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의 해넘이(11월 8일 오후 5시경 배내봉에서 천황산을 봄)

 

2006년의 가을, 11월 3일 하루를 바쳐 영남알프스의 동쪽 줄기를 따라  배내봉->간월산->신불산->영축산->시살등으로 종주해 보았다. 시간이 난다면 더 걷고 싶었지만 혼자서 하루 산행이다 보니 여기서 만족해야 한다.


오랜만에 우리 동네의 영남알프스를 종주하기로 작정하였다. 언양에서 배내골가는 버스가 아침 10시에 있을 것 같지만 오늘은 아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승용차를 이용한다. 집에서 9시 반에 나와 물과 쥬스, 귤을 사고 김밥을 사느라 잠시 지체한 후 우리는 언양을 지나 배내골로 향한다. 10시 24분 배내고개에서 혼자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오늘의 날씨는 약간은 선선하고 습도가 낮아서 전형적인 가을날씨라고 할 수 있으나 한 가지 불만은 시계가 썩 양호하지 않은 점이다. 옅은 안개가 끼어 먼 곳의 경치가 뚜렷하지 않은 게 아쉽다. 올 가을은 날씨가 좀 별나서 산행의 재미를 많이 줄이고 있다. 우선 날이 뿌옇게 흐린 현상이 자주 나타나니 산에 가더라도 멋진 경치가 안개에 싸여 있는 수가 많았다. 또 하나는 가을 가뭄으로 낙엽이 말라서 단풍경치가 좀 덜한 것이 아쉽다. 지난 가을들에 마음껏 즐겼으니 올해는 좀 참으면 될 것이긴 하다. 또한 내년을 또 기약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도 오늘 남아있는 단풍도 보고 안개가 조금은 벗어진다면 가려졌던 경치도 들어나리라고 기대를 해 본다.


영남알프스 능선길이 좋은 이유는 거침없는 시계(視界)를 우리에게 제공하기 때문이다. 숲이나 다른 봉우리들에 가려지지 않는 길고도 포물선을 이루는 유장한 곡선을 즐길 수 있는 것이 영남 알프스의 자랑이다.

  

자연이 주는 만큼의 경치만 즐기는 대신 영남알프스의 유장한 산길을 마음껏 걸어 본다는 희망은 쉽게 달성될 것 같다. 몸과 마음이 가을의 산뜻한 공기처럼 가쁜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영남알프스의 동쪽 줄기를 힘닿는 데 까지 하루 종일 걸어볼 계획이다. 단풍이 나타나면 단풍을 즐기고 영남알프스의 명물인 억새를 감상해 보고 싶다. 또 하나 큰 욕심은 1,000m의 고원을 걸으며 주변의 경치를 조망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아침에 약간 조금 일찍 떠나는 것이 필요하나 차량의 사정상 10시가 넘어서 산행이 시작된 것이다.



10:24 배내고개 출발


10:56 배내봉(높이 966m)


11:57 간월산(1,083m)


12:17 간월재


12:56 신불산(1,209m)


13:00-13:20 중식


13:35 신불재(가천삼거리)


14:11 영축산(또는 영취산으로도 불리움, 높이는 해발 1,059 or1,075m)


14:39 고 김성국 추모비


15:08 함박등(1,052m)


15:33 죽바우등(1,055m)


15:57 한피기 고개


16:02 시살등(981m)


16:16 삼거리(하산지점)


16:45 임도 도착


17:25 자장암 도착


배내고개에 세워진 영남알프스 산행 안내판

  

10시 24분, 어떤 회사의 팀이 등산을 와서 여러 사람이 줄을 지어 배내봉으로 오르는데 그 뒤를 따라서 오른다. 앞사람에 막혀 속도를 조절하기 힘들었다. 그래도 한참을 올라가니 쳐지는 사람들이 있어 나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배내봉을 향하여 가는 길은 두 번째이다. 2년전 갔던 길을 오늘 걸어보려는 것이기에 길을 잃을 염려는 없을 것 같다.


