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티재 : "은티 남쪽에서 문경군으로 질러가는 고개로 지름티라고도 하며, 기름같이 미끄러워 기름고개라 한다.
▶▶▶이만봉 : 옛날 도막(이만호동)부락 뒷산이라 하여 이만봉(989m)이라 한다.
▶▶▶희양산 : 경북 문경시 가은읍과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문경새재에서 속리산 쪽으로 흐르는 백두대간의 줄기에 우뚝 솟은 암봉이다.
산의 남쪽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봉암사는 신라 헌강왕5년(879년)에 지증대사가 창건했다 하며 구산선문(九山禪門)의 하나였다고 한다.
고승 지증대사는 전국 명산을 둘러본 뒤 이곳에 와 『산은 사방에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으니 마치 봉황의 날개가 구름을 치며 올라가는 듯하고 계곡 물은 백 겹으로 띠처럼 되었으니 용의 허리가 돌에 엎드려 있는 듯하다』고 지세를 평했다고 한다.
희양산은 그 모습이 우뚝하고 산 전체가 하나의 바위처럼 보이는 데다 바위 낭떠러지들이 하얗게 드러나 있어 주변의 산에서뿐만 아니라 먼 산에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산이다.
봉암사에는 지증대사적조탑비, 지증대사적조탑, 원오탑비, 정진대원오탑, 삼층석탑, 함허당득통지탑, 환적당지경지탑,상봉대선사비, 노주석, 백운대, 마애불좌상 등이 있다.
희양산은 대한불교 조계종의 특별수도원인 봉암사가 생태계 보호 및 스님들의 정진을 위해 정상까지 올라가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 백화산 :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그리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 이화령 황학산 희양산과 함께 준령을 이루며 괴산군 연풍면을 병풍으로 두르듯 하고 있다.
조령산과는 이화령을 경계로 하고 있으며 정상까지는 가파른 암봉과 갈대밭이 이어진다.
정상 동쪽에는 넓은 터가 있고, 남쪽면은 절벽으로 되어 있으며, 주흘산과 운달산 희양산 등의 웅장한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 산에 갔다 온지 며칠이 지나니 또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다.
인터넷 산행일정을 이리 저리 찾다보니 미답지인 희양산, 백화산 가는 일정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 번 이화령에서 북쪽 길은 따라가면서 보았던 그 남쪽 능선과 봉우리들을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밤 11시 천호역에서 탄 산악회 버스는 상일동을 거쳐 탁 트인 고속도로를 거침없이 달려 간다. 잠시라도 눈을 붙여두면 좋으련만 위성TV에서는 올림픽 중계방송이 한창이다.
수안보 휴게소에서 약 30분간 쉬었다가 새벽 2시 30분 경 오늘의 산행 들머리인 괴산군 은티마을 앞에 도착했다.
며칠 전부터 기온이 많이 내려가서 시원해진 느낌이 들었는데 오늘은 더욱 새벽공기가 서늘하다. 몇 가지 주의 사항을 듣고 나서 저마다 랜턴을 켠 채 조용히 잠든 은티마을 길로 접어드는데 선잠을 깬 개들이 이방인을 경계한다.
동네를 흐르는 개울물 소리가 요란하다.
잠시 후 조그만 개울이 나타났는데 뛰어서 두 세발 이면 건널 수 있는 너비로 발목 정도 찰 정도로 물이 흐르고 있다.
어느새 선두조는 첨벙첨벙 건너가기 시작하고 몇 사람은 신발과 양말을 벗어들고 건너기도 한다. 나도 힘껏 뛰어 세 걸음에 넘었다. 그래도 양발을 한번씩 물을 딛게 되어 발목부터 약간 젖어옴을 느낀다.
초반부터 물이 길목을 막더니 오늘은 산행 내내 안개비에 젖어야만 했다.
논길을 지나고 옥수수밭, 고추밭, 그리고 과수원 옆을 지나 낮은 야산 길을 약 1시간 가량 올라 은티재에 도착했다.
은티재에서 우측 능선길로 접어들어 주취봉(683m)을 지나 오르막을 오르면 길을 오르고 좌로 급선회해서 따라 가면 구왕봉(677m)정상에 이르게 된다.
