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악 일기



흐르던 달도 아름다움에 흐느낀 빛을 쏟아놓는 월악에 난, 가슴을 던진다.

갈갈이 찢겨도 원망치 않으며 그로인해 앓더라도 후회하지 않으리다.

10일, 충주와 단양을 연결하는 36번 국도 제천시 한수면 월악 삼거리에서 597번
지방도를 타고 송계 계곡으로 달린다.

월악산을 오르기위한 들머리는 제천시 덕산면 수산리에서 보덕암으로 오르는 길과
송계 계곡 초입 인 송계 2교를 막 건넌 월악산 통나무 휴게소 뒤로 올라붙는 길,
한수면 송계리 동창교를 들머리로도 할 수 있으며 지방도를 조금 더 타고가다 덕주
사 쪽으로 오르는길 등을 선택할 수 있다.

13시 10분, 십 수 명의 일행들과 월악산 등산의 압권 인 하봉을 거치는 오름길을,
월악산 통나무 휴게소에서 보덕암으로 오른다(한동안 계곡을 타고 오른다)

송계 계곡 초입에서 시작하는 길이라 아기자기한 계곡 맛을 느낄 수는 없지만 하봉
이 근엄하게 내려보기에 내심 마음을 다잡는다.

보덕암으로 오르는 잡목숲에 초가을이 덕지덕지 붙어서 쫓기는 여름과 아귀다툼 하
고있다.

그러나 짙푸른 가면뒤엔 풍요로움이 있고 포만감에 젖은 향취가 있어 일행들을 눅
인다.

열리길 부끄러워 하는 가슴이 겨워지는것을, 한 톨 눈빛조차 주지않음을 미워할 순
없어 얼굴 붉히며 응석부린다.

열리겠지 하는 마음과 받아들이겠지 하는 아타까움을 당신곁으로 염치불구하고 묻
는다.

돌배나무를 감고 돈 담쟁이 넝쿨 키 늘이고, 상수리나무를 잡고 올라간 다래 넝쿨
이 혀맛을 돋운다.

으름 열매는 연녹색으로 익고있으며 가파른 비탈길엔 유난히 잦았던 태풍을 머금고
있어 미끄러지기 일쑤다.

잠든 바람을 깨우기가 뭣하여 열기를 고스란히 안고 오르는 와중에 간혹 앞길을 막
아서는 험상궂은 암석이 눈길 뺐는다.

6 ~ 7 월에 피는 모감주나무 군락지 인 보덕암을 지나 하봉으로 오른다.

흐르는 구름도 피해가는 낙엽송 숲을 헤치며 목책 계단을 밟고 쉼없이 걷는다.

아름드리 적송 허리에 걸려있는 충주호 주변의 송골송골한 산봉우리들이 어지간히
애살스럽다.

시월이 오면 오색 물결로 넘칠 단풍나무가 지천으로 깔려있어 상상만으로도 두 볼
이 달아 오른다.

더구나 팔척 기암 틈새에서 흥얼대고있는 청단풍의 자태를 감상하고 있음에랴* * *
* * * * *

하봉 밑을 치고 오르는 너덜길이 발목을 긴장시킨다.

시루떡을 포개놓은것 같은 덩치 큰 괴석이 그네들과 사이좋게 어울려있다.

솔향기는 나를 하봉 자락으로 밀어넣고 깊이를 알 수 없는 용하 구곡은 영혼마저
묻어버린다.

이녁이 눈길 한 번 주지않지만 침흘리며 입벌려 서 있는 놈을 전들 어여삐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감히 발을 떼지 못한다.

고개를 젖히나 하늘과 닿은 끝은 볼 수 없고 소리를 질러도 돌아 올 뿐인 석벽 샅을
엉금엉금 기어 오른다.

절망으로 다가오고 공허함으로 내동댕이쳐도 그것은 기쁨이었다.

15시 10분, 하봉에 올라 늦은 끼니를 때우고, 송계 계곡과 용하 계곡이 밀어올린
암릉길을 목쉬도록 비틀대며 오른다.



눈으로 쏟아 낸 함성은,
영봉 넋에 취해 퍼질러 앉았고.

