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잡는데 개를 아끼랴 (곁과 함께한 악견산)


박복한 재복을 탓하기엔 객의 나이가 자발없는 사십 연줄인지라 천상 선무당
작두 나무라듯 오줄없는 짓이 용혹무괴이긴하나 그래도 그흔한 각종 모임의 경품
하나 걸리지 않은 처지이고 보니 신세한탄이 절로 일어 로또인지 나토인지 그놈의
화수분의 요행이 분수에 쳐지는 줄 알면서도 동상전에 각좆 사러간 과수댁처럼
복권 판매대에서 어름어름거려도 보았고 번호 추첨이라도 있는 날이면 한출첨배로
학질 앓는놈 마냥 식은땀을 흘렸으나 매양 꿩궈먹은 자리더라.

이런 연유로 1년에 한번 개최하는 향골 청년회 체육대회에 무려 10여년을 한결같이
된장에 풋고추 박히듯 빠지지않고 참석하여 노고를 위로하는 경품에 목을 걸고는
장부체면에 허드렛 물일까지 마다 않는 치욕을 무릅썼으나 늘 추첨에서는 헛물만
켜는 송도 오이장수 꼴이 되어 애꿎은 막소주만 참없이 비워내지 않았겠는가 .
그래도 매양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어물전앞에 괴내기처럼 자리보전을 하는 건 무슨
연유일까?

또 그 가슴 설레는 체육대회가 다가왔다.
이번 행사엔 엄복동이 타던 자전거가 5대요, 열대야 한증막을 순식간에 엄동설한
으로 개벽 시킨다는 고드름표 선풍기가 10대나 경품으로 나와 염불보단 잿밥에
마지막 명운을 걸고는 (내년엔 청년회 졸업) 아멘 인샬라 나무아미타불을 수없이
외며 경품추첨만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데 드디어 회원의 장기 자랑과 더불어
경품권 추첨이 시작되었다.

원체 객이 물욕이 없는 청빈낙도의 삶(?) 을 사는지라 자전거 까지는 필요없고
사돈오자 쌀떨어진다는 격으로 마침 장모님이 오셨는데 에어컨이 고장나 (죽어도
없다 소리는 못하겠다) 연로하신 장모님을 모시기엔 바늘 방석인지라 하불실
그놈의 선풍기는 꼭 필요했다.
그러나 복없는 년은 봉노에 누워도 고자옆에 눕는다더니 장기자랑이 종반으로
치달으며 품절 경품은 점점이 늘어나는데 객의 번호는 염병이 올랐는지 도통 인사가
없고 도대체 대궁밥(화장지) 하나 걸리지 않네 .

신관사또 점고받는 수청기생의 심정으로 오매불망 기다렸으나 종내는 자전거도
거덜나고 학수고대하는 고드름표 선풍기도 1대만이 외로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
이제는 최지몽이나 홍계관이 환생한대도 어림없는 일인지라 포기하고 곁에게 술이나
한잔 치라며 맥빠진 모습으로 탈기하는데 그때 여흥을 진행하는 잘생긴 사회자가
댄싱킹 선발대회를 열어 1등은 마지막 선풍기를 덥썩 안기겠다네 .
으메 ... 장동건 뺨치게 잘생긴 사회자님 따따봉..

염치고 나발이고 생각하고 자시고 할겄도 없이 방짜 대접에 소주 넘치도록 찰찰부어
단숨에 들이붓고 말라 비틀어진 오이 으적거리며 댓바람에 나섰겟다.
흥겨운 디스코 리듬에 맞춰 40여년 쌓은 온갖 기예를 총동원하여 주접을 떠는데
수석 부회장의 체면과 위엄은 삽시간에 개똥이 되었더라 .
위인의 흉물이 보기에 안쓰러울만치 안타깝던지 사회자는 객과 젊은 아지마씨 한분을
최종 결선에 올려주는 호의를 베푼다.

속으로 저놈의 고드름표가 반은 내겄이다 싶어 은근히 진땀이 괴는데 드디어 결선.
범잡는데 개를 아끼랴 싶어 두예삐를 백댄스로 세우고 삼년전 수술한 맹장 자리가 터져
진물이 흐르도록 온몸을 비비고 꼬며 숭어뜀으로 깝죽대며 야살을 떠니 곁은 차마 민망
한지 슬몃 고개를 돌려 만신창이의 서방을 외면한다.
구경꾼들의 박수로 1등을 가리는 순간 곁과 두예삐는 손바닥에 물집이 생기도록 얼얼하게
박수를 쳐댄다.