35분만에 배내봉에 올랐다. 날이 약간은 흐려 먼 곳의 조망이 조금은 흐릿하다. 욕심을 내어 사진을 찍어 보는데 중요 산줄기마다 카메라로 찍어 둔다. 오늘 가야할 신불산과 간월산이 앞에 나타나는 것을 시작으로 우측으로 카메라를 돌리면 재약산, 천황산과 그 밑의 주암계곡이 보이고 다시 운문산과 가지산, 고헌산의 덩지 큰 산들이 나를 부르는 듯 둘러 서 있다. 또 하나 들을 사이에 두고 우리 동네의 문수산과 남암산이 동쪽 멀리서 검은 실루엣으로 떠 올라 나를 즐겁게 한다. 문수산과 남암산은 낮은 산들이지만 우리 동네 근처에 있으니 반갑다.

배내봉에서 멀리 앞으로 나타나는 신불산(앞 왼쪽)과 간월산(앞 중앙)


서쪽의 재약산과 천황산(사자봉)

뒤로 보이는 가지산과 쌀바위

좌측 뒤로 보이는 고헌산

좌측으로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문수산과 남암산 그리고 가까이론 등억온천이 있는 계곡

  

11시 57분, 간월산 정상에 섰다. 기록을 위한 사진 촬영을 한 다음 잠시 경치를 둘러보고 간월재를 향하여 천천히 내려간다. 간월재를 중심으로 그 동안 큰 공사를 해 놓았음을 알 수 있었다.간월재에는 사람들의 통행로에 나무판을 깔고 밧줄로 울타리를 쳐서 등산로를 깔끔하게 정리하였다. 주변의 억새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다. 밧줄 울타리는 간월산 쪽과 신불산 쪽으로도 제법 연장되어 있어 자연이 보호가 될 것도 같았다.

간월산에서 본 신불산의 주름

  

대공사로 잘 다듬어 놓은 간월재 주변

  

간월재에는 많은 차들이 올라와 있고 데이트족들도 간간히 눈에 띤다. 우회도로를 따라 차량의 통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휴게를 할 수 있도록 나무판을 깐 넓은 평면 위에 벤취와 나무테이블이 마련되어 있지만 관광객을 산으로 대거 끌어들이려는 의도같아서 보기에 썩 수긍이 가지는 않는다. 울타리 밖으로는 유명한 간월재의 억새가 넓게 자리하여 자라고 있다. 그러나 이곳의 억새는  키가 작은지라 제주도나 민둥산의 억새에 비하면 약간은 볼품이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간월재의 휴게시설


간월재의 억새


신불산 정상을 항하여 경사길을 천천히 걸어 올라간다. 금요일인데도 등산하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뜨인다.  12시 56분, 높이 1,209m의 신불산 정상에 도착했다.

신불산 정상석과 그 뒤로 보이는 가지산의 산줄기

  

산행 시작후 약 2시간 반 만이다. 정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머무르고 있었는데 한 곁에는 점심을 먹는 산객들의 소리가 시끄러울 정도로 크다. 오늘 산행의 가장 높은 곳이므로 스틸사진과 더불어 동영상을 촬영한다. 혼자 온 나그네는 사람을 피해 쭈볏쭈볏 사진을 찍은 후 조용한 곳을 찾는다. 오늘 점심으론 김밥 두 줄에 맥주 1캔, 귤과 양주도 준비하였다.


정상에서 약간 내려온 곳, 억새들 속 바위에 앉아 중식을 한다. 멀리 영축산과 함박등, 죽바우등이 보이는 경치가 아주 좋은 곳이었다. 우선 캔맥주를 따는데 배낭속에서 흔들려서인지 거품이 왈칵 솟는다. 한 모금 죽 마셨다. 그런데 맥주맛이 여기까지 걸어오면서 상상하던 그 맛과는 차이가 난다. 왜일까? 너무 기대가 컸었나? 쇠병에 넣어 온 양주 역시도 맛이 덜 하다. 상상했던 것이 100이라면 실제는 80이라고 생각되었다. 상상과 현실의 거리라는 것이 이런 것인가? 그렇다면 상상을 넘어서는 120의 현실은 없는 것일까?


