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지리산 종주 (1박2일)

11/5일

05:55부산집에서출발-07:00사상 터미널 시외버스 출발-곤양 -하동 - 화개-10:10전남 구례-10:20구례 출발-11:05성삼재-11:45노고단 산장-12:35돼지평전-13:19노루목-13:35삼도봉13:49삼도봉 출발-14:00 화개재-14:50 토끼봉-16:05연하천 산장-16:15 연하천출발-17:40벽소령(1박)


 

11/6일

07:05벽소령출발-08:00선비샘-08:57칠선봉-09:34영신봉-09:45세석산장-10:28세석출발-10:50촛대봉-12:02연하봉-12:15장터목-12:21장터목출발-12:40제석봉-12:59통천문-13:20천왕봉정상-14:00천왕봉하산-14:20개선문-15:00법계사-15:3망바위-16:05칼바위-17:00중산리-17:05중산리출발(버스)-18:15진주터미널-20:20부산 사상 터미널-21:20 집 도착


 

O 일시

   2004.11.5. - 2004.11.6.

O 누구와

   20대 초반 아들 박 성진. 40대 후반 아내 정 영숙. 50대 초반 박 태균.


 

한번 가고 싶었던 지리산 종주,

아내와 나는 산 꾼은 아니지만 제법 산에 오르기를 좋아 한다

추계 휴가 기간 동안 1박2일의 산행 일정을 잡고 필요한 장비와 물건을 보강했다. 

군에서 제대한지 한달된 아들 녀석은 무슨 용무가 그리 많은지 잠시도 집에 있지 않고 생쥐 풀 방구리 드나들듯 시도 때도 없이 들랑날랑 집과 밖을 오가며 신나게 돌아다닌다. 키만 멀쩡하게 크고 잔 꾀 라고는 한 톨도 없는 아들 녀석,

등산에는 까막눈인 요 녀석을 살살 꼬드겨 이번 산행에 합류시키고 1박 예정인 지리산 벽소령산장에 인터넷 예약을 하고 지리산 종주기 등을 뒤지며, 나름대로 일정의 계획을 세우고 미리 준비한 물건을 배낭 세 개에 출발 하루 전에 챙겨 넣었다.


 

2004. 11. 5. 07:00  부산 - 구례행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일기 예보 로는 밤에 약간의 비 다음날 비온 후 갬 날씨 걱정이 된다.

버스는 곤양 하동을 거처 섬진강을 따라 화개 구례로 질주한다.  차창 옆으로 지나가는 풍경들이 낯설다.

섬진강을 끼고도는 쪽빛강물은 그렇게 맑고  하얗게  드러내놓은  백사장 모래는 성숙한 여인의 속살같이 눈부시고 산허리를 휘감고 있는 물안개는 여인의 속치마처럼 부드럽고 아름답다.


 

구례에 도착. 성삼재행 차에 오르니 모두가 등산객이다.

좌석에 앉고 서고 50여명을 태운 버스는 꼬불꼬불 산길로 질주하고, 잠시 귀가 멍하더니 덜커덩 버스기어 변속 소리와 함께 버스는 좌우로 흔들리고 몸부림을 치며 청룡 열차를 탄 듯이 요동을 친다. 

경사가 급해져 오를수록 차량의 엔진소리는 괴성을 지르고, 운전수 아저씨는 노련한 솜씨로 운전을 하며 우측 창밖의 풍경을 보라며 안내를 하고, 차는 헐떡이며 그 높은 재를 올라와  주차장에 반듯하게 주차를 한다. 전국 곳곳에서 온 관광 차량들이 승객을 토해 내고 있다. 


 

차에서 내린 우리는 곧바로 산행이다.

노고단을 오르고 내려오는 관광객이 잘 정비된 넓은 길을 메우고 각자 일정에 따라 부지런히 움직인다. 

아내와 아들은 썬 그라스를 끼고 멋을 부리며 발걸음도 가볍고 즐겁게 오른다.

노고단 산장에서 물통을 채우고 간단히 김밥을 먹은 후 본격적인 종주 산행을 시작한다.

노고단 정상에서 이정표를 따라 걸었다.

돼지평전 노루목을 지나는 동안 다른 등산객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부지런히 걸었다. 산 정상에 서있는 나무는 이미 잎은 떨어지고 앙상하게 가지만 남아 있다 어둡기 전에 숙소 벽소령산장 도착을 위해 걸으면서 간식을 먹고 물을 마시고 쉬지 않고 빨리 걸었다. 다리가 약간 아프다고 하던 아들 녀석도 이젠 괜찮다고 한다.


