찾아 부인과 함께 우리의 산하를 누비는 신경수님 생각이 난다

아마도 그 분들은 이 보다도 훨씬 어려운 길을 다니시겠지..

 

약수터에서 만난 이곳 삼문산악회원 부부를 만나 잠시의 인사를 하고

잘 닦여진 임도를 따라 오늘의 산행을 마감한다 내일은 약산도를 한바퀴 걸어서 돌아볼까 생각해 보며.

 

뭐하러 그렇게 산길을 다니느냐 라는 말씀을 등뒤에 두고

아침일찍 길을 나선다 예전에는 흙탕길이었던 이 길이 지금은 말끔하게 아스팔트로 포장된 한적한 도시와도 같은

길을 걸어서 사십분후 해동리 당섶에 이른다 울창하였던 동백나무 숲은 메말라서 고목이 되었고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돌로 쌓은 담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어린 동백이 대신하고 있다

 

금일로 건너는 부두까지 돌아보고 산자락을 돌아 가사동해수욕장 쪽으로 고개를 넘는다

내일이 한식이라 선조들의 묘택을 손질하는 사람들이 보일 뿐 조용한 산길을 넘어 왼편으로 해수욕장 내려가는 갈림길에서

건너다 보이는 생일도를 바라보며 아직은 공사중인 일주도로를 걸어본다

 

왼편으로 나를 따라오는 다도해의 남쪽은 따뜻한 햇볕과 시원한 바람으로 걸음을 가볍게 한다

울퉁불퉁한 공사길과 옛날길을 한시간여 걸어서 잘 꾸며놓은 삼문산등산안내판을 지나며 상득암리 마을로 들어선다

그런데 갑자기 버스가 나타났다. 네시간여를 걸어온터라 버스를 보니 '그만 타고 갈까'하는 생각이 앞선다

별로 힘들지도 않았는데.. 버스를 타고 돌아오며 이틀간의 고향땅 밟기를 마친다

언제쯤 가슴이 통하는 이들과 이 길을 함께 걸어봤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