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일자 : 2005.2.11(금) [쾌청]



2. 운행구간 : 백둔교-510봉-834봉-940봉-백둔봉-명지2봉-명지3봉-아재비고개-
                    장재울(상판리)


3. 산행지도
 
 

4. 산행기

  <올해는 설휴가가 만만찮게 길다.
   설연휴인 2월  8,9,10 양쪽으로 샌드위치된 7,11일도 제낀다.
   무려 9일.  흐미~   입사 이래 휴가로는 최장기일이다.

 

   이번 휴가에는 산과 야멸차게, 흐드러지게 몸 섞으려 했으나
   세상이 나 혼자 사는 것인가.  9일중 4일만 산과 합방(?)한다. 
  
   5일 선자령, 8일 종현산, 11일 이번 명지산, 13일 와이프랑 북한산.
   물론 13일은 팬서비스다. ^^...


  
   이즈음에서 각설하고 본론을 이야기하자.
   경기 제2봉 명지산.
   "명지산의 추억"은 이번으로 3번째다.

 

   처음엔 정통코스로 비 오는 날에
   익근리-명지4봉-명지1봉-명지2봉-명지3봉-귀목-상판리.
   날씨가 흐려 우비입고 땅만 보고왔다.

 

   두번째는 작년 구정 전날이다. 눈 쌓인 사향능선으로 오른 것이다.
   어찌나 눈에 채였던지 어느 누가 산 눈 이야기해도 자신있다 ^^..

 

   결국 그 눈으로 말미암아 명지4봉에서 익근리로 백했다.
   실로 안타까운 눈의 추억이었다.

 

   그러고 보면 쾌청한 날의 명지를 한번도 못본 꼴이다.
   그게 맘에 걸려 명지를 간다 간다하며 못가고 오늘 기회를 만든다.

 

   자 그럼 어떻게 코스를 구성할까.
   익근리, 사향은 이미 맛을 본 터.

 

   백둔리쪽에서 오르는 것이 일견 눈에 들어온다.
   근데 백둔리에서 바로 백둔봉 오름은 짧아 묘미가 떨어지는 듯하다.

 

   백둔리입구인 백둔교에서부터 백둔봉으로부터 길게 늘어진 능선을 타는 것은?
   더불어 아재비고개로(첨 가는 아재비고개길도 무쟈게 궁금했다) 내려와


   연인산을 들러 푸근한 우정능선을 밟으며

   구정 새해의 다짐을 되새기는 것은?  탁월 선택같았다.
   그런데 선택만 탁월이었으니...>

 

   명지산 갈 맘을 하고 일기예보를 들으니 낼 서울이 영하10도라 한다.
   한파 강습이다. 근데 어쩌랴 일기예보를 듣고 산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산을 결정하고 일기예보를 들었으니 영하 30도도 무관한 일이다.

 

   가평에 내리니 08시 10분. 적목리행 버스는 09시다.
   50분을 유유자적하며 버스를 기다린다. 등산객은 한사람도 없다.
   휴일도 아니고 더구나 이런 추위에 누가 산을 찾겠는가.

 

   시간이 되어 버스에 타니 낯 익은 기사분이다.
   "아니 이 추위에 산을 혼자서 와요?"  "그렇게 됐어요..헤헤.."
   동그라미님을 물어보니 자주 뵌다 하신다. ...구럼 가평 구신인데... ^^..

 

   목동지나 적목리로 가는 도중 차창 밖을 본다.
   가평천이 냉동실에 세달 열흘 둔 물처럼 깡깡 얼었다.
   겨울의 강미다. 넘 좋다.

 

   백둔리 입구인 백둔교 앞에 내린다.
   백둔교 좀 지나 좌측으로 대원사로 이어지는
   구나무산 가는 들머리도 있다.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오른쪽으로는 나를 명지산까지 인도해 줄 긴 능선이 대기하고 있다.
   다리 지나 오른쪽으로 바로 보니 정문이 있는 팬션같은 것이 있다.
 
