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태극종주 1구간(덕두봉 - 벽소령산장) 산행기


 

❒ 기간  :  2004. 7. 30 ~ 31 ( 1박 2일 )

❒ 구간 :   흥부골자연휴양림(06:00) - 덕두봉(아침) - 바래봉 - 팔랑치 - 부운치 - 세동치 - 세걸산 - 정령치휴게소 (점심) - 고리봉 - 만복대 - 고리봉 - 성삼재도착(17:50) - 화엄사입구 한국콘도(1박)

                성삼재(05:00) - 노고단 대피소 - 노고단 입구 - 피아골 3거리 - 임걸령 샘(아침) - 노루목 3거리 - 반야봉 - 삼도봉 - 토끼봉 - 연하천산장(점심) - 형제봉 - 벽소령 대피소 - 음정(마천:17:30) - 함양(종료)

❒ 참가 : 노병섭, 김기연, 임철갑, 표명찬, 박영규(이상 5명)

❒ 시각별 산행기록

첫날 ( 7.30일)

04 : 00  기상,  함양  “상림장 여관”에서 이동 준비

04 : 30  식사준비장소(노지사장 누님댁)으로 이동, 식사와 과일, 간식, 물 등을 나눔

05 : 30  함양에서 인월로 노지사장 자형이 운전하는 찦차로 이동

06 : 00  흥부골 자연휴양림에 도착, 사진을 찍고 산행시작

07 : 14  덕두봉 정상 도착,  기념촬영후  바로 출발

07 : 30  헬기장에서 아침 식사

08 : 12  출발

08 : 40  바래봉(1,165M) 도착,  벌목  민둥산 잠자리 나비 오른쪽  운봉한들  마을 이성계 전투 등

08 : 47  출발

09 : 25  팔랑치(1,010M) 도착

09 : 55  부운치(1,115M) 도착

10 : 55  세동치(1,120M) 도착

11 : 17  세걸산( 1,220M) 도착

12 : 15  정령치 2키로 전 지점에서 휴식

13 : 00  고리봉 (1,305M) 도착

13 : 30  정령치 휴게소 도착,  점심식사

14 : 50  정령치 휴게소 출발

15 : 45  만복대(1,433M)

16 : 30  헬기장 도착, 휴식

17 : 50  성삼재 도착, 첫날 구간을 예정된 시간보다 10분전에 무사히 완주, 석양으로 해가 지려고 함 - 표차장님  택시기사와 흥정- 한국콘도까지 가기로 ..

19 : 00  택시로 화엄사 입구의 “한국콘도”에  도착, 내일 아침 점심 밥 준비

           화엄사입구에서 삼겹살에 소주로 저녁식사, 화엄사 입구계곡물에 발 냉수 찜질

22 : 10  취침

둘째날 (7.31)

03 : 52  기상 ,  짐챙겨 택시 대기

04 : 25  택시로  화엄사  “한국콘도” 출발

04 : 50  성삼재 도착

05 : 00    성삼재 출발, 김기연 차장님 물통을 택시에 두고 내린 것을 발견 - 택시기사와 연락 - 물통 찾으러 내려감

05 : 40  노고단 대피소 도착, 많은 사람들 식사준비 및 식사중. 김치찌개, 라면 등

             김차장님 물통 찾아서 합류.

05 : 50  노고단 도착, 정상은 입산 통제 하루 3번 예약자를 대상으로 인솔 하에 탐방

06 : 58  피아골 3거리 도착

07 : 13  임걸령 샘 도착, 많은 사람들 아침식사준비 및 식사. 샘물 맛이 아주 좋음

07 : 50  임걸령 출발, 반야봉을 향하여

08 : 19  노루목 3거리 도착

09 : 00  반야봉 도착, 기념촬영후 하산,

09 : 30    반야봉 아래 노루목 위에서 뱀사골 갈라지는 3거리에 도착, 3박4일 일정으로 태극 종주 하는 가족을 다시 만남 - 정령치 휴게소에서 만난 적이 있음

09 : 50  삼도봉 도착, 휴식 10분

10 : 50  토끼봉(1,533M) 도착

11 : 56  명선봉 도착

12 : 20  연하천산장 도착, 많은 사람들 점심식사준비 및 식사중 , 시원한 물- 수량 풍부. 식사를 마친 사람들 떠난 자리에 새로운 사람들 도착 식사, 맥주 3,500원 - 물가 장난 아님 - 사람 수에 비해 산장의 취사장소가 턱없이 좁음. 그늘 등 보완 필요