그토록 소원이던 선풍기를 안는 순간 동안의 고생이 회한으로 다가와 감정이 북받치는데
막소주 두어사발을 더 들이붓고서야 겨우 진정이 되더라 .
집에 돌아온 저녁 .
술이 곤드레가 된 객이 그 장한 고드름표 선풍기를 입에 침이 마르고 혀가 닳도록 반복
하는 탓에 온식구가 필경은 핏발선 눈으로 온밤을 하얗게 새웠다네 .


일요일 .
태극 종주의 마지막 잠자리인 새재 민박집을 학인하고 싶었으나 술에 전몸이 감당할리
만무라 집에서 그냥 쉬었으면 하는 곁을 거의 반강제로 로시난테에 태워 악견산으로
향했다.
땡볕에 주독이나 훍어내자 싶어 집에 입은옷 그대로 민소매 반바지에 걸망도 없이 운동화에
물한병씩만 덜렁대며 악견을 휘적휘적 오른다. 예상대로 10분도 채 오르지 않아 비오듯
흐르는 땀이 온몸을 뒤덮는다.

오르막 한굽이를 올려쳐 넌짓 곁의 몸상태를 확인하니 염려말고 올라가랜다.
철계단을 서너개 지나 쉬어가기 좋은 안부 그늘엔 화목해뵈는 가족 산꾼들이 다정해 두예삐가
생각나고 뜸들이지 않고 바위 등걸을 밟아 전망바위에 올라 곁을 기다리니 향골호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빠알간 벙거지 모자를 쓴 곁은 딴엔 햇볕을 피하느라 했건만 발갛게 익은 볼이 잘익은
복숭아로 빛나 한여름의 정취를 실감한다.

소나무 풍광이 운치있는 쉼터엔 한무리의 산꾼들이 푸짐한 식사를 걸판지게 즐기는데 객도
문득 회가 동해 박주산채일망정 조금 준비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입맛을 돋우어 목을
컬컬하게 한다.
소나무와 바위가 절묘한 그림같은 능선을 천천히 오르노라니 예 같으면 혼자서도 능란하던
길을 자꾸만 객에게 손길을 내밀어 도움을 청하는 곁이 처연해 길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정상부엔 지천명의 산꾼들이 분잡이 볼만한데 아마 악견이 처음인듯 하산길을 두고 설왕설래
하는겄이 자못 설전 쇰직하다.

부실한 옷차림에 물한병이 썰렁한 겄이 그들 눈에는 이채로웠던지 자꾸만 할깃 거리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날듯 정상으로 오른다.
천상의 공깃돌을 쌓아놓은 듯한 정상엔 따가운했볕과 바람만 설렁거릴뿐 한가롭다.
정상아래 바위 그늘에서 한참을 쉬면서 넌짓 내친김에 금성산까지 발품을 좀 늘리재며 운을
떼니 장모님 점심 때문에 어렵다며 완곡하게 마다한다.
털고 일어나 버섯농장 편으로 길을 잡아 내려간다.

버섯농장길의 기존 하산로는 이제 거의 쓰이지 않고 공터에서 바로 떨어지는 새길이 대체적인
추세로 자리잡았다.
물론 두길은 얼마 내려가지 않아 만나긴 하지만 기존의 길은 거대한 명물 개구리 바위를 지나쳐
내려가기에 더한층 멋스러운 겄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쉬엄 쉬엄 내려서는 길이 어느듯 성터와
유일한 철계단을 지나 왼편 능선으로 비스듬이 휘어 아래로 아래로 떨어진다.
마사토가 거개인지라 상당히 조심을 요하는 구간이기도 하다.

한참을 내려서 묘 두어기를 지나면 길은 버섯 농장 입구로 떨어지면서 등산로로서의 생을 마감
하고 삶의 현장의 통로로 거듭난다.
오른편으로 팍팍한 포장로를 따라 얼마간 걸으면 합천호 휴게소가 지척에 서 있고 식당을 오른편
두고 한길로 나선다.
불혹에 무엇이 두려우랴 싶어 객의 손을 끌어잡고 나려서니 시샘이라도 하듯 했볕은 더욱 따갑고
아스팔트의 열기는 숨쉬기조차 곤란케한다.
참으로 뜨거운 오후이다...

2004년 7월18일. 끝.


