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산에서


소요산으로


o 산행일시 ; 2008.8.30(토), 구름 조금, 무더움
o 산행구간 ; 종현교->290봉->종현산(588.5m)->510봉->제일휴게소->이시랑골->

                   감투봉(535.6m)->상백운대(558.7m)->칼바위->선녀탕->자재암
o 산행시간 ; 총 7시간(휴식시간 모두 포함), 운행거리 : 약 14㎞
o 교통편 ; 갈 때 지하철 1호선 타고 동두천역에서 57번 버스로 환승, 휴양소에서 하차.
               올 때 소요산역에서 지하철 1호선


경기 금강, 소요산(586m)에 올라 보면 신천 건너 서쪽에 마차산(588.4m)이 보이고 북쪽에는 종현산(588.5m)이 있어 키가 같은 세 산이 올망졸망 삼각형을 이루고 있다. 연천군 청산면과 포천군 신북면의 경계에 우뚝 솟은 종현산은 열두개울 유원지와 신북온천으로 유명하지만 3번국도에서 벗어나 교통이 불편한 탓으로 등산객이 뜸한 편이다. 오래전 청산면에서 군복무를 했던 필자는 2년 반동안 내내 아침 6시에 기상해서 애국가를 부른 다음 높이 솟은 산을 향해 고함을 질러댔는데 먼 후일 산에 다니면서 알고 보니 종현산이었다.

토요일에 오대산(1563m)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넘어가는 야심찬 산행계획을 세웠다가 4시에 일어나지 못했다. 느지막히 일어나 생각한 산이 종현산이었는데 열두개울을 건너 소요산을 연계하면 괜찮은 코스가 될 것 같았다.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않는다'. 우리나라 고전지리에서 말하는 山自分水嶺(산은 스스로 물을 가른다.)의 원칙에 의하면 소요산과 종현산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고 그저 이웃사촌일 뿐이다.

동두천 구터미날에서 매시 50분에 출발하는 57번 버스는 동두천역이나 소요산역에서 연계할 수 있는데 신북온천과 삼정리에 있는 허브아일랜드 덕분에 대중교통이 그나마 좋아졌으리라. 동두천역에서 버스를 타니 승객이 둘 뿐이라 의아했는데 소요산역에 가니 좌석을 다 채울 정도로 많이 탄다. 등산객은 나홀로이고 주로 허브아일랜드에 가는 듯 청춘남녀들이 많다.

몇년 전 종현산에 오를 때는 삼정초교에서 내려 삼정골로 계속 가다가 군의 모노레일을 따라 경사가 급한 사면으로 올랐었다. 정상에는 조그만 군부대가 있고 헬기장이 있는데 사방으로 시야가 트여 특히 연천방향의 조망이 좋다. 이번에는 군휴양소가 있는 종현교에서 시작하여 길게 능선을 타고 정상옆 570봉까지 가서 지난번처럼 열두개울의 제일휴게소로 내려올 계획을 세웠다.

11시 10분, 휴양소앞에서 내려 종현교를 건너가니 우측으로 풀이 우거진 길에 표지기 몇 개가 보인다. 나무그늘 안으로 들어서니 군 진지가 나오고 등로는 능선 따라 뚜렷하게 이어져 있다. 송전탑을 지나 주능선인 290봉에 도착할 때까지 약 30분, 주능선에 접어 들어 310봉을 지나고 410봉까지 가는데 다시 50분, 그동안 더위와 거미줄에 너무 시달렸다. 여름산행의 오적이라면 뱀, 날벌레, 거미줄, 잡풀과 가시, 무더위라고 보는데 이날은 거미줄과 날벌레와 더위 때문에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고도가 낮은 데라 더위는 어쩔 수 없었지만 거미줄이 얼마나 많은지 하산 때까지 얼굴에 휘감긴 것만도 스무 개가 넘었을 것이다~

460봉에 올라서니 비로소 시원한 바람이 불면서 종현산 정상이 눈앞에 보이고 멀리 지장산과 금학산까지 시야가 훤히 트였다. 조금 더 시원한 계절에 왔어야 하는데 한 시간여 동안 죽는 줄 알았다! 560봉을 지나 대체정상인 570봉까지는 거칠 게 없으니 금방이었고 570봉에서 군부대가 있는 정상까지 참호를 따라 갈 수 있으나 별로 내키지 않아 시야가 트이고 시원한 560봉으로 되돌아와 1시부터 20분간 점심을 먹었다.

