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록 고생한 영남알프스 종주 (육화산-구만산-억산-운문산) 


 

 이른 아침,

 58번국도 짙은 안개 속으로 차를 달렸다.

 장연사지 황량한 절터를 지키고 있는 고독한 탑, 새벽이슬 가득 머금은 들꽃들의 인사를 받으며 

 아무도 몰래 깨어나는 장연사지 삼층석탑을 보기위해서다. 

 육화산을 오르면서 

 어찌 이 아름다운 석탑을 놓칠 수 있으랴.

    

 

 

 

                    ▲육화산 들머리인 청도군 매전면의 '장연사지 삼층석탑' 뒤쪽은 육화산에서 구만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육화산을 오르며 바라본 운해


 


 

산행지 : 육화산(청도군 매전면)-구만산(밀양시 산내면)-억산-운문산 종주

일   시 : 2006. 4. 16(일) 맑음

산행자 : 산사랑방 홀로

교   통 : 꼭지(아내)의 차량 도움을 받음


 


 

06:20 장연사지 -산행시작-

07:55 육화산(674.9m)

08:15 653봉(오치령 갈림길)

09:00 구만산 갈림길

09:35 흰덤봉

09:50 구만산 갈림길(흰덤봉에서 길이 희미하여 다시 뒤돌아 옴)

09:55 구만계곡

10:35 구만산(785m)

10:52 능선안부 (←구만산 1.5km / →억산4km /  ↓인곡저수지 2.5km)

11:40 인곡재(←구만산 2.2km / →억산 3.5km)

13:40 억산(944m)

14:00 팔풍재(←억산0.5km / →운문산 2.9km / ↓상운암계곡 1.7km / ↑대비사(대비지) 2.6km)

14:35 헬기장

14:50 딱밭재(←억산 2.1km / →운문산 1.8km / ↓석골사 2.6km / ↑운문사 4.5km)

16:05-16:20 운문산(1188m)

16:40-16:50 암릉구간

17:00 아랫재((←운문산 1.2km / →가지산3.87km  / ↓남명리 3.91km  / ↑운문사 7km )

17:05 아랫재 아래 샘터

18:40 계곡 주차장

19:00 운문사 -산행끝-


 

총 산행시간 : 12시간 40분 (거리 약 24km)

 

 

 

육화산 들머리인 장수곡마을 장연사지 찾아가기


 

청도I.C를 빠져나와 20번국도 밀양방향으로 20여분 달리면 매전방향 58번국도 갈림길입니다.

매전방향으로 좌회전하여 15분정도(매전 4km전) 진행하면 도로 우측에 장연사지 이정표가 보입니다.

우회전하여 좁은 시멘트포장길을 1km정도 진행하여 공사중인 동창천 다리를 지나면

좌측은 청소년야영장가는 길이고 우측은 장수곡마을 장연사지 가는 길입니다.


 

우측으로 포장공사가 한창인 마을진입도로를 300m정도 가면 장수곡마을 입구인데

장연사지는 삼층석탑은 좌측 장수골개울 옆 감나무밭에 나란히 서 있습니다.

육화산들머리는 삼층석탑 옆 개울 따라 좁은 시멘트도로를 200m정도 들어가면 장수곡마을인데

너른 터가 있는 Y자 갈림길에서 개울을 버리고 우측으로 포장길을 200m 정도가면

산쪽으로 리본이 보이고 시멘트 포장도로가 끝나는 지점이 들머리입니다.

 


 


 

안개 속에 깨어나는 “장연사지”


 

절터에 도착하니 엷은 안개가 탑주위를 은은하게 감싸고 있었다.

석탑은 하늘을 향해 옛 영화를 꿈꾸는 듯 했고

이슬을 머금은 채 막 잠에서 깨어난 하얀 제비꽃과 이름 모를 풀꽃들은 헌화공양을 올리고..

탑이 꽃들을 내려다보며 들려주는 옛이야기..