신불산 정상에서 본 영축산(좌), 함박등(중앙)과 죽바우등(우)

  

바위에 앉아 영축산을 바라보며 김밥을 꺼내어 맛있게 먹었다. 시간을 조금은 아껴야 한다. 오늘 랜턴을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늘 어디까지 갈 수 있을런지? 가능하다면 부산까지 걸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13시 35분 가천으로 가는 삼거리인 신불재에 도착하여 억새를 구경한다. 이곳의 억새도 키가 작아서 약간 초라해 보이기도 한다. 사진 몇 장을 찍어 둔다. 이곳도 간월재처럼 등산로를 나무판과 밧줄울타리로 정비하여 놓았다.


신불재(가천으로 가는 삼거리)

  

여기서부터 영축산까지의 완만하게 상승하는 고원지대를 휘적휘적 걸어간다. 1,000m 가 되는 고원을 이렇게 오래 걸을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거기다가 걷기 편한 느슨한 오르막길이다. 안개속에서도 다행히 먼 곳을 볼 수가 있다. 바람이 세지 않게 불어 기온도 알맞다. 주변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이야말로 선경이다. 이 시각 혼자서 있음에 감사해 본다. 다른 사람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혼자서 말없이 느낄 수 있는 이 순간이 무척이나 소중하다.


영축산 가는 길의 억새

  

2시 55분 바위로 된 영축산 정상에 도착했다. 얼마 전 이 산의 이름을 영축산으로 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두 개의 정상석이 서 있다. 남쪽의 정상석엔 영축산이라고 적혀 있고 높이가 1,059m라고 되어 있는데, 그 옆의 표지석엔 영취산, 1,079m라고 새겨져 있다. 부처님이 태어난 곳에 있는 영축산(인도에 있다고 함)은 '신령한 독수리가 사는 산'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한자의 발음이 '축'이나 '취'로 될 수 있어 혼란이 생긴 것 같다.(건너편의 천황산도 일본 천황을 상기하게 되므로 사자산이라고 부르자는 제안이 있다.)

영축산 정상석 1


정상석 2

 

영축산 정상은 산객들이 점령하고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다. 여기서도 경치가 괜찮기에 동영상을 촬영하였다. 그리고는 정상에서 남쪽으로 약간 내려서서 사람들이 없는 곳에 카메라의 삼발이를 설치하였다. 오랜만에 경치 앞에 선 내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서이다. 신불산쪽으로 카메라를 설치한 다음, 타이머를 누르고 카메라 앞에 섰다. 두 번 더 실험을 해 본다. 만족할 만한 사진은 안 나온다. 이번엔 죽바우등을 등지고 서서 플래시를 터지게 한 다음 셀프 타이머를 작동시켰다. 그러나 역시 만족한 사진은 안 나온다. 시간을 10여분은 축낸 것 같다. 이제 시간을 아껴야 한다. 카메라 놀음을 끝내고 바삐 능선을 따라 함박등 쪽으로 운행한다.  


모습이 뚜렷한 죽바우등(좌)과 약간은 평범한 함박등(우측으로 두번 째 봉)

  

여기 쯤 와서 시간을 고려해 보니 오늘의 목표는 남서쪽 한계를 시살등(980.9m)으로 잡아야 할 것 같다. 제법 뾰족하고 멋진 봉우리들이 3개 정도 남쪽으로 보인다. 그 중 마지막의 높은 봉우리가 죽바우등이고 시살등은 그 다음 낮은 봉우리이다.


첫 번째 봉우리 쯤에서 고 김성국 추모비를 만났다(14시 39분). 1985년 12월 2일 음료회사 사람들이 세운 비이다. 계속 나아가 통도사 부속 암자인 백운암으로 갈 수 있는 삼거리를 지나 직행한다. 드디어 15시 8분 제법 높은 함박등에 도착하였다. 1,052m, 함박등이라고 누군가 표지를 붙여 놓았기에 함박등인 줄 알 수 있었다. 여기서는 주변의 경치를 아주 잘 감상할 수 있었기에 동영상도 촬영하였다. 이제 마지막으로 중요한 봉우리인 죽바우등을 향하여 향하여 계속 가는데 산행이 5시간이나 되어서인지 속도가 붙지 않는다.