   그리로 들어가니 누구를 배웅나왔던  사람들이 나를 의아하게 쳐다본다.
   ...에구 쪽 팔려라.  빨리 산으로 숨자... ^^

 

  ◎  백둔교에 내려 ▼



  ◎  깡깡 언 가평천 ▼



  ◎  우측 산으로 바로 오른다  ▼

 

  
   지도상의 능선 시작은 완만한데 여기는 급경사다.
   잣나무가 빽빽한 사면을 치고 오른다.
   길은 희미하게 있는 것 같은데 사람 다닌 자취가 별로 눈에 안띈다.

 

   지도상 백둔교 근방은 고도 100m 언저리다. 명지산을 가기위하여는
   1200m까지 고도를 지속적으로 높혀야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시간이 이리 소요될 줄이야..

 

   영하 15도의 날씨가 무색하다.
   가파른 경사에 점점 물오리가 되어 가기 때문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추위는 곧 바람이다.
   자켓에 달려있는 나일론 소재 얄판한 모자로도 칼바람의 추위는 없어진다.

 

   잡목이 성가시고 중간 중간 암릉들이 자주 나와 신경쓰인다.
   도면상에는 진행중에 510m 삼각점이 있다고 되어 있는데
   찾지를 못하겠다.   ...그게 아무 눈에 띄냐  내공을 쌓아야...

 

   근데  있으라는 삼각점은 없고 웬 구나무산 정상석이 갑자기 나타난다.
   순간 내가 이거 구나무산 들머리로  잘못 잡은 거 아닌가 하는...
   이게 잘못됐다면 빨리 시정해야할 것이다.

  ◎  엉뚱한 구나무산 정상석  ▼

  
   가평천 건너로는 수덕산에서 화악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시원하다.
   근데 진행중에 그 흔한 표지기 하나 안보인다. 그거 참..

  ◎  가평천 건너 수덕-애기봉-화악 마루금  ▼

  
  ◎  돌아치는 가평천(그 위로는 수덕산인듯..)▼



   한동안 가니 평평하고 넓직한 능선 부위.
   좌측으로는 백둔리로 가는 능선길. 앞에는 잣나무만 빽빽하다.

   필시 앞쪽 북서쪽으로 834봉이 가는 능선이 있어야 하는데...


   꼭 사면으로 능선이 끊어지는 듯했다.

   저 멀리 앞쪽으로는 834봉인 듯한 봉우리가 보인다.


   그 좌측옆에는 백둔봉이 보인다.
   이게 내가 진행해야 할 주능인데... 어쩐다..

 

   그럼 우측으로 더 진행해서 잣나무 사면으로 내려가 길을 찾아야 하는 것 같아
   마구 내려간다. 근데 내려가서 보니 좌측으로 다시 마루금이 보이는것이 아닌가.
   그 쪽 마루금으로 다시 올라선다.

 

   자세히 보니깐 아까 그 잣나무 빽빽한 곳에서 능선을 찾아야 하는 것 같았다.
   산은 참 희안하다. 무식한 이야기지만 능선이 끊겨진 곳 같은 데 뒤지고 가보면 묘하게
   능선이 이어지는 적이 많다.

 

   이렇듯 매력적인게 산이다.
   매사 너무 쉬우면 싫증도 금방나는 법이다.
   어려우니 중독되듯 산을 찾는 게 아닐까.  뽕꾼 뽕 맞듯이.. 캘캘..

 

   이어지는 834봉 능선이 가파르다.
   아니 능선 오르기가 그냥 가파른 산 사면 치는 듯하다.


   바들바들 떨면서 834 전위봉 겨우 겨우 올라서니 웬 사람 목소리가..

   나 말고도 정신나간(?) 분들이 있구나 했는데 ^^..


   가서 보니 백둔리 마을 분들이라 하신다.

   더 안가시냐고 물었더니 이사온지 얼마 안돼 여기까지만 오른다 하신다.
   따근한 결명자를 권해 마시니 기분이 다 상쾌해지는 듯하다.

 

   조금 더 진행하니 834봉 삼각점이 보인다.
   오늘 첨 보는 삼각점이다. 바다에서 등대를 본 듯 무척 반갑다.

