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小白山) 1439m
위 치 : 경북 영주시, 충북 단양군
산행코스 : 죽령 – 연화봉 – 비로봉 – 국망봉 – 신선봉 – 구인사

산행일자 : 2004년 11월 7일/나홀로
 
 

◐죽령 가는길
03:46 집(풍기) 출발
04:07 죽령도착

 

◐산행기록
04:21 죽령(689m) 출발  천문대 7km, 비로봉 11.5km, 국망봉 14.6km
05:37 연화봉중계소앞  죽령4.3km, 천문대 2.7km
06:11 천문대
06:20 연화봉(1,318m)  죽령 7.2km, 희방사 2.4km, 비로봉 4.3km
06:47/06:57 일출기다리며 휴식(김밥 1줄)
07:07 제1연화봉  비로봉 2.5km, 국망봉 5.6km, 천문대 2.0km
08:01/08:10 비로봉(1,439m)  비로사 4.0km, 죽령 11.5km, 국망봉 3.1km
09:10/09:34 국망봉(1,421m)  비로봉 3.1km, 초암사 4.4km, 상월봉 0.6km  (김밥 1줄)
09:45 상월봉
10:09 신선봉 갈림길  국망봉 1.2km, 마당치 6.5km, 신선봉 1.2km
10:46/11:06 신성봉
11:54/12:08 민봉  (김밥1줄)
12:28 이정표 구인사 5.4km, 신성봉 3km
13:17/13:23 계곡에서 휴식
13:28 임도만남
13:42 임도에서 구인사로 오르는 길목
14:10 구봉팔문 전망대
14:29 대조사전
14:50 구인사 주차장


◐집으로 오는길
15:00 구인사 주차장 출발
16:02 죽령도착 차량회수
16:25 집도착

 

◈ 가을의 끝을 쫓아서… 소백산 종주(죽령에서 구인사)
만남은
분명 가슴 설레는 즐거움이 있지만
언젠가는 다가올 또 다른 이별의 전주곡입니다.

 

이별은
가슴 찢어지는 슬픔이 있지만
멀지않은 날 있을 더 좋은 만남의 약속입니다.

 

가을은
산과 들을 화려하게 물들이며
소리없이 살며시 찾아왔다가


앙상한 나뭇가지 밑에
낙엽만 수북히 쌓아놓고
소리없이 우리곁을 떠나가고 있습니다
.

 

떠나가는 가을이 못내 아쉬운 나는
더 좋은 만남을 기다릴 여유를 갖지 못하고
가을의 끝을 쫓아 소백을 걷기로 했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칠흙 같은 새벽
소백에서 구인사까지 소백산 종주를 위해 죽령에 섰지만 몰아치는 비바람에 많은 갈등을 합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데 나는 왜 산행길에 나서는 것인가?
지금 돌아갔다가 후일을 기약 할까?

 

하지만 가을의 끝자락을 쫓아 소백을 거닐고 싶은 욕망은 쉽게 잠들지않습니다.
최악의 경우 희방사나 비로사로 탈출하더라도 일단은 가보자.
결정을 하고 나니 더 머뭇거릴 이유가 없습니다.

 

방수가 되는 체육복으로 갈아 입은 후 등산로 입구에 서니 비바람이 장난이 아니지만 칠흙 같은 어둠과 심하게 흩날리는 안개 속으로 첫발을 내딛습니다.
짙은 안개 탓에 1m 앞도 제대로 볼수 없는 헤드랜턴의 한줄기 불빛에 의지한체…

 

평상시 소백의 길 중에 죽령에서 오르는 콘크리트 포장도로를 제일 싫어했었는데 오늘 같은 날은 오히려 콘크리트 도로라서 길 찾기에도 걷기에도 좋습니다.

성난 바람은 무시무시한 소리와 안개와 비로 진로를 방해하지만 산으로 향하는 나의 발길은 멈출 줄 모릅니다.


뿌연 안개사이로 겨우 보이는 콘크리트 바닥을 따라 걸은지 한시간 정도 지나니 바람만 여전히 거칠 뿐 비와 안개가 걷히기 시작합니다.

