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과 딸아이가 도선사입구까지 바래다 주고 횡하니 떠나 버린다.

오늘도 딸아이와 동행을 하려고 마지막까지 애를 썼으나 제어미와 4.19탑에가서

사진이나 찍는단다.

 

----- 저것이 나중에 투사가 되려나?......

 

집사람이 운전하는 차의 뒤꽁무니를 보며 먹거리들을 준비하고 매표소로 향한다.

 

왜 이렇게 비싸냐는 지방산님들의 항의를 직원들은 미소로 화답하고, 국립공원임을 강조한다.

----- 비싸긴 한것 같은데......쩝.....

 

하루재

예전에 차타고 오지 않으면 무척이나 힘들어하는 곳인데 차를 타고 도선사광장에서 출발하니

여유롭다.

 

 

하루......

해가 뜨고 지고, 또 달이 뜨고 져서 다음날 해가 뜨기 전까지의 시간.

하지만 우리가 인지하는 하루는 해가 어둠을 가시고 나서부터 다시 어둑어둑 해 질 때까지의 시간.

오늘 하루재를 넘으며 하루의 의미를 다시금 헤아려 본다.

 

고 김광석의 노래 서른즈음 가사에는 멀어지는 청춘의 안타까움을 말하지만

40대 중반인 나에게는 돌이켜 보면 30대는 빛나는 청춘이었다.

40대 중반에 맞는 세월은 어찌나 빠른지 정말이지 살같다.

 

새털같이 많은 날이란 표현이 나에겐 가당치도 않을것도 같고......

 

회심곡에서는 잠든날, 병든날을 빼고 나면 매우 적은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짐을 강조한다.

----- 맞어 뺄꺼 다 빼고 나면 남은시간이 별로 없지......

 

어떤이는 사람이 백년도 못살면서 천년의 근심을 안고 산다고들 하지....

------ 맞어 매일 매일 스트레스

 

그러면 인생전체를 볼 때 비교적 적은 시간단위인 " 하루" 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

시간을 잡아 둘 수는 없을까?

------- 시간은 못 잡지..... 더디게라도.....?

 

인수봉암벽에 매달린 산님들의 우렁찬 메아리가 산속을 떠 돌고 내 머릿속엔

하루를 길게 늘여 결국에는 시간을 저장하는 묘안을 찿느라 저용량의 뇌가 어지럽다.

 

단순한 결론

일찍 일어나서 하루를 남들보다 하루를 빨리 맞이하고, 늦게까지 하루를 유용하는 거야!

------ 겨우 내린 결론이 그거야?

다가 올 세상을 예측해서 미리 대비를 하면 시간을 저축하는 것이고, 주어진 하루를 알차게

꾸미면 적어도 남 보다는 시간을 알차게 쓰는 것 이겠지....

------- 그래 최소한 미루지만 않아도 상대적으로 세월이 길게 느껴지겠지.

------- 상대적으로 시간을 늘일 수 밖에 없군...

------- 그럼 절대적인 시간은?

 

백운산장

우물에서 두레박으로 퍼올린 물을 한 모금 들이켜고 주위를 보니 푸른나무끝에

가을이 여인들 머리에 브릿지처럼 다가와 있다.

------ 산거북이 선배님의 말처럼 계절의 변화를 제때 느끼며 사는 것도 세월을 길게 늘이는 방법일꺼야!

------ 산에 오길 잘 했어.   아니면 지금까지 늘어지게 자다가 점심먹으면 하루가 다 갔겠지....

하루를 길게 쓰려면 부지런하고, 다가 올 미래에 대한 대비도 하고, 계절의 변화도 제 철에 느끼고, 긍정적으로 살며,

건강해야 하고.......

------ 어지러워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산을 오르는 거야 !!! 자연이 변하는 것도 느끼고, 건강해지며, 쉬는 시간에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 해 보고, 다가 올 미래를 대비하는 거야!

 

 

 

하루재를 넘으며 복잡 해 지기 시작한 머리는 백운대를 오르는 밀리는 인파를 피해

릿지를 시작하려는 순간부터 바위에 온 신경을 쏟아 붓게 되었다.

 

백운대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지난번에 염초릿지를 마쳐서인지 염초봉이 한눈에 들어 온다.

위험한 구간을 통과하는 산님들을 보니 나도 모르게 손끝에 힘이 주어진다.

멀리 원효봉, 노적봉, 문수봉,의상봉등 북한산의 유명한 봉우리들이 보이고

아래까지 기어 내려가 바위뒤에 홀로 자리를 펴니 가을바람이 제법 차갑다.

밥씹다 갑자기 떠 오른 생각

----- 호랑이 굴이 어디에 있지?

급하게 밥알을 씹어 넘기고 백운대로 다시 기어 올랐다.

 

호랑이굴

백운대에서 인수봉쪽으로 내려서니 나무에 로프가 메어져 있어 무조건 내려서니

암릉길이 있고 그 곳도 내려서니 길은 끊긴다.

------ 이상하네 이 근처 어디가 호랑이굴 이라던데.....

마침 물어 볼 산님들도 없어 여기저기 탐색하다보니 릿지로 내려서기에는 조금 위험하고 해서

다시 올라 가려다 살펴보니 바위에 틈이 있어 내려가 보았다.

그러나 나가는 구멍이 보이질 않아 다시 나오려는 순간 바위속에서 사람소리가 들렸다.

다음 틈으로 들어가 보니 햇빛이 들어 오는 구멍이 보였다.

호랑이굴이었다!!!!!

일단 정신부터 챙기고 들어가니 의외로 통과하기는 쉬웠다.

------ 호랑이 없는 호랑이굴에서 내가 왕이었다.ㅎㅎㅎㅎㅎㅎ

 

인수봉

인수봉이 가장 가까운 봉우리에 가 보니 산에서 스러져간 숱한 산님들의 위령비가 서있고

자일 내려오는 소리, 비너 바위에 부딫히는 소리가 요란하다.

아래에서 안전을 확인하는 리더들의 무전기가 바쁘고, 어깨엔 잔뜩 힘이 들어 가 있다.

------- 나도 조금만 배우면 할 수 있을 텐데.....

------- 정신차려~

 

다시 호랑이굴로

호랑이굴이 다시 가고 싶다.

------- 야수의 근성이 남아 있나?

한번 통과 해 보았다고 잘 모르는 분들을 안내까지 하며 다시 통과했다.(빛나는 순발력....)

로프구간에서 젊은 여성산님이 중간에서 힘들어 하길래 다시 하강하라고 하고

먼저 올라가서 그녀의 아버지로 보이는 중년의 산님과 자일로 그녀의 몸을 묶어 끌어 올렸다.

그녀가 고맙다고 하길래 한국의 산하 한번 방문하시라는 멘트를 날리고 위문으로 향했다.

 

산으로 통하는 문!!!!

한국의 산하!!!!!!

 

용암문, 동장대, 대동문을 거쳐 진달래능선으로 하산.

 

거울을 보니 내 얼굴에 노을이 내려 앉았는지 붉게 타 있었다.

 

하루재 넘다가 생각 해 본 하루가 소중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