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일시 : 2003년 6월 6일부터 6월 8일까지 (1박3일)
2. 산행인원 : 해오름 산악회 회원 여러분들과 함께...
3. 산행코스 : 첫째 날(성삼재, 노고단, 임걸령, 노루목, 반야봉, 삼도봉,
화개재, 토끼봉, 명선봉, 연하천산장, 삼각봉,
벽소령 산장, 선비샘, 칠선봉, 영신봉, 세석산장에서 일박)
둘째 날(세석산장에서 출발 , 촛대봉, 연하봉, 장터목산장,
제석봉, 통천문, 천왕봉, 천왕샘, 망바위, 칼바위,
중산리로 하산)

일상의 틀을 벗어난 이틀!! 가슴으로 느끼는 장엄함!!
가슴속에 무수히 새겨진 그 많은 봉우리들과 또 한번의 조우를 위한 산행의 시작..
네 번째의 종주기록과 다섯 번째의 천왕봉 등정기..

어느때나 산행을 마친 다음날 아침이면 긴 여운으로 미처 돌아보지 못한것들에 대한 미련으로 아쉬워하고 그 미련과 가슴에 새긴 장엄함을 만나기위해서 또 1년의 시간을 가슴앓이를 하며 기다리게 되고 그 시간들이 행복이란 이름으로 남는다..

매번 다른 일행들과의 산행이지만 산에 오르고 함께하는 시간들은 서로를 의지하고 격려하는 동료애를 느끼게 된다.

이번 산행은 ‘해오름 산악회’와 함께 1박3일의 종주일정으로 여정을 떠나기로 했다.
출발전날 연휴라는 넉넉함에 배운지 얼마 안되는 인라인을 7시간동안이나 올림픽공원을 돌고 또 돌고 시간 가는줄 모르고 탔더니만 출발당일 일어나보니 스켓의 불편함으로 인해서 발목이 부어있었다..

종일 찜질을 해가며 발목을 풀고 아이들과 연휴동안 함께하지 못하는 미안함으로 이것저것 놀아주고 배낭을 꾸리기 시작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종주를 위한 배낭을 꾸릴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벌써 지리산의 모든 풍경들이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고 마음은 세석평전의 한가운데서 말을 달리며 바람을 가르는 것처럼 붕 떠있게 된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아내 역시 작년에 함께했던 지리산 산행을 생각하며 이젠 서로의 공감대를 형성한 모습으로 철부지 같은 나를 위해 이것저것 적어놓은 목록들을 살펴가며 도와준다..
9시30분에 시청 앞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에 늦지 않을 생각으로 일찍 집을 나섰다. 늦지 않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조금이라도 빨리 지리산에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컸으리라.. 내 배낭이 고향집에 있어서 락평선배님께 배낭을 빌렸는데 평소 익숙한 배낭이 아니라서 그런지 얼마 안 매었는데도 어깨가 저려온다.. 도착하니 9시..
얼마간의 시간이 남아있기에 어깨보호대를 사려고 혹시나 장비점이 문을 열었는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돌아다녔지만 헛수고였고 정해진 시간에 약속장소로 가니 그곳엔 여러분들이 나와 계셨다.. 첫 산행에 참가하게 된 낯선이를 반겨주었고 그다지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로 성삼재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서먹한 산행분위기와 산행의 긴장을 풀고 잠시라도 잠을 청하기위해서 한잔의 술이 서로를 엮어주고 이런 분위기는 휴게소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 되었고 잠시 잠을 청한 사이에 버스는 성삼재에 도착을 하고 있었다.

새벽 3시30분...
어둠이 깔리고 새벽안개로 자욱한 주차장에 배낭을 정리하고 몸을 풀고는 랜턴에 의지하면서 노고단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벌써부터 어깨는 저려오지만 노고단을 넘어온 시원한 바람은 여느때와 변함없이 나를 반긴다.. 노고단 산장에서 잠시 짐을 정리하고 새벽어둠을 가르며 노고단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노고단 능선 안부에 도착하니 여전한 시원함이 나를 반기고 이른 시간 때문에 멀리 천왕봉을 조망할 수는 없지만 이제부터 종주의 첫걸음을 내딛는다고 생각하니 설레이기 시작한다.. 이번 종주는 시간적인 개념보다는 공간적인 의미에서의 나를 찾고자하는 마음을 가지고 임하기로 했다.

