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고치령-국망봉-비로봉-연화봉-죽령) 25km


 


2004. 6. 5/6          맑음


 



 


(비로봉 능선)


 


며칠전, 잔디밭을 무심코 걷다가 스프링쿨러 홈에 발이 걸려 호박 구르듯이 넘어진 일이


있다. 발목이 심하게 접질려 아직도 주위가 뻐근한 상태인데 대간계획이 코앞에 다가


왔으니 어째야 할찌 걱정되데요. 빠지고 쉬자니 곳감빼먹듯 군데군데 빵꾸난 대간걸음이


볼품없어지고 채우는 일도 부담스럽고 해서리...


 


이번 구간은 비교적 무난하다지만 거리가 25km 족히 되는데 늘어난 발목인대가 버텨줄는지


의사, 집사람의 간곡한 만류를 외면하는 것도 지난하지만 혼자 생각해도 무리임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어보인다. 헌데 상태를 관찰해보니 남은 하루를 보다듬고 궁리를 해보면 가는


방법도 있을성 싶어 지극정성을 해 보기로 한다.


 


하루를 건사하고 나니 한결 부드러워져 인대고정대로 단단히 둘러 처매고 어쩔지 몰라


진통제도 두알 넣고 집을 나서며 여차하면 탈출해서 철쭉관광객들과 어울려 어슬렁거리다


와야겠다고 작정하니 만사가 통한 홀가분하다.


 


때가 때인지라 버스안은 임시객들도 몇분 가세해 만원상태, 옹색하고 답답해 죽을 맛이다.


휴게소에서 잠시 쏘이는 밤공기가 어찌나 상쾌하던지 벌써 소백산 속으로 하다.


 


잠든 자석리 마을(단선면) 버스가 도착하자 개들이 하나씩 짖어대더니 아닌밤중에 동네


갑자기 개판이 되어 시끌벅적댄다. 동내사람 단잠 깨어놨으니 이를 어떻게 사죄해야


할꼬 ???


 


여기서 들머리인 고치령까지는 걸아가기가 벅차다고 하여 동내분의 도움을 받는다.


타이탄 트럭 짐칸에 팔려가는 돼지처럼 차곡차곡 실려 1,2조로 나눠 수송되는데 거참, 기분이


묘하다. 쭈구리고 앉아 잠시면 도착되겠지 했더니만 끝도없이 올라가는데 심야에 엔진소음은


그리 소란스런지 귀가 얼얼할 정도다. 애당초 편안히 바닥에 앉아 자리를 잡았으면 산속


숨바꼭질하는 달구경이나 할텐데 어쭝쭝하게 쪼그린 자세로 버티자니 이만저만 고역이


아니다. 대충 5-6km 됨직한 거리를 그렇게 왔으니...


 


 


3:40 고치령


 


보름이 사날 지나 아직 여분있는 달이 구름속을 휘젖고 지나간 주위에 구름이 어지럽게


엉켜있어 약간 을씨년스럽기도 하지만 밤공기가 없이 시원해서 찌들었던 속을 씻어내는


상쾌하다.


 


등로에 들어서면서 약간 우왕자왕 하더니 잠시 형제봉 갈림길에서 한바탕 알바를 한다.


국망봉-형제봉 이정목을 보고서도 무심코 형제봉쪽으로 따라가는 나도 온정신이 아닌 모양


이다한잠 못자고 깁스하듯 무장한 발목에만 신경쓰다보니 반쯤은 멍청이가 되어 등짐만


퍼짊고 하냥 주뒤를 좇는 마당쇠 꼴이다.


 


마당치를 지나서면서 날이 밝아지고 울창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한눈에도 소백산은 풍요한 땅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곰취잎이 호박잎 크기만하고 둥굴레는


허리에 닿을만치 실하게 자라서 꽃송이를 주렁주렁 달고있는 모습이 동해바다의 오징어


집어등을 연상케 한다. 관중(고사리과)이란 놈은 분수도 모르고 야자잎을 닮을만큼 기골이


장대하다.


풍성한 환경속에서 먹이사슬이 원활하게 어울려 있어선지 우는 새소리마저 생기가 넘쳐


들린다.


 


그렇답니다. 산은 풍부한 수량을 스펀지처럼 저장하고서 야금야금 방출하는 때문에 주변


지역이 가믈 날이없고 기름져서 곡식이 자란답니다.