 

전남 전북 경남 경계 삼도봉에 도착 삼각형 경계석을 만져보고 바위에 앉아 탁 트인 산하를 내려보고  우뚝 솟은 반야봉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었다.

얼굴이 까무 짭짭한 산 꾼으로 보이는 20대 후반의 여자 등산객이 혼자서 바위 옆에 앉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을 끓여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래도 되는 감, &*#@


 

식사 후 짐을 챙기고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화개 재를 지나 오르막길로 접어들어 한 참 걷던 중 아내가 숨이 차고 아랫배에 힘이 없다며 쉬었다 가자고 하며 길가에 누워버렸다.

점심 식사 후 배 가 부른 상태에서 숙소 도착 시간을 줄이기 위해 빨리 걸으며 서두른 것이 화근 이였다.

그래서 산에 오를 때는 음식을 배부르게 먹지 말고 술은 마시지 말아야 한다.  

자주 물과 음식을 조금씩 먹고 필요한 에너지를 섭취해야한다.

오가는 등산객이 뚝 끊어졌다.

화개재 이후부터 우리 가족뿐 다른 사람은 볼 수가 없었다. 10여분 쉬고 다시 숨을 헐떡이며 오르막길을 계속 오른다.  저만치 봉우리가 보인다.

토. 토. 토. 토끼봉이다,

정상 부근에는 철쭉나무 군락이 무리지어 자생하고 토끼는 눈을 닦고 보아도 없다.  양지 바른 곳에서 새록새록 잠들어 있겠지,

혼자 온 산 꾼이 봉우리 바위 위에 배낭을 벗어놓고 쉬며 토끼처럼 우리 가족이 지나가는 것을 쳐다보고 있다.

계속 걸었다. 이따금 다람쥐가 바위와 넘어진 나무 위를 팔딱 팔딱 뛰어다니고 바스락 바스락 소리를 낸다. 비비새처럼 생긴 작은 이름모를 새가 짧고 빠르게 날다가 앉고, 바람결에 멀리서 따닥따닥 나무 쫒는 소리도 들린다.


 

총각샘을 지나 오르고 내린다. 등산길 경사지 옆에 서있는 떡갈나무는 헉헉대며 지나가는 수많은 등산객의 손을 잡아주어 반질반질 윤이 난다.

부지런히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연하천 산장이 보인다. 샘터에서 물이 졸졸 흐른다. 시원한 물을 벌컥벌컥 마시니 피로가 싹 가시고 힘이 솟는다.

물병에 물을 가득 채우고 저녁에 먹을 쌀도 씻었다. 숙소인 벽소령 산장에는 물이 귀하단다. 산장 관리인으로 보이는 50대의 남자가 조그만  미닫이  문을 열고 우리를 빼꼼이 쳐다본다.

이곳에서 하룻밤 묵을 산 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문을 열고 왔다 갔다 한다. 규모가 작은 조용하고 한적한 산장이다.


 

여기서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 지금까지 구간구간 예정된 시간에 도착했다

차츰 해가 기울어 산속의 날씨가 차다.

아내는 파카를 내어 입고 나는 가죽 장갑을 끼고 걸었다.  가끔 평지흙길을 밟을 때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지금까지 대부분 돌과 비탈길 너덜 바위길이였다. 차츰 힘이 부쳐 비틀거리고 몸동작이 느려진다. 배낭의 무게가 느껴진다. 땀은 계속 흐르고 발걸음은 점점 무겁다.

등산은 항상 고통이 따른다. 그리고 감내해야한다.

조용한 산속에 오고가는 이 없고  사르르 작은 나뭇가지를 흔들며 스쳐가는 바람소리와 우리들이 토해내는 숨소리 발자국 소리만 들리고 

지루함을 달래며 가끔씩 야-호- - 소리를 지르며 앞으로 내 닫는다 

아주 저 멀리 천왕봉 부근인 듯 산이 무너져 산사태가난 흔적이 두 줄로 희미하게 보인다. 이 소중한 우리의 산하. 저걸 어쩌나.


 

한 시간 여분 걸었다  저 멀리 나뭇가지 사이로 흰 탑 같은 것이  얼른 보인다.

저것이 벽소령 산장이리라는 직감이 든다.

아내와 아들은 지금쯤 힘이 든다고  군소리 할 때도 되었는데...