  ◎  첨 나타난 삼각점  ▼

  
   여기서부터는 940봉-백둔봉-명지2봉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시간을 보니 12:30분. 별로 쉰 것도 없는데 벌써 3시간이 흘렀다.

 

   여기서 30분을 더 진행하니 백둔봉.
   근데 솔직히 백둔봉인지 자신이 없다. 아무런 표식도 없다.
   전에 산진이님 산행기에서  "아니 보니만 못했다" 라는 말이 실감난다.

 ◎  백둔봉 정상  ▼

   
   ◎  중앙에 뾰족한 것이 명지 제1봉,  좌측이 명지 제2봉▼



   여기서 점심을 들기로 한다.
   오늘 춥다하길래 라면을 준비했다. 컵라면이 아닌 진짜 라면.
   거기에다가 떡살이랑 계란까지..  흐흐...

 

   전에 종현산 갈 때 배승호님의 라면이 어찌나 맛있던지 ^^..
   근데 넘 추워 버너 서껀 이거저거 꺼내기가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날씨만 온화하면 느긋하게 라면의 참맛을 음미하면서 먹을텐데
   허겁지겁 배속으로 집어넣기 바쁘다.

 

   백둔봉에서 보니 명지 제2봉인 1250봉으로 가는 능선 중간이 말등처럼
   평평하고 여유롭다. 백둔봉 바로 앞 작은 헬기장 지나 항진.


   명지 제2봉까지그냥 평이롭지만은 않다. 좀 사나운 느낌.

   중간에 좌측으로 백둔리 갈림길 지나
   명지 제2봉 임박하여 눈이 그득하다.
   정상에 도착하니 15:30분. 소요시간이 상상을 초월한다.

  ◎  명지 제2봉 임박하여  ▼



   눈물을 머금고 명지제1봉은 생략한다.  흑흑..
   눈물을 머금은 사연은 또 있다.
   연인산 지나 우정능선으로 가는 야멸찬 계획도 생략하기에 이르른 것.

 

   지도만 보면 감이 잘 안오는데 명지2봉에 오르니 명지산은 익근리를
   시작으로 명지1봉-명지2봉-백둔봉라인이 "ㄷ"자 모양으로 되어있다.
   역시 조망은 사통오달이다. 쾌청한 날씨도 일조를 한다.

  ◎  먼저  화악/응봉 사단  ▼


  ◎  저 멀리 삼악산까지  ▼



 ◎  명지 제1봉.  좌측에 국망봉을 비롯한 한북 라인  ▼



 ◎  거쳐온 백둔봉  ▼




  시급히 아재비고개 갈림길인 명지 제3봉으로 향한다.
   3봉에서 아재비고개길은 가파르다. 다행히 내림길인 것.

 

   시간이 없어 마음은 조급하지만 첨으로 걷는 아재비길이 흡족하다.
   방화산 벌초작업이 된 듯하다. 여름에는 피해야 할 길.

 

   아재비고개길지나 연인산이 시작되고 있는데 그쪽부터는 무쟈게 완만하다.
   참으로 명지산이랑 연인산이랑 참 대조적이다.

 

   같이 연이어 있는 형제산인데도 그렇게 틀리냐 말이다.
   인간사를 보는 것 같다.

 

   구릉지대 같은 아재비고개 우측으로 상판리 가는 길이 열린다.
   상판리 막차시간을 물어보니 17:50분. 지금 시간은 16:40분.

 ◎  아재비고개  ▼



   부리나케 중간 중간에 눈 쌓인 길 미끄러지며 상판리 귀목고개 입구에
   들어서니 저기에 아닌게 아니라 현리행 버스가 떠날려고 시동을 걸고 있다.
   다음 차는 2시간 후인 19:50분이라 한다.  재수도 좋지.. 

 

   역시 현리는 군인의 마을이다.
   저녁 먹으러 들어간 중국집 테이블 곳곳에 군인들이다.

 

   전에 술꾼님의 짬뽕+고량주 조합을 흉내내
   간짜장+이과두주로 별로 한 거 없이 시간만 쓴 오늘 산행의 피로를 달래본다.

 

  ◎  간짜장+이과두주의 절묘한 앙상블  ▼


  


    산행기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