점차 멀리서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고 지리산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돼지평전을 지나 물맛 좋은 임걸령의 한쪽 귀퉁이를 잠시 빌려 아침 식사 준비를 하고 열심히 식수를 떠와 라면으로 아침을 대신한 채 바쁜 발걸음을 옮긴다..

예전엔 샘물 옆으로 제법 널찍한 공터가 자리했지만 국립공원 녹화사업의 일환으로 이곳 임걸령에도 등산로만 남겨두고 공터에는 식재를 해 놓은 상태였고, 싱그러운 푸르름이 점차 자리를 차지해 나가고 있었다.. 이런 사정을 모르고 작년 생각만으로 아침을 계획 했던 모습이 부끄러웠지만 다음엔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줄을 넘어 들어가지 말아야하 는 장소에서 자리를 펴고 아침을 해 먹었다..
커피한잔의 여유 없이 노루목을 향해 출발한 우 리조는 노루목 삼거리에서 예정에 없던 반야봉에 오르기로 하고 부지런히 배낭을 벗어놓은 채 오 르기 시작한다..
종주코스 중에서 시간의 제약상 반야봉을 지나치게 되는데 반야봉에 오르면 노고단부터 천왕봉에 이르는 종주 코스가 한눈에 들어오고 성삼재와 기타 지리산을 이루는 무수한 봉우리들을 조망할 수 있는 시원함이 드러나기 때문에 좋아하는 곳이 되어 버렸다.
한가지 흠이라면 오른 길을 다시 뒤돌아 내려와야 하기에 종주중 시간의 제약을 받을수 있다는 것이었다.

짧은 가시거리 때문에 천왕봉을 볼 수는 없었고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만족해야 했다. 선두를 유지하던 산행은 이제 후미로 처지게 되었고 부지런히 따라잡아야 연하천에서 만날 수 있을꺼란 생각으로 휴식시간을 줄여가며 삼도봉을 거쳐 힘든 토끼봉을 오른다..
중간 화개재에 해마다 하나씩 숨겨놓은 종주의 징표를 확인하고 올해 가져온 징표를 두 어야하는데 아니!!! 그 넓던 화개재의 모습 은 1년 사이에 임걸령 마냥 등산로만 있고 식재공사를 하고 있었고 나만의 비밀장소엔 작업장의 모습으로 변해있어서 접근을 할 수 가 없었다..
배낭의 무게도 점차로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 지만 이젠 어쩔 수 없는 일..
참아내며 가는 수밖에...
바람소리, 새소리마저 멎어버린듯한 등산로를 따라 오르내리기를 수차례... 지루한 나무계단을 두 번씩이나 내려가고 또다시 오르고....
명선봉에서 연하천 산장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만나니 안도감이 밀려왔다..
계단이 끝날 즈음 밑에서 점심준비로 분주한 소리가 들려온다..
역시 예상대로 모두들 도착해서 라면을 끓이고 있었고 일행들에게 예정을 벗어난 미안함으로 인사를 하고 우리도 빠르게 준비를 한다.
역시나 연하천 산장엔 넘쳐나는 식수와 함께 언제나 통안 가득 들어있어서 날 유혹하는 캔맥주.. 토끼봉을 오를때 힘들때면 언제나 연하천가서 시원한 캔맥주하나 사먹어야지 다짐하면서 힘든걸 이겨내곤 하지만 연하천에 막상 도착하면 시원한 물 한모금이 캔맥주보다 더 낫기에 아직 눈길만 주고는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라면과 햇반, 그리고 상추에 깻잎에 된장쌈을 싸먹으면서 소주한잔에 오전산행의 피로를 씻어내고 먼저 출발하는 일행들을 지켜보며 다른 사람들에게 자리도 내어줄겸 오전산행에 피로한 락평선배님의 배낭짐들을 서로 나누어 짊어지고 떠날 준비를 한다.
연하천을 뒤로한 채 먼저 떠난 일행과도 합류해야하고 늦은 후미를 위한 저녁준비도 해야기에 명환선배와 둘이서 저녁식사 준비물들을 모두챙겨서 연하천 숲길을 빠져나온다.
한참을 부지런히 걸으니 일행들을 만날 수 있었다.. 형제바위에서 쉬면서 시원한 바람도 맞이하고 형제바위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기도 하고 바위밑 연하굴을 유심히 살피기도 했다.. 북쪽 능선의 너덜지대를 지나야하는 답답함 속에서 흐려만 있던 하늘에서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멀리서 천둥치는 소리까지 들렸기에 일행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우의를 꺼내 입고 배낭커버를 한 채로 산행에 나섰다..

