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대로 이번 휴가는 설악산으로 잘 다녀왔습니다.

Q/A 게시판에서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셨으나 포기한 것 보다는 다녀온게 훨씬 잘 한 것 같습니다. 역시 예상했던대로 설악산의 품을 한껏 느낄 수 있었고 우리 가족 모두 애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언제 또 우리 가족이 다 같이 설악산행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애들이 다 자라고 둘째 녀석이 혼자 설악산을 넘을 수 있게 될 만큼 크고 나서는 시간을 서로 맞추기가 쉬울까 싶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다시 이번의 추억을 되살려 다시 찾고 싶습니다.

우리 식구 : 저 와 애엄마 아들(초6) 그리고 딸네미(유1)


<<산행일지>>

 

8/4 (수)
20 : 15 서울 출발
서울을 출발할 때 소나기가 쏟아짐. 비가 오면 큰일이라 긴장됨. 일기가 괜찮기만을 바람.

 

8/5 (목)
0 : 30 설악동 도착 후 숙박
설악동 도착했을 때도 가랑비가 옴. 지역 TV방송의 일기 방송에 집중.

 

7 : 45 설악동 소공원 주차장에 주차  (1박2일 12,000원)
033-131 (전화번호)의 설악산 날씨 들으며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에 갈들을 거듭함. 구름이 많이 끼고 오전 강수확률 30% 오후 40%라 함. 예상 강수량 30-60mm. 예정대로 가기로 함.

 

8 : 30 용대리 도착 (택시 요금 30,000원)
7:10분 발 용대리행 버스를 타야 했으나 일기 때문에 확신이 들 때까지 확인하고 갈등하느라 늦어짐. 택시로 미시령을 넘어가면 시간도 훨씬 절약될 것 같음. 미시령엔 짙은 안개 (동쪽 사면 시계 50m가 안됨, 서쪽 사면은 시계 500m 이상)
용대리 날씨 구름. 버스 정류소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듦. 옥수수를 사들고 들뜬 기분으로 출발함. 소풍가는 기분.

 

10 : 00  백담사 도착 (셔틀버스 이용, 버스는 만원)
셔틀버스에서 내려 백담사까지 오르는 콘크리트 포장도로에는 같이 내린 많은 사람들이 동행. 눈이 오면 완전 통행이 두절되는 깊은 산중이라 생각했었는데 생각 보단 쉽게 접근이 편한 곳이란 느낌을 받음. 듣기론 그 이후 길이 닦여졌다 함. 만해 유적을 중심으로 대충 둘러봄. 꼼꼼히 살펴볼 여유는 없음. 각 지점을 통과해야 할 마지노 시간이 있음.


11 : 00  백담산장
오전녁의 백담산장은 정말 상쾌한 곳. 대부분의 사람들은 백담사가 목적지였던듯 소수만이 이쪽으로 들어서고 있음. 산장지기는 외출중이라는 안내문을 붙여 놓고 부재 중. 근처에서 오신 분들로 보이는 노인들만 댓분 여여로움을 만끽하고 계심. 준비해 온 삶은 감자로 아침을 대신함.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라 자세를 가다듬고 출발!

 

14 : 00  영시암/수렴동산장 
시간에 대한 우려 때문에 좋은 수많은 것들 대부분 주마간산 격으로 지나가고 있음. 한참을 가서 영시암. 노스님 한분이 등산복 차림의 중년의 남자분과 마루턱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계심. 평온한 곳. 앞의 긴 나무의자에 앉아 휴식하고 길을 재촉함.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 놓은 듯한 식수 시설이 인상적임. 평지에 쌓인 돌무더기 위에서 물이 나옴.

수렴동산장 도착. 듣던대로 두개의 계곡 물이 만나는 곳에 세워져 물위의 산장같은 느낌을 줌. 많은 사람들이 휴식과 식사 중임. 우리도 이번 산행을 위해 새로 준비한 새 버너와 새 코팰을 꺼내 라면을 끓임.  뜨거운 커피도 한잔. 만족스런 식사! 정말 좋은 곳-이곳을 왔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휴가는 만족스런 것이 될 듯.  다시 길을 물어 봉정암으로!