 

저들은 무슨 얘기를 듣고 있는 걸까? 육도중생을 깨우치는 도량석도 들리지 않는데..

꼭지와 둘이서 한참을 서성거렸지만

개울에서 들려오는 물소리와 스산한 바람소리 외에는 아무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아!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어찌 화려한 금당(金堂)안에서만 부처님이 계신다고 말할 수 있으랴..

이곳 어딘 가에도 부처님이 계실 것이다.

 

 


 

                                                                     ▲장연사지 삼층석탑1


 

 

 

 

                                                                         ▲장연사지 삼층석탑2

 

 

조금 지나 초여름이 되면 감꽃이 후둑후둑 떨어져 절터는 온통 꽃밭이 될 것이다.

가을이 되면 석탑을 향해 붉은 감이 타닥타닥 돌팔매질을 해댈 테고

겨울에는 하얀 눈이 절터에 내려앉아 부처님을 찾을 것이다.

장연사지의 아름다움은 어쩌면 육화산이 있어서 더욱 그러한지 모르겠다. 

 

 


 

영남알프스 또 하나의 숨은 보석 “육화산”


 

여섯 개의 꽃송이처럼 아름답다는 육화산..

영남알프스의 한 자락인 운문산, 억산, 구만산은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으나

육화산은 전문 산꾼들만 다니는 곳으로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았다.

그런데 장연사지와 육화산을 알고부터는 또 묘한 종주의 흥분이 전신을 감싼다.


 

아직 운문산 이하는 모두가 미답지인지라 지도를 펴놓고 눈대중을 해보니

가지산에서 운문산, 억산, 구만산을 거쳐 육화산까지 멋진 종주코스가 탄생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 바로 이거로구나.”무릎을 탁 쳤다.


 

당장 실천에 옮기기로 하고 여기저기 뒤적거리다보니 국제신문의 육화산 코스가 제일 마음에 든다.

“그렇지, 이 바쁜 세상, 하루 만에 다섯 산을 다 끝내버리자.”

“장연사지에서 석남사까지.” 그 이름도 아름다운 환상의 종주코스..


 

시간을 계산해보니 거리는 대충 24-25km로 12시간이 예상되는 지라

“이정도 쯤이야.”하며 휘 바람을 불었다. 하지만 누가 알았으랴.

지도책에 그어진 능선과 현실하고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을..


 

자고나면 그 육중한 산을 누가 훔쳐가는 것도 아니고 비가 와서 떠내려가는 것도 아닌데

혼자 안달을 했으니 결국 아랫재까지 가서야 그 욕심덩어리를 씻을 수 있었다.

그것은 분명 장연사지 석탑의 깨우침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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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남사에서 저녁 6시쯤에 꼭지와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혼자 터벅터벅 지도를 펴들고도 초입부를 찾지 못해 이곳저곳 기웃거리다가

장수곡마을을 한바퀴 돌고서야 몇 개의 산악회리본과 노란 국제신문표시기를 찾았다.


 

이럴 때의 반가움이란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무엇이든지, 진짜 있어야할 제 자리에 있을 때 진정한 빛을 발하는가 보다.

억새숲을 지나 옛날 나뭇꾼이 다녔을 것 같은 푸근한 오솔길을 오른다.

 

 

 

 

 

 


 

 

                                                  ▲과수원길따라 이어지는 육화산 들머리와 동창천을 덥고 있는 운해

 


 

 

                                                          ▲육화산 오름길의 계속되는 진달래 꽃길


 

등로 옆으로는 진달래가 활짝 피어 객을 반기는데

바위 전망대에 올라 잠시 이마의 땀을 닦으며 뒤를 돌아보니

연녹의 싹을 튀우는 수목들의 옷차림이 너무나 곱다.


 

그 너머로는 짙은 안개가 하얀 운해가 되어 구곡마을과 동창천을 가득 메우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 모두가 참으로 맑고 아름다운 정경들로 다가왔다.