함박등이라는 표지

함박등에서 좌측을 내려다 봄

  

마지막 중요한 봉우리가 죽바우등이다. 높은 데다가 매우 험준한 봉우리였기에 산행의 목표가 되기에 훌륭한 목표였다. 내 산행에는 희망봉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옆으로 돌아서 올라 가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떨린다. 15시 33분 드디어 암봉의 꼭대기에 도착했다. 바위에 가려서 함박등보다는 조망이 못하지만 스틸사진을 몇장 찍는다.


이곳에 와서 보니 영축산, 함박등, 죽바우등은 거의 같은 높이로서 제법 높은 봉우리들이기에 주변의 경치를 잘 조망할 수가 있고 멀리서도 그들의 모습이 특이하여 찾아내기가 쉽다. 그리고 함박등이나 죽바우등은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에 있어서 호젓한 기분을 느낄 수가 있다.

죽바우등에서 북쪽으로 본 함박등과 영축산(우측)

죽바우등에서 본 영축능선 남쪽의 봉우리들

  

죽바우등은 북쪽에서 접근할 때는 절벽옆길을 오르는데 다리가 떨릴 정도로 험했으나 남쪽으로 내려오는 길은 의외로 험하지가 않고 보통의 언덕길이다. 15시 57분 한피기고개에 도달한다. 조금만 가면 오늘의 목표인 시살등이다. 현재 시각은 오후 4시, 산에서의 짧은 해를 감안하면 하산할 시간이 되어 가는 것 같다.


16시 2분 981m 높이의 시살등에 도착하였다. 펑퍼짐하고 평범한 봉우리인데 함박등이나 죽바우등에도 없는 정상 표지석이 하나 설치되어 있다.

시살등 정상 표시


시살등에서 좌측 아래 통도사를 내려다 봄

  

16시 11분 자장암 갈림길에 도착하였다. 좌로 내려가면 자장암으로 가는 길인데 언젠가 밟은 길이었다. 그래서 좀 더 남쪽으로 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모험을 하기로 한다. 14분을 더 내려간 16시 16분 희미한 삼거리가 나오는데 남쪽 앞으로는 봉우리 두 개가 가로막고 있다. 오늘은 여기서 접어야 할 것 같다. 시간이 부족한 것이 한이다. 플래시를 준비 못 한 것도 실책이다. 능선산행을 마치고 좌측으로 돌아 가파른 언덕길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다음 번엔 준비를 해서 능선길로 끝까지 가 보아야 하겠다. 아마도 낙동정맥길인 것 같다.)


앞으로 가야할 미완의 길

  

내려가는 길은 희미하게 숲속을 통해 이어지는데 낙엽에 덥혀 잘 보이지가 않아서 조심스레 살펴가며 내려가야 했다. 사람들이 잘 이용하지 않기에 표지판도 없는 길이다. 어쩌다가 길이 돌로 된 계류와 겹쳐질 때에는 길을 잃기가 십상이다. 다행히 길과 계류는 거의 평행으로 내려가기에 길을 그럭저럭 찾을 수가 있다.


낙엽에 싸인 내리막길

  

어렵게 길을 찾아 내려오는데 제법 볼 만한 단풍이 있어 카메라에 담아 보았다. 이곳은 사람들이 오지 않는 외진 곳인지라 인적도 없고 어두워지려는 시각인지라 약간의 공포심도 솟는다. 부지런히 길을 찾아 내려갈 뿐이었다.


단풍 감상 1

단풍 감상 2

  

16시 45분 드디어 공포의 숲을 벗어나고 임도에 도착하였다. 삼거리에서 29분이 걸린 것이다. 임도를 보니 안심이 되어 졸졸 돌틈으로 흐르는 물에 얼굴을 씻어 본다. 왼쪽 손의 검지 손가락에선 돌에 부딪혔는지 피가 흐르고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공포를 떨쳐버리려고  부랴부랴 돌길을 내려온 셈이었다.


임도를 보는데 어느 쪽이 절쪽으로 탈출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곳 통도사 근처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여 지도도 준비하지 않았었다.(아침에 지도를 찾아 보았으나 쓸 만한 것이 없었기도 했다.) 남쪽을 택하기로 하였다. 이제 어두워지려고 하기에 결단도 신속해야 하고 걸음도 빨라야 했다. 임도를 뛰다싶이 걸어가는데 무언가 이상하다. 시멘트길이던 임도가 흙과 돌로 된 길로 바뀌고 산의 위쪽을 향해 상승하는 것이었다. 임도를 따라갔다간 산 속으로 들어가게 될 것 같아, 임도에서 탈출하여 절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마침 임도 옆에서 새로운 능선으로 난 길이 보였다.


