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시 : 2004.2.29 (일)

2. 장소 : 수락산

3. 등반코스 : 시립요양원(11:00)-야영장-깔딱고개-능선길-철모바위-코끼리바위-하강바위-치마바위-절터샘-야영장-시립요양원(15:30)(원점회기)

4. 누구랑 : 우리 두딸 지민, 지선 그리고 아내

지난 2주동안 주말만 되면 발생하는 집안사 등으로 인해 산행을 못했지요...이번 토요일도 예외없이 일이 생겨 준비해 놓은 배낭만 덩그라니...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가마솥(예전 가마솥을 상상하면 안되고요...요즘 조그맣게 나온거 있어요)에 밥을 준비하고, 청소기를 신나게 돌립니다. 아직도 아이들은 한밤중이고요, 아내도 일어나기 싫은 눈치입니다. 이제 다음주는 모두 개학하고 늦잠잘 기회도 없으니 푹 자라고 놔 둡니다.

걸레질도 잘합니다. 박박...어휴 힘들어^^ 밥이 푸슁푸슁(?) 김을 뿜어대며 넘치고 있습니다. 얼른 뜸들이기 모드로 가스불을 줄여 놓습니다. 제가 원래 밥하는데는 선수랍니다. 예전 산에서 밥을 해먹고 할때는 제가 언제나 밥 반장이었습니다. 저만의 노하우가 있거든요...

이제 밥도 다 되었고 청소도 다했고 식탁이 아닌 상을 거실에 펴 놓습니다. 어묵국도 다시 데우고 고등어 절임도 약한불에 다시 데웁니다. 자~~이젠 준비 완료...애들을 깨워야 할 시간입니다.

"전부 기상!!"

기상 나팔소리를 불어 댑니다. 잠자리에서 이리뒹굴 저리뒹굴 하면서 궁시렁 대며 일어들 납니다. 일어나자마자 바로 수저를 뜨니 밥맛이 날리가 있나요? 그래도 큰딸 지민이는 한그릇을 뚝딱 해치웁니다. 지선이는 반도 못먹고 있네요...

이렇듯 사전 공작을 합니다. 오늘은 우리 가족의 번개 산행이지요...미리 이야기를 하면 전부 핑계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지라 준비를 다 해놓고 불시에 이야기 합니다.

"자~~오늘 밥 먹고 전부 산에 가는거야~~"

핑계 만들어낼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결국은 2월의 마지막날 우리 가족의 수락산행은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아휴~~힘들구먼ㆀ

집안의 또 다른 식구(강아지 3마리^^)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섭니다. 날씨는 어제 비온 영향인가 너무나도 화창하고 청명합니다.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수락산 입구에 도착하니 울긋불긋 산객님들 참 많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거기에 우리 가족도 살짝 껴서 손 잡고 올라갑니다. 길이 완전히 녹아서 길 옆 개울에서는 졸졸졸 소리를 내며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네요...


(위) "아빠 좀 천천히 좀 가~~"

아빠는 작은딸하고 엄마는 큰딸하고 서로 일정한 간격을 두고 수다떨며 올라갑니다. 산객들이 너무 많아 줄지어 올라갑니다. 바쁜 사람도 많아서 마구 밀치며 올라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뭐가 그리 바쁘신지...

지선이(작은딸)는 몸이 가벼워 잘도 올라갑니다.

"지선아 그렇게 빨리 올라가면 금방 지치니까 천천히 일정한 보폭으로 올라가야해~~"

"빨리 올라가서 기다릴께~~"

하면서 뛰듯이 올라갑니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가더니 헥헥거리며 힘들어 합니다.

"아빠, 엄마랑 언니 기다리자...헥헥"

핑계로 쉬어갑니다. 사람이 너무 많아 쉴때도 자리잡음이 쉽지 않네요...


(위) 엄마랑 언니 기다리며 찰깍^^

지민이가 올라옵니다. 헉헉거리며 올라옵니다. 몇주전 아빠랑 같이 올라온 길인데도 오늘은 더 힘들어 하는것 같습니다. 자꾸만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아내가 힌트를 줍니다. 남자는 모르는 아픔이라고^^ 뭔 이야긴지 알아 듣겠습니다.