“세상에!  육화산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이야.”

 

 

 

 

 

                           ▲바로아래 중앙부분 산쪽으로 시멘트도로가 끝나는 지점이 들머리이며 우측은 장수곡마을

 

 

 

 

 

 

 

                                                                     ▲능선내내 조망이 트여서 좋다.


 


 

 

 

 

                                                               ▲육화산에서 바라본 서쪽방향

 


 

어찌 지리산노고단도 아닌 육화산에서 운해를 보리라고 상상이라도 했으랴.

능선은 내내 조망이 트여서 좋고 좌측으로는 장수골계곡과 흰덤봉이

우측, 천 길 단애 너머로는 밀양의 이름모를 산군들이 앞 다투어 시야에 들어온다.


 

육화산을 내려서자마자 동문사(내리) 갈림길을 지나니 이젠 울창한 소나무숲이

싱그러움을 더해주고 잡목대신 진달래가 군락을 지어 피어있으니 그 또한 장관인데

노랑제비꽃까지 지천에 피어 꽃길을 열어주니 발걸음은 더욱 가벼워진다.


 

서서히 높아지는 고도를 따라 호흡이 가빠질 즈음 오치령으로 이어지는 653봉이다.

653봉에서 이제 좌측으로 구만산을 향해 길을 재촉하니 이곳 또한 진달래가 우거진

낙엽 깔린 유순한 오솔길이라 운치를 더하는데 가끔은 멧돼지의 흔적이 있어 긴장감이 감돈다.

 

 

 

                                                                    ▲653봉에서 바라본 오치령방향

 

 

 

                                                      ▲분지처럼 느껴지는 주능선의 소나무 숲과 낙엽 길

 


 

전망이 좋은 612봉을 내려서니 가야할 구만산이 뚜렷하건만 능선이 가늠되지 않는다.

구만산갈림길 이정표에서는 구만계곡까지 내려서서 다시 치고 올라야 할 것 같고

흰덤봉으로 가면 능선따라 길이 있는 듯 하여 흰덤봉으로 향한다.

 



 

                                                      ▲가야 할 흰덤봉과 우측의 구만산

 

 


 

                                                                         ▲흰덤봉

 



                                                       ▲지나온 능선과 우측으로 육화산

 


 

하지만 그곳에서는 누군가 나뭇가지로 막아놓았는데 길이 너무나 희미하여 포기하고

결국 구만산이정표까지 다시 되돌아오니 어언 시간은 1시간가까이 소비하고 말았다.

하지만 조망 좋은 흰덤봉에 올랐다 왔으니 본전은 뽑은 셈이라 마음이 즐거웠다.

 



                      ▲구만산 이정표(구만산/야영장 이정표) 구만산은 이곳에서 계곡으로 내려서야 함

 

 



 

구만명이 피신할 만큼 깊고 깊은 골을 품은 “구만산”


 

구만산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계곡을 향해 5분여 내려서니 바로 구만계곡이다.

계곡이 깊어 능선에서 시간이 많이 걸릴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가까웠고 임진왜란 당시

구만명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전화를 피했다하여 붙여진 이름만큼 계곡은 깊고

길이가 가늠되지 않을 정도로 끝이 보이지 않는다.

 



                                                                                 ▲구만계곡

 


 

그 아름다움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다가

“언젠가 꼭지와 둘이서 구만계곡을 다시 찾아와야지.” 다짐하며.

계류를 건너니 건너편에 표시기가 많이 붙어있다.

 



                                        ▲임란 때 구만명이 피난했다는 깊고 깊은 구만계곡

 


 

등로는 구만산으로 바로 이어지지만 계곡에서 시작하게 되니 처음 같은 마음으로

40여분 급경사를 치고 올라야 하고 그 힘듦은 더욱 배가 된다. 아무도 없어 외로울 줄 알았는데

다행이 중간에서 네 분의 산님을 만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른다.

