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양 선미봉(석화봉~수리봉~선미봉)

1:25,000지형도=동노

2004년 11월 9일 화요일 맑음(1.9~21.7도)   일출몰07:00~17:22

코스: 대흥사12:00<2.2km>사방댐12:40<1.2km>합수점13:00<0.8km>석화봉13:30<1.7km>수리봉14:30<1.5km>선미봉15:20<5.6km>17:30

[도상13km/ 5시간 반 소요]

개념도   개념도
 

개요: 백두 대간상의 벌재~저수령 구간의 북쪽에 위치한 충청북도 단양군 대강면에는, 소백산 국립공원의 서남부지역과 월악산 국립공원의 동북부지역의 틈새를 비집고 선미봉(1079.5m), 수리봉(1019m), 황정산(959.4m), 석화봉(834m), 올산(858.5m).... 등 등의 암릉코스가 즐비하다.

그 중에서도 최고봉인 선미봉(일명:수학봉)은, 최근에 알려지기 시작해서인지 아직은 손 때가 묻지 않은 원시상태로 남아있다.

석화봉 오름길에서 본 선미봉 
  석화봉 오름길에서 본 선미봉
 

착할선(善)자에 우리말'뫼'자가 일제 때 한자어로 표기하면서 아름다울 미(美)자로 바뀌게 됐다는 착한산이 어원인 선미봉은, 북쪽의 대흥사가 있는 올산천으로 흘러드는 주치박골, 마른골, 흥부지골, 직바위골을 거느리고 있어 수려한 산세를 자랑하고 있다.

체력에 따라, 시간에 따라, 형편되는데로 완급조절이 가능한 이 산자락에는 수리봉, 석화봉, 황정산을 연계하는 산행이 가능하지만, 보조자일 하나쯤은 들고 나서야 안전산행을 할 수가 있다.

선미봉 하산길에서 본 석화봉 
 선미봉 하산길에서 본 석화봉
 

원점회귀산행의 시작과 끝이 있는 대흥사는, 신라시대 때 창건 되어 500나한상을 모셔 왔었으나, 1876년에 의병과 日本軍의 교전에서 202칸의 대흥사가 완전 소실되었었다. 최근에 그 자리에 들어선 멋들어진 가람은 완공단계에 있다.

대흥사 서쪽 황정산자락의 칠성바위 아래 자리잡은 대흥사 부속암자였던 원통암에선, 절벽틈새에서 술이 가늘게 새어 나왔는데,욕심많은 고을 사또가 구멍을 넓히는 바람에 술이 아닌 물이 나왔다는, 전설의 고향이기도 하다.

시작과 끝이 있는 대흥사와 주차장 
  시작과 끝이 있는 대흥사와 주차장
 

이번코스 남쪽의 단양천은 곧장 충주호로 흘러들고, 북쪽의 지계곡들은 올산천으로 모여들어 대흥사계곡따라 남조천으로 가서, 소백산에서 흘러내린 조령천물과 어우러져 충주호로 빠져든다.

충주호물은 남한강 따라서 북쪽으로 흘러가, 팔당호가 있는 양수리에서 북한강물과 만나서는 서울시민의 젖줄이, 정서가 되어주다가 인천앞바다에서  짠물로 변한다.

 만추의 올산천 
   만추의 올산천
 

가는길: 중앙고속국도 단양나들목에서 5번국도로 내려서면, 곧장 사인암가는 927번 지방도를 타고 사인암 삼거리를 지나 대흥사계곡으로 진입하여 대흥사주차장에서 내려선다.

확포장공사중인 도로를 따라 2.2km를 걸어가면 사방댐이 있는 합수지점이 나타난다. 산길은 오른쪽의 직바위골쪽으로 1.2km를 계속 계곡따라 올라가야 한다.

초입의 사방댐 
  초입의 사방댐
 

흥부지골과의 합수점에 도착하면 석화봉 오름길은 처음부터 가파르게 곧장 능선을 치고 올라야 한다. 오름길엔 가끔씩 두 손 잡고 올라야 하는 암릉지대가 나타나지만 별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다.

가끔씩 툭 트인 전망바위로 오르면 가야할 수리봉과 선미봉, 그리고 올산의 전모가 뚜렷하다. 남근석같기도 한 커다란 기둥바위를 돌아나가면 위로는 낙타바위가 우뚝하다.