벽소령 산장에서 잠시 가뿐숨을 고르고 예약 확인을 위해서 세석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는다.. 지리종주의 으뜸은 세석부터 장터목까지의 구간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벽소령에서 내려다보는 남쪽 계곡과 칠선봉과 영신봉에서 바라보는 조망도 오전산행의 피로를 풀기에는 제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전산행의 피로가 누적되어 몸이 무거워져서 제대로 즐길 여유를 못 찾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봉우리 하나하나에 눈길을 주고 길가 나뭇잎에도 하나씩 의미를 부여해가며 산행을 해본다.
선비샘에 이르니 오후의 나른함이 몰려온다..
오락가락 비도 내리고 몸은 무거워지고 어디 시원한 그늘에서 잠시 누워 눈이라도 부쳤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10시간 이상된 산행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칠선봉으로 향한다..

오늘은 어찌된 일인지 새소리조차 자주 들 리지 않는다..
비가와서 다들 집으로 돌아간 까닭일까?
칠선봉에 올라서니 영신봉이 손에 닿을듯하 다.. 영신봉 너머엔 그토록 보고싶던 세석 이 있다.. 영신봉을 오르는 길엔 너덜지대 를 한참 올라 두 번에 걸친 긴 철계단이 항상 마지막 힘을 소진하게끔 만들었는데 이제 그 힘들었던 운치는 없어지고 대신 길다란 나무계단과 중간중간 전망벤치가 놓여쉬면서 숨도 고르고 뒤를 돌아볼수 있도록 해 놓았다.. 영신봉에 오르는 마지막 작은 철계단은 아직도 놓여있어서 너무 변하지 않은 위안이 되어 주었고 얼마전까지만 해도 흐드러지게 피었을 철쭉은 영신봉을 넘어서는 날 반기며 웃고 있었다..

드디어 세석!!!
신선들만이 즐겼을 하늘의 정원, 천상의 화원이다..

그토록 보고픈 그리움에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깔아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보고 또 보고 갈망하던 세석이다..

종주코스 중에서 노고단에서 본 운해와 연하천 샘물, 그리고 영신봉을 돌면서 바라보는 세석, 촛대봉에 올라 뒤돌아본 세석, 운해위의 연하봉, 그리고 천왕봉의 일출이 가장 기억에 오랫동안 남고 그 중에서도 세석은 영신봉에서 바라보나 촛대봉에서 바라보나 나무랄 것 없이 광활하고 마음이 트여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 또 하나는 무엇보다 하루 일과를 마쳤다는 즐거움이 그런 커다란 기쁨에 배가되는 것이리라.
이곳 역시 변화가 있었다.
작년 가을에 왔을때 한창 공사를하던 화장실은 깨끗한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고 식수대 공사를 새로 하고 있었다. 내년에 오면 식수대도 말끔한 모습으로 새단장을 하고 우릴 맞이할거라 생각하니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먼저온 일행들과 예약확인을 하고 자리를 잡고 세면과 식사준비를 했다..
밥을 해놓고 고기구울 준비를 하고 일행들이 올 시간을 기다렸다.. 일행들이 어두워지기 전에 도착을 하고 드디어 삼겹살 굽고 꺼내놓은 팩소주 한잔으로 하루의 산행을 격려하며 즐거운 저녁시간을 맞았다. 어둠이 내리고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한 채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고 옆자리로는 많은 인파에 미처 예약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 비박 자리를 차지하기위해서 몰려들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자리도 내어줄 겸 아쉬운 술자리를 마무리하고 배낭을 챙겨들고 배정받은 숙소로 향한다.. 신발이 바뀌지 않도록 신발까지 챙겨들고 침상머리맡에 모셔두고는 하루일과를 접는다..
다음날 아침!!
늦은 기상시간을 맞이하고 출발준비를 하고 장터목산장에서 무박산행팀과 합류하기 위해서 길을 나선다.. 종주코스중 가장 절경을 느낄수 있는 세석에서 장터목 구간..
이 구간을 둘러보기 위해서 종주를 더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작년에 집사람과 함께 거림으로 올라와 세석부터 장터목까지 데이트를 즐기며 장터목에서의 쏟아지는 별을 보며 야경을 즐기던 기억이 새롭다.
촛대봉을 오르는 계단 중간중간 못내 세석을 떠나는 아쉬움으로 뒤를 돌아다보며 해가 지날수록 황톳빛이 없어지고 푸르름으로 바뀌는 세석 습지를 보며 홀로 흐뭇해하며 촛대봉에 다다른다. 넓고 아늑한 세석 산장을 기념사진으로 남기고 앞을 보니 제석봉과 천왕봉이 한눈에 들어온다.. 촛대봉의 뒷능선길을 돌아 연하선경으로 접어든다..
그 많은 구상나무 숲 사이로 전해져오는 바람은 어제의 흐릿한 햇살이 아닌 푸른 하늘에 빛나는 이슬처럼 맑고 시원한 느낌을 가져다주고 있었다.. 신선바위에 올라 예전 운해위에 앉았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시간이 흐른 지금과 그때를 비교하며 추억에 잠길 수 있는 나만의 재산들에 감사하며 땀을 식힌다. 어느 책인가에서 10년 동안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공간에서 계속 사진을 찍어서 세월의 흐름을 기록해 놓은 사진을 본적이 있다.
나의 지리산 종주 역시 동일 장소를 동일 시간대에 10년을 목표로 하며 앞으로 6년후 초등학생이 되어있을 두 녀석과 함께 하는 날까지 이어질 것이다..
이 많은 장소와 함께한 사람들과 바람소리, 풀빛내음에 대한 기억들을 가지고....