몇주 전하고는 완전히 틀린길...아니 같은 등로이긴 하지만 이제 겨울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응달진곳에서만 풀리고 있는 얼음 조각을 발견합니다. 등에서 땀이 흐르고 머리에서 김이 납니다.


(위) 아직은 여유있는 우리 큰딸...

깔딱고개로 오릅니다. 약간 가파른 등로를 열심히 오릅니다. 중간 마당바위에서 음료수를 파는 아주머니가 보입니다. 매점에서 산 500ml 페트병은 이미 지민이가 비워버린지 오랩니다. 포카리스웨트 가격을 물으니 2000원이라고 합니다.

"아빠..너무 비싸다 그냥 가자"

지선이가 이야기 합니다. 우리도 여기서 장사하면 금방 부자되겠다는 지선이의 말에 웃음이 흘러나옵니다.


(위) 또 쉬고 있는 우리 큰딸...

뒤에서 잘 따라오는가 싶더니 이내 다시 길 옆으로 바위를 벗삼아 주저 앉습니다. 아내는 계속 지민이에게 말을 건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헉헉"소리 밖에는 없네요...

깔닥고개 안부로 오릅니다. 지난번 을씨년 스럽던 그자리는 이미 만원이 되어있네요...갯골에서 올라오시는 분, 주 능선에서 내려오시는 산객들로 북적입니다. 그때 보이지 않던 아이스크림 아주머니도 나와 있습니다. 지난번 못지킨 약속 이번에는 지킵니다.


(위) 아이스크림 한개씩 물고서...

아이들은 아이스크림 먹고 아내와 저는 커피의 향을 음미합니다. 가지고 간 사과와 키위도 까먹습니다. 아이들과의 이런 시간이 참 좋습니다. 맑고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과 청명한 날씨, 그리고 시리도록 푸른 하늘의 색이 너무나도 잘 조화됩니다.


(위) 맛있니 지민아?


(위) 별로 힘들지 않아요...


(위) 너무나도 맑은 하늘

다시 올라가야죠? 자꾸만 내려가자는 지민의 말(응아 마렵답니다.)에 아내는 이왕 온거 조금만 더 가자고 합니다. 이제부터가 재미있는 구간인데 여기서 내려가면 아깝잖아~~하면서 말입니다.

지난번 이곳은 미끄럽기 그지없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얼음도 다 녹아서 오르기가 아주 수월합니다. 단 사람이 많은것은 빼고요...


(위) 인산인해

정말로 사람 많아요...덕분에 지민이는 잘 쉬면서 올라갑니다. 오르다 보니 헬리콥터가 비행을 하네요. 왜 그런지 이유를 묻는 아이에게 설명해 줍니다. 누가 다친 모양이네~~

산에서 과음하지 말아야지요..저도 막걸리 몇잔은 마시는 편이지만 산에가서 절대로 술많이 먹으면 위험하지요...


(위) 선회하는 헬기

드디어 철모바위 삼거리에 도착했어요...완전히 시장바닥입니다. 어휴 시끄러워..제발 산에서는 조용히 하면 좋으련만...바람도 좀 피할겸 들어가서 컵라면 3개를 달라합니다. 그리고 막걸리 한통하고...집에서는 먹지 않는 생 멸치를 아이들은 잘도 먹습니다.

"아빠 고추장 없어? 찍어먹으면 맛있는데~~"


(위) 컵라면이 잘 안익어요...

맛있게 먹고 마시고, 이제는 하산길입니다. 매번 철모바위와 코끼리바위 사이의 수락 제1경 전망바위에 들러 경치를 봅니다. 매번 오는 곳이지만 날씨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기도 하지요...


(위) 전망바위의 풍경


(위) 사랑하는 두 딸(지민, 지선)


(위) 아름다운 추억이 될거야...

제 블로그에 적어주신 글귀중에 이런말이 있었어요...

"아이들과의 산행은 책 한권 이상의 가치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참 좋아 합니다. 많은 산객들과 지민이의 힘으로 평소 3시간이면 마칠 산행을 4시간 반이 걸려서야 내려옵니다. 덕분에 우리들의 대화는 1시간 반이 늘었네요...사실 집에서 아이들은 컴퓨터하고 아내는 집안일하고 저는 TV만 보고...휴일을 그리 보내는 것보다는 이 얼마나 좋습니까?

