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 동해 두타.청옥산

산행일 : 2009년 6월25일 목요일 (맑음)

누구랑 : 홀로 안내산악회를 따라서..

산행코스 : 댓재~햇댓등~1228봉~통골목이~ 두타산~박달령~ 청옥산

               학등~ 문간재~하늘문~ 신선봉~ 관음암~ 삼화사~주차장.

 

 

평일의 한가로움...

대전 교차로를 검색 해 본다.

 

이게 웬 횡재 ?

만칠천냥에 동해의 두타~청옥산이 올랐다.

 

오래전

티코를 끌고 허리 아프게 운전해 찾았던 그곳...

아내와 단둘이 삼화사 원점휘귀 산행했던 기억이 아스라히 떠 올려진다.

 

그래

다시 한번 가 보는거야~

 

예약을 위해 폰을 하니

자리가 널널하다며 고맙단다 찾아 줘서...

고맙긴 뭘~

내가 고맙지 헐값에 그 먼~곳을 가는디..

 

새벽 4시에 일어나 산행준비를 한다.

덩달아 아침잠을 깬 아내가 도시락과 베낭등등

칠칠맞은 남편을 위해 꼼꼼하게 이것저것 챙겨 넣어주며 잘 다녀오란다.

 

산을 찾는 내맘을 잘 이해 해주는

마눌로 만들기 위해 지금껏 산으로 들로 끌고 다닌지 어언 20년...

이젠 내 아내 초록잎새도 골수다.

한동안 산에 들지 못하면 신경질을 부릴 정도로..

 

요즘

유치원의 꼬물꼬물 아이들과 노는게 좋은가 보다.

금방 때려 치울것 같던 직장 같았는데 잘 버티는 통에 

함께 산행하지 못하는 서운함이 내내 아쉽다.

 

대전 나들목 원두막...

안내 산악회의 박대장님이

나를 보고 반색을 하며 반겨준다.

 

버스에 올라서자

나의 손을 덥석 잡는이가 있어 처다보니

요한사도님 이시다.

 

흐미~ 반가워 디지것넹~!!

  

 

  (휴게소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멀고 먼 동해를 지나

꼬불꼬불 424번 도로를 올라 산행들머리 댓재에 이를때까지

사도요한님 그리고 새로운 벗 보라님과 노닥거리다 보니 지루한줄 모르고 도착한다.

 

보라님은 사도요한님이 소개해 줘 인사를 했는데

나의 산행기를 보고 무척 궁금해 했었다며 반가워 하시기에

금방 어색함을 허물고 오고 가는 동안 길벗이 되었다.  

 

 

  (산행 들머리 댓재)

 

  

 

 

댓재에서 시작된 등로는

백두대간길답게 널널하다.

녹음이 우거진 신록이 따가운 6월의 했살을 가려주는 등로가 시원하다.

 

천천히 걷는 나를 제키며

올라서는 사나이가 먼저 가 죄송함니다 라며 웃는데 처다보니

햇살 가리개가 달린 모자를 쓴 요한 사도님이시다.

 

오늘도 맴이 약해

길잡이 요청을 수락했나 보나.

선두에서 시그널을 깔아 주며 가시려 서둘러 오르더니 이내 그 뒷모습을 숲이 삼켜 버린다.

 

 

  (갈림길 햇댓등)

 

 

갈림길 햇댓등에서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아무 생각없이 앞사람만 따라가다 보니 그냥 직진을 했다.

한참을 지나 길을 잘못 들은걸 알았다.

 

어이없는 실수...

 

안내산행을 따라오면

그저 아무생각없이 딸랑딸랑 앞사람만 따르다 보니

가끔 이런일이 생긴다.

 

뒤돌아 올라서는데

이런~!!!

이길을 수도없이 다녀왔던 박대장님도 딸랑 딸랑 따라 내려오고 있다.

 

박대장님 왜 그래유~?

 

비실비실 쪼개며 물어보자

 

"앞서가는 사람이 산꾼의 도사중 도산데 뭘 생각햐~"

"그냥 따라가믄 되지 "

 

ㅋㅋㅋㅋ

 

도사는 무슨 얼어죽을 도사 ?

 

뒤돌아 온 햇댓등....

백두대간 갈림길의 길목마다 공해라 생각될 만큼

수없이 메달린 시그널들이 펄럭이며 멍청한 나를 조롱한다.

ㅋㅋㅋㅋㅋ

 

내가 미첫어~

내가 미첫어~

 

유행가의 가사를 읍조리며 혼자 웃는다.

 

그래도 그길은 우거진 숲이 참~ 좋았다

그래서 한번 가보는 거지 내가 언제 거길 또 가보것냐 로 위안을 삼는다.

 

 

 

 

길 한번 잘못 들은덕에

산행내내 길벗이 되어준 보라님과 동행한다.

 

가냘퍼 보이는 몸짓에서

어떤힘이 그렇게 나오는 지

참 잘 걷는다.

산에 다닌지 이제 겨우 3년 남짓 됐단다.