13 : 10  연하천 산장 출발 , 가다가 휴식을 취하기로 함-공터를 발견하고 20분간 휴식

14 : 47  형제봉(1,452M) 도착, 기념촬영. 골바람이 시원함. 좋은 휴식처 - 3명이 휴식

15 : 30  벽소령 대피소 도착, 음정까지 6.7키로  2시간 40분 소요된다는 안내표지- 19:00 예매한 버스 승차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 - 조금 강행하기로 함

17 : 30  지리산 휴양림 입구 3거리 도착, 2시간 소요. 노 지사장 자형이 운전하는 찦을 타고 함양출발 17:50

18 : 20  함양버스정류장 도착

* 1박 2일 예정된 지리산 태극종주 1차 구간을 무사히 전원이 완주.


 


 

❒ 중복, 지리산 서부능선 종주기


 

10년전 피아골에서 뱀사골을 혼자 넘은 적이 있었다.

삼도봉에서 내려다 보이는 지리능선이 어미소 등판을 연상케 할만큼 넉넉하였다. 이 푸근한 산품에 안기고 싶어 종주를 꿈꾸어 왔지만 기회는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지난  3월 오랜 친구인 노 지사장이 지리산 종주를 계획하면서 제의하였다.

“함께 하면 어떻겠냐구“ 쾌히 응락하구 3개월가량 준비했지만 지리는 나에게 그 품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산행 첫날 새벽 4시 진주에서 동료의 부음을 받았다. 그 동료를 떠나보내기 위해 아쉽게도 오랜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런 지리산을 이번 여름에 종주보다 어렵다는 태극종주를 제안한 것은 여전히 노지사장이었다. 같은 회사 동료 네 분과 함께 갈건대 같이 하겠냐구. 어찌 시간을 지체할수 있을까?

서둘러 대답을 하구 나름대로 체력을 시험하였다. 청계산과 관악산을 연이어 종주하면서 나름대로 체력은 어느 정도 받쳐줄 것 같다는 자신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한국의 산하”와  다음의 “지리산”카페에서 종주기와 안내기를 찾아 자료를 축적하였다. 직접 산행하는 것 못지않게 사전에 자료를 찾고 준비하는 것이 더 흥미있는 일이라는 것은 해 본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 아닌가. 준비하는 기간 중에 먼저 경험한 사람들의 진솔한 경험이 나중에 가는 우리들에게 얼마나 소중한 지표가 될 수 있는지..........


 

7.29 서울에서 함양까지

우리는 함양에서 1박을 하고 다음날 새벽 6시에 인월에서 산행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함양은 한번도 가보지 않은 낮선 곳이라 다음의 “지리산”카페에서 함양지역의 교통편을 알 수 있었다. 서울 출발선을 알아보기 위해 동서울터미널과 남부터미널의 함양편을 모두 알아보니 남부터미널이 비교적 차편이 많고 우등고속이 있어 편한 것 같았다.

7.29  14:50분에 서울남부터미널을 출발한 우등고속버스는 인삼랜드를 거쳐 안의 거창을 지나 함양까지 3시간 30분 만에 도착하였다. 조그만 시골 읍규모의 함양은 우리 시골 고향과 같은 인심을 보여준다.

미리 예약해둔 상림장 여관을 찾아가는데 울창한 고목나무 숲의 옆으로 난 길을 따라 간다.  이곳은 함양의 상림(천연기념물154호).  옛날  신라시대 최치원선생이 태수로 계실 때 매년 반복되는 홍수를 막기 위해 물길을 돌리면서  숲을 조성했다는 일화가 있는 곳이다.


 

7.30 함양에서 인월까지

숙소인 상림장여관에서 더위로 잠을 설친 일행은 새벽 4시에 일어났다. 서둘러 짐을 챙겨 아침밥을 준비하신 노지사장의 누님댁으로 이동한다.. 상림을 지나는데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을 만난다. 지금 시간으로 봐서 밤을 새서 담논하는 듯 하다.

인상 좋은 누님과 자형께서는 동생동료들의 산행을 도와준다고 아침과 점심밥을 미리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물도 냉동실에 얼려 시원하다. 우리는 여기서 아침 점심 밥, 물과 과일, 인삼사탕등 행동식을 나누어 배낭에 넣는다.