점심 후 제일휴게소 방향으로 내려가는데 510봉에 시커먼 동물이 버티고 서 있어 깜짝 놀랐다. 처음엔 멸종위기종인 산양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야생염소 가족 세 마리가 나뭇잎 점심을 즐기고 있었다. 덩치가 송아지만 한 수컷은 주위를 경계하는 것 같으나 세상 모르는 암컷과 새끼는 별로 무서워하지도 않고 능선 따라가며 느긋하게 나뭇잎을 뜯어 먹고 있었다. 하릴없이 이들을 따라가며 연신 사진을 찍으니 한참 있다가 길을 내준다. '친ㅅㅂ연대'가 우습게 본다고 이젠 염소들마저 우습게 본다~

한 시간 남짓 내려가니 열두개울 물가에 자리잡은 제일휴게소가 나온다. 휴가철이 지난 탓인지 조용하지만 물은 그리 깨끗하지 않아 보인다. 10분 정도 쉬다가 344번 지방도로 나가니 길건너편으로 이시랑골이 바로 이어진다. 아스팔트가 깔린 길옆으로 여러 종류의 야생화가 심어져 있는데 계획적으로 조성한 탓인지 낯설게 느껴진다.

당초 이시랑골 입구에서 좌측 능선으로 바로 붙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수풀이 우거져 올라갈 길이 마땅치 않은 데다 종현산에서 당한 거미줄 이지메에 치가 떨리기도 하여 이시랑골을 따라가는 편한 길을 택하기로 했다. 계곡물에 세수도 하고 야생화도 구경하면서 다소 어수선한 아스팔트길을 따라가니 마지막에 공사중인 건물이 있고 산길은 이시랑고개(동막고개)방향으로 다시 이어진다.

이시랑고개에서 감투봉(덕일봉, 535.6m)에 오르는 길은 급경사라서 한참 땀을 쏟으며 오르는데 한 산꾼이 내려온다. 오늘 두 산에서 만난 유일한 산꾼인데 소요산에서 무턱대고 오는 중이라고 수락산역으로 가는 길을 묻는다. 감투봉 정상에 오르니 사백고지라고 쓴 119표지판이 보이고 당초 오를려고 했던 능선쪽으로 시야가 훤히 트인다. 종현산이 눈앞에 보이고 멀리 명성산에서 화악산까지 시원하게 조망된다.

감투봉에서 소요산 갈림길인 530봉까지는 널널한 능선길이니 30분 걸려 도착했다. 4시 반이면 늦은 시간인가?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상백운대를 거쳐 칼바위를 지나는 동안 항상 북적대는 소요산에서 사람 그림자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칼바위에서 국사봉과 왕방산으로 갈라지는 맛깔진 소요지맥을 한참 눈으로 즐기다가 선녀탕계곡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선녀탕갈림길에는 자재암공사로 등산로를 통제한다는 안내가 있었으나 그렇다고 다음주에 올 나한대, 의상대까지는 갈 수 없는 일, 그냥 무시하고 내려갔다. 선녀탕계곡은 초행길. 조금 내려가니 적당한 계곡이 나와 간단히 씻은 후 일어서니 미안하게도 바로 아래에 자재암식수라는 표지판이 있다.

  

자재암에서 원효약수 한 잔 마시고 내려오니 원효폭포부터 자재암까지 전면적으로 길을 새로 깔고 있다. 그러고보니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밟고 다녔는지 기존의 시멘트 계단은 닳고 부서져 있다. 허기사 원효대사와 요석공주 이래  소요산에 오른 이들을 생각하면 그동안 소요산도 얼마나 닳았을까?

  

Tamara, Abrazame(안아주세요)

  

종현교에서 바라본 절골(휴양소)방향

460봉에서 바라본 종현산

460봉에서 바라본 종자산, 지장산 방향. 가운데 흰 부분이 종자산 남쪽에 위치한 포격훈련장이다. 아파치헬기에서 8인치대포까지 반백년을 퍼부어도 산이 아직 남아 있다. 그 끈질김이여~

종현산 대체 정상

종현산 원래 정상

처음 보는 순간 공포감이~~

이 녀석은 암컷이라고 나뭇잎 먹던 중 카메라에 포즈를 취한다~

제일유원지, 멀리 이시랑고개

참 곱다~

이시랑골

이시랑고개 가는 길

감투봉

감투봉에서 본 종현산

감투봉에서 본 명성산(좌)

드디어 소요산에 도착

상백운대

맛깔진 소요지맥. 멀리 국사봉, 우측으로 왕방산이 길게 오지재고개까지.

칼바위

선녀탕 갈림길

자재암 앞 청량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