안개가 걷히니 하늘이 열리면서 초생달이 구름사이로 보이기 시작하고 곧 이어 너무도 밝아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듯한 별들이 밤하늘에 반짝이고 있습니다.


이제 걱정스럽던 마음은 어느덧 사라지고 어쩌면 일출과 멋진 운해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 마저 듭니다.

맑아진 하늘 위로 깜빡 거리는 항공등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금새 연화봉중계소앞 갈림길에 도착합니다.(05:37)


악조건의 날씨 속에 의외로 쉽게 올라왔다는 생각에 한숨 돌리고 연화봉 길로 들어서니 여전히 거친 바람은 어디선가 또다시 먹구름을 몰고 와 한치 앞도 분간 할 수 없습니다.

초행이라면 길을 찾기가 쉽지않을 구름 속의 미로를 헤쳐 오르니 어렴풋이 구름에 깊이 파묻힌 천문대가 나타나고 곧 연화봉입니다.(06:20)


혹시나 싶은 마음에 전망대에 올라보지만 바로 밑에 있는 천문대 모습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잠시 쉬어갈까 하다가 바로 발길을 돌려 제1연화봉을 향하여 조금 내려가는데 갑자기 날씨가 환해지는 느낌이 듭니다.
이게 왠일인가 싶어 동쪽을 쳐다보니 그토록 짙은 구름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동쪽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동쪽하늘이 붉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다시 일출에 대한 기대감으로 발길엔 힘이 실리기 시작하고 시간상 제1연화봉에서 일출을 볼수있으리란 생각에 급하게 뛰어 내려가다가 비가 와서 미끄러워진 돌계단에 심하게 넘어집니다.
다친 발목이 다시 꺽이려는 절체 절명의 위기였으나 오히려 크게 넘어지며 큰 화를 면합니다.

 

툭툭털고 일어나 조심스럽게 다시 걸음을 옮겨 제1연화봉 나무계단을 오르는데 다시 동쪽하늘이 먹구름으로 뒤덮이기 시작합니다.
제1연화봉 정상부는 완전히 구름으로 덮여있어서 계단을 되돌아 내려와 전망이 조금 나은 곳에서 일출을 보기 위한 휴식을 취합니다.

앉을만한 자리가 없어서 엉거주춤 추위에 떨면서 김밥 한 줄을 허겁지겁 먹는 사이 조금은 열려있던 하늘마저 완전히 구름에 가려져 버립니다.


더 기다려 봐야 일출을 볼 가능성이 없을 것 같아서 포기하고 제1연화봉으로 오르는데 또다시 순식간에 거센 바람에 하늘이 열리더니 그토록 기다리던 붉은 태양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마치 바다의 수평선을 연상시키듯 길게 그어진 구름띠 위로 붉은 태양이 떠오른 것입니다.


휘몰아 치는 바람 따라 어지럽게 흩날리는 운무사이로 나타났다 없어졌다 몇 번씩 반복하며 태양은 그렇게 나에게 일출을 허락하였습니다.
구름의 소용돌이 속에서 떠오르는 태양은 천지창조의 기분이 들 정도로 신비하고 장엄한 모습이었습니다.

 

 

 

 

 

<어지럽게 춤추는 운무 사이로 장엄한 일출을 볼수있었습니다>


해가 다 뜨고서야 움직일 수 없었던 발걸음을 옮겨 제1연화봉에 오릅니다.(07:07)
이제부터 비로봉까지는 힘들지도 멀지도 않은 능선길 입니다.

거침없는 바람에 실려 쉴새 없이 산을 넘은 구름은 하늘로 계곡으로 흩어져 나부낍니다.

 

 


 
겹겹이 쌓인 계곡사이에서도 구름이 무럭 무럭 피어 오릅니다.
소백의 능선은 장엄한 일출 뒤에 아름다운 운무의 놀이마당이 벌어집니다.

비로봉으로 다가설수록 구름도 어느덧 걷혀버리고 맑은 하늘에선 따사로운 햇살이 능선으로 쏟아져 내립니다.
이젠 푸르름을 잃고 누렇게 변해버린 풀위에도 햇살이 쏟아지니 하얗게 덮인 서리가 유난히 반짝입니다.