 



                                                                      ▲구만산

 


 

구만산을 지나면서부터는 잡목이 우거져 별다른 조망도 없어 지루한 산행이 된다.

지나가는 산님들도 없어 철저히 혼자가 되니 꼭지 없는 외로움이 엄습하고

인곡재까지 거의 한 시간 고도가 계속 떨어진다.

 



                                             ▲고도가 급하게 떨어진 지나온 좌측으로 구만산

 


 

인곡재부터는 억산까지 2시간 여 떨어진 고도를 다시 올려야하는데 벌써 몸은 지치기 시작한다.

“이러면 안 되는데..” 너무 힘이 들어 하늘을 보고 누웠다. 잠이 몰려온다.

파란 하늘사이로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세찬 바람을 못 이겨 파르르 떨고 있다.

“과연 오늘 끝까지 종주할 수 있을까? 체력이 곧 회복되겠지..” 혼자 위로하는데


 

내 마음을 어찌 알았을까?

“점심도 먹고 쉬었다가 조심해 가.” 라는 꼭지의 격려 메시지에 힘을 얻는다.

하지만 여전히 조망도 없는 지루한 길 나그네설움인양 삼키며 간다.


 


 

이무기의 꼬리에 받혀 험하게 깨진 “억산”


 

예전에 누군가 했던 얘기가 생각난다.

“구만산에서 억산, 운문산 가는 길 거 쪼매 빡실 건데요.”

흐흐흐~~ 왜 그때는 진정 몰랐을까?

체력이 거의 바닥에 놓였으니 5분을 헉헉대고 오르면 5분을 쉬어야 할 판이다.


 

이제는 입에서 억억!! 소리가 나지만 우측으로는

사자바위와 문바위 북암산 능선이 늘 시야에서 떠날 줄 모르며 나를 위로한다.

그렇게 억산까지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두 시간을 오르는데 하늘이 노랄 지경이다.

 



                       ▲오름과 내림이 심해 억!억! 소리 내며 억산 가는 길, 우측은 사자바위


 



                                                    ▲가야할 억산이 멀리서 가물가물

 


 

치를 떨며 악에 받혀 오른다는 악산으로 이름난 치악산종주 때도 엄청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보다는 수월한 것 같았는데 억산이 이렇게 힘들다니 역시 악보다는 억이 더 무서운가보다.

억억!! 억산이 손에 잡힐 듯이 다가오니 그때에야 삼삼오오 산님들도 보인다.


 

천년에서 1년이 모자라 용이 못 된 이무기가 밀양 쪽으로 도망가면서

가로막고 있는 산봉우리를 꼬리로 내리치는 바람에 갈라졌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억산

그래서인지 바위군으로 험악(?)하게 생기기도 했지만 조망은 좋다.

 



                                                             ▲억! 억! 소리내며 오른 억산

 



                                                        ▲억산에서 바라본 상운암 계곡

 

 


 

                    ▲억산에서 바라본 운문산과 가지산, 바로 앞은 이무기의 꼬리에 받혀 “억!”하고 깨진 바위?

 


 

억산을 내려서니 깨진바위 절벽아래로는 로프구간인데 까다로운 구간은 아니다.

로프를 타고 천천히 내려서니 너덜 길로 팔풍재까지 10분여 고도가 계속 떨어진다.

으이그 무서워~~!


 

팔풍재에서 700봉을 힘들게 치고 오르는데 암능과 우회로 사이에 눈에 익은

<→팔풍재.억산> 이정표가 매달려 있어서 뒤쪽을 뒤집으니 바로 한울타리부부의 것이다.

외롭고 고독한 종주길에 낯익은 표시기를 만난다는 것 또한 즐거움의 하나다.

 



                                                      ▲한울타리님이 걸어놓은 이정표

 


 

한울타리 부부를 만난 듯 반가워 지금까지의 힘듦이 눈 녹듯이 사라지는 듯 하다.

표시기에 뽀뽀라도 해주고 싶지만 그러다간 꼭지에게 맞아죽지 싶어서 그만 둔다.