 

봉정암 가는길
길엔 등산객들이 제법 있음. 부부가 같이 온 분들, 자녀를 동반한 가족, 친구들끼리 온 분들 등등. 가는 길에 비가 오기 시작하더니 빗줄기가 제법 강해짐.  비옷을 알뜰하게 준비한 분들도 있으나 대부분 그냥 맞거나 바위나 나무 아래서 거센 비줄기만 잠시 피함. 천둥은 거의 치지 않으나 핸드폰도 꺼고 쇠붙이 제거하고 나름대로 긴장하며 비를 맞으면서 길을 제촉함. 비가 완전히 멎길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순 없음.
경사도 점점 급해지고 폭포와 급류가 연이어지는 등 우중의 경치 또한 점입가경. 그러나 여유롭게 만끽할 여유는 갖질 못함. 큰 녀석이 힘들어 하기 시작함. 그러나 이런 상황도 이력이 있음. 애비의 드라이브와 애미의 완충이 적절히 작용하곤 함. 힘들다고 널부러져 있을수만은 없는 것. 결국 이런게 가족산행에서 가족이 함께 학습하고 공유하게 되는 것일 듯. 마냥 늦어질 땐 먼저가서 기다리마고 먼저 가고 첫째와 애엄마가 뒤 따라 오게 되는 것이 일반적임.

 

18 : 00 봉정암 도착
둘째를 업고 봉정암에 먼저 도착.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배식을 받고 있음. 나이드신 아주머니들이 친절히 안내해 주심. "먼저 더운 국으로 몸부터 녹여라!" "배식 끝나기 전에 먼저 받아 놓아라" "신발을 고무신으로 갈아 신어라" 등등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젊은 남자가 딸네미를 업고 이 높은 절까진 왜 왔을까 매우 궁금하게 생각들 하셨다함. 아마도 애처롭게 생각 하셨던듯. 그때 이분들 머리 속에는 수많은 삽화가 그려졌을 것.

여자들은 처자동으로 남자들은 처사동으로. 고산지역에 비까지 맞은터라 보일러가 들어오는 온돌은 그 없이 포근한 숙소. 다만 내일 아침까진 이산가족 신세 감수. 8시 법회(2시간 소요)를 참석하다가 중간에 빠져 나옴. 법회는 새벽1시, 4시에 각각 또 있음. 세면실은 샤워를 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었으나 물이 너무 차갑고 날씨가 서늘해 엄두를 못냄. 처사동에서 만난 분들은 거의 각 지역에서 불교적 신심이 깊은 분들로 따듯하고 친절한 분들. 그러고 보니 봉정암은 어느 사찰보다 구도적 열기가 강한 곳이란 것을 느꼈음. 옛날 자장대사가 이런 험한 곳에 적멸보궁을 마련한 뜻이 이해될 듯 함. 나도 덩달아  잠시나나 그 분위기에 흠씬 젖어듦. 4시경에 일어나 석가사리탐에 가봄. 몇 분이 긴 돌계단을 내려오고 올라가고 있고, 사리탑 앞에는 젊은 스님 한분이 가부좌를 틀고 묵상중임. 정신을 집중하긴 더 없이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듦. 다만 사람들의 끊임없는 출입이 방해가 될 듯. 구름속으로 언뜻언뜻 소청산장이나 중청봉의 구형구조물이 보임. 

 

8/6(금)

7 : 30 봉정암 출발
애엄마도 중간중간 법회차 들락거리는 분들 등으로 인해 숙면에는 한계가 있었던듯. 봉정암의 아침은 일찍부터 부산스러움. 다들 일찍들 움직이기 시작함. 아침은 소청산장에 가서 준비해 간대로 해 먹기로 함. 절에서 준비해 준 주먹밥을 2개 챙겨서 가져감. 사실 이럴때 주먹밥을 몇개를 가져갈 것인가 하는데서 애엄마와는 의견차가 있음. (한편은 필요할지 모르니까 넉넉하게 챙겨가자는 쪽이고 한편은 정확히 가늠해서 불필요한 짐은 없애야 한다는 쪽임. 일단은 따르되 나중에 예상이 빗나갔을 때는 엄청난 바가지에 시달리게 됨)
 
