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여기서 일이 생긴다.
뒤에서 따르던 바람님, 엄익현님과의 연락이 두절된 것.
쉬면서 뒤를 돌아보고 OK! OK!를 외쳐도 공허한 메아리 뿐이다.
계속 전화, 전화, 문자메시지 도통 연락이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2사람이 같이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시간은 더욱 지체.
그룹산행은 그런 거 같다.
앞에 가는 선두를 뒷사람은 나 잡아잡슈 하면서 2m를 벗어나면 안된다.
거리가 점점 벌어지면 심정적으로 더 피곤하고 자꾸만 더 쳐지는 느낌이 들게 된다.
어차피 가야 할 길이 아니던가.
머 누구는 그러고 싶지 않아 그러겠냐고 하겠지만.. 좌우간 요는 그렇다.
그 덕에 자기의 걷기 능력의 한계도 확장되는 것이다.
월두봉에 임박하여 전에 알바한 자리를 확인한다.
◎ 전에 알바한 자리(좌측은 월두봉 방향 산사나이님이 지금 올라오는 방향으로 진행하여야 했던 것을
그냥 우측으로 지나치고 말았다) ▼
월두봉을 앞에두고 우측 서쪽으로 구부러진다.
월두봉으로 가다가 능선이 우측으로 이어질만한 곳에 표지가 붙어있다
전에 경험했다시피 살인적인 급경사.
주을길쪽으로 내쳐가 주을길 임도를 만나는 것이다.
주을길에 임박할 무렵 미아팀(?)에게서 전화가 온다.
오다가 길을 놓쳐 물안산 근처에 이르렀단다.
다행히 인가도 있고 사람들도 만나고..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곧 차를 만나 히치, 가평에 무사하게 갔단다. 다행이다.
주을길에 도착하여 사방에 어둠이 깔린다(17:33)
어떡할까 망설이던 차에 산사나이에게서 복음같은 소리가 터져 나온다.
"탈출이 몬 말씀입니까 당연 올라가야죠!"
요번에도 실패하면 사다리에 x팔려서 얼굴 내놓을 수 있겠냐는 이야기다. 캘캘..
관악산님은 전천후 능력 소유자. 걱정이 없다. 너무나도 재밌는 산우들이다.
나도 강북 야간산행 9회차로 야간에는 어느 정도 단련이 된 터.
주을길에서 가파른 물안산 능선마루로 마지막 힘을 모아 다시 힘차게 오른다.
능선에 당도(17:48) 랜턴을 키고 남서쪽 보납산으로 항진한다.
◎ 주을길에서 보납산 이정목(보납산 4.55Km가 선명하다) ▼
◎ 능선 마루에 올라 ▼
다행히 보납산 까지의 능선길은 유순하다.
첨에 나오는 암릉이 신경 쓰이지만 보듬듯이 살피면서 가면 탈날 일 없다.
산행에선 아무리 급해도 안전이 최우선이다.
급하다고 서둘다 사단내면 나뿐만 아니라 팀 전체에도 골칫거리다.
그래서 난 내림길에 속도내는 것 하나도 안부럽다.
중간에 서너군데 알바 유혹(?)지역 무사하게 벗어나
마지막 경사 쳐올려 드디어 보납산이다(19:17) 시간은 19시 17분.
주을길에서 2시간 20분만이다.
가평시내의 야경이 울긋불긋하다. 나름대로 감격적이다.
근 8시간여 산행을 하고나서 또 다른 야간산행을 하게 된 이유는 몰까.
보납산 내려오면서 종내 머리속에 그 의문이 들어있었다.
그건 우리 몸속에 끓어오르는 욕망이 아닐런지.
그래 오늘은 "욕망이라는 이름의 산행"이 된 기분이다.
◎ 보납산이 임박했다 ▼
◎ 보납산 정상 ▼
먼저 하산한 팀의 배려로 택시가 산행 끝지점인 보광사 입구에 대기하고 있다.
10시간40분간의 산행에 솜처럼 된 육신을 차에 내팽겨치고 뒤풀이 장소로 달려간다.
◎ 오늘 산행의 무용담을 이야기하며(오늘 산사나이님이 모델이 자주 되고 있다. ^^) ▼
◎ 다음 산행엔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 것인가(가평역에서) ▼
오늘 첨 빡신산행을 경험하신 엄익현님에겐 좋은 추억이 될 거 같다.
그리고 다 같이 5인이 완주에 따른 희열을 맛보았으면 더없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다. 다음을 기약해 본다.
산행기 끝! 감사합니다.
늘 즐산하시고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