새벽 5시 30분 함양에서 농협에 근무하여 인근지리를 훤히 꿰고 계시는 자형께서 우리를 인월까지 안내해주신다. 가면서 이곳저곳 지형과 지리적 문물에 대해서 자상하게 사투리 섞인 목소리로 설명해주시는 것이 형이 사랑하는 아우들에게 베푸는 정 같아 정말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일행은 내가 합류하여 5명이 되었고 동료들은 서울에서 내려온 내게 시종 편안한 앞자리를 양보하여주었다. 내내 미안하면서도 고마웠다.


 

새벽 6시 우리는 남원시 인월면에 소재한 흥부골자연휴양림에 도착하였다. 보통은 구인월 마을회관의 태극기를 보면서 태극종주를 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흥부골자연휴양림에서 산행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흥부골 자연휴양림은 일반 자연휴양림처럼 산림속에 통나무집과 텐트칠 수 있는 좌대가 마련되어있어 여러 가족들이 여름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아직 조용한 새벽이었지만 우리는 휴양림 제일 위쪽의 등산로 입구에 섰다.


 

새벽 06:09 이 휴양림입구에서 덕두봉으로 출발을 알리는 기념촬영을 하고 등산로를 따라 덕두봉을 오르기 시작하였다. 이곳에서 덕두봉까지는 이내 산으로 접어들면서 갈라지기 시작한다. 서울근교의 잘 다듬어진 등산로만 다니던 나에게 나무숲을 헤치고 나아가는 가파른 산행이 처음부터 쉽지가 않다. 선두와 후미는 약 10M이내. 


 

07:14 한시간여 땀을 흘리면서 오르니 덕두봉 정상(1,150M)이다.

드디어  지리산 태극종주 서부능선구간의  첫봉우리인 덕두봉이다. 우리는 서로 서로를 보면서 만족한 웃음을 띄우며 사방을 조망한다.  진행방향의 오른쪽에 넓은 운봉한들이 보인다. 이제부터 이 운봉한들은 오늘 내내 서부능선을 따라 우리와 성삼재까지 같이 하게된다. 서부능선이 운봉한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처럼 둘러쳐져 있고 이 능선을 경계로 옛 삼한시대 여러 가지 전설이 얽힌 팔랑치  세걸산  정령치 등의 지명들을 찾아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덕두봉 정상에서 5명이 기념촬영을 하고 아침 식사할 곳을 찾아 이동하기로 한다.


 

07:30 덕두봉 아래 능선에 평평한 헬기장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아침식사를 하기로 한다. 누님댁에서 준비해준 도시락밥과 반찬을 꺼내 맛있게 먹고 후식으로 과일까지 깎아 먹는다. 산속에서 후식까지라니....거기에 노지사장은 에너지보충용으로 준비한 동동주까지

08:12  우리는 덕두봉 다음 봉우리인 바래봉을 향해 출발한다.

해는 벌써 중천에 떠 있고 안개가 자욱하다.  잡목 숲 사이로 등산로가 오솔길처럼 나 있다. 이슬에 젖은 잡목가지에 스치면서 옷과 신발이 젖는다. 선두에 선 임철갑차장은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준족이다.  가벼운 걸음으로 죽죽 나아간다. 바래봉까지는 능선우측으로 오래된 철조망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녹슨 상태로 보아 10년은 족히 넘어보이는 철조망을 누가 무엇을 보호하기 위해서 쳐 놓았을까 이 높은 산봉우리에. 우리는 나무와 나무사이로 난 능선길을 따라 열심히 선두를 따라 걸음을 옮긴다.


 

08:40  우리는 드디어 바래봉정상(1,165M)에 선다.

봉우리는 사방이 벌목으로 민둥산이다. 저 아래까지 나무하나 없이 풀만 나있다. 잠자리와 나비가 이렇게 많을 수가!!  우리는 이곳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능선 오른쪽의 운봉한들이 훤히 보이고 경지정리된 논에 벼의 녹색이 보기가 좋다. 이 따가운 햇볕과 무더운 온도를 받아 열심히 가을 작업을 하고 있으리라!  조만간 이 뜰 안이 온통 황금벌판이 될 걸 생각하면서 이 한 지역을 기반으로 다스렸던 일족을 생각해본다. 노지사장이 고려말 이성계가 이곳에서 침입한 왜구(홍건적)을  섬멸했다는 일화를 전한다. 서부능선을 주능선으로 하고 사방이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쌓인 들이다. 연전연승하는 왜구를 만난 장수가 적군을 섬멸하기 위한 전략을 어떻게 구상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사방 능선들을 살펴본다.