낮게 뻗은 나무 가지에 머리가 부닥치기 전 “머리조심” “잡고” “ 뛰고”를 복창하며 둘이서 무슨 말을 조잘대며 후미에서 잘도 따라온다.  아들 녀석을 꼬여 잘 데려왔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를 즐겁게 해주면서 뒤따라오는 아들 녀석이 든든하게 느껴진다.


 

해는 산 넘어 턱걸이를 하고 가도 가도 숙소는 좀처럼 가까이 오지 않는다. 

넘고 또 넘었건만, 또 산이 막아서있고 좌우 앞뒤를 보아도 산 산 산이다, 

문디.. 와 이리 머- 노..

우리 앞 멀지 않는 곳에서 사람 소리가 들린다. 지리산을 종주하는 등산객이다. 남자2명이 천천히 걷고 있다.  인사를 하고 이들을 추월했다. 한사람이 등산용 지팡이를 짚고 조심스레 걷는다. 무릎이 아픈가 보다. 그리고 한참을 걸었다.

어둠살이 온 산을  휘감기 직전, 저 아래 벽소령 산장이 바로 코앞에 보인다.

다 왔다. 안심이 된다. 해지기전 도착하려고 거의 쉬지 않고 서둘러 걸었다. 아들 녀석이 뒤따라오는 등산객에게 “힘내세요” 라고 외쳤다. 메아리가 돌아왔다


 

벽소령 산장이다. 깨끗한 목조건물. 숙소등록을 마치고 자리를 배정받고 관리인이 우리를 보고 가족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하니 참 보기가 좋단다.

취사장에 들어갔다. 먼저온 산 꾼으로 보이는 일행4명이 돼지고기를 굽고 소주를 마시며 아들과 나에게 소주를 권한다.

등산용 컵에 마시는 술맛이 꿀이다  술인지  꿀인지...

취사장안에는 15여명이 저녁을 먹으며 왁자지껄 소란스럽다.

서울 전라도 경상도등...

우리도 저녁을 먹으면서 가져온 조그만 휴대용  소주1병을 아들과 나누어마셨다

꼴깍 꼴깍... 소주 땡,  더 가져올걸...


 

아내는 여자 숙소, 아들과 나는 남자 숙소에 들어와 나무 마루 바닥에 모포를 깔고 누웠다.  밖은 춥다. 피곤하고 약간의 취기가 있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위층 아래층 30 여명이  코 고는 소리, 옆 사람과 소곤소곤, 물 먹는 소리, 랜턴 불 번쩍이고 문 여는 소리, 옆에 누운 아들도 잠을 못자고 뒤척인다.

깊은 잠은 들지 않고 자다 깨고 자다 깨고... 시간이 좀 지난 것 같다

옆에서 먼저 출발하려는 산 꾼들이 부시락 대며 배낭 챙기는 소리에 시계를 보니 벌써 이튿날 05:00시다. 밖이 깜깜하여 좌우로 뒤척이며 더 누워 있었다.


 

06:00 아들을 깨우고 랜턴을 켜고 배낭을 챙겼다.

여자 방문을 살며시 조금열고 아내에게 아들 이름을 나즈막히 불렸다. 안에서 대답 한다. 벌써 깨어있었단다. 취사장에 가서 저녁에 먹다 남은 밥을 다시 끊여먹고 산장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어둠이 가시고.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걷기에 좋은 날씨. 시간에 쫒기지 않고 여유를 가지고 산행을 하니 한결 마음이 가볍다. 온통 운해가 산을 덮어 사방은 하얗고 등산로만 빼꼼이 보인다. 40여분 지나 운해가 차츰 겉치고 가까이 서있는 나무와 바위 깊고 웅장한 산골자기의 윤곽이 드러난다. 가파른 봉우리를 오르니 햇빛이 눈부시다. 


 

선비샘을 지나 칠선봉, 수백 년을 살다간 구상나무 고사목을 타넘고, 숨을 헐떡이며 계단을 오른다.

이어 영신봉. 눈앞에 확 트인 세석평전이 들어오고, 저 아래 세석산장이 보인다. 

이 넓은 평원에 우리는 세 마리의 솔개가 되어 훠이훠이 날개 짓을 하고 평원 위를 나른다.  산장은 목조건물로 깨끗하다. 40여 미터 아래 샘터에서 물을 길러 라면을 끊여 먹고  우뚝 솟은 촛대바위를 향하여 오르막길을 오른다.


 

사방이 확 트이고, 구름을 허리에 감고 있는 천왕봉이 한층 가깝다. 멀리서 꼬물꼬물 줄지어 이동하는 등산객이 보이고 맑고 청명한 날씨라서 시야가 넓다. 오가는 등산객이 많다.