원래 구왕봉 정상에 서면 정면으로 천길 낭떠러지인 암벽이 웅장하고 멋진 모습으로 보인다고 하는데 한 밤 중에 보일리가 없고...
구왕봉을 뒤로하고 능선 길을 따라 내려오다 전망대 바위를 지나면서부터는 급경사 내리막길로 바뀌면서 로프지대가 나타나는데 봉암사에서 출입을 통제하면서 로프를 모두 제거해 버리는 바람에 두손 두발을 다 써서 내려가야 했다.
우리나라의 대부분 명산에는 사찰이 있고 또 대부분의 산이 사찰 소유지라고 한다. 누구 말에 의하면 지리산의 1/3이 사찰 소유지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니...
특히 봉암사는 스님들이 정진 수도하는 사찰이라서 등산로를 폐쇄하고 있다고 하는데 한편으로는 수긍이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온 산을 다 막고 밧줄까지 끊어버린 것에 대한 섭섭한 마음도 생긴다.
랜턴 불빛이 나갔다. 새 건전지를 갈아 끼울 사이도 없이 그냥 걷는다. 이후 봉암사 근처에서 후미조를 기다리는 동안 건전지 교체를 했고 그 때까지는 남의 불빛에 의지해서 앞사람 발뒤꿈치만 보고 마냥 걸어왔다.
안개가 자욱한 산길에서 선두와 후미조의 거리가 자꾸만 벌어진다. 급기야 봉암사 부근 내리막길에서 후미조가 길을 잘 못 들어 엉뚱한 방향에서 우리를 부른다.
어느 분이 후미조를 찾아 데려 오는 동안 한참을 기다린다. 원래 계획은 04시전에 이곳을 통과해야 한다고 하는데 예정보다 약 한시간 가량이 늦어진다.
오른쪽 봉암사방향으로 랜턴불빛이 비추이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하는데 이 새벽 시간에 스님이 달려와 길을 막을까? 그러나 얼마 전에도 스님들이 길을 막는 바람에 모 산악회 팀이 끝내 통과 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엄청 거구의 스님들이 큰 몽둥이 하나씩 들고 길을 통제한다고 하니 살생(?)을 원치 않으면 어찌하겠는가?
지름티재 가는 길에 입산금지 표시가 유난히 많이 걸려있다. 희양산 가는 길은 공식적으로는 사월 초파일(석가탄신일) 단 하루만 출입을 허가한다고 한다.
지름티재에서는 봉암사에서 막아 놓은 나무 담장의 개구멍을 통과해서 급경사 길을 올라가면 능선 갈림길에 도착한다. 오름길이 경사가 심해서 겨울에는 고생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능선에서 오른쪽으로 약 20여분만 가면 희양산 정상이 나오는데 어두운 밤 시간이고 또 봉암사에서 통제하는 곳이라서 그냥 좌측 길로 발걸음을 돌린다.
백두대간 마루금은 성곽을 끼고 계속 북쪽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성곽은 후삼국 시대에 중요한 접전지였다고 하는데 이 성을 쌓기 위해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피땀을 흘렸을까? 그리고 여기서 얼마나 많은 병사들이 죽어 갔을까?
무너져 내린 성곽은 말없이 안개 속에 젖어 있을 뿐이었다.
이제는 해가 밝았을 시간인데도 주위는 너무 답답하다. 안개가 자욱해서 시야가 10여m 남짓 될 정도로 조망이 없다. 이 코스는 원래 조망이 좋다고 하는데 이러다가는 산행이 끝날 때까지 그저 산길만 보고 가야만 할 것 같다.
안개가 자욱한 것인지 아니면 안개비가 내리는 것인지 옷이 흠뻑 젖었고 이마에서는 자꾸만 물방울이 떨어진다. 나무를 스칠 때마다 물이 많이 떨어진다.
허기가 져서 가지고 간 비스켓 두 개와 초콜렛 한 개, 그리고 사과 한 개를 걸어가면서 먹었다.