바래봉에서 바라보는 등산로는 우측으로 길게 내려가다 다시 올라가는 형국이다. 내려가는 등산로는 잡목과 억새풀들이 덮힌 사이로 뚫리어 있었다. 선두는 그 길을 달리듯 속도를 낸다. 바래봉아래 임도가 잘 다듬어져 있었다. 그 삼거리에 내려올 쯤  우리의 리더인 노지사장이 크게 땅을 샀다. 지리산 서부능선이 다 울릴만큼 큰 소리를 내면서. 

어느분 산행기에 바래봉아래 맛있는 샘물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샘터가 바래봉에서 바라보면 아래쪽에 콘테이너 하우스 같은 콘크리트건물을 말하는 것 같다. 우리는 물을 1인당 1.5리터씩 준비한터라 더 이상 물을 찾지는 않고 산행을 계속한다..


 

바래봉아래 3거리에서  정령치 9.4키로!!

이것을 읽었을때는 이 거리가 주는 의미를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곳으로부터 2키로미터까지는 철쭉군락지다. 임도 양측을 따라 올라가면서 철쭉나무가 낮게 깔려 있다.  차량 한대는 충분히 다닐 수 있는 임도를 따라 우리는 열심히 걸음을 재촉한다.


 

09:25 팔랑치(1,010M)에 선다.

서부능선을 종주할 때 팔랑치 부운치 세동치 정령치 등등 ...치 라는 지명을 만난다. 이 치는 일종의 “재”나 “령”처럼 고개를 말하는 것이란다. 표명찬 차장이 이 능선의 지명에 얽힌 전설과 일화를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번 산행계획을 입안하면서 각종 자료와 산행기에서 얻은 지식을 그대로 우리들에게  전한다. 참 준비를 많이도 했다는 생각을 한다. 팔랑치까지 오는 길의 철쭉군락지에  사람들이  철쭉을 손상하지 않고 산행과 감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목제 계단을 지난다. 이곳 철쭉은 키가 허리 아래쪽에 있을 만큼 낮아서 사람들이 온전히 철쭉을 감상하기에는 그만이다. 남원시는 이곳 바래봉에서 매년 철쭉제를 한다니 기회가 되면  6월말쯤 이곳 산행을 다시 하는 것도 좋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09:55 부운치(1,115M)에 서다

이곳에서 정령치까지 6.4키로. 바래봉에서 3.2키로를 숨가쁘게 달려왔지만 정령치까지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이정표가 보일 때마다 지난 5월의 지리산 종주를 경험한 노지사장은 기념촬영을 재촉한다. 모두 사진첩을 하나씩 만들어 준다고. 우리는 이곳에서 가뿐 숨을 삭이고 다리에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정상에서는 느끼지 못하던 산바람이 이 치에만 내려오면 양쪽 오르막을 통해서 불어온다. 바람이 시원하다. 왼쪽으로는 부운마을이 저 만치 아래 점점이 몇 개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운봉한들이 따라오듯 한다. 부운치를 출발하면서 세걸산이 500미터라는 이정표를 보면서 다리에 힘이 붓는다. 가자! 오르막을 올라 한참을 가니 세걸산이 나온다. 정상은 햇볕이 너무 따가워 오래 있기가 어렵다. 우리는 서둘러 다음 목적지를 향한다.


 

10:55 세동치(1,120M)에 서다

정령치 4.3키로. 이제 바래봉에서 정령치 9.4키로의 반을 넘어서는데 다리에 힘이 빠지고 숨이 가빠지기 시작한다. 이미 용수철의 탄성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 같다. 산행을 시작한지 5시간이 넘기 시작하면서 평소 5시간 내외의 근교산행만을 해 오던 나의 한계를 보인다. 쓰르럼 매미가 따라오면서 우는것처럼 가까이서 울어댄다. 누군가 말했지? 매미의 울음을 아느냐고!