올려다 본 낙타바위 
  올려다 본 낙타바위
 

석화봉동릉상의 최고 걸작품인 낙타바위는, 악천후일 경우 오름짓을 포기해야할 정도로 가파르고 위험지역이 많다. 해묵은 슬링은 떨어져나가서 믿을 수가 없고, 곁엣분의 도움 없이는 도저히 통과할 수가 없기에, 보조자일은 필수 휴대품이다.

바위 상단에 올라서도 배낭을 벗지 않고는 통과할 수가 없는, 개구멍바위를 비집고 지나가야 한다. 이어서 마치 정상에 선 듯한 사방의 거침이 없는 전망대바위를 지나서 석화봉에 서면, [석화봉834m]표지판이 소나무기둥에 매달려 있다.

삼거리서 본 황정산과 도락산 
  삼거리서 본 황정산과 도락산
 

석화봉정상 삼거리에서 동북쪽 능선을 타고 내려가면 석화바위라든가 궁둥이바위, 째진 바위등의 아기자기한 암봉들을 타고 내리며, 대흥사로 쉽게 내려설 수가 있다.

그러나 신선봉이 있는 서남쪽으로 내려서면, 안부를 지나 또 다시 커다란 암봉을 만나게 되는데, 절벽길을 따르다보면 오버행지역을 로프에 의지해 내려서는 어려움이 따르므로, 편안한 우회로를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

신선봉에서 본 수리봉 
  신선봉에서 본 수리봉
 

신선봉 오름길엔 또 다른 나이프리지가 나타나는데, 이 경우엔 반드시 왼쪽의 우회로를 따라야한다. 암봉 두어 곳 넘어서면 [수리봉930m/방곡리1.9km]이정표 안부를 지나서 커다란 발자국과 웅덩이가 패여있는 신선봉 정상에 서게된다.

여기선 용아릉을 사이로 한 수리봉이 코 앞이고, 뒤로는 도락산과 황정산이 겹쳐보이는가 하면, 소백산에서 월악산까지의 백두 대간이 한눈에 보인다.

수리봉에서 본 선미봉 가는 능선길 
  수리봉에서 본 선미봉 가는 능선길
 

곡예하듯이 용아릉을 통과하여 수리봉에 서면, 선미봉으로 가는 주능선이 뚜렷하고, 방곡삼거리까진 절벽 위에서 뛰어내리면 금방 닿을 듯이 가깝다.

[수학봉정상1.3km/윗점1.2km/수리봉180m]이정표가 있는 삼거리에선, 계속 날등따라 선미봉(수학봉)을 향해서 50분쯤 가면, 단양군에서 작년에 재설한 삼각점의 선미봉에 설 수 있다. 가는 길엔 가끔씩 절벽틈새로 산길이 끊어지기도 하지만, 날등을 고집하면 쉽게 오를 수 있다.

뒤돌아본 선미봉 
  뒤돌아본 선미봉
 

멀리 소백산까지의 조망이 뚜렷한 선미봉에서의 하산은, 북쪽으로 난 능선길을 따른다. 워낙 잡목이 무성한 능선길에선 잔가지에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하고, 앞사람과의 간격도 적정 거리를 두어야 한다.

빼곡한 관목수림과 울창한 송림 아래론 암릉지대가 자주 나타나서, 우회를 하는가 하면 엉금엉금 기기도 한다. 그러나 가끔씩 드러나는 전망바위로 올라서면, 금수강산의 한 복판에 서 있는 듯 하다.

하산길에 본 올산의 촛대암 
  하산길에 본 올산의 촛대암
 

산행후기: 언젠가는 월악산 국립공원으로 편입될 듯한 이 산 골짝에도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황정도로확포장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도로를 따라서 낙엽송 노랗게 물든 계곡길을 한참 가다가, 합수점에서 석화봉으로 향했다.

그러나 낙타바위 절벽 틈새에 매달린 해묵은 슬링은, 어느 덩치 큰 분의 체중에 못이겨 금방 떨어져 나가고, 준비해 간 보조자일에 의지해서 전원 무사히 통과했다.