연하봉을 돌아갈 즈음 마가목을 발견했다. 푸르름을 간직하진 않았지만 이번 산행에서 법계사 삼층석탑과 함께 꼭 찾아보고 싶은 것중 하나였다.
마가목은 청폐지해(淸肺止咳)와 보비생진(補脾生津)의 효능이 있어 폐결핵이나 위염, 복통에 좋다. 또한 비타민 A와 C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여름에 차로 마시면 더위와 갈증을 잊게 한다고 해서 많은 등산객들에게 수난을 당했다고 한다. 철쭉나무 터널에서 맞이하는 새소리는 언제나 정겹고 발걸음을 가볍게 해준다. 새소리를 의식할 수 없을 즈음 홀연히 장터목산장이 눈에 들어오고 중산리 계곡을 타고 올라온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
연휴를 맞아 산장 앞마당엔 등산객들로 가득 차고 여기저기 일출을 보고 내려온 사람들이 부산한 아침준비를 하고 있었다..

중산리 계곡쪽은 시원한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는 반면 마천쪽의 산들은 작년 여름 수해로 인한 산사태의 흔적들이 붉은 세로줄로 아직 흉하게 남아있었다. 언제쯤 다시 푸르름에 가득한 마천을 볼 수 있을까?


처음 만난 무박산행팀과 인사를 하고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아침끼니를 해결하고는 물통들을 채우고 천왕봉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제석봉으로 오르는 돌계단은 언제 올라도 힘이든다..

제석봉에 오르니 고사목들이 더 많이 나뒹굴고 있었다.. 대신 여기도 다른곳처럼 황톳빛 대신 점차 푸르름이 덮여가고 있는건 다행이었다..
옮겨 심은 구상나무들이 빨리 자라 시원한 그늘을 만들 즈음까지 살수 있을까 반문하면서 제석봉 정상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희미하게 노고단이 보이고 둥근 반야봉과 가까이 영신봉, 촛대봉, 연하봉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 여기만 넘으면 천왕봉이다..
무수한 봉우리들을 거치며 천왕봉 정상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며 여기까지 왔다. 철계단을 내려서 산허리를 돌고 돌계단 오르막을 오르자 통천문 앞에 다다랐다.

정상에 오르려면 동쪽으로 개천문(개선문), 남서쪽으로 통천문을 거쳐야 하며, 이 외에 칠선계곡을 지나는 날카로운 비탈길과 대원사에서 중봉을 거쳐 오르는 험난한 길 등이 있다. 통천문은 '하늘을 오르는 문'이라는 뜻으로 노고단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마지막 관문이다.

통천문은 천연 암굴로 사다리를 타야 지날 수 있 는데, 예로부터 부정한 사람은 출입할 수 없고 선인(신선)들도 반드시 이 곳을 통과해야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통천문을 지나 내가 명명해놓은 하늘톨케이트 널찍한 바위를 돌아 다시금 철계단들이 이어진다..
심심해서 세어봤더니 정확히 철계단만 65계단이었다..

드디어 천왕봉 정상에 올랐다..

아득히 느껴지는 산행길을 돌아보며 긴 숨을 내쉰다..
정상에는 표석 주위로 사진을 찍기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등산객들이 즐비하다.
여기까지 와서 증거물로 남는건 사진밖엔 없으니까..