8 : 30 소청산장 (아침식사)
이른 아침에 내려오는 분들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음. 조금 가파르긴 해도 봉정암 직전길 보다는 편함. 소청산장엔 아침을 먹고 있는 사람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있음. 봉정암과 달리 주로 젊은 사람들임. 우리도 밥을 짓고 김치찌개를 끓임. 코팰을 떨어뜨려 뚜껑이 정확히 닫히지 않는 악재가 겹쳐 거의 3층밥이 됨. 그래도 맛나게 먹음. 소청산장지기 되시는 분의 손자 녁석이 여간 당차지 않음. 우리 딸아이와 죽이 맞아서 내일 또 어디서 만나고 어쩌고 하는 약속을 하는 등 금방 친해짐. 구름에 가려 전망이 없음.

 

11 : 45  대청봉 도착
소청봉에서 중청산장까지 사람들이 제법 있음. 길도 그리 험하지 않음. 다만 바람이 심함. 중청산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음. 구름으로 대청봉 정상은 보이지 않음. 대청봉 정상에는 20-30여명의 사람들이 올라 있음. 이곳이 그리 오르기 힘든 높은 곳인가 할 정도로 평범한 돌무더기 언덕 같음. 사람을 피하지 않는 다람쥐가 이곳에도 있음. 구름이 끼어 전망이 없고 고도감도 없음. 바람이 심함. 너무 오래 머물 수 없어 15분 정도 후 바로 내려옴. 하산길 중청산장은 그대로 통과.

 

14 : 45  희운각산장 도착 
소청3거리에서 부터는 급경사로 바위는 물끼가 있어 미끄럽고 길은 험함. 올라오는 분들이 힘들어 보이지만 내려가는 것도 여간 힘들지 않음. 여수에서 영어선생한다는 캐나다인 청년 두사람도 달랑 지도 한장들로 올라오고 있음. 당일로 오색으로 내려갈 계획이라 함. 큰놈이 많이 힘들어 함. 생각보다 희운각산장까지의 길이 멀어 시간이 예상 보다 많이 걸림.
라면으로 점심을 먹음. 계곡물에 발을 씻음. 너무 차가워서 1분을 담그고 있기가 어려움. 비워진 물병들을 모두 계곡물로 채움. 계곡물을 그대로 식수로 쓸 수 있다니!

천당폭/얌폭산장/오련폭/귀면암
작은 녀석을 재우고 계곡에 발을 담그고 하면서도 부지런히 길을 재촉함. 철계단이 있어 길은 그리 험하지 않으나 생각보다 멀고 힘이 빠져 속도가 많이 줄어 듦. 중간에 지친 사람들이 다수 보임. 지친 것은 우리만이 아님. 이 시간에 중무장하고 올라가고 있는 젊은이들도 있음. 

 

19: 40 비선대 도착 (팥빙수로 기력 보강)
비선대 도착할 때즘 나자신도 지침. 체력엔 자신이 있었건만, 역시 설악산은 예상보다 험하고 멀었던 것 같음. 어두워졌음. 비선대에 산장이 있는 줄은 몰랐음. 또 3km를 어떻게 내려가나 했는데 나머지 길은 거의 포장도로라 함. 기력을 회복하는데는 역시 단 것이 효과가 빠름. 팥빙수를 나눠먹고 길을 재촉함. 나머지 구간은 애엄마가 둘째를 업음. 애엄마 체력이 보통이 아님. 구원투수로서 손색이 없음. 준비해 간 헤드랜턴 2개가 도움이 됨.

 

20 : 30 설악산 소공원 주차장 도착
관리인이 우릴 기억하고 잘 다녀왔느냐 반갑게 맞아줌. 주차장을 떠난지 36시간여 만임.

 

21 : 00 숙소 도착
실로 오랜만에 숙면. 아침에 제대로 걷지도 못함.

 

8/7(토) 해변 및 속초 시내 관광

 

8/8(일) 아침 식사 후 일찍 서울로 출발 (8시간 이상 걸림)
어깨(하루)->장단지(이틀)-허벅지(나흘) 순으로 돌아옴. 조깅시작함. 내일은 야간등산을 일요일엔 도 주간등산을 갈 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