▣ 산초스 - ㅋㅋㅋ 진맹익님 고드름표 선풍기 타심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다음번 산하가족 모임때 그때의 아놀드슈워제너거표 춤을 꼭 보여주시기 바라며 이 모든것이 장모님을 위한 충정.효도에서 비롯되었음을 만천하에 선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한울타리 - 오랫만에 배꼽잡고 웃어봅니다. ^^ 으헤헤헤... 축하합니다, 곁님과 산행하신것 보다 그 웬수같은 고드름표... 타신 거... ㅋㅋㅋ
▣ 永漢 - 몸짱에 춤짱까지..^^*
▣ 브르스황 - 그 큰 덩치를 흔드셨다니 심사위원들이 주눅이 들어 일찌감치 선풍기 주시기로 낙점해놨을 겁니다. 무대는 안 무너졌는지 궁금합니당.ㅋㅋ. 곁님이 어떤 분이신가 매우 뵙고 싶습니다. 오랫만에 님의 호탕한 글을 읽어서 즐거웠습니다. 건강하십시요.
▣ 알펜글로우 - ㅋㅋㅋㅋ사회자님 생각에 는아마도 진맹익님의장기를볼려고 그 수작에넘어간것으로보고 고드름표선풍기 당첨되는것을축하하며 떡본김에 재사지낸다는말처럼 복권이나한번사보는것도좋을듯 생각이 남니다..다음에는 더큰행운이 기다릴것임니다...
▣ 이송면 - 동상전에 각좆 사러간 과수댁처럼 ..... 아! 얼쩡대지 말고 퍼뜩나가서 한장 사소 마.. 운수 땡길때 사야지 언제 살라고... 롯또...ㅎㅎㅎ 날 덥어서 태극길 갈라나 모르것다.. 오늘 낮에 동네 뒷산 올라가다 더버서 죽는줄 알았는뎅..... 가기전에 함 모여야제?? 우째꼬.. 거창으로 갈까.. 아님 오실려우?...
▣ 코스모스 - 형님!첫번째로 개통식이요. 라는 문자를 보고? 뉘신지요. 저보고 형님이라하시니? 했더니 이송면이요...하하하 오늘22;40분 태극종주를 위해 더버도 참고 망우공원을 뛰는데 날아온 문자..하하하 한바탕 웃고 반찬 걱정에 맹꽁이님 걱정 까지 얼마나 했는뎅...오메!!!!!!!!이모랑가/ 고드름표 선풍기를 탔따고라요? 태극종주때에 그춤 안보여주면 밥은 이젠 굶길끼요............하하하하하. 너무 재미있는 태극종주 디스코를 생생한 비디오로 산행기에 올리겠습니다...기대하시라....???ㅋㅋ
▣ 불암산 - ㅎㅎㅎㅎㅎ 맹익님께서도 춤을 추십니까? 대단하셨겠습니다. 원래 운동한 사람들이 허리가 유연하니 춤하면 또 일가견이 있지요.ㅋㅋㅋ 모처럼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심을 축하드립니다. 늘 강건과 행복을 잃지 마시길.... - 불암산 드림 -
▣ 빵과버터 - 오매~ 시상에!!!... 으짠다요? 향골이 아무리 작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수석 부회장인데??.... 말년에 어떻게든지 한 껀 해볼 요량으로 기를 쓰고 덤빈게 꼴랑 고드름표 선풍기라니??...더군다나 금지옥엽 두 예삐까지 제물(?)로 바쳐가면서???..
▣ 이우원 - 언제 그 멋진 백댄스와 함께 신나는 디스코를 볼 수 있을까요? 다음 상견례때에는 한번 봐야할텐데.......고드름표 선풍기가 그렇게 시원한가요? ㅋㅋㅋ
▣ 권경선 - 산하가 생긴이래 가장 즐거운 뉴~우~스 이네요. 가을 가족모임때 장을 마련해드릴테니 복중에도 가무를 갈고 닦아 주시기 바랍니다.^^* 광경을 유추 해 보면서 괜시리 입만 헤벌쭉거리며 이 답글을 답니다. 댄싱 킹 화이팅~
▣ 똘배(山梨) - 빽댄서 두예삐와 함께하신 춤이 어떤춤인지 상상을 해봅니다.ㅋㅋㅋ 자동부채 축하드리며 즐거운 모습에 덩달아 기분 좋아지는군요. 코스모스님과 이송면님과 더불어 태극종주 무탈히 완주하시길 빌며 산행기 기다립니다. ^^
▣ 산모퉁이 - 엔돌핀 팍팍 나오게 하는 넘 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무더운 여름 온가족 건강하시고 즐산이어가시길 빕니다.
▣ 운해 - 장모님 공경하는 극진한 마음에 눈물이 날려고 하네요. 요즘 이렇게 효성 지극한 사위 찾아보기 힘들터...몸짱에 孝짱까지 부여 합니다.
▣ 수객 - ㅎㅎㅎㅎ 산하 분들이 왜 진맹익님을 찾는지 이해가 됩니다.읽는 동안 너무 즐거웠습니다.
▣ 권기철 - 20세기 초반의 소설같은 느낌을 받으면서 즐거운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