지선이가 집에 오는 길에 자꾸만 어부바 해달라고 합니다. 내일모레(3/2)면 중학교 갈 놈이 이 무슨??? 아마도 다리가 무척 힘든가 보죠?

"아빠, 다음주에 또 가자~~"


▣ 산초스 - 포도사랑님 가족사랑,번개산행 보기 좋습니다. 저희가 14:10 도봉매표소지나 전철역오며 보니 헬기가 수락산위에 떠있는것을 보았는데... 맞은편 산도 인산인해 였군요. 예쁜가족 사진 과 수락산 구경 잘하고 갑니다.

★ 산초스님 산행기 애독자입니다. 항상 구체적인 사진과 곁들인 사실적인 산행기 잘 읽고 있습니다. 제가 사는 지역이 그쪽(불암,수락)인 관계로 북한,도봉도 자주 가는 편입니다. 산에서 언젠가는 한번 뵈올때가 있겠지요...

▣ kilima - 두따님이 예쁘군요. 산행후의 옵션은 없으셨는지?^^ 저는얘들(딸2)과 산에한번가는게소원인데 별짓을 다해도안들어줍니다.

★ 저랑 같군요...보지 않아도 두 따님은 정말 예쁠것 같습니다.^^옵션은 감자탕입니다. 애들이 이상하게 감자탕을 좋아하더라구요..

▣ guijokk - 저는 왕초보인데요. 님의 글과 사진을 보고 감탄했읍니다. 단란한 님의 가족들 모습이 너무 보기에 좋았구요. 저도 님의 모습을 닮도록 열심히 노력 해야겠다고 다짐 해봅니다. 좋은 모습 정말 감사드립니다.

★ 고맙습니다. guijokk님의 가정에도 항상 건강한 웃음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 san001 - 예전 아이들 데리고 다닐 때가 생각나는군요. 단란한 가족산행이 무척 부럽습니다. 따님도 예쁘고.. 항상 행복하십시오.

★ san001님의 산행기에도 항상 행복이 묻어나옴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 두딸 예쁘게 보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즐산하세요..

▣ 물안개 -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보는것 같아 저도 행복해지는 느낌이예요.아이들이 어릴때는 산행도 함께하더니 이제 시집갈 나이들이 되니 함께하기가 더 힘드네요.휴가때나 함께할까..우리도 딸만 셋인데..딸부자집 남편들은 대부분 자상한것같아요.항상 건강하고 사랑하는 가족되길 바래요

★ 물안개 누님...원주가 고향이라고 하셨나요?(제 기억이 맞는지...)저도 원주가 제2의 고향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거기서 군생활을 했었거든요...소초가는길 변전소 앞에서...아이들 때나 옆에 있지 자신이 컷다고 느끼는 순간 부모 옆에 같이 하길 싫어하는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치않는거 같습니다. 근데 딸셋 키우시느라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 manuel - 지선아 ! 오늘이 중학교 입학식 날이었지, 아마. 못 가봐서 미안하며, 정말 축하한다, 지원이도 그렇게 꼭 안부를 전해달라고 하는구나. 지민아 ! 지난번 아빠랑 둘이서 겨울 수락 들때와 그 느낌이 어떠했는지 ? 엄마와 함께 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저씨는 그냥 가슴이 시릴 정도로 이 가족산행기를 대한민국 최고의 역사적인 날로 기억해줄께. 가족분들 행복하세요 !!! 신동만/이영미/지원/지호/지환 드림

★ 신선생님...항상 마음써 주심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 정말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간길 조심하시고 항상 안전 산행하시길 바랍니다. 다다음주로 예정된 우리의 산행 참 기다려집니다.