연하봉 이다. 점점 산세는 험하고 잣나무, 구상 나무 등 고산지대 자생 침엽수들이  군락지를 이루고 이들과 함께  각가지 형태의 바위,  파란 하늘,  산허리를 감고 있는 구름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처럼 아름답다.  


 

산은 급하게 오르고 내리게 하여 등산객들의 힘을 빼놓고.. 젊은이들은 헉헉대며 머리 위까지 배낭의 짐을 메고서도 잘도 오르내린다.

앞서가는 젊은 청년 1명이 무릎에 수건을 감고 천천히 걷는다. 무릎에 통증이 있단다.  도움이 될까 싶어 미리준비해간 물파스와 안티푸라민을 건네주었다.

도움이 되었으면 좋을 텐데...약간의 내리막길,


 

장터목산장이다. 전국 곳곳에서 온 등산객이 모여 시골 장터처럼 바글 거리고 천왕봉 방향은 개미떼처럼 줄을 지어 오르내린다.

우리도 개미떼의 일원이 되어 줄지어 정상을 향해 오른다. 가파른 경사. 연신 물을 마시며 땀을 솟아내고 헉헉대며 오른다.

구상나무의 고사목이 여러 형태로 나신을 드러내고 수십 년 아니 수백 년  그곳을 지키고 있는 제석봉은  등산객의 눈길을 끈다.

이들을 감상하며 숨을 돌리고 하늘로 통하는 통천문을 오른다.

심장의 박동 소리를 느끼며 모든 힘을  솟아 붓고,

비좁은 계단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몸을 비비며 오르고 내린다.

잠시 후 약간의 완만한 경사가 나타나고 바로 앞이 천왕봉 정상이다. 


 

아 --- 천왕봉

이곳을 정복하려고 이틀 동안 그 먼 길을  넘어지며 한없이 걷고 힘든 고통을 토해내며  고행을 마다않고 인내 했던가?

두 번째 오르지만  매번 정상에 오르면 올랐다는 만족감과 안도감도 잠시,  오를 산이 더 없고, 좀더 높이 올랐으면 하는 마음에서 서운한 느낌이 든다.

아들과 아내와 기념사진 찍고 우리가 걸어온 길 지리산 봉우리 안내판 앞에서 저 멀리 아주멀리 노고단 정상이 아련히 보이고  반야봉, 삼도봉, 토끼봉, 벽소령산장, 연하봉, 촛대봉을 불러본다.    


 

이 광활한 산 아래는 운무가 각가지 형태로 요동을 치고  기류에 따라 자유로이 유영을 하며 금방 나타났다 사라지고 또 나타나고,

힘차고 아름다운 산세와 어우러져 대 자연의 경이로운 향연을 펼친다, 

그래 이곳이 정녕 신선이 사는 곳이리라...

힘들었던 산행을 회상하며 마음에 두고 있던 한수의 시를 읊어 본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탐욕도 벗어놓고 성냄도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그렇게 살리라, 그렇게 살리라...  모든 마음을 비우고 그렇게 살리라

정상 조금아래 바위에서 점심을 먹고, 개선문 법계사를 거처 산 아래로 향한다.

오르는 등산객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고 고통을 참아내며 걷는 발걸음이 힘들어 보인다.

계속되는 급경사로 무릎에 통증이 온다. 게처럼 옆으로 걷고, 계단 난간을 잡고, 뒤로도 걷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망 바위 칼바위를 지나고 아들과 아내는 힘이 남아있는 듯 헤헤닥 거리며 잘도 걷는다.

산 아래는 등산객들이 갈 길을 재촉하며 일행들과 함께 바삐 움직인다


 

중산리매표소 주차장이다.  골짜기 양옆에는 단풍이 울긋불긋 한창이다.

포장된 길을 몇 번 굽이쳐 내려오면 산행의 종점인 중산리 버스정류장이다

아--지리산 종주....  오래오래 기억될 우리가족의 산행...

진주행버스에 피곤한 몸을 싣고 부산 집으로 향했다.

아들과 나는 시원한 캔 맥주를 마시며.....

이번 산행동안  항상 엄마 아빠의 뒤를 따라오며 보살핀 사려 깊은 아들의 행동이 고맙고,  아무런 사고 없이  지리산 종주 산행을 마친데 대하여 아들과 아내에게 감사한다

                                      2004. 11. 8. 지리산 가족종주를 회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