바위가 칼날같이 늘어선 능선도 지나고 산죽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길도 지나간다. 대간의 마루금에 산행 표지기가 너무 많이 달려 있어서 길 찾기가 어려운 곳도 몇 군데 있었다. 여기서 길을 잘 못 들면 어디로 가게 될지도 모른다.
시루봉(915m) 갈림길에서 시루봉에 오르지 않고 곧바로 우측으로 길머리를 잡아 오르막을 약 30여분 차고 오르니 이만봉(989m) 갈림길에 서게 된다.
07:31. 비좁은 이만봉 정상으로 대간길은 이어지고 길옆에 검은색 정상 표지석이 앉아 있다. 여기서 가지고 간 온수를 부어 컵라면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여기까지 오는 약 5시간 동안 서서 쉰 적은 있어도 앉아서 쉬지 못하다가 처음으로 땅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휴식을 취한다.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급선회(90도) 한 대간길을 따라 봉우리 하나를 오르면 암봉으로 된 곰틀봉이 나타나고 사다리재와 981m봉을 지나면 평전재에 도착하게 된다.
평전재를 뒤로 하고 1,012m봉을 지나 오르면 오늘 산행 중 가장 높은 백화산(1,063m) 정상이 나온다. 정상에서 사진 한 장 찍고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한다.
오늘도 항상 그렇듯이 물맛이 너무 좋다.
09:40. 백화산 정상에 서면 동쪽 발 아래로는 문경읍이 내려다보이고, 문경읍 넘어서는 운달산(1,097m)이 웅장하게 시야에 들어오고 북쪽으로는 주흘산(1,106m)이 건너다 보인다는데 오늘은 아무것도 볼 수가 없다.
백화산을 내려서 바위지대를 한참 지나고 억새풀밭도 지나간다. 910m봉과 862m봉도 지나고 조봉도 지나 이화령 가는 길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몇 개의 헬기장을 지나고 키를 넘는 풀을 헤치고 앞으로 나가기도 한다. 그러다가 펑퍼짐한 능선길도 지나간다.
길 양옆으로 키 큰 전나무들이 도열해 서 있는 곳도 지나간다. 이화령이 가까워 올수록 안개가 서서히 물러가고 날씨가 좋아진다.
어디쯤 가니 길가에 표지판이 떨어져 있는데 ←백화산 5km, →이화령 1.5km라고 되어 있다. 그런데 이 표지판은 엉터리였다. 마지막 남은 1.5kmrk 가도가도 이화령이 나오지 않았다. 아마 약 4km쯤 와서야 이화령길을 오르는 차소리가 멀리서 들린다.
군부대 철조망이 보이자 길은 우측으로 급한 내리막으로 이어진다. 산굽이를 옆으로 몇 번 돌아서니 저 아래 찻길이 보이고 군부대로 오르는 계단과 합류하고 드디어 오늘 산행의 날머리를 나서게 된다. 도로에 내려서서 왼쪽으로 조금만 오르면 이화령 고갯마루가 되고 이화령 휴게소가 나타난다. (12:04)
휴게소에 가서 시원한 캔맥주로 목을 축이고 나니 이렇게 행복할 수가!!!
오늘은 총 27명이 산행을 시작했는데 우리 앞에 두 분이 내려오고 우리(나와 산님 한 분)가 내려 왔다. 뒤이어 여러분이 산행을 마치게 되고 도토리묵과 파전을 시켜 막걸리를 마신다.
후미조와 연락을 해 보니 너무 차이가 난다. 그래서 먼저 온 사람들은 버스를 타고 괴산 연풍에 내려와 점심식사를 했다. 뒤에 후미조는 중간에 탈출을 했다고 하는데 선두인 우리와는 약 3시간이상 차이가 났다.
오늘 산행코스는 백두대간 제 13구간이라고 하는데 이러다가 백두대간 전 코스를 뛰게 될지도 모르겠다.
<↑ 희양산 지도> <↑ 백화산 지도>
<↑ 은티마을 유래비> 02:40. 은티마을 길을 따라 오늘의 산행이 시작된다.
<↑ 개울 건너기> 잠시 머뭇거리다가 첨벙첨벙 그냥 건너간다.