낙타바위 
  낙타바위
 

한 번 나뒹군 그 분은 무사했지만, 현장에 함께했던 모든 분들은 떨리는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여유만 있다면 보조자일 하나 쯤은 걸어두고 가겠지만, 처음으로 찾아가는 선미봉 후반부의 돌출물을 걱정해서, 오늘 처음 참여한 이 산악회의 집행부는, 마지막 분을 기다려 보조자일을 회수해서 올라간다.

신선봉의 발자욱 
  신선봉의 발자욱
 

석화봉 이후의 주능선길로 올라섰다. 곳곳에 설치한 와이어로프는 오히려 신선도를 떨어뜨려서, 오년 전에 이 곳을 처음 찾아왔을 때와는 사뭇 딴판으로, 실망스럽기조차 하다.

신선봉 오름길의 나이프리지에서 오기로 날등을 타다가 생땀 한번 쏟고는, 이 무슨 치기인가 후회도 해본다. 하지만, 신선봉의 발자욱만큼은 옛모습 그대로여서 반갑다. 평일임에도 대구에서 오신 한 팀이, 방곡마을로 하산하고 있다.

벌재 너머의 천주봉과 공덕산 
  벌재 너머의 천주봉과 공덕산
 

신선봉에서 바라본 벌재너머의 천주봉과 공덕산이, 다녀온 지 불과 두달 전이어서 새로운 감흥으로 와 닿고, 몇 년을 두고 왕복으로 오갔던 백두 대간에서의 무박산행이, 지금은 아련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수리봉을 넘어 선미봉 가는 길엔 무성한 활엽수림도, 관목수림도 옷을 벗어 을씨년스럽지만, 가끔씩 사라지는 산길이 무척 싱그럽다. 그러나 나목위의 저 무성한 겨우살이만큼은, 한겨울 내내 길동무를 해 줄 것이다.

선미봉가는길의 겨우살이 
 선미봉 가는 길의 겨우살이
 

수리봉에서도 보았듯이 기존의 것은 무시하고, 웬만한 봉우리마다 새까만 정상석을 재설한 단양군이, 어찌 이곳엔 아직 손을 못댔을까?

작년에 삼각점을 박은 걸로 봐서 머잖은 날에 쇠줄에다가, 계단을 만들 걸로 짐작하니, 투박하기만 한 하산길도 관광명소로 바뀌겠구나! 아직은 원시 그대로인 하산길엔 선답자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능선길엔 낙락장송의 푸르름이 살아있어 너무도 좋다.

투박한 하산길 
  투박한 하산길 
 

몇 번인가 암릉코스를 에돌다가, 시야좋은 전망바위로 올라섰다. 아직은 검은 때를 다 벗지 못한 고사목 뒤로 도솔봉이, 묘적봉이 나무새총 사이로 조준한 참새처럼 앉아있다.

돌아보면 힘들었던 오름길의 석화봉 뒤로, 황정산이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이쪽을 노려보건만, 계곡길에선 위용으로 짓누르던 올산이, 여기선 말안장처럼 편안하게 앉아있다.

고사목 뒤로는 백두대간이... 
  고사목 뒤로는 백두대간이...
 

병풍처럼 둘러쳐진 수리봉능선길에서 눈길 거두고, 오늘도 맨 꼴찌에서 일행들을 따라잡느라 잰걸음으로 내닫다가, 드디어 합수지점 계곡에서 일행을 만났다.

불과 세시간 전에 올랐던 길인데도 생경하기만 한데...! 좀처럼 예쁜 모습을 보여주질 못하던 국수나무도, 고운 잎을 달고 있다. 최상단의 원수로 곁엣분에게 먼저 권하고, 벌컥벌컥 들이키니 생맥주맛이 예 따라오랴!

 계곡길의 국수나무 
   계곡길의 국수나무
 

계곡 너덜은 타 지역에 비해서 좀 특이하다. 희끄무레한 표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무늬가 놓여져서 즈려밟기가 조심스럽다.

석화바위엔 시간에 쫓겨 가보질 못했지만 답사팀의 예길 들어보면, 전체의 모양이 커다란 연꽃을 연상하고 표면엔 꽃무늬가 있단다. 아마도 이와 비슷할 걸로 짐작해본다. 부리나케 치닫는 도로가엔, 사위질빵이 꽃씨를 날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봄을 기다리는 사위질빵 
  봄을 기다리는 사위질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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