 

 

상쾌한 기분으로 비로봉에 성큼성큼 올라서니 올겨울에도 어김없이 맹위를 떨칠 소백의 칼바람을 준비하는 듯 맹렬한 바람이 몰아칩니다.(08:01)
얼마남지 않은 겨울을 위해 비로봉의 칼바람은 막바지 리허설에 한창입니다.

 


 

<앞으로 가야할 국망봉과 신선봉 민봉 능선입니다>

  


 

<비로봉에서 본 단양쪽 모습입니다>

 

모자를 잡고 잠시 서서 운해도 감상하고 장쾌한 소백의 능선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추위를 느껴 쫓기듯 비로봉을 내려섭니다.
어의곡 갈림길을 지나 국망봉쪽 능선으로 접어드니 거세게 휘몰아치던 바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잠잠합니다.
적당히 부는 바람과 제법 쌀쌀한 날씨는 땀 한방울 나지 않을 만큼 걷기엔 최적의 조건입니다.

 

 

편한 걸음은 비로봉을 출발한지 한시간만에 국망봉에 도착합니다.(09:10)
바위 앞 양지바른 곳에서 김밥을 먹으며 바라보는 대간의 길이 일품입니다.
제일 좌측으로 오늘 내가 가야 할 신선봉, 민봉이 힘차게 이어져 있고 그 뒤로 선달산, 구룡산, 태백산까지 백두대간 능선과 일월산, 학가산의 모습까지 한눈에 들어 옵니다.

 

파노라마 사진을 시험 삼아 여러장 찍는 사이 추위를 느끼기 시작하니 다시 걷기 시작합니다.
소백에서 가장 경치가 뛰어난 상월봉~국망봉 능선도 황량하기 그지 없습니다.
온 산을 붉게 물들이던 철쭉도, 지천으로 피어나던 야생화도 그 어떤 모습도 보이지 않습니다.

 

<황량한 느낌이 드는 상월봉>

  

상월봉을 지나 신선봉 갈림길까지 가는 길엔 겨울냄새가 완연하게 묻어납니다.
겨울나무의 상징인 물푸레 나무군락지를 지나치려니 지금이 겨울인가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죽령에서부터 꾸준하게 이어져 오던 대간길은 신선봉 갈림길에서 끝이 납니다.

 

<신선봉 갈림길 이정표>


직선으로 넓게 난 대간 길을 버리고 좌측의 오솔길을 따라 구인사로 향합니다.
가까이 신선봉이 보이는 여기서 부터는 처음 가는 길입니다.
등산객들이 많이 다니지 않은 것 같은 등산로는 크게 험한 구간 없이 신성봉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신성봉 오르는걸 갈등 한다는 이정표를 보지도 못했는데 앞에 민봉처럼 생긴 밋밋한 봉우리가 눈에 들어옵니다.
민봉 가기 전에 신선봉을 올라야 하는데 아까 갈림길에서 가까이 보이던 신성봉도 벌써 지난것 같은 생각이 갑자기 듭니다.

잠시 생각하다 오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니 이정표는 보이지 않고 신선봉으로 오르는 길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신성봉을 오르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며 갑자기 힘이 빠지는걸 느낍니다.
다시 되돌아서서 구인사쪽으로 향하는데 조금전에 되돌아섰던 곳에서 30m 정도를 더 가니 문제의 이정표가 서있습니다.
조금만 참으면 되는걸 왜 그렇게 성급하게 행동을 했는지 나 자신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이정표 뒤로 난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암반으로 이루어진 신성봉 정상입니다.

 

<신선들이 바둑을 두며 놀았다는 신선봉 바둑판>


정상에서 제일 먼저 신선들이 바둑을 두었다는 바둑판을 찾아보니 돌 위에 희미한 금이 그어진 바둑판이 보입니다.
바둑알이 하나도 없어 혹시 어디 떨어졌나 찾아봐도 보이지 않습니다.
신선들이나 사용하는 바둑판이니 바둑알이 없어도 잘 알아서 두시지 않을까요?