비로봉,연화봉,도솔봉이니 등등 불계와 관련한 수많은 사연을 갖고 있는 산이지만 아는 것이


도통 없어 그저 조용히 한번 머리 숙이고 지나가고플 뿐이다.


 


앞조로 출발한 대원들을 도중에 만난다. 30여분의 시간차를 지우고 내처 나간다.


대간길임에도 마루금을 지나지않고 종종 트레바스하는데 웬일일까? 능선길이 험한 것도 아닐


텐데 심마니들이나 나물캐는 자들의 길을 대간꾼들이 대충 따라다니는 것은 아닌지 구간


(형제봉-국망봉 갈림길에서  1시간 거리) 대해서 선답자들의 고견을 듣고 싶다.


 


정글같은 숲을 빠져나와 처음 조망되는 오른쪽으로 흘러가는 능선길이 어딘지...


국망봉, 상월봉이 긴가민가 바로 앞에 보이는 하면서도 걸음은 계속되고 허기는 점점 심해


진다. 언덕을 내려오면서 신선봉 가는 이정표를 보고서야 상월봉이 가까워졌음을 안다.



 


  (상월봉)


 


 


늦은뱅이재를 지나 잠시 한번의 트레바스를 하면서 상월봉을 지나치고 능선길로


들어선다. 바람이 제법 거세지고 울창하던 숲은 온데간데 없이 민둥산에 철쭉만 무성하다.


국망봉을 거처 비로봉일대에 펼쳐지는 아고산지대의 모습이 이채롭고 능선 양쪽에 거느리는


조망이 시원하다.


 



 


  (철쭉터널, 키를 훌쩍 넘깁니다)


 


천상화원이라던 평전에는 아직 이른 꽃이 듬성듬성 있을 화려한 모습은 아니나 이름모를


꽃들은 귀엽기이를데 없다. 복주머니난 한송이가 천상의 여왕처럼 성큼 다가와 허기진 자의


발길을 잡는다. 기대했던 철쭉은 볼품 없어진 친구들 머리칼처럼 바래고 떨어져 파장이


임박한 장터같이 어수선하다. 그래도 금년엔늦은 추위탓인지 꽃의 원천이 애당초 부실했다


하니 그런대로 늦은 걸음에 대한 위안이 된다.



 


  (국망봉을 내려서다가)


 


 


어디가 어딘지 둘러보느니 모두가 생면부지의 산하지만 마음에 닿고 느낌이 절절하니 소백의


품도 나무랄데없는 어머니의 품속이다. 꽃과 맞추고 카메라를 몇번씩 들이대다보니 동행


하던 선두일행은 벌써 저만치 국망봉정상에서 어른어른거린다.


죽령쪽에서 오는 것으로 보이는 산꾼들도 수가 늘어 지나치면서 인사하기 바쁘다.


벌써 오늘 행보의 절반이 되고 있음이 짐작된다.


 


 


8:00 국망봉


 


마의태자가 고국을 그리워하며 망국의 한을 달랬다는 이야기를 놓고보니 국망봉 정상암봉의


방향이 그러하고 정상석을 등지고 서면 신라땅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도 같다.


서보니 괜찮은 기분이다. 가뜩이나 온갖 상상과 감상이 솟는 판인데 망국의 한을 갖고 서면


증폭된 감정이 상상가능한 일인지 모를 일이다.


먹어도 반은 느낌이지만 남은 길을 위하여 도시락을 펼쳐 산상만찬을 즐긴다.


 


이젠 비로봉이 눈에 든다. 카메라로 땡겨보니깐 민대머리처럼 생긴 정상에 사람이 바글바글


하다. 발목이 진통제효과인지 전혀 이상증상을 보이지않고 잠시휴식으로 다리에 힘까지 보태


졌으니 비로봉은 이제 기어가도 굴러가도 촌각의 거리다.


 


나무계단을 벗어나 철쭉사이길로 휘젖고 가고싶은 생각이 간절하나 어쩌랴, 자연보호하자니


그렇고 명색이 대간꾼인데 최소한의 체면과 양심은 지켜야지. 해서 유람선타고 물살 가르듯


거북살스런 계단을 따라 눈요기하듯 철쭉을 둘러보며 비로봉에 오른다.


 



 


  (비로봉)


 


 


9:00 비로봉


 


소백이란 이름을 지어준 비로봉설경을 상상하면서, 능선에 펼쳐진 화려한 철쭉천국을 상상


하면서 비로봉을 한껏 치장해놓고 조망을 곁들리니 비로봉선경에 손색이 없다.