 세동치까지는 관목터널을 빠져나오는 것처럼 양쪽으로 관목이 우거졌다. 어느 분 산행기에  여름이라도 반팔은 위험하다고 했다. 이것저것 망설이다 반팔을 선택한 내게 관목 숲은 사정없이 갈겨댄다. 땀이 배어난 팔뚝에 나뭇가지가 길게 선을 그어댄다. 사정없이 따가운 통증이 솟아난다. 아!! 경험이 보약이라..........


 

11:17 세걸산(1,220M)에 서다.

세동치를 지나 민둥이가 된  세걸산에 선다.  따가운 햇볕과 고추잠자리떼가 하늘을 덮고 있다. 어느새 운봉방향으로 구름이 길게 깔려 벌판이 보이지 않는다. 좌우 능선을 따라 빠른 속도로 구름이 덮어간다. 땀은 비오듯 쏟아진다. 이미 발바닥이 균열이 나듯 열이 나고 미약한 통증이 전해오기 시작한다. 어라 !! 벌써부터............?  그럼 어떻게 하라고.....? 정령치 길은 아직도 3.8키로나 남아 있는데.......!

세걸산을 지나면서 다리에 한계를 느끼는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다리에 힘이 빠지고 숨결이 가빠진다. 슬슬 발부리가 얽히는 횟수가 늘어난다.

정령치 2키로 앞에서 순간적으로 아찔함이 닦아온다. 일단 일행보다 조금 늦게 가기로 하고 휴식을 취한다. 표차장이 슬며시 배낭을 내리면서 같이 휴식을 취한다. 물을 마시고 자두를 하나 꺼내 씹으면서 피로가 몰려온 다리에 스트레칭을 가한다.  아마 이번 서부능선 종주구간중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리라.  정령 치를 떨면서 오른 정령치 구간이다.

평소의 등산시간한계를 뛰어넘는 순간 내 몸의 느낌은 그렇게 닦아오고 있었다. 이 구간을 지나면서 몸이 풀리기 시작하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13:00 고리봉정상(1,305M)에 서다

정령치 0.8키로. 지루하고 힘든 정령치 구간을 지나가고 있다. 관목숲 터널을 뚫고 올라온 고리봉 정상 좌우로 구름이 빠른 속도로 덮어간다. 눈앞에 반야봉이 있지만 구름이 가린 반양봉정상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운봉한들은 운해로 뒤덮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양쪽에서 몰려온 구름이 눈앞에서 모아진 듯 하더니 3분도 안되어 다시 사라지기 시작한다. 금방 반야봉 자락이 보일 만큼 훤해진다.

아!! 지리산의 천변만화한 기상변화를 보는 듯 하다. 고리봉정상에서 바라보니 저 아래 정령치 휴게소가 보인다. 주차장에 차들이 여러 대 주차되어 있고 휴가를 나온 사람들이 희미하게 오가고 있다. 이제부터는 내리막길이다.


 

13:30 정령치 휴게소(1,100M) 도착

고리봉에서 한달음에 정령치 휴게소에 도착한다. 휴가를 나온 가족들의 가벼운 옷차림들이 우리와는 너무 다르다.  땀에 절어 냄새가 진동하는데 스치는 사람들이 우리를 의아하게 바라보는 듯 하다.  아침 산행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사람들을 본다. 올라오는 사람들은 모두들 그렇게 편안하고 부유한 듯 좋아 보인다.  촬영을 맡은 표명찬 차장은 많은 사람들중 가장 사진을 잘 찍을 듯 보이는 잘 생기고 늠름한 아저씨께 촬영을 부탁한다.  감사합니다.

우리는 휴게소 식탁에 자리를 펴고 우동을 시키고 물을 산다. 이곳은 휴게소인데도 물이 차고 시원하지가 않다. 마치 퍼논지 한참된 물처럼 닝닝하다.  함양에서 가져온 동동주에 맛있게 점심을 마친다. 모두들 등산화를 벗고 양말과 등산화를 말리는데 잠시 쉰 것 같은데 벌써 1시간 20분이 경과한다.

우리는 여기서 처음으로 등산객을 만난다. 한가족으로 보이는 초딩 6학년정도의 남자아이와 중딩으로 보이는 여자아이 그리고 엄마 아빠. 피곤해 보이는 듯 한 아이들을 보면서 종주하는 팀이 아닐까 생각한다.