헬기장인 범봉(965)까지 힘들게 치고 올랐는데 또 고도는 딱밭재까지 15분여 하염없이 떨어진다.


 

딱밭재에 딱나무는 간곳없고 떡갈나무만 무성히 자라있다. 아직도 이정표에는

운문산까지 1.8km, 기가 찰 노릇이지만 어쩌랴 새 기분 새 각오로 다시 오를 수밖에

지금 탈출하려면 석골사나 운문사를 선택해야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구름도 쉬어갈 만큼 두리 뭉실하고 편안한 “운문산”이 손짓하건만

앞으로 1시간여 쉬지 않고 올라야한다. 이곳도 영남알프스의 한 자락인지라 부드러운 능선으로

예상했다가 호되게 당하는 꼴이 되고 말았으니 앞으로 억산에는 얼씬도 않으리라.

 



                                                                         ▲노랑제비꽃

 



                                                      ▲억산에서 운문산 가는 길의 산죽길

 


 

고도가 점점 높아지더니 처음으로 부드러운 산죽길이 이어지며 노랑제비꽃이 힘듦을 위로해준다.

위에서는 20-30여명의 남녀 산 꾼들이 내려온다. 영남알프스 태극종주 표시기를 달고 있는데

애리 애리한 여인들이 더 많이 보인다. 이 험한 산길을 여인의 몸으로.. 아예 존경스럽다.

 



                                                             ▲굴곡이 심한 지나 온 능선

 


 

삐리릭! 바로그때 꼭지의 걱정 어린 전화다.

가지산까지 가겠다고 했더니 석남사로 태우러오겠다고 한다. 홀로산행 때는 늘 옆에서

응원해주는 꼭지를 생각해서라도 앞으론 종주는 하지 말아야지 다짐을 한다.

둘이서 단산으로 즐기며 다니리라 다짐하는데 그 결심이 며칠이나 갈지..

 


 


 

구름도 쉬어가는 “운문산”


 

드디어 운문산에 도착 배낭을 내려놓는다. 참으로 조망이 좋다.

꼭지가 넣어준 캔 맥주를 먹으며 느긋하게 휴식을 취한다.

가야할 가지산과 남양리 마을너머 재약산과 그 너머 신불산과 신불평원, 영취산

내로라하는 영남알프스의 산군들이 앞 다투어 시야에 들어온다.

 

 

 

▲운문산에서 바라본 운문사방향의 조망

 

 

 


 

                                                      ▲운문산에서 바라본 영남알프스의 최고봉 가지산 

 

 

 

                                                                                 ▲재약산 방향

 

 

 

 

                                                                  ▲멀리 하얗게 빛나는 신불평원과 신불산

 


 

15분여 쉬고 났더니 몸이 생각보다 많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자 출발이다. 어딜? 가지산까지.

내려서는데 발걸음이 무척 가볍다. 이제 몸이 적응되어 가는가 보다.


 

20여분 내려서니 Y자 갈림길인데 직진은 암능으로 이어져있고

좌측은 우회길 같아 내려서는데 흐미 길이 운문사계곡 쪽으로 급하게 경사가 꺽인다.

“이 길은 아랫재가 아닌 운문사가는 길인가?” 다시 올라와서 능선으로 향한다.


 

암릉 구간이다. 조망이 좋은데 지금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빨리 내려가고 싶다.

“이렇게 까다로운 구간이 없다던데..” 혼자 투덜투덜..

첫 번째 구간

로프를 타고 내려선다. 5m 정도 되는데 약간 까다롭지만 할만하다.

두 번째 구간

낑낑 로프를 타고 내려서려는데 이건 장난이 아니다. 엄청 까다롭다.


 

우측은 절벽이고 로프는 직벽에 비스듬히 옆으로 매달려있어 떨어지면?

흐흐흐~~황천행이다. 