연화봉이 뚝방길로 연결된 듯이 가는 길이 구름처럼 넘실대고 국망봉 상월봉능선은 지리산


능선처럼 한없이 펼쳐짐에 넉넉한 품에 감격한다.


 


초원의 야생화와 철쭉이 부르고, 설경과 단풍이 불러야 소백인줄만 안 무지한 객에게 수려한 조망과
풍요롭고 넉넉함을 일거에 일깨워 주었으니 불편한 몸을 끌고 온 보상을 충분히 챙긴듯해 흐믓하다.


계단옆 전망대에서 풍기일대를 내려보는 조망이 괜찮아 자리잡고 앉아 남은 참외 두알을


깍아 일행과 나누는 맛이 훌륭하다. 동감이라는 듯이 김종한님 짐에서 도마도가 주렁주렁


달려나오고 탁주현님 짐에서도 아꼈던 오렌지도 보따리 쏟아져 갑자기 풍성한 먹걸이에


주위의 부러운 시선을 끌어모은다.


 


 


10:00  1연화봉


 


머리위에서 내리쬐는 태양이 제법 따가워 지체없이 내려온다.


미나리아재비꽃이 신선하게 바람에 나풀대고 산철쭉이 늦은 제철을 만난 화창하다.


아쉽게 연화,비로봉을 뒤로 하면서 천문관측소에 다다르니 듣던대로의 시멘트포장길이


허물벗은 뱀거풀처럼 어디론가로 뻗어져 있다.


 


관측소 샘물에서 모금 할까 갔더니만 졸졸 애기 오줌발 같은 물을 받으려고 페트병을


대고 줄서있는 모양새가 기십여분은 족히 걸릴 같아 물맛이 좋아봤자 별거냐 싶어 그냥


돌아섰다. 동물들은 목을 흠뻑 축이면 미련없이 떠나지만 인간들은 여기서도 남은 안중에도


없이 몫이상을 착실하게 챙기고 있다. 뒤 따르던 산객들도 마른혀를 차며 돌아선다.


포장도로를 올라 연화봉전망대에 오른다.


 


11:10 연화봉전망대


 


시멘트포장도로가 죽령까지 계속된다는데 거리가늠은 못하겠지만 들은 명성은 있다.


지나간 이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쩔레 흔드는 길이 나에게도 오늘은 악명높은 마의 구간


처럼 여겨진다.


 


일전에 청계산 망경대 밑에서 옛골로 가는 시멘트포장길을 겁없이 내려갔다가 양발볼이


까지는 불상사가 기억난다. 시간이 널널하니 기어가더라도 양발은 까트리지말자고 스틱을


뽑아든다.


 


두손에 들고 쩌벅쩌벅 독일병정 행군하듯 걷는 모습을 보고 죽령에서 줄줄이 오르는 객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기이한 모습이라는 , 신기하다는 훌쳐보는 이들의 속을 상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죽령에 내려와보니 더욱 짐작이 가지만 ( 8km) 오름길을 땡볕에 오르느라 고생이 말이


아닌데 고작 다듬어진 길 내려오는 주제에 스틱은 무신, 그것도 쌍창 들듯이 잡폼이냐 했을


테지만 몸은 꼭두새벽부터 고치령에서 오는 길이라고 말하면 섭한 오해가 풀릴려는지


모르겠다.


 


흙길이 나오면 오메 반갑다 들어서고 그늘을 만나면 잠시라도 태양을 비켜가면서 축대벼랑에


기대여 나풀대는 이런 저런 꽃들과 작별을 나누며 1시간이나 걸려 죽령주차장에 이른다.


주차장 세면대에서 어름짱 같은 물을 마시고 발을 담그니 통통 부은 발이 깜짝 놀라는


기색이고 전신이 얼어붙도록 짜릿하다.


무사히 대간길을 마친것에 감사해하니 행복이 아니냐.


 


연화봉에서 줄기차게 따라온 도솔봉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린다. 지난번에 출정을 못한 죄로


아른대는 도솔봉구간을 재우고 가는 버스에서 잠이나 곤하게 들었으면 좋겠다.


 


 


 


  쥐오줌풀(중댕가리)


 


 


 


 


  복주머니 난


 


 


 


  벌깨덩굴


 


 


 


  미나리아재비


 


 


 


  꽃개회나무


 


 


  붉은병꽃나무


 


 


 


  주름잎


 


 


 


  초롱꽃


 


 


 


  #1 ?


 


 


 


  #2 ?