일부는 핸드폰으로 여기저기 소식을 전하기에 바쁘고...
“지리산 천왕봉 1,915m"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되다”
표석의 뚜렷한 글씨는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있었고 멀리 중산리 매표소 주차장도 보이고 버스정류장도 눈에 들어온다.

서둘러 다음사람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중산리 하산길로 접어든다. 상당히 가파른 바윗길을 조심스레 내려가다 보니 천왕샘이 나온다..

천왕봉의 바위틈새에서 흘러나온 가장 높은 샘물...
하지만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포기하고 하산길을 서둘렀다.. 중산리로 가는길은 가파른 계단이 많아서 무릎관절 보호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했다..
어제의 흐린 날씨와는 반대로 강한 햇살이 내리쬐기 때문에 체감온도는 더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법계사에 도착을 하고 지난 산행 때 둘러보지 못한 법계사의 보물 삼층석탑을 보기위해 경내로 들어갔다. 바위위에 자그마한 삼층석탑이 세월의 흔적과 함께 신기하게 느껴졌다. 적멸보궁 역시 생소한 불교문화였다. 원래 점심을 로타리 산장에서 계획했었기에 뒤늦은 일행을 맞이하려고 배낭에서 코펠과 버너를 준비하고 물을 끓이려고 하는데 뒤따라온 일행들은 산장을 지나쳐 하산을 서두르고 있었다..
다시 배낭을 꾸리고 일행들을 따라 나섰다..

헬기장에 이르러 뒤를 돌아보니 법계사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고 그 위로는 천왕봉이 우뚝 솟아 있었다. 망바위를 지나자 장터목에서 내려오는길과 천왕봉에서 내려오는 삼거리가 나오고 출렁다리를 건너니 이성계의 전설이 깃든 칼바위가 나타났다.

시원한 중산리 계곡을 따라 내려 가면서 계곡물에 발이라도 담그고 가기위해 한적한 계곡을 찾아 들어갔고 바위 사이로 떨어지는 물에 상의를 벗고 머리를 감으니 그 시원함이란.... 이틀동안 고생한 발의 피로도 풀어주고 잠시 햇살을 즐기는 여유를 갖고는 배낭의 무게를 다시금 느끼며 관리사무소 입구에 도착하니 많은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서로들 종주산행 마감에 대해 격려해주고 축하하면서 버스정류장으로 먼저 내려간 일행들에게 식당예약을 주문하고 지루한 아스팔트길을 따라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정류소앞 식당에서 산채 비빔밥으로 점심을 대신하고 연휴 고속도로 정체를 대비해서 서둘러 버스에 올라타고 서울로 출발했다. 버스에 올라타고 간략한 자기소개 시간이 있었고 단성 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마자 이내 잠이 들어 신탄진 휴게소에 버스가 도착해서야 잠이 깼다.
서울로 올라오는 동안 커플노래자랑이 있었고 저녁식사와 노래방으로 고단했던 1박 3일 동안의 산행에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집에 들어오니 12시가 넘어 있었고 나를 기다리느라 아직 안자고 있던 식구들에게 고맙고 미안했다. 3일의 황금연휴를 1년 동안 기다려온 지리산 종주를 위해 시간을 내어준 가족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지연아! 종섭아! 어서커서 새소리, 바람소리, 풀빛내음과 함께 시원한 그늘에서, 그리고 햇살 비치는 봉우리에서 아빠의 기억들을 함께 도란도란 얘기할 수 있는 시간들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사랑한다!!!!

이렇게 나의 또 하나의 종주기록은 긴 여정의 마무리와 함께 앞으로 1년동안 몇 번을 읽고 또 읽으며 지나온 길들과 산행중 만난 무수한 사람들과, 함께 고생한 길동무들의 모습을 다시금 되 뇌일수 있는 소중한 재산이 될 것이다. 그리고 푸르름에 둘러싸인 겹겹의 능선은 아마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서 또 하나의 그리움이 될듯하다. 초록으로 불어오는 바람소리와 풀빛 가득한 천상의 화원 풍경, 꽃잎 살랑거리는 모습들, 까만 하늘의 별들을 가슴에 묻고 다시 찾을 날을 위해 두서없는 글을 마무리 한다..
이런 좋은 산행의 기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신 ‘해오름 산악회’에 감사드리고 다정한 부녀의 모습, 한 가족의 단란한 모습, 정다운 부부의 모습, 아름다운 연인의 모습을 가족이란 울타리로 감싸 안아주신 모든 회원 여러분들께 감사드리고, 3조 정명환, 김락평, 고보순, 정영수, 박은숙님께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