<↑ 출입금지 안내판> 거의 한 시간 이상 가야지만 봉암사가 나오는데 벌써 출입금지 안내판이 있다니...
<↑ 지름티재 출입금지 표지> 이 울타리를 따라 진행한다. 여기는 1년에 단 한번 초파일에만 출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 제 3지점 표지판> 제 3지점 표지판 뒤로 봉암사에서 설치한 출입금지 표지가 많이 달려 있다.
산행기 잘 보았습니다.
전나무 숲속의 산책로 같은 유순한 길이 생각납니다.
백화산 정상의 무당집 같은 표지기에 눈살을 찌푸리긴 했지만,
다시 가고 싶은 능선길 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항상 안산 즐산 하십시요.
거북 구달이 올림.
2004.08.24 10:14
정범모
부지런도 하십니다. 주말 이틀을 내리 산에서 사셨네요. 이미 대간길 몇 구간 뛰셨는데 아예 내친김에 시작하시죠? 대간 마루금을 그어보면 백화산은 거의 새 부리 끝점에 해당하는 곳이죠. 그 일대가 잘 보면 양날개를 펼친 새같이 보인답니다. (전에 가셨던 함양의 산은 白華山이 아니라 法華山...) 길은.. 대간길치고는 괜찮아 보이네요? 그래도 장시간 산행이라 힘은 드셨을 듯. 그 랜턴은 밧데리때문에 아직도 속썩이는 가보죠? ^^ 그렇게 빨리 닳지 않는데 좀 이상한 애 같아요. 재미있는 산행기 잘봤구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이젠 산악회도 따라다니세요? 원래 필마단기로 다니시는 도꼬다이 체질같던데...)
2004.08.24 12:12
山梨(똘배)
대간길 다녀오셨네요. 조망이 좀 아쉽군요.
산행기 중간에 " 달마야 놀자"라는 영화장면이 생각납니다.^^
통제된 희양산이라 더 신비감이 느껴집니다. 잘 보고갑니다.
2004.08.24 16:11
운해
지루하게 이어지는 백두대간길 다녀 오시느라 고생 하셨습니다.개인적으로 산행 코스 중 가장 정감이 가지 않는 곳이 이 코스 입니다, 수고 하셧습니다.
2004.08.24 16:55
산초스
문경새재 부근에 좋은산들 많지만 가장 인상에 남는산이 하얀바위봉의 희양산인데
사월초파일 하루만 개방을 한다고하여 언제가 한번 초파일날 가보리라
전부터 마음먹고 있는곳인데 날씨가 좋았으면 경치가 좋았을것 같은데
아쉬우니 다음에 다시 함께 가보세^^**
2004.08.24 17:22
권경선
정말 이러시다 백두대간을 완주하시게 되겠네요.
산에서 해탈의 경지에도 이르시고...
산하를 대표하는 산꾼이 되실날도 머지 않은듯 합니다.^^*
항상, 안산즐산 하시길 기원합니다.
2004.08.24 22:30
진
산길이 압권입니다.
언제나 그길을 가보려나...
간밤꿈에 대간길이 아닌 600리가 넘는 아지못할 산길을 쉼없이
걸었는데 깨고나니 어찌나 허전하던지 .. 님의 길을 보니 문득
허망한 꿈이 생각나 몇자 주절거렸읍니다. 건강하소서..
진맹익 드림.
2004.08.26 10:08
초이스
제 부족한 산행기를 보시고 관심가져 주신 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가능하면 안 가본 산에 가 보고 싶어서 안내산악회를 따라간 대간길이었습니다만 처음에는 안개가 자욱하고 조망이 없어 실망을 했습니다. 그러나 산은 항상 그대로일 뿐인데 우리 마음이 자꾸만 변덕스러울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산이야 비가오면 비가 오는대로 눈이오면 또 눈이 오는대로 좋아야 한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항상 산님들께 행운이 함께 하시길 빌겠습니다. 초이스 올림
전나무 숲속의 산책로 같은 유순한 길이 생각납니다.
백화산 정상의 무당집 같은 표지기에 눈살을 찌푸리긴 했지만,
다시 가고 싶은 능선길 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항상 안산 즐산 하십시요.
거북 구달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