가슴 뜯어 낸 아림은,
송계 구곡 흘림에 이열졌다.

나 어찌 서 있을 수 만 있는가.

허물진 채로 당신 품 파고 들고,
낙심한 채로 허리 감았다.

바뀌고 쌓인 후,
이쉬움에 진저리치는 한 있더라도* * * * * *

님이라 하리라.




한 발 헛딛으면 베어져 뭉개질것 같은 암릉길을 쉼없이 오른다.

중봉에서 건너 본 월악산 국사봉(영봉)이 서슬 사납게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달천으로 제 몸 반쪽을 떨군채로* * * * *

머리속이 텅 빈것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는것은 이녁의 춤사위에 끌린 나머지 마음
마저 빼앗긴 탓 때문아닌가, 무너질듯 무릎은 꺾이고 쏟아낼듯 입은 벌어져 있다.

아! 한 줌 되지않는 가슴에 당신을 간직하려니 미어질 밖에, 스스로가 안쓰럽다.

험한 능선길 사이사이에 나타나는 안부 숲길은 짙은 먹구름이 깔린덕에 어둠이 더
하며, 그래서그런지 이름을 알 수 없는 하이얀 야생화는 더욱 또렷이 수줍어한다.

보덕암에서 영봉으로 오르는 길은 찾아 오르긴 쉬우나 많은 계단과 너덜을 건너야
되며 험한 암릉길을 타고 올라야하기에 초심자는 충분한 준비를 해야한다.

16시 20분, 용하계곡의 월악리(신륵사)에서 오른길과 마주쳐 영봉으로 오른다.

영봉 동쪽 암벽 밑으로 놓여진 계단을 밟고오르며 돌아 본 중봉이 두팔 벌렸다.

짙은구름 하늘 너울 흐르는 소리 들리고 충주호 유람선 물살가르니, 당신 품속에
갇힌 눈은 애절함만 찾아든다.

16시 40분, 쌍으로 이루어진 1094 미터 영봉에 오른다.

충북 제천시 한수면과 덕산면을 보듬고있으며 충주 호반의 검푸른 물에 진녹색 치
마 자락을 헹구고있다.

남으로 주흘산 부봉이 앙칼진 이빨로 회색 구름을 켜고있으며 만수봉, 운달산이 아
련하게 떠올랐다.

용마봉이 지척에서 부러워하고, 몸 돌려 동에서 용틀임하는 소백산이 우렁찬 함성
을 지르고 있으며, 북쪽 아득하게 솟은 치악산과 우러러 사랑을 주고받는다.

보는이 옭맨힘은 어떤것일까, 빠져버린 자신을 추스릴생각 않는 허탈한 순수함을
누가 볼새라 괜스레 부끄러워 한다.

내림길은 되돌아 내리다가 갈라져 올랐던 월악리(신륵사) 방향으로 안을듯 영봉밑
을 돌다 마애불 방향으로 걷는다.

왼쪽의 신륵사 계곡이 저물어가는 하루를 물고 쫓아 오른다.

만수봉 방향의 완만한 능선길을 한동안 내리다 월악 삼거리(송계 삼거리)에서 동창
교쪽의 급한 내림길을 탄다.

수경대, 월광폭포 노래하는 계곡 건너 덕주봉으로 가는 암릉길 손짓하나 시간을 애
석하게 생각치 않을 수 없어 가슴으로 이야기를 한다.

아름다운 속내를 드러내놓고 침묵을 지키고있는 네곁으로 가고싶길래 말을 걸어 본
다.

변치않음을 알고있지만 또 모를 잊음을 안타까워하는 섣부른 미련 때문에라도 무작
정 다가간다.

묻히겠지 아니면, 묻혀지겠지 하는 애타는 쓰라림을 간직하고서* * * * *

헤어짐의 아픔이 상처되어 괴롭혀도, 가슴속에 남아있다면 무엇을 더 바랄 수 있는
가, 그것은 잊음의 무서움을 달래는 애절함 이상도이하도 아니지않는가, 당신을 삭
인다.

손바닥만한 지도 한장에 의지한 체, 일행들의 길라잡인 양 생소한 길을 이끈 이 이
에 감사드린다.



- 안 녕 -


- 2004, 09,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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