▣ skkim - 가족과 함께하는 산행, 정말 근사하고 좋은, 그리고 제게 많은 신선함을 주는 듯 합니다.마눌과 함게 몇 차례산행을 했지만 이젠 아이들도 머리가 컷는지 요즘은 함께 하려고 하질 않는군요... 포도사랑님 딸 아이 사진을 보니 제 아이들은 이미 다 커 버린 느낌입니다. 놓쳐버린 무엇인가가 분명 있음을 느끼고 갑니다. 수고 하셨구요...언제 또 가족 산행기 올려주시려나?...건강하고 멋진 가족산행기 잘~보고갑니다...^L^...

★ 고맙습니다 선생님...작년 설악에 발걸음을 하면서 후기랍시고 처음 올릴때 선생님의 산행기 포맷을 도용했습니다.^^ 이점 용서구하며 넓으신 아량으로 혜량 부탁드립니다. 선생님의 산행기는 놓치지 않고 읽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정보도 얻을수 있구요. 앞으로도 꾸준한 산행하시어 건강을 지키시고 또한 후답자에게도 밝은 등대가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 뫼사랑 - 개인 인물 사진은 공적인 곳에서는 그 가치가 하락을 하게 합니다. 가족 사진은 매우 보기 좋으나 타인의 관점에서는 점수를 주기에는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물론 나의 관점 입니다.

★ 뫼사랑님. 맨처음에는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podoyjh)에만 등재를 했다가 좀더 많은 분들께 예쁜 두딸을 자랑하고 싶어서 이곳에도 등재를 했습니다. 제 욕심이 너무 컷나요? 마음이 상하셨다면 용서를 구하며...

▣ 지민냥 - 우하하하!!!! 제가 저기 가는데.. 참.. 힘들더라고요 =_=;;;; 배는 아픈데 계속 올라가자고 그래서..참.. 힘들었지만.. 그래도 재미는 있었습니다 =0 =~ 오늘이 저의 개학날.. 지선이의 입학날이 되었지욥1!! 우후후.. 거기에다가 초롱이[저희집 맏둥이개]가 생일을 맞이했답니다~ 경사가 겹쳤네 겹쳤어~ ㅋㅋ

★ 지민아, 다음에는 네 그날 피해서 갈테니 배아프다는 핑계대기 말거라...아빠가.

▣ 최병국 - 수락산은 일요일 인산인해입니다. 북한산, 도봉산 요금인상 이후로(2003.12.22) 더욱 산객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일요일은 피합니다. 토요일은 그런대로 산객이 적은 편이지요. 수고하셨습니다. 개인인물 사진은 저도 싫어하지만(한두장 정도야 괜찬지만...) 아이들,가족 사진은 좋아합니다. 개인적으로... 수고하셨습니다. 그런데 어부바했죠?

★ 배낭을 짊어지고 있어서 그 핑계대고 안해주었습니다.^^ 하긴 일요일은 산님들이 너무 많지요...그래도 겨울에는 그럭저럭 다닐만 하나 이제 따뜻한 봄이 오면 말 그대로 인산인해...저도 토요 휴무인 관계로 주로 토요일에 입산하지요. 근데 아이들과 함께하려면 일요일밖에는 시간이 나질 않으니...감사합니다.
▣ 권경선 - 가족의 단란함이 수락산과 어우러져 보기 좋은 풍경입니다. 저는 딸 하나인데 같이 산에 간적이 언제인지....초등학교 4학년인 제딸도 산에 가면 업고서 가라, 안고서 가라 요구사항이 많습니다. 제 애비 등골휘는줄 모르고 말입니다.^^
▣ 안산시김정길 -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가마솥(예전 가마솥을 상상하면 안되고요...요즘 조그맣게 나온거 있어요)에 밥을 준비하고, 청소기를 신나게 돌립니다. 아직도 아이들은 한밤중이고요, 아내도 일어나기 싫은 눈치입니다. 이제 다음주는 모두 개학하고 늦잠잘 기회도 없으니 푹 자라고 놔 둡니다. 걸레질도 잘합니다. 박박...어휴 힘들어^^ 밥이 푸슁푸슁(?) 김을 뿜어대며 넘치고 있습니다. 얼른 뜸들이기 모드로 가스불을 줄여 놓습니다. 제가 원래 밥하는데는 선수랍니다. 예전 산에서 밥을 해먹고 할때는 제가 언제나 밥 반장이었습니다. ----- 감동! 감탐! 포도사랑님 가정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