 


 


 


  #3 ?


 


 


 


 


 


 


 




▣ 길문주 - 소백산 종주 축하드립니다.. 어머님 품처럼 부드럽게 펼쳐진 소백의 초원은 언제 걸어도 좋은 길이지요.... 참! 그리고 저위에 단양면 좌석리라고 되어있는데 단산면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고석철 - 소백산 옛 적에 멋 모르고 따랏다가 혼쭐이난 기억이 나는군요. 그 조은 경관에 주목 구경은 잘 했지만요^^ 감상 잘 했습니다.
▣ 솔나루 - #1-누른종덩굴 #2-줄딸기 #3-붉은참반디 그리고 꽃회계나무는 꽃개회나무의 오타입니다. 미나리아재비도 오타났군요.
▣ ** - 길문주님, 감사합니다. 단산면으로 수정하겠습니다.
▣ ** - 솔나루님, 꽃이름 감사합니다. 그나마 안다는 것도 틀리게 적는군요. 다음에 또 올리면 알려주세요.
▣ 이수영 - 안녕하세요? 김석기님.. 9시 30분 정도에 님과 저희가 비로봉과 제1연화봉 사이 지점에서 서로 스쳐 지나간 것 같군요. 제 산행기와 비교해보니 시간대가 그렇게 나왔습니다. 참으로 아쉽군요. 서로 얼굴을 알았다면 인사나 나누었을 것을요.. 저와 반대 방향으로 산행한 산행기를 읽으니 감회가 또 다르네요.^^ 늘 안산 즐산 하시길..
▣ 김종남 - 남진 대간 중 이신가 보군요.저도 남진 중입니다. 오는 토욜에 제가 가야할 구간을 다녀오셨군요.깔끔한 산행기 잘 읽고 갑니다 남은 대간길 무탈 산행 즐산 하십시요.
▣ 수객 - 이번주에 님의 발자욱 따라 걸을 예정입니다.많은 참고 됬습니다.
▣ ** - 이수영님, 그러고 보니 아쉽네요. 이젠 북벌이 시작되나 봅니다. 좋은 산 많이 다니시고 좋은 산행기 많이 올려주세요. 이수영님 절절한 팬이 기다립니다.
▣ ** - 김종남님,수객님, 소백산 좋은 산입니다. 천천히 많은것 살피며 잘 다녀오십니요.
▣ 진맹익 - 한번쯤은 대간이 아니래도 고치령으로 길을 잇고 싶었는데 워낙이 교통에 자신이 없어 한번도 못가보고 구인사로만 두번을 갔댔는데 님의 글로 욕심이 불일듯 합니다. 언제나 건강하사 좋은글로 갈증 풀어 주소서.
▣ 운해 - 접찔린 다리 이끌고 소백산 정복 하심을 축하 드립니다. 마의 태자는 경주김씨인데 저의 조상님되십니다. 김석기님 본은 어디신지요?엉뚱한 질문 죄송합니다.
▣ ** - 진맹익님, 늘 격려말씀 감사합니다. 언젠가 맹익님 소백산산행기 읽고 한참 웃었는데 오면서 생각납디다. 상월봉에서 고치령도 숲속걷는 기분이 상쾌하니 한번 나서보세요.
▣ ** - 운해님, 축하해주시니 기쁨이 배가되는군요. 진통제때문에 몰랐는데 며칠지난 지금도 부은상태이니 무리했던가 봅니다. 김해가 본입니다.
▣ 산초스 - 발을 접질르시고도 긴 소백산 종주를 무사히 마치심을 축하드립니다.풍요롭고 부드러운 소백산의 푸르름을 잘 느낍니다.수고하셨습니다.^^**
▣ 김정길 - 말로 듣기에는 좌석리 리장님이 트럭으로 산악인들을 고치령까지 운송한다고 들었는데 바로 그분이군요? 절름발이로 고생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어떤지요. 웃기는 내용인 즉, 개들이 하나씩 짖어대더니 아닌밤중에 온 동네가 갑자기 개판이 되어 시끌벅적댄다. 김석기님의 건강과 무탈산행을 기원합니다.
▣ ** - 좌석리 이장님인거 같습니다. 무리의 후유증이 약간 있었으나 많이 좋아졌습니다. 염려 감사합니다.
▣ 산모퉁이 - 고생많이 하셨습니다. 님보다 며칠전에 저도 종주를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고치령은 어딘지 잘 모르겠어 좀 궁금하구요... 멋진 야생화 사진 정말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