 

신선봉에 올랐으니 신선이 된 마음으로 경치를 감상합니다.
소백산에서 이어온 능선이 쉼없이 장쾌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오늘 걸어온 길을 아스라이 바라보며 그렇게 한동안 앉아있으니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짐을 느낌니다.
마음 같아선 한없이 앉아있고 싶지만 아직 갈 길이 머니 자리를 털고 일어섭니다.

 

산행시간이 7시간을 넘기면서 다리엔 서서히 피로감이 밀려오기 시작합니다.
특히 오르막을 오를때면 더욱 힘이 들어 몇 번씩 쉬며 조금 전에 민봉으로 착각한 봉우리에 올라서니 가까이 정말 밋밋한 민봉이 보입니다.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 볼수 있을 큰나무 한포기 없이 밋밋한 민봉입니다

 

<민봉에서 본 제2연화봉에서 비로봉까지 능선입니다>

 

<비로봉에서 국망봉쪽 능선입니다>

 

민봉에 서니 동서남북 사방의 조망이 막힘 없어 정말 시원한 느낌입니다.
다시 한번 안테나가 서있는 제2연화봉에서 부터 비로봉, 국망봉을 거쳐 신선봉까지 능선을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았습니다.

소백의 능선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전망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눈에 소백능선 전체를 조망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남은 김밥 한줄로 요기를 하고 얼마남지 않은 구인사를 향하여 걸음을 재촉합니다.

 

민봉에서 구인사로 가는 길은 걷기 좋은 오솔길이 20여분 이어지다가 구인사 5.4km를 알리는 이정표를 만나면서 계곡 너덜길로 바뀝니다.
급하게 내려 뻗은 계곡의 등산로가 여간 부담스러운게 아닙니다.
여태 용케도 잘 참아준 왼쪽다리에서 가끔씩 통증이 밀려오기 시작하니 걷는 걸음은 더욱 조심스럽습니다.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을 것 처럼 지루하고 험한 계곡 너덜 길을 꼬박 1시간을 걸어서야 반가운 임도에 내려섭니다.(13:28)


선답자의 산행기에 임도에서 오른쪽으로 가다가 좌측 리본이 많이 붙어있는 길로 올라서야한다고 되어있으니 임도를 따르면서 좌측만 쳐다보며 갑니다.

임도를 천천히 10여분 걸었을까 특이하게 생긴 봉우리 2개가 좌측으로 보이기 시작하고 뒤에있는 봉우리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것으로 보아 내가 가야 할 구봉팔문 전망대입니다.

 

<뒤에 보이는 봉우리가 구봉팔문 전망대입니다>


임도를 조금 더 걸어가니 좌측으로 리본이 많이 붙어있는 갈림길이 나옵니다.
이제는 정말 마지막 봉우리 두개만 넘으면 됩니다.
지쳐있는 상태에서 봉우리 두개를 넘으려면 힘이 들겠지만 임도를 오면서 본 봉우리 2개는 별로 높아 보이지 않으니 씩씩하게 갈림길로 진입하여 몇번의 숨을 고른 후에 드디어 구봉팔문 전망대에 도착합니다.(14:10)

 

죽령을 출발한지 거의 10시간 만에 구봉팔문 전망대에 도착한것입니다.
구봉팔문 전망대가 있는 영추봉은 상월조사의 묘가 있어서 그런지 구인사 신도들로 북적입니다.


잠시 앉아 전망도 바라보고 쉬어갈까 하다가 혼자 등산복 차림을 한 내모습이 이상한 것 같기도하고 지금쯤 주차장에 도착해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아내 생각에 바로 구인사로 내려섭니다.(14:29)

구인사 경내로 들어서니 제일처음 눈에 번쩍 띄는 것이 대조사전입니다.

 

<목조건물의 걸작품 대조사전입니다>

  


황금빛 찬란한 대조사전은 우리나라 최고의 나무로 이 시대 내노라 하는 장인들이 건축한 최고의 건축물이라는 것입니다.

조사전을 한바퀴 천천히 둘러본 후 유명한 고추장, 된장 항아리를 카메라에 담고 일주문을 지나 구인사 주차장에 도착하니 아내가 환한 미소를 머금고 나를 반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