 

서둘지 말고

보라님 페이스대로 가시라 앞세우고 뒤 따른다.

 

야들야들 보들보들해 뵈는

사초들이 바람에 살랑댄다.

오늘은 바람이 참 많이 불어댄다.

산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고마운 바람이다.

 

 

 

 

 

 

 

1228봉을 넘기고 번천계곡으로 향하는

내림길이 되는 통골로 향하는 통골목이도 지나친다.

 

한차레 내려 백혔다

다시 시작되는 오름길이 힘겹나 보다.

 

보라님 길 옆으로 물러서며

나보고 앞서란다.

앞서 갈거면 벌써 갔지....

 

베낭을 열어 참외를 꺼내어

한개씩 나눠 먹고 물을 양껏 들이켜 갈증을 삭힌후

보라님을 앞세워 천천히 그러나 쉬지 않고 올라 두타산 정상에 선다.

 

 

 

 

  (두타산 정상 기념 증명 사진) 

 

 

두타산 정상의 한켠에서

단둘이 오봇하게 앉아 점심을 든다.

 

좀 늦은 탓에

밥맛이 꿀맛이다.

 

자리를 정리후 일어나

청옥산을 향하자 후미그룹을 이끌고

박대장님이 올라선다.

 

 

 

 

 

박달령을 지나

청옥산까지는 밥심으로 걸었다.

 

바람은 참 잘도 부는데

그래도 수온주는 높은가 보다

산행내내 줄줄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상의가 축축하다.

 

도착한 청옥산 정상이 예전모습과 다르다.

우람했던 정상 빗돌은 온데간데 없고 그나마 세워진 청옥산 빗돌의

모가지는 떨어저 나가 비스듬히 누워있다.

 

어쩐일여~?

 

 

 

 

 

청옥산을 뒤돌아 나와 학등으로 향한다.

이길은 처음 걸어 본다.

멀리서 처다보던 능선에 비해 초반 내림길이 유순하다.

그러나...

무릉계곡이 가까워 올 수록 암릉이 시작되고

거칠어지기 시작한 내림길의 막바지에 이르자 시원한 계곡을 건너는

철계단이 우릴 반긴다.

 

철계단을 건넌후

계곡에 들어가 흘러 내리는 시원한 물을 양껏 들이킨다.

오늘 참 물 많이 마셨다.

그새 1300리터를 다 마셨으니....

 

 

  (학등 내림길 풍광)

 

 

  (무릉계곡)

 

 

(사랑바위)

 

 (건너편의 광개토대왕 비)

 

  (신선봉 정상의 풍광들...)

 

 

 

 

 

 

 

무릉계곡이 한눈에 내려다 뵈는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 신선봉에 올랐다.

 

당연...

조망에 취하고 빼어난 풍광에 매료되어

아까운 시간을 제일 많이 도둑맞은 장소가 된다.

 

 

 

 

갈림길...

용추폭포와 쌍폭을 둘러본후

계곡길을 걸어 내려갈까 망설이다 하늘문으로 향한다.

 

하늘문....

끝없이 올라서는 철계단이 마지막 힘을 빼먹는다.

 

예전

두타산성으로 올라 고적대까지 거처

여기에 이르럴을때 나의 아내 초록잎새가 힘겨워 투덜대며

짜증을 냈던 생각이 떠올려 진다.

그래 그런지 고생한 만큼 더 기억에 남는 장소라 새삼스럽다.

 

 

 

 

 

 

하늘문을 올라서면

천상의 세계가 반겨준다.

둘러보는 곳곳이 모두  진경산수화다.

 

 

 

 

암릉에 뿌리박고 살아가는

저 소나무를 처다보니 화폭속의 계절은 다르나

세한도가 떠올려 지는건 왜일까 ?

 

 

 

 

 

 

신선대에 앉았다.

앉고 보니 금방 신선이 된 기분이다.

 

마냥 앉아 저 아래의 무릉계곡과

아름다운 진경 산수화를 처다만 봐도 세상근심 다 잊고

마음엔 고요가 찾아들것 같아 금방 성불하여 부처가 될것 같단 생각이 든다.

 

나 여기에 남아 그냥 도나 닦을까 ?

 

 

 

 

 

 

  (저 아래 삼화사가 지척이다) 

 

 

 

  (삼화사 전경) 

 

 (무릉계곡)

 

 

 

 

 

관음암을 거처

삼화사에 이르자 행락객들이 눈에 뛴다.

그러고 보니 산행내내 마주치는 사람이 없었다.

 

주차장에 이르자

사도요한님이 은근슬쩍 나를 놀려 먹는다.

 

"천하의 산찾사님"

"내가 이젠 다 광고내구 다닐겨~"

 

웃는다.

사도요한님이 잘 보신거다.

사실이지 나 산찾사는 천하의 날라리 산꾼이거든여~....

 

적적하면서도 외롭지 않은 길...

함께 걸어 준 보라님께 감사 드립니다.

 

산에서 건강을...산찾사.이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