그 능선은 그리 험해 보이지 않고 어딘가 아래쪽으로 통하는 듯 보였다. 그래서 임도를 버리고 새로운 능선으로 들어서서 걸음을 빨리 했다. 다행히 아직 어두워지지는 않아서 그럭저럭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또한 보름을 이틀 앞둔 달이 이미 높이 솟아 밤이 되더라도 아주 어둡지는 않을 것이므로 적지 않은 위안이 되었다. 또 하나 위안이 되는 것은 가끔 표지기가 나무에 달려 있는 점이었다. 그 중 전화번호가 적힌 표지기를 하나 풀어 비상시 대비로 주머니에 넣고 산길을 내려갔다. 어느새 길은 내리막으로 변하였고 또 다른 길과 만나고 있었다. 삼거리에서는 약간은 혼란을 겪었지만 산기슭으로 난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어디선가 물흐르는 소리가 들리는데 길은 제법 넓고 평탄하여 이제 안심할 수가 있었다. 17시 25분 드디어 아스팔트길로 연결되는 곳에 도착하였는데 이곳이 통도사의 주요암자 중하나인 자장암이었다.


자장암에서 올려다 본 지나온 능선길(죽바우등과 거기서 세번째 함박등, 우측의 영축산이 뚜렷이 구별된다.)

  

영축산에서 남쪽으로 뻗은 영축지맥과 그 동쪽의 통도사 사이엔 제법 넓은 공간이 있는데 이곳의 지형과 목표물들은 잘 연구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대강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늦게 내려왔는데 그 공간의 크기가 제법 커서 시행착오법에 의해 익히기엔 위험도 따를 것 같다.


자장암에 가면 할 일이 있다. 1,400년전 자장법사가 명령하여 바위굴 속에 살게 되었다는 금개구리를 찾는 일이다. 이미 여러 해 전 금개구리를 보고자 여러 번 자장암에 갔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었다. 법당 뒤쪽의 금개구리 집으로 발길을 향하였다. 그런데 어떤 부부 내외가 합장을 하며 굴 앞에 서 있다. 그러면서 ‘오늘은 계시다.’고 하며 기뻐한다. 정말 계셨다. 나는 합장 대신 성호를 그었다.


이 굴로 말하자면 지상에서 약 175cm 높이의 바위 절벽에 뚫려있는데 직경이 4-5cm, 깊이는 15cm 정도라고 한다. 그 속에 금빛 개구리가 밖을 향해 앉아서 눈을 꿈벅거리고 있었다. 대박이었다. 다만 내가 불교도가 아니고 카톨릭신자인 것이 아쉬웠다. 불교도였다면 오늘 금와를 본 경험은 지금보다 열 배 쯤 가치가 있을 일일 것만 같았다.      


절에서 제공한 바위굴 속의 금개구리 사진(전재)

  

이제는 아스팔트길을 걸어 신평까지 가면 된다. 보름 이틀 전의 달이 떠서 앞길을 비추니 걷는데 더욱 도움이 된다. 계속해서 아스팔트길을 걸었다. 도시에서 비추는 인공불빛이 풍부한데다 달빛까지 가세하니 지나가는 차들만 아니면 걷는데는 더 없이 좋은 환경이다. 자장암을 떠난지 약 2시간 후인 18시 33분 신평의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여 걷기를 끝냈다. 그래서 약 8시간의 산행이 끝나게 된 것이다. 곧 언양행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후기

11월 8일 영남알프스의 경치를 좀 더 보기 위해 배내봉에 급히 올랐다. 오후 5시 3분 배내봉에 허겁지겁 올라 카메라를 꺼낸다. 바람이 거세게 부는데 하늘은 아직도 쾌청은 아니다. (7일이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천황산으로 넘어가는 해를 잡아 보았다. 동영상도 돌려 보았다. (동영상은 블로그 참조 http://blog.daum.net/heimatzu )

재약산(좌)과 천황산(우)으로 넘어가려는 해 : 석양 1

석양 2

석양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