꼭지를 만나기 전에 황천으로 갈 수는 없지. 로프를 잡고 왔던 길로 다시 올라간다.

로프를 잡고 올라가는 것은 쉽다. 휴~~~!  안도의 한숨

5분여 생 땀을 쏟았더니 이제는 다리가 후들후들한다.


 

운문사면 어떻고 아랫재면 어떠리 이제는 포기상태다.

또 알바 10분에 운문산에서 아랫재까지 40여분이 소요되었다.

아랫재 이정표를 보며 잠시 갈등을 한다.

가지산까지는 불과 4km 하지만 운문사까지는 7km 이다.

남명리도 4km 라 거리는 짧지만 별 특색도 없고 꼭지가 찾아오기도 힘들 것이고..

 

 

 

                                             ▲아랫재의 휴점중인 산장(인수자 구한다는 광고가 붙어있다)

 


 

휴업중인 간이산장탁자에 앉아 이리저리 궁리를 한다.

지금이 5시, 곧 해가 질 테고 현재의 컨디션이라면 가지산까지 두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가지산에 오르면 7시가 넘을 것이고 석남사에 도착하면 9시가 넘을 텐데..

 



 

운문사 비경의 심심이골 하산 길..


 

그래, 마음을 비우자.

부처님이 계시는 금당이 없어도, 단 한 칸의 가람이 없어도

천년의 세월 목탁소리는커녕 누구 한 사람 무릎 꿇고 기도하는 이 없어도

부처님의 자리를 지켜온 장연사지석탑을 생각하자. 오늘이 아니면 내일을..


 

꼭지에게 전화를 건다.

석남사대신 청도 운문사로 데리러오라 하니 잘 생각했다며 좋아한다.

운문사까지 7km에 이르는 구간, 비경의 심심이골로 내려선다.


 

아랫재에서 5분여 내려서니 바로 좌측에 샘터가 있는데 물맛이 시원하고 좋다.

종주길 능선에서는 식수가 없는 줄 알았는데 5분여 거리에 샘터가 있었다니 다행이다.

 

 



                                          ▲아랫재에서 운문사방향으로 5분 거리에 있는 샘터

 


 

계곡 길이라지만 너덜은 별로 없고 시원하게 들리는 계류의 물소리 따라

편안한 산죽길이 이어지고 크고 작은 돌들 사이사이로 현호색이 곱게 피어 반겨준다.

심심이골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심심하지 않고 운치 있는 하산길이 된다.

 

 

                                                                  

                                                                     ▲운문사 하산 길의 큰골 계곡풍경 1

 


 

심심이골과 학심이골이 만나는 합수점

학심이골 갈림길을 지나 큰골에 접어드니 길은 임도수준으로 더욱 편안하고 좋다.

연녹의 옷차림으로 갈아입은 수목들이 아름답고 계류는 더욱 우렁찬 소리를 내며 흐르니

석양에 물들어가는 하늘도 그 속에서 흐르고 봄빛도 흐르고 내 마음도 따라 흐른다.

 

 

 

                                                                              ▲큰골의 계곡풍경 2

 


 

1시간 40여분 하지만 결코 지루한 줄 모르고 내려오니 계곡 주차장이다.

주차장주변에는 벚꽃이 만개해 있고 늦은 시간인데도 많은 상춘객과 차량이 보인다.

산행 들머리는 <입산금지>라며 펜스로 막아 놓았다. 헉~! 어쩌랴, 철조망을 넘는다.

 

 

 

 

 

                                                                             ▲운문사 벚꽃터널

 


 

산불경방기간동안 큰골은 입산금지인가 보다. 본의 아니게 금지구역을 산행한 것이다.

꼭지를 만나 운문사 담장 따라 터벅터벅 만개한 벚꽃 길을 걸으며 오늘의 산행을 마감한다.

비록 목표했던 가지산까지 종주는 못했지만 더 큰 것을 얻었기에

행복한 산행이 아니